프롤로그

어느 집이나 아침 풍경은 비슷하다. 바쁜 일상에 치이는 직장인들은 두말 할 것도 없다. 맞벌이가 대부분인 젊은 부부들은 아침을 간단히 먹고 각자 회사로 출근할 준비를 한다.

“이놈의 월요일은 왜 자꾸 찾아오는지.”
“후훗! 월요일이 찾아오고 싶어서 찾아오겠어? 너무 뭐라 하지 마.”

남편 안정수는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현관 앞에서 구두를 신으며 투덜대자 그 뒤에서 아내 정나은은 그런 남편을 달랜다.
두 부부 모두 깔끔함이 묻어나는 정장을 입고 있는데, 아직 아내는 준비가 덜 된 것인지 겉옷 상의만 입지 않은 모습이다. 부부는 닮는다고 했던가?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에 지적이고, 신뢰감이 묻어나는 분위기를 풍긴다.

“그럼 먼저 갈게. 저녁에 봐.”

안정수는 오늘 늦게 출근하는 아내를 향해 아침인사를 건넨다. 정나은은 그런 남편에게 잘 다녀오라고 배웅을 하며 미소를 짓는다. 안정수는 아내가 미소 짓자 주위에 꽃이 피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며 자신에겐 과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아내의 아름다운 외모를 찬찬히 뜯어본다.

‘요새 욕구 불만인가?’

30대 초반인 아내는 지적이면서도, 20대의 싱그러움과 유부녀로써의 농익은 색기를 조금씩 풍겨대니 남편으로써도 밤마다 고역이다. 자신처럼 돌아다니는 일이 많은 아내는 햇빛을 많이 받아, 건강미 넘치는 피부에 자그마한 콧방울 위에는 가벼운 반무테 안경이 올라가 있어 지적인 이미지를 물씬 풍기며, 선 분홍빛 입술은 윤기가 돈다.
풀면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는 직장인답게 깔끔하게 틀어 올려 고정시켰으며, 유부녀가 되며 더욱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가슴을 감싼 하얀색 와이셔츠는 그녀에게 청순한 이미지를 부여해준다. 잘 발달된 골반과 무릎까지 덮은 검은 정장 치마는 그녀의 매력적인 엉덩이 볼륨을 감출 생각이 없는지 치마 위로 보이는 엉덩이 라인은 남편이 봐도 침이 넘어간다. 무엇보다 직장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검은 스타킹은 그녀의 매끄러우면서도 속이 꽉 찬 그녀의 다리를 감싸고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 반짝 빛을 내고 있다.
정장 위로도 확연히 알 수 있는 부풀어 오른 가슴이나 엉덩이 라인을 보며 침을 질질 흘릴 남자 사원들을 생각하면 콧대가 높아지지만, 외식자리만 있다고 하면 걱정이 앞서는 건 미인 아내를 둔 남편의 숙명인가 보다.

“뭘 그렇게 아침부터 징그러운 눈으로 봐?”

그녀 스스로는 똑 부러지고 일 잘하는 사회인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은근히 지기 싫어하는 성격도 있어 눈매가 살짝 고양이처럼 올라갈 때가 있다. 지기 싫어하는 그녀답게 여자로써 음흉한 눈길이 기분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살을 맞대고 사는 자신만이 아는 비밀이다.

“응? 아니. 예뻐서.”
“뭐야? 용돈 필요해?”

두 부부의 아침풍경은 깨가 쏟아진다. 그렇게 남편이 나가자 정나은도 슬슬 출근 준비를 하며, 집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영업일을 하는 두 부부는 서로 회사는 다르지만, 남편은 좀 빡빡하고, 자신은 집안일과 겸할 수 있는 좀 느슨한 회사를 다니다보니 출근시간도 이렇게 차이가 난다.

“……우후훗. 오늘 밤 오랜만에 분위기 좀 잡아볼까?”

아침에 자신에게 향한 남편의 음흉한 눈초리도 마냥 싫진 않다. 오늘은 오랜만에 두 부부가 레스토랑에서 외식하기로 한 날이다. 맞벌이 부부가 그렇듯 외식이 많긴 해도 오늘처럼 날 잡고 나가는 날은 기분이 좋다. 결혼한 지 3년 차인 그들은 슬슬 아이를 가져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안정수는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꼬이기 시작한 일과에 머리를 싸맨다.

“하필 오늘에 한해서…….”

오늘 오전에 중요한 회의가 있는데, 그 회의 자료를 집에 두고 온 걸 회사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지만 자신이 갔다가 오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게다가 도착하자마자 들려온 비보는 자신이 담당한 계약에서 사소한 의견 충돌이 있어 그걸 조정하려면 오늘은 일찍 퇴근하기엔 그른 것 같다.

‘계약자에게 오며 가는 시간만 해도 오늘 다 잡아먹겠군.’

오전엔 회의 때문에 외근을 못 간다. 그렇다면 오후부터 움직여야 하는데, 아무리 빨리 처리해도 이미 늦은 저녁일 것이다. 안정수는 깊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아직 출근 안 했을 아내에게 전화한다.

“……그렇게 됐어. 미안해.”
“하여간……가져다주는 건 상관없는데, 하필 오늘 저녁이야.”

정나은은 남편의 전화를 받고, 좋았던 기분이 싹 날아가는 걸 느낀다. 방금 전까지 기분 좋아서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까지 흔들던 걸 멈추고 짜증을 내보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영업일에서 사람 상대하는 게 얼마나 지랄 같은지 나도 아니깐.’

남편은 모르겠지만 자신의 몸을 노리고 다가오는 계약자도 상당히 많았다. 그렇기에 그 진상들을 떠올리면 치가 떨리는 건 뼈저리게 알기에 기쁜 마음으로 승낙하고 남편의 회사로 출발한다.
안정수는 다행히 이해해준 아내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며 전화를 끊는다. 그와 동시에 걸쭉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사무실에 들어오는 남자가 보인다.

“좋은 아침~”

김우영 부장. 이번에 새로 우리 부서로 발령 온 남자다. 문제라면 그는 상당히 무능하다. 어떻게 부장의 자리까지 올랐는지 궁금할 정도로 보고서조차 작성을 못하는 그의 무능력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 졌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인맥이 폭넓고 깊단 말이야. 외모? 언변?’

영업에서 중요하다고 하면 중요한 인맥. 그가 가진 인맥은 장난이 아니어서 일까? 덥석, 덥석 한 번씩 우리로는 꿈도 꾸지 못 할 건수를 물어오는 기묘한 행보에 저 자리까지 올라 온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그는 40대 중반에 들어섰다. 빼어난 외모를 가진 것도 아니며, 나이 탓인지 슬슬 아랫배까지 튀어나온 전형적인 상사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뛰어난 언변으로 사람을 구워삶느냐 하면 그것도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진다.

‘아 물론 술자리에서 여직원들에게 추근대는 거나 저질농담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뛰어나지만.’

발령 온 지 얼마 안 됐지만 그의 술자리 스타일은 모두가 몇 번 가지지 않았음에도 혀를 찬다. 얼마나 여직원들에게 노골적으로 추근대는지, 저러다 잡혀가는 게 아닐까란 걱정이 들 정도로 적극적이다. 그러면서도 입만 열었다하면 튀어나오는 저질 농담은 기상천외할 정도다. 회사에서 보는 그의 어리숙한 이미지가 거짓말일 정도로 유창한 언변을 자랑한다.

‘역시 술자리에서 다 구워삶나?’

술자리를 좋아하는 만큼 계약자들도 술자리에서 대부분 만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는 저렇게 출근해도, 회의에도 참석도 않고 하루 종일 빈둥빈둥 거리며 여직원들과 놀려고만 하니 아주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계약은 확실하게 잘 물어오니, 쳐내기도 그렇고 안 쳐내기도 애매모호한 그런 계륵 같은 존재가 김우영 부장이다.


“후~내 코가 석자지.”

그래도 상사는 상사다. 직원들과 상사들이 서로를 없는 사람 취급하면서 사는 것도 한계가 있듯 계급이 깡패다. 부장의 자리까지 올라간 무능한 저 남자를 정말 무능한 취급해야 할지, 능력이 뛰어나다 해야 할 지……안정수는 아내가 가져다 줄 회의 자료를 생각하며 서둘러 회의 준비에 들어갔다.

정나은은 남편의 회사에 들어섰다. 회사에는 바로 외근 나간다고 전화했기에 출근할 필요가 없다.

‘이럴 땐 우리 회사가 참 편해.’

하는 만큼 가져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출근을 안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기본 월급이 지급되는 있는 이상 받는 만큼은 일을 해야 하지만.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를 울리며 남편이 기다리고 있을 영업부 사무실로 향한다. 회의가 정확히 몇 시부터라곤 못들은 그녀는 최대한 빨리 왔지만 사실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안정수는 미리 회의실에 들어서서 회의준비를 하고 있느라 아내가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응? 아무도 없나?”

사원들은 회의 때문에 전부 회의실로 출발했기에 남편의 사무실은 텅텅 비어있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스마트 폰을 꺼내드는데 걸쭉한 목소리가 자신의 귀를 사로잡는다.

“누구신지요?”

바로 회의에도 참석 안하고 사무실에서 빈둥거리고 있던 김우영 부장이었다. 정나은은 그의 의아해하는 얼굴에 스마트 폰을 잠시 손에 든 채 인사를 한다.

“아, 안정수 사원의 아내 정나은이라 합니다. 회의 자료를 빼놓고 가서 전해주러 왔는데……사무실에 아무도 없고, 남편도 모습이 안 보여서…….”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 폰을 보여주며 연락하려고 했던 참이라고 알려주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영업 하는 사람의 버릇이 나온 것이다. 언제나 미소. 짜증나도 미소. 불쾌해도 미소. 곧 죽일 놈이라도 미소!
청순하고 지적으로만 보이던 정나은의 얼굴 주위로 화사하게 꽃이 핀다. 영업 사원의 첫 번째는 좋은 인상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오랜 영업 일을 하며 만든 필살 미소는 상당히 호감을 주며, 침 넘어가는 몸매까지 더해지면 남자라면 이야기 정도는 들어준다.

“아하! 안정수 사원은 지금 회의하러 갔을 텐데. 제가 전해주죠.”

그러면서 김우영 부장은 정나은의 손에서 회의 자료를 건네받으며 재빠르게 그녀의 몸매를 시선으로 훑는다. 정나은은 그런 시선을 한, 두 번 받은 게 아닌지라 이제는 담담해진 그녀는 이름도 모를 남자에게 끝까지 호감어린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고하…….”
“아, 혹시 모르니 잠시 기다려 주시겠어요?”
“예?”

자신의 말을 뚝 끊고 잠시 기다려 달라는 김우영 부장의 말에 일그러질 뻔 한 미소에 힘을 주며 되묻는다.

“아하하! 혹시 빼놓은 게 있을 지도 모르니 가서 확인 받고 오겠습니다. 오늘 하는 회의는 그가 꽤나 공들인 회의인 것 같더군요. 망칠 순 없지 않습니까?”
“아, 그럼 잠시 기다리죠.”

자신이 굳이 기다릴 필요까진 없어 보이지만 남편이 꽤 공들였다는 소리에 잠시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김우영 부장이 권해준 자리에 잠시 앉아 기다린다.

‘뭐 저 남자의 속셈은 눈에 훤하지만.’

잠시 자신의 몸을 훑고 지나간 그 징그러운 시선에 그의 생각이 짐작 간다. 아마 이야기나 좀 나누자고 붙잡아 둘 것이다. 이 남자가 남편과는 어떤 관계인지는 몰라도 어떤 사람이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게 사회다. 남편의 직장 동료라면 안면정도는 나쁘지 않다.

“그럼 다녀오도록 하죠. 아 이름도 말씀 안 드렸군요? 전 영업부 부장 김우영이라 합니다.”
“아, 부장님이셨군요. 오호호~새로 오셨나 보네요?”
“예. 얼마 안 됐지요. 그럼 커피라도 드시면서 잠시 기다려주시길…….”

정나은은 아니 꼬아도 영업용 미소를 짓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커피를 마시며 회의실로 사라지는 김우영 부장을 보며 시간을 죽인다.

“부장님?”

안정수는 아내의 전화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건만 정작 회의 자료는 부장이 가져다주자 놀란다.

“아아~신경 쓰지 말게. 아내분이 와서 이걸 전해주기에 건네 주러만 온 것이니.”
“아 감사합니다.”
“그럼 난 이만 가보지. 회의들 열심히 하게나. 아 오늘은 외근이 있어서 자리를 비울 테니 일들 보게나.”

김우영 부장은 그렇게 말하곤 회의실 밖으로 사라진다. 안정수는 부장이 가져다 준 자료로 황급히 회의 준비를 끝마치고 회의를 시작한다.

‘이따 고맙다는 전화라도 해야겠네.’

사실 얼굴보고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하려고 했던 안정수지만 아내도 직장인이다. 서로 바쁜 몸이니 날짜가 바뀌어야 얼굴 볼 때도 있는 만큼 전화로 고마움을 표할 때도 많다. 회의를 진행하면서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뿌리치고 회의에 집중한다.
회의를 끝마치고 노곤함에 커피를 뽑아 잠시 휴식을 취하러 나왔다. 예상보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바람에 회의시간이 길어져 오전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담배를 태운다. 담배를 다 피우고 텁텁한 입안을 커피 향기로 바꾸며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사람 만나나보네. 안 받네.”

영업하는 사람인지라 연락도 굉장히 중요하기에 전화 연결이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있는 경우는 상당히 중요한 사람을 만나고 있는 도중이 대부분이다. 영업을 뛰는 사람으로서 그 마음 모를 리 없는지라 계속되는 연결음에 전화를 포기하고 문자를 넣는다.
-오늘 고생했어. 괜히 바쁜 사람 회사까지 불러내고 미안해. 덕분에 회의는 잘 끝났어. 아까 말 한데로 오늘 늦을 것 같아. 기다리지 말고 자. 저녁에 봐.
간단하게 문자를 입력하고, 커피를 마시며 찌뿌둥한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후에 외근 나갈 땐 우산을 챙겨야 하나 걱정하며 일하러 들어갔다.

정오가 다되어가는 무렵, 해는 중천에 떠올라 그 강렬한 햇빛을 쏟아 부어야 하지만 오늘따라 하늘이 비라도 오려는지 찌뿌둥하게 구름이 껴 햇살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안정수와 정나은 부부의 집에도 아침과 달리 햇살이 하나도 스며들지 않아 아침과 달리 짙은 음영이 드리워있다.
특히나 두 부부 모두가 집을 비우는 만큼 낮에도 커튼을 치고, 문단속을 철저히 하기 때문에 환기도 안 되고, 다른 집보다 더욱 음침하다. 시끌벅적하고 깨가 쏟아지던 아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삐리리리리~삐리리리리~
집에 전화라도 온 것인지, 경쾌한 전화벨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전화벨 소리는 반쯤 열린 부부의 침실에서 들려오고 있었으며 아침에 나갈 때 정나은은 집 정리를 하다 만 것인지, 현관부터 옷가지가 떨어져 난잡하게 침실 쪽으로 이어져 있고, 아무도 없어야 할 부부의 침실에선 경쾌한 전화벨 말고도 다른 소리가 섞여있다.
삐걱, 삐걱대는 소리와 끈적한 물소리, 둔기로 뭔가를 치고 있는지 찰지면서 육중한 소리가 지속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다. 무언가 억눌린 가느다란 목소리도 들려오지만 경쾌한 전화벨 소리가 가장 커 곧 묻혀버리고 만다.
검은 정장 치마 주머니 속에서 반 이상 빠져나와 바닥에 내팽겨 쳐져 있는 스마트폰에선 계속해서 전화벨을 토해낸다. 시끄럽게 울려대던 벨소리는 곧 끊어지고, 문자가 한 통 도착한다. 화면에 뜬 메시지 내용은 잠금이 되어 있어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수신인은 알 수 있다.

-덜렁이.

덜렁이라 쓰여 있는 수신인의 메시지는 그렇게 화면에 떠 있다가 스마트 폰의 배터리 절약 기능으로 잠시 뒤 화면이 어두워진다. 화면이 어두워지자 스마트 폰 화면에 부착되어있는 액정 보호 겸 거울의 기능도 해주는 필름에 의해 어두운 방안이 조금이지만 반사되어 보이기 시작한다.
스마트 폰 화면에 반사된 침실 풍경은 아주 단편적이다.
침대 시트가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었으며, 침대 기둥은 끼익, 끼익 계속해서 어떤 진동을 견뎌내느라 힘들어 보인다. 그것 말고도 스마트 폰 화면 구석에는 지저분한 남성의 엉덩이가 지속적으로 오르내리고 있었으며, 이따금 여성으로 보이는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자그마한 발이 버둥대는 모습이 잠깐씩 비춰졌다.
















김우영 부장은 회의실로 향하며 방금 전에 본 안정수 사원의 아내를 떠올린다. 서서히 무르익는 그녀의 여체를 보고 있자니 자신도 모르게 침이 넘어간다.

‘이것 참 이번에도 사고 치면 안 되는데.’

사실 이번에 새로 이 부서로 발령 받은 이유가 전 부서에서 워낙 여직원들에게 추근대서 항의도 많이 들어왔지만 사원의 아내와 바람피우는 걸 들키는 바람에 인사발령이 난 것이다. 그것도 가는 곳마다 그런 사건이 터지니 회사 입장에선 해고할 만한데도 그를 데리고 있는 이유는 그가 물어오는 계약은 규모도 그렇지만 건수도 상당하다.
회사에서도 더 이상 사고치지 말라고 엄포를 놓으며 보낸 곳이 이곳이지만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지라 하루아침에 고쳐질 리 없다. 게다가 그의 술자리 스킬과 성적인 농담으로 사로잡는 고객들이 한, 둘이 아니니 어떤 의미로는 그만두려야 그만 둘 수 없는 생계수단이다.

“아 저기 있군.”

안정수 사원에게 회의 자료를 넘겨주자, 살짝 의아해하는 눈치지만 곧 회의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며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외근 나간다고 해놨으니 안정수 사원 아내와 어디 놀러 라도 갈까?’

하지만 그녀가 정장을 입고 있는 걸 봐선 직장인일 확률이 높으니 오늘은 꽝이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부서로 돌아가는 길에 회의실로 향하던 같은 부서 직원과 마주쳤다. 부장이 회의에도 참가 안하고 회의실을 빠져나가는 모습에도 시선 한 번 던지지 않으며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며 회의실로 들어가는데 그들의 이야기에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

‘오호? 안정수 사원이 따낸 계약에서 의견충돌이?’

최근 그가 따낸 계약이 상당히 큰 건수다. 아마 중요한 계약인 만큼 사소한 의견 충돌에도 직접 찾아가 서로 이야기를 맞추고 하려면 오늘 필시 야근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안정수 사원의 아내가 기다리고 있을 부서로 돌아온다.

“허허……이것 참.”

커피를 마시며 다소곳하게 앉아 기다리고 있는 정나은의 모습을 보니 회사에서 사고치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 엊그제 같지만 아랫도리로 피가 쏠리는 건 막기 힘들다. 막 피어난 꽃처럼 싱그러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서히 벌레를 유혹하는 진한 향기를 잔뜩 머금은 유부녀의 자태는 참으로 아름답다.
김우영 부장은 턱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고민한다.

‘확 자빠트려?’

김우영 부장의 고객은 남자보단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남자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대부분의 남자도 아내의 입김에 계약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상했겠지만, 그 남자 계약자의 아내는 전부 김우영 부장의 배아래 깔렸던 여자들이다.
계약으로도 이어지지 않는 사원의 아내를 배아래 깔아뭉개는 건 순수하게 그의 쾌락을 채워주는 도구이며, 그에게 있어선 다른 의미로 가장 공들이는 행위다.

‘계약자는 일 때문에, 이런 여자는 내 욕구를 채워주니깐.’

일 때문에 맺는 관계와 자신이 원해서 맺는 관계는 쾌락의 정도가 당연히 틀리다. 이런저런 음흉한 고민을 하며 정나은에게 다가가자 그녀가 먼저 눈치 채고 말을 걸어온다.

“아, 남편은 뭐라 하나요?”

정나은은 자신을 발견하자 환한 미소로 반겨준다. 정작 정나은은 영업용 미소를 지은 것뿐이지만, 김우영 부장은 한순간 확 꽃이 피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며 음흉한 마음에 더욱 불이 거세게 타오르며 확 자빠트리기로 결정했다.

‘이런 년을 보고도 그냥 넘어가면 내가 아니지.’

자고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남이 먹던 음식이고, 남의 떡이다.
정나은은 고된 사회생활을 하며 갈고 닦은 자신의 무기 때문에 자신이 그런 일을 겪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남편의 체면을 생각해 싱글싱글 웃어줄 뿐이다.

“허허……이것 참 말씀드리기 곤란하군요.”

김우영 부장은 이런 짓이 한 두 번이 아닌 만큼 자연스럽게 잠시 시간을 끌며 머리를 최고속도로 회전시킨다. 곤란해 하는 김우영 부장의 모습에 정나은은 남편이 분명 또 뭔가를 빼먹은 게 분명하다고 속으로 터져 나오려는 열불에 입꼬리가 씰룩거린다.

‘오호? 이놈의 덜렁이가 또 뭔가를 빼먹었다 이거지? 나중에 들어와 봐 아주 죽었어.’

차마 남편의 직장 그것도 부장 앞인지라 필사적으로 표정관리를 해보지만 부장의 입에서 터져 나올 이야기만 생각하면 솟구치는 열불 때문에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주체 하느라 죽을 맛이다. 하지만 정작 김우영 부장은 그런 정나은의 모습을 못보고 고민을 거듭하던 도중 회의실로 들어가던 부서 직원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안정수 사원이 오늘 오후에 만나 봐야 할 계약자에게 보여줄 자료를 그만 깜빡 했다고 하더군요.”
“제가 전해준 자료가 전부가 아니었나요?”

영업일이다 보니 집에서도 가끔 확인 받아야 할 때가 있는 만큼 자료를 집에 가져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신이 빼먹은 것 같진 않지만 확실히 전화 통화할 때 오늘 계약에 문제가 생겨서 야근해야 한다고 언질을 받은지라 알고 있는 눈치를 준다. 김우영은 정나은이 아는 것 같은 눈치를 보이자 속으로 씩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어차피 전 이대로 외근 나가야 하기에 제가 가져다준다고 했죠. 그러자 집 주소하고 현관문 키를 주려고 하기에 아내분이 아직 기다리고 있으니 함께 다녀오겠다고 말했더니 아내도 직장인이라 무리일 것 같다며…….”

김우영은 절묘한 부분에서 말을 끊으며 능숙하게 대처한다. 아마 이 뒤에 이어질 이야기는 정나은도 쉽게 예상이 갈 것이다. 아내를 고생시키기 싫어 부장에게 집 주소와 키를 넘기는 부하직원이 자기 남편이라고 생각하면 얼이 빠질 거다.

“그, 그런가요? 오호호호~이것 참 오늘 안 바쁘다고 그렇게 말 했는데. 부장님 손을 번거롭게 할 필요도 없어요. 걱정 마시고 제가…….”

아니나 다를까? 사회생활 오래해본 그녀답게 바로 눈치 챘지만, 갈고 닦은 그녀의 미소마저도 이런 상황에선 도저히 웃을 수 없는지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곤란한 표정으로 웃는다. 아마 속으로는 눈치 없는 남편을 어떻게 잡아먹어야 할이지 고민하고 있을 아내의 모습에 김우영은 거의 다 먹혀들어간다고 속으로 웃으며 치고 들어간다.

“아닙니다. 정말로 외근 나가는 길인데, 잠시 들르는 것엔 지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내 분께서도 사회생활로 바쁘실 것 같은데……그러면 이렇게 하죠? 함께 집에 가서 자료만 가지고 가도록하죠. 그렇게 되면 아내 분께서는 여기 다시 올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전 아무도 없는 부하직원 집에 들어갈 일도 없죠.”

묘하게 비효율적이기 그지없는 김우영의 제안에 정나은은 의아해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확실히 자신이 다시 여기 올 시간은 줄일 수 있고, 이렇게까지 한사코 문제없다고 말하는 부장의 모습에 계속해서 부정하며 입씨름 할 자신도 없다. 직장 상사에게 밉보여서 좋을 게 없는 게 한국 사회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오늘 들어만 와봐! 아주 그냥 확! 어휴 진짜 못 살아!’

당장이라도 불을 뿜어낼 것처럼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에 김우영은 속으로 남편 욕 엄청 하고 있을 정나은의 속마음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난다.

‘걱정 말라고. 잠시 뒤면 남편 바가지 긁을 생각조차 안 들 테니.’

김우영은 앞장서서 걸어가는 정나은의 뒤태를 훔쳐본다. 잘 벌어진 골반과 정장 치마 위로 탐스럽게 올라온 엉덩이 라인, 그 아래로 시원하게 뻗어있는 다리는 검은 스타킹에 감싸여 매끄러운 라인을 뽐내고 있다. 또각, 또각 울리는 하이힐 소리를 들으며 정나은의 뒤를 따라 이동을 시작했다.

정나은이 타고 온 차를 타고 함께 이동하고 있다. 김우영은 차를 안 끌고 왔다고 거짓말을 하자 정나은이 굉장히 의심하는 눈치였지만 어쩔 도리가 있나? 이미 함께 움직이기로 결정한 마당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

매끄럽게 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는 묘한 정적이 흐른다. 이런 경우 운전대를 잡는 건 남자지만 정나은의 차이며, 상대가 남편의 상사라는 점까지 작용해 그냥 자신이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초행길인 김우영 부장보단 자신이 훨씬 빨리 갈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합쳐졌기에 운전대를 잡았건만…….

‘아~진짜 남편의 상사라지만 정말 노골적이네.’

조수석에 탄 김우영 부장의 음흉한 눈은 자신의 몸매를 위, 아래로 쉬지 않고 훑고 있다. 처음에는 곁눈질을 하며 시선을 숨기려고 하는 듯싶더니, 곧이어 숨길 생각도 않고 노골적으로 자신의 몸을 훑는 그 모습에 치가 떨리지만 꾹 참는다.

‘크크큭. 노골적으로 몸매를 훑어대니 아주 곤혹스런 모양이네.’

이 와중에도 미소를 유지하고 있는 정나은의 직업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남편을 곤란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도 단단히 마음먹은 것 같다.

‘신경 쓰지 말자. 이런 시선은 얼마든지 받아봤으니깐.’

남자 고객이라면 대부분이 이런 시선을 보낸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보내는 고객은 거의 없지만, 아까같이 눈치 없는 남편 때문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보단 낫다고 생각하며 신경 끄고 운전에 신경 쓴다.

‘흥! 그런 시선 한 두 번 받아보는 줄 아나? 이래봬도 몸매에는 자신 있다 이거야.’

지기 싫어하는 그녀답게 또래 여성들에게 몸매로 밀리는 걸 용납 못하는 그녀는 몸매에도 상당히 신경 쓰는 편이다. 이런 시선은 오히려 자신에 대한 칭찬으로 여기며 기분이 살짝 좋아져 눈매가 고양이처럼 조금 올라간다.

‘눈매가 살짝 올라가네?’

김우영은 작은 그녀의 변화에도 눈을 떼지 않고 잘 기억해두며 계속해서 음흉한 시선을 던진다.
이런 시선을 던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은연중에 자신이 남편의 상사이며,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란 걸 인식시켜주기 위함과 그녀가 어떻게 나올지 보기 위해서다.
사회생활을 오래한 여성들은 이런 시선을 보내면 대부분 견적이 나오는데, 하나는 노골적으로 불편해하며 쏴붙이는 여성. 다른 하나는 괜히 건수 잡히기 싫어 참아보는 여성.

‘남편의 상사인 것도 한 몫 해서 인지 이번엔 후자군.’

참으면서도 이 와중에도 미소를 절대 무너뜨리지 않는 걸 봐선 능력 있고, 자존심이 강한 여성이다. 잘못 건들면 노골적으로 쏴붙이는 여성보다 더 위험하다.

‘어쩔 수 없지. 오늘 날 잡아야겠어.’

검은 정장 아래로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가슴을 내려다보며 어떤 속옷을 입고 있을지 상상하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두 사람이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자 드넓게 펼쳐진 하늘에선 조금씩 먹구름이 모여들며 음영이 조금씩 드리워지기 시작한 두 사람의 보금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정나은이 문을 열고 먼저 들어선다. 김우영은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가며 조용히 현관문에 잠금장치를 건다. 철컥하는 현관문의 잠금장치 소리가 울려 퍼지지만, 정나은도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자료가 있을 방으로 걸음을 옮긴다.

“자료가 어떤 이름으로 되어 있는지 아시나요?”
“아, 분명히…….”

김우영은 대충 둘러대며 책상 위 어질러진 자료를 뒤지기 시작하는 정나은의 뒤태를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일정을 물어본다.

“이거 죄송합니다. 아내 분께서도 출근하셔야 할 텐데. 시간 괜찮으신가요?”
“오호호~신경 쓰지 마세요. 저희 회사는 느슨한 편이라 오늘은 바로 외근 나간다고 보고 했으니, 출근 안하고 고객들 만나러 가면 되요.”
“그러시군요.”

자연스럽게 오늘 하루 그녀의 스케줄을 확인한 김우영은 가방 속에서 작업용 젤 하나를 꺼낸다. 술기운도 없이 자존심 강하고, 능력 있는 사회여성을 잡아먹고도 뒤탈이 없으려면 철저하게 해야 한다.

‘약점을 잡거나, 아주 쾌락에 푹 적셔야지.’

약점을 잡는 것도 재미있지만, 상대는 유부녀다. 한 번 맛 본 극상의 쾌락이란 건 좀처럼 잊혀 지지 않는다. 괜히 성욕이 3대 욕구가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맛보면 더욱 맛있는 음식을 찾듯 쾌락도 마찬가지다.
유부녀란 건 어느 정도 성욕과 쾌락의 맛을 알고 있기에, 이 맛이 얼마나 강하고, 극상의 맛인지 더욱 잘 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 날 잡고 쾌락으로 버무려 주지.’

약점을 잡는다는 풍류를 모르는 짓보단, 쾌락에 몸부림칠 유부녀의 자태를 상상하며, 무방비한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그 자료가 있긴 한가요?”

정나은은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다시 한 번 되물으며 서류더미를 다시 한 번 뒤진다. 등 뒤에서 느껴지던 인기척이 확 다가오자 정나은은 화들짝 놀란다. 밀착하듯 곁에 선 김우영 부장의 행동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살짝 곤혹스런 표정을 짓는다.

‘이정도로 곤혹스러워하니 알아서 떨어져 나가겠지?’

짜증이 확 솟구쳐 오르지만 최대한 억누르며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을 보여준다. 김우영은 그런 정나은의 최대한의 항의를 받아들였는지 미소 짓는다.

“허허 부인께서 찾고 계신 자료가 있을 리 없죠.”
“……무슨 뜻이죠?”

장난이라면 도가 지나쳤다. 정나은은 더 이상 영업용 미소로 답해줄 의향이 싹 사라졌는지 차가운 얼굴로 곁에 달라붙은 김우영을 떼어내려는 순간 소름끼치는 감각에 온 몸이 굳었다. 치마 위로 거친 손길이 엉덩이를 주무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뜻이지? 어때?”

정나은은 온 몸에 돌고 있던 피가 차갑게 식는 착각이 든다. 너무 열 받으면 오히려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냉정해진다는 게 이런 뜻인가 보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거친 손길을 탁 쳐내며 김우영 부장을 밀쳐낸다.

“어이쿠~거참 까칠하시네?”

김우영은 잠시였지만 옷 위로도 느껴진 그 탄력적인 엉덩이 감촉을 떠올리며 조롱어린 시선을 던진다.

“미안하지만 당신이 신경 쓸 정도로 내 남편이 무능력 한 것도 아니고, 나 역시 그렇게 싼 여자 아니거든?”

정나은은 자신이 그렇게 싼 여자로 보였다는 것에 자존심이 확 상하며 눈매가 고양이처럼 올라가며 사나워진다. 김우영은 또 다시 눈매가 올라가는 걸 보고 그녀의 버릇을 대충이지만 눈치 챘다.

‘자존심이 강한 여자답게 자존심이 상했을 때나 남들과 비교해서 우쭐할 때 눈매가 올라가는군?’

마치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한 것처럼 음흉하게 미소 짓는 그의 모습이 짜증난다.

“당장 나가요!”

정나은은 이런 남자를 두 부부의 소중한 보금자리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서 미칠 것 같다. 날카롭게 소리치며 현관을 가리키는 그녀의 모습에도 김우영은 미동도 않는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빤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김우영과 눈싸움을 한다.
오싹!

“…….”

정나은은 김우영과 눈싸움을 하는 도중 갑작스레 소름이 등골을 타고 달리는 걸 느낀다. 여자로써의 직감일까? 아니면 노골적으로 질척질척한 욕망이 묻어나는 그의 음흉한 시선 때문일까?
아니다. 그저 방 안을 서서히 채우는 이상한 분위기가 자신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뭔가 잘못됐어.’

입안이 바짝 마르는 걸 느끼며, 마른침을 꿀꺽 삼켜 봐도 거칠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은 진정될 기미가 안 보인다. 그렇게 숨 막히는 정적이 방 안을 서서히 채워갈 무렵 이변은 단 번에 일어났다.
정나은이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방에서 뛰쳐나갔다. 방밖으로 뛰쳐나온 정나은은 갑자기 시야가 빙글 도는 걸 느끼며 바닥에 쓰러진다.
우당탕탕!
갑자기 등 뒤에서 느껴진 강한 잡아당기는 힘 때문에 넘어진 것이다. 정장 상의에서 느껴지는 당기는 힘에 자신의 상의를 김우영이 붙잡아 잡아당겼다는 걸 알 수 있다.

“큭!”

넘어지면서 부딪힌 다리에서 올라오는 고통에 새어나오는 목소리를 억누르고, 정나은은 재빨리 정장 상의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벗어버린다. 상의를 벗어버리자 발목을 잡고 있던 당기는 힘이 사라지는 걸 느끼며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서서 현관문을 향해 달린다.
철컥!

“어?!”

자신의 집임에도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잠겨있는 걸 깨닫지 못하고 당황한 정나은의 목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또 다시 찾아온 부유감을 느낀다.
후두둑!

“꺄악!”

하얀색 와이셔츠는 등 뒤에서 당기는 강한 힘에 단추가 뜯겨 날아가며 브래지어를 가리기 위해 와이셔츠 아래 덧입은 얇은 민소매 티가 드러난다. 그녀의 애처로운 비명과 함께 폭하고 누군가의 품에 안긴 감각에 정나은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이이익!”

자신의 몸을 그 두터운 팔로 끌어안기 직전 그녀는 귀여운 기합을 내지르며 김우영의 품에서 뛰쳐나갔다. 그 과정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와이셔츠의 단추를 스스로 뜯어내고 도망갈 정도로 절박함이 묻어나던 그녀의 도주는 무의식적으로 부부의 침실로 향했다.
집이라는 건 보금자리 외에도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다. 또한 집 안에서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곳은 자신이 잠드는 곳이다. 현관이 막힌 이상 가장 안전한 곳이라 여긴 침실 쪽으로 무의식적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김우영은 손에 쥔 다 뜯긴 와이셔츠를 바닥에 던지고 그녀를 따라 침실로 따라 들어간다. 현관에서부터 이어진 그녀의 허물은 침실 쪽으로 이어져있고, 김우영의 침입을 저지하지 못한 부부의 침실에선 우당탕탕 하는 거친 소음이 터져 나온다.

“놔! 놓으라고!”

정나은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반쯤 열린 부부의 침실에선 그녀가 입고 있던 정장 치마가 바닥에 내팽겨 쳐지며 그 안에 있던 스마트 폰이 그 충격으로 튕겨져 나오는 게 보인다. 곧이어 김우영이 입고 있던 정장도 바닥에 한 꺼풀씩 던져지더니 곧이어 무언가 찢는 소리가 들려온다.

“자, 잠깐! 안 돼! 놔! 이 빌어……우우우웁!”

절박함이 묻어나는 정나은의 목소리가 집 안에 울려 퍼지더니 곧이어 억눌린 그녀의 신음소리와 함께 퍽 하는 강렬하면서도 찰진 소리가 은은하게 퍼진다. 잠시 동안 정적이 흐르던 부부의 침실에선 억눌리고 가느다란 목소리와 함께 삐걱거리는 침대의 비명과 질척하면서도 찰진 육중한 소리가 지속적으로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삐리리리리~삐리리리리~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정나은의 스마트 폰에선 경쾌하기까지 한 벨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 경쾌한 벨소리는 정나은에게 한 번 더 발버둥 칠 힘을 불어넣어주지만 마음과 달리 그녀가 자유롭게 버둥댈 수 있는 건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자신의 두 다리 뿐이었다.
육중한 중년남성의 배아래 깔려 버둥대던 한 떨기 꽃은 벨소리가 끊기고 메시지가 오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뭐, 뭐야? 왜 이러지?’

자신의 배위에 올라탄 채 짐승처럼 더러운 숨결을 내뱉으며 욕정을 풀고 있는 김우영과 억지로 범해지고 있는 이 특수한 상황 때문일까? 그가 허리를 내려찍으며 자신을 잡아먹을 듯 짓누를 때마다 자신의 중심부를 꿰뚫는 욕망의 덩어리를 그 어떤 때보다 강렬하고 세세하게 느낀다.

“우웁! 으읍!”

자신의 우악스런 손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있어 괴로운 신음소리도 만족스럽게 내뱉지 못하는 정나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유부녀의 육체를 마음껏 탐닉한다. 고양이처럼 날카롭던 그녀의 눈동자가 서서히 떨리기 시작하는 걸 보니 젤에 함유된 약효가 들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설마 젤이 최음 효과가 있는 녀석이라곤 몰랐겠지.’

영문도 모른 채 점점 민감해진 자신의 음부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는 정나은의 눈빛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허리를 튕긴다. 강제로 범하면서 절정에 오를 여인은 없다. 하지만 약에 기운을 빌린다면 못 오를 것도 없다.

‘다만 약의 기운이란 것도 모르고 억지로 범해지면서 서서히 달아오르는 자신이 원망스럽겠지.’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두 과실을 감싸던 새하얀 브래지어는 가슴 위까지 끌어올려진 채 속옷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자신의 힘에 따라 위, 아래로 출렁이는 그 풍만한 언덕을 다른 한 손으로 희롱하며 계속해서 허리를 놀린다.

“으읍……!”

정나은은 가랑이 사이에서 올라오기 시작한 쾌락을 견디느라 미칠 노릇이다. 자신이 이렇게 민감한 여자였는지 착각과 억지로 범해지는 상황에서도 흥분해가는 자신의 몸뚱어리가 원망스럽다. 그렇게 힘겹게 견디고 있는데 자신의 민감한 가슴까지 그 까칠까칠한 손으로 희롱하자 허리가 자신도 모르게 튕겨져 오른다.

‘오호? 반응 좋고?’

약이라 해봤자 몸의 자극을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이정도로 강한 반응을 보일 정도의 약이 아니란 뜻이다.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튕기고 그 반응이 수치스러웠는지, 떨리던 그녀의 눈동자엔 힘이 실린다.
정갈하게 틀어 올렸던 머리카락은 많이 흐트러져 요염함을 뿜어내고, 서서히 달아오르는 유부녀의 몸에선 수컷을 자극하는 야릇한 체취가 뿜어져 나오며 그 탐스러운 자태에 향기까지 머금으니 아무리 반항적인 눈빛으로 바라봐도 오히려 수컷을 흥분시킬 자극제밖에 되질 않는다.

“후후……이것 참 아내 분께서는 아직도 기가 살아계시는군요.”

잠시 허리를 멈추고 그녀의 속이 꽉 찬 허벅지를 주무르며 동시에 매끄러운 검은 스타킹의 감촉을 즐긴다. 정장을 입혀놓고 범하는 맛도 있지만 오늘은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어야 하니 알몸이 편하지만 스타킹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 힘으로 박기 편하게 가랑이 사이만을 찢었다.

“후웁! 후웁!”

강렬하면서도 열이 느껴지는 정나은의 얼굴부터 차근차근 그녀의 몸매를 감상한다.
자신의 육중한 몸에 밀려나 억지로 벌려진 유부녀의 하반신은 군데군데 찢어진 검은 스타킹은 그녀가 얼마나 발악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김우영이 내려다 본 두 남녀의 하반신은 딱 달라붙어 있어 마치 한사람의 몸인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살짝 볼까?”

김우영은 허리를 뒤로 살짝 움직여 그녀의 안에서 자신의 육봉을 꺼내든다. 틀어막은 자신의 손에 그녀의 뜨거운 입김이 토해져 나오는 걸 느끼며, 그녀의 안에서 구해낸 육봉을 내려다본다.
젤과 함께 투명하고 점성 높은 액체가 번들거리는 걸 보며 다른 한 손으로 그 액체를 찍어낸다. 그녀에게 보여주듯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로 길게 늘어지는 액체를 보여주며 자신의 코앞으로 가져가 냄새를 맡는다.

“발정 난 암컷의 체취는 참 매혹적이지.”
“…….”

터질 것처럼 달아오르는 정나은의 얼굴을 보며 김우영은 자신의 육중한 몸으로 짓누를 듯 그녀를 껴안곤 묵묵하게 그리고 더욱 강하게 허리를 내려친다. 발버둥 치던 그녀의 다리도, 강렬하게 적의를 내뿜던 그녀의 눈동자도 김우영이 허리를 내려칠 때마다 서서히 흐려지고 힘이 빠져나간다.
빠져나가는 힘 대신 그녀의 몸을 채우는 건 열락과 쾌락이다. 김우영이 흘리는 남자 특유의 땀 냄새와 정나은이 풍기는 유부녀의 야릇한 체취가 섞이며 부부의 침실 안을 묘한 향기와 열기로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부부의 침실 안을 꽉 채우고도 그 열기와 묘한 향기가 온 집안을 휘감을 시간이 지나자 오로지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짓누르고, 범하던 수컷은 무언가 한계가 온 것처럼 더욱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강하고 빠르게 허리를 놀리기 시작한다.

“후욱! 후욱! 후욱!”
“웁! 우웅! 으으읍!”

정나은은 괴로움과 쾌락이라는 상반된 감각을 동시에 느끼며 본능적으로 지금 자신의 배위에 올라탄 짐승을 떨쳐내기 위해 마지막 발버둥을 쳐보지만 이미 자신의 몸은 그의 욕망을 받아들일 준비가 끝마친 걸 느낀다.

‘아아……이럴 순 없어. 미안해요.’

더 이상의 저항이 무의미하다. 심지어 자신의 몸뚱어리는 자신을 배신하고 그가 주는 열락과 쾌락에 빠져 더 이상 발버둥 칠 힘까지 놓아버리자 누군가를 떠올리며 사과를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눈에는 강렬한 빛이 스며들며 굳게 마음을 먹는다.
침대 시트가 격렬하게 요동치며, 침대 기둥은 무너질 듯 삐걱, 삐걱 비명을 지른다. 자신의 하반신에서 울려 퍼지는 둔탁하고 질척한 소리는 어느 순간 절정을 맞이하는 짐승에 포효와 함께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밀착한다.

“크으으으으윽!”
“으우우우으으읍!”

비명을 토해내는 자신의 입을 꿰뚫고 나올 것 같은 그 강렬한 감각을 느끼며, 정나은은 쾌락에 파도에 휩쓸려 허리가 튕겨져 올라간다. 절정에 오른 그녀는 절대 이 남자를 지지대 삼아 절정의 파도에 견딜 순 없다고 보여주듯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두 다리는 짐승을 껴안지 않고 하늘로 치솟아 올라 부들부들 떨리며 애처롭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부드럽기 그지없던 유부녀의 몸은 지금까지의 부드러움이 거짓말처럼 딱딱하게 굳으며 온 몸을 경직시키고 있다. 다만 두 남녀가 이어져 있는 하반신만은 예외인지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파고든 남성의 육봉은 그녀의 안에서 커졌다, 작아지길 반복하며 울컥, 울컥 욕망의 덩어리를 마음껏 토해내고 있다.
짐승의 욕망의 덩어리를 모두 받아내고 있는 유부녀는 그 뜨거움과 절정의 파도 속에서 허우적대며 제정신을 차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자신의 아랫배에 쌓이는 뜨거운 액체를 느끼며 더욱 마음을 굳게 먹기 위해 눈에 힘을 주고 배위에서 덜덜 떨고 있는 짐승을 노려본다. 서로 그렇게 얼마나 이어져 있었을까?

“후~죽이는군. 특히 눈빛이.”

김우영은 절정에 오른 게 확실한 정나은이 절정의 파도에 덜덜 떨리는 몸을 숨길 생각도 않고 강렬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더욱 정복욕이 끓어오른다. 살짝 치켜 올라간 그녀의 눈매를 보니 절대 이런 남자에게 질 수 없다고 마음먹었나 보다.

“어디 오늘 한 번 진하게 놀아보지.”

김우영의 말을 끝으로 또 다시 두 부부의 침실에선 정나은의 애처로운 신음소리와 둔탁하면서도 찰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가장 안전하다고 여긴 자신의 집이 새장이 되어 그녀를 옥죈다. 새장 속에 갇힌 유부녀는 짐승 아래 깔려 그 애처로운 신음소리를 내질렀지만, 애석하게도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한 빗소리에 그마저도 씻겨 내려갔다.

오후부터 내린 비는 공기를 차갑게 식히고, 밤이 되어도 그 차가운 비는 그칠 생각을 않는다. 입김까지 나올 정도로 기온이 내려가자 사람들은 몸을 사리며 자신의 집으로 지친 발걸음을 서두른다.
그렇게 바깥 공기가 차갑게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어둡고, 음침한 두 부부의 단란한 침실은 뜨겁고, 퇴폐적인 공기로 꽉 차있다. 야릇한 체취와 비릿한 냄새로 꽉 찬 어두운 침실에 칙 소리와 함께 라이터에 불이 켜지며 알몸의 남자가 담배에 불을 붙인다.

“후우~”
“하아……하아…….”

남자가 담배 연기를 내뿜는 소리와 지친 여성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담배를 꼬나문 김우영은 어두운 침실 안을 제집인 양 돌아다니더니 손에 무언가를 들고 침대로 돌아온다. 침대를 전체적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은 김우영은 손에든 무언가에 스위치를 누르자 번쩍하며 강렬한 조명이 터진다.
강렬한 조명이 한순간 어둠을 몰아내고, 침대 위를 비추며 그 장면을 김우영의 스마트 폰에 담는다. 계속해서 터지는 강렬한 조명에 침대 위에 널브러진 유부녀의 여체가 보인다.
군데군데 찢어진 검은 스타킹은 끝까지 벗기지 않았는지 경련하는 다리를 감싼 채였으며, 가랑이 사이에서 왈칵, 왈칵 욕망의 하얀 덩어리를 토해내는 두툼하게 살이 오른 둔부 주위는 그 욕망의 결정체로 잔뜩 더러워진 채 검은 스타킹 때문에 더욱 또렷하게 보이며, 침대 시트를 푹 적시며 그 진하고 비릿한 향기가 풍겨 올라오고 있다.
유부녀라고 믿어지지 않는 매끄러운 복부는 땀으로 번들거리며, 그녀가 숨을 몰아쉴 때마다 탐스럽게 오르내리는 두 과실과 이어져 있는데, 부드럽게 부풀어 오른 그녀의 가슴에는 투명한 땀방울이 맺혀 가슴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다. 가느다란 그녀의 손가락은 얼마나 침대 시트를 쥐어뜯었는지, 하얗게 질렸으며 더 이상 팔을 들어 올릴 힘조차 없어 보이는 그녀의 팔은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내팽겨져 있다.

“신고는 하지말자? 이건 그냥 감상용이야.”

번쩍이는 조명에 흐릿한 정나은의 시선이 향한다. 처음 보여줬던 그 강렬하고 적의가 담겼던 눈빛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초점을 잃은 불순물이 낀 것처럼 빛을 잃은 그녀의 눈빛은 결국 그녀가 정복당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준다.

“…….”

선 분홍빛 입술은 얼마나 일방적으로 빨렸는지, 살짝 부어올랐으며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우물거리지만 말이 되어 나오진 않는다. 틀어 올렸던 머리는 완전히 풀어헤쳐져 침대 시트 위에 난잡하게 흐트러진 채 자신과 김우영의 타액으로 푹 젖은 모습이 관능미가 철철 넘친다.

‘후~오랜만에 힘 제대로 썼군.’

김우영은 담배를 끄며, 쾌락에 푹 절여진 유부녀의 몸매를 감상한다. 커튼이 쳐져 빛이 거의 새어 들어오지 않아 어스름한 침실. 두 부부의 침대 위에는 사지가 풀려 실신 직전인 유부녀의 자태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유부녀의 몸에서 풍겨져 올라오는 야릇한 체취는 더 할 나위 없이 향기롭고, 몸에서 솟아나는 꿀은 벌레를 꼬이게 하며, 더럽히면 더럽힐수록 수컷의 정복욕을 끓어오르게 하는 끝없는 매력을 토해낸다.
숫처녀와 처음 관계를 가져봤자 애처롭고, 애달프기만 하지 침대 위에 핀 이 농익은 꽃의 매력은 절대 따라올 수 없다. 남의 꽃이라는 배덕감까지 느낄 수 있으니 이보다 매력적인 꽃이 더 있으리?
김우영은 마지막으로 침대 위로 올라간다. 그만의 마지막 행위를 하기 위해서다. 축 처져있는 정나은은 그저 텅 빈 눈으로 그가 이끄는 데로 지친 숨을 쉬고 있을 뿐이다. 김우영은 그녀 머리맡에 자리 잡더니 그녀의 왼손을 이끌어 타액으로 질척거리는 자신의 육봉을 쥐게 한다.

“아~그래. 마지막은 이거지.”

힘없이 축 처진 그녀의 손에서 무슨 쾌락을 느끼는 것일까? 자신의 얼굴 위에서 자신의 왼손을 이용해 자위하고 있는 김우영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어스름한 어둠 때문에 지저분한 그의 하반신만 보일 뿐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정나은의 왼손을 이용해 자위를 하던 김우영은 어느 순간 억눌린 목소리를 내더니 그녀의 손으로 자신의 육봉을 꽉 움켜쥐게 하더니 하반신을 덜덜 떨며 욕망의 마지막 한 방울을 정나은의 지친 얼굴 위에 울컥, 울컥 싸지른다.

“……흐읏.”

정나은은 얼굴에 쏟아진 역겨운 욕망의 결정체에 눈을 꼭 감는 것 말곤 저항할 수 없다. 자신의 왼손에서 울컥, 울컥 맥동하는 욕정을 느끼며 얼굴에 피어나는 비릿하고 뜨거운 감각에 모든 걸 포기한다.

“후우!”

김우영은 사정이 끝나자 그녀의 가느다란 왼손을 자신의 육봉을 꼭 쥐게 하고 쾌락에 물든 유부녀의 얼굴에 쏟아진 자신의 욕망의 결정체를 내려다보이게끔 마지막 사진을 찍는다. 김우영은 지금도 자신의 육봉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유부녀의 손의 감촉과 왼손 약지에 낀 결혼반지의 이물감을 느끼며 만족스러워한다.
결혼반지가 껴져 있는 왼손에 자신의 더러운 체액을 전부 닦아내자 그녀의 왼손과 결혼반지는 질척거리며 그 더러운 체액으로 더럽혀졌다. 김우영은 만족스러워하며 주섬주섬 옷을 입고 모든 걸 포기하고 잠 드려는 그녀의 귓가에 악마의 속삭임을 읊조린다.

“기가 쎈 여자는 참 좋아. 이대로 자도 상관없지만……남편이 돌아올 걸?”

빛을 잃었던 그녀의 눈빛이 살아나는 걸 느끼며 김우영은 부부의 침실에서 나왔다. 쏟아지고 있는 빗줄기를 맞으며 김우영은 길거리 저편으로 사라졌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 오늘도 각자의 전쟁터로 발걸음을 옮기고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정나은도 직장과 가사를 겸업하며 오늘도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고 있다.

“하아~”

잠시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손에 꼭 쥐고 깊은 한숨을 내뱉는 그녀는 영락없는 직장인의 고뇌가 가득 담긴 모습이다. 계속해서 한숨을 토해내는 그녀의 모습에 주위 사람들은 일이 많이 힘든가 보다 라며 안쓰러운 시선을 던지고 지나간다.
정나은이 땅이 꺼져라 한숨 쉬는 이유는 고된 사회생활 말고도 한 가지가 더 있다.

‘그 빌어먹을 놈을 어떻게 엿 먹이지?’

쓰디 쓴 커피를 쪽 빨며 얼마 전에 일어난 그 날을 되새긴다. 신고하면 100% 잡아들일 수 있음에도 아직까지 그녀가 그를 신고하지 않고 이렇게 고민하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 남편이 괴로워 할 것이다.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는 지 걱정 될 정도로 순댕이에 덜렁이인 자신의 남편은 아마 아내가 그런 일을 겪었다고 하면 펑펑 우는 것만으로는 안 끝날 것이다.
두 번째 내 자존심이 허락 못한다.

‘그런 남자에게 깔려 실신하기 직전까지 가다니…….’

젤에 함유된 약의 기운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정나은은 그저 자신이 그 남자에게 졌다고 착각할 따름이다. 사실 약의 기운이 아니었더라도 몇 시간이고 계속된 집요하고 끈적한 그의 정사를 떠올리자 정나은은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크게 뛰고 아랫배가 뜨거워지는 감각에 화들짝 놀란다.

‘그 빌어먹을 놈 참 절륜했어.’

40대 중반에 들어섰다고는 믿기지 않는 정력과 김우영의 일생이라 할 수 있는 침대 기술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여자를 배아래 깔아뭉개고도 신고 한 번 제대로 안 들어간 이유는 이런 이유이다. 억지로 범해진 정나은 마저 그때를 떠올리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데 원해서 잠자리를 가진 여자들은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다.

‘두고 봐 한 방 크게 먹여줄 테니깐!’

정나은은 상처 입은 자존심의 수복을 위해서 복수의 칼날을 품고 커피를 쪽쪽 빨아댄다. 분노일까? 아니면 그때를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달아오른 걸까?
높아진 체온 때문에 안경에 김이 서리자 눈매가 고양이처럼 확 치켜 올라간다. 살짝 혀를 차며 안경을 벗어 조심스레 닦아낸 뒤 다시금 고객들을 만나러 하이힐 소리를 내며 길거리로 나아간다.

‘아 정말이지 얼마나 처박아댔으면……벌써 며칠 째야.’

까득 하는 소름 돋는 이가는 소리가 길거리로 사라져가는 정나은에게서 들려온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어야 할 그녀의 걸음걸이가 무언가 불편한 듯 묘한 건 어떤 이유였을까? 그 이유는 김우영과 정나은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시끌시끌한 회사원들이 하나씩 전화통을 부여잡고 각자 자신의 고객들과 씨름을 하는 이곳은 안정수가 일하는 영업부 사무실이다. 안정수도 전화통을 부여잡고 자신의 고객이 물어오는 업무관련 전화로 정신이 쏙 나갈 무렵 부장 자리에서 콧노래나 부르고 있는 김우영 부장이 눈에 들어온다.

‘참 속 편해 보여서 좋겠네.’

영업부 사원들은 밀려들어오는 업무 처리 때문에 미칠 노릇인데 부장이라는 사람은 콧노래나 부르며 의자에 쭉 뻗어있다. 안정수는 얼마 전에 있었던 중요한 계약의 의견 조정이 아직도 안 끝나서 미칠 것 같다.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아내에게 평소라면 하소연이라도 했겠지만 아내는 최근 굉장히 저기압인 모양이라 아내에게 하소연도 못하고 스트레스만 잔뜩 쌓이기 시작했다.

‘후~정말이지. 선물이라도 사가야 하나?’

그 날 외식을 못 한 게 그렇게 아쉬웠던 걸까? 아내는 요 며칠 사이 눈보라가 휘몰아치며 고양이처럼 올라간 눈매가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잘못한 건 자신이기에 아무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며 집에서도 편히 쉬기가 힘들다.

‘잠시 쉬자.’

안정수는 뒷골에서 올라오는 혈압에 전화통을 잠시 내려놓고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평소와 똑같이 커피 하나를 뽑아 밖으로 나왔다.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입에 담배 하나를 꼬나물곤 깊게 빨아들인다.

“후~”

푸른 하늘 너머로 사라지는 쾌쾌한 담배연기를 바라보고 있자니 조금 기분이 풀린다. 그렇게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걸쭉한 목소리가 자신을 찾는다.

“안정수 씨 불 좀 빌려주겠나?”
“음? 아, 김우영 부장님.”

아니나 다를까? 아내에겐 이가 갈리는 원수 김우영이 능글맞은 미소로 다가와 불을 빌려 담배를 꼬나물고 곁에 앉는다. 안정수는 편안한 휴식 시간에 이 능구렁이가 갑자기 끼어들자 좋아지던 기분이 다시 가라앉는 것 같다.

“그나저나 안정수 씨는 자식이 있던가?”
“예? 아뇨. 아내도 직장인이다 보니 서로 여유가 없네요.”
“허허. 지난번에 본 아내분이 굉장히 미인이시던데 능력까지 좋아?”

갑작스레 시작된 대화에 안정수는 의아해 하면서도 말을 맞춰준다. 이런 평범한 대화가 오가는 게 정상임에도 영업부 내에 깔린 부장을 무시하는 분위기 때문인지 꺼려지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보면 참 이 사람도 대단해.’

영업부 전체가 부장에게 업무적인 이야기 말고는 전혀 사적인 이야기를 안 하는 걸 보면 정말이지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 그의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심심한 나머지 얼마 전에 본 아내의 모습에 이야기꺼리 삼아 이렇게 다가온 걸지도 모른다.

“대단하죠. 저한텐 과분할 정도로 좋은 아내입니다. 남편 기도 살려주고, 지난번처럼 뭐 빼먹어도 가져다주고, 일 잘하고, 가사도 완벽하죠.”

자존심이 너무 강해서 가끔 곤혹스럽지만 그 점이 귀엽다는 소리는 쏙 집어넣었다. 아내 자랑이 너무 과하지 않게끔 적정선에서 끊은 셈이다.

“허허 안정수 씨가 여자 복은 있나보군. 어때 아내와의 잠자리는 좋은가?”
“예?”

뜬금없이 튀어나온 잠자리 이야기에 안정수가 벙 찐다. 안정수는 이 사람이 웬일로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나 했더니 역시 무리였나 보다. 자신이 벙 찌건 말건 김우영 부장은 한 번 터진 성적인 이야기를 주워 담을 생각이 없는지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한다.

‘참……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었지.’

술자리에서도 여자이야기, 업무는 뒷전이고 여사원 꽁무니 따라다니기, 입만 열면 터져 나오는 성적인 농담과 이야기. 안정수는 푸념 들어주는 심정으로 그가 하는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오호 얼마 전에 한 유부녀를?’

안정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고 해도 그도 남자인지라 남자끼리 하는 수위 높은 이야기에 자신도 모르게 관심이 쏠린다. 김우영은 그가 관심 있어 하는 모습이자 더욱 진한 미소를 입가에 띠며 이야기에 박차를 가한다.
이야기를 종합하면 그 지적이고, 청순한 분위기의 유부녀는 업무상 만나게 되었는데, 어찌나 자존심이 강한지 그 모습에 정복욕이 끓어올라 오랜 시간 작업을 했다고 한다. 자존심이 강한 여자여서 상당히 힘들었지만 결국 배아래 깔아뭉갰다고 한다.

“그때 찍은 사진도 있는데 어떤가 한 번 볼 텐가?”
“예? 사진도 찍으셨어요?”
“아 못 찍을 건 무언가? 그녀만 허락하면 되지.”

김우영 부장은 자랑하듯이 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들어 스마트 폰을 조작하는 듯싶더니 안정수의 눈앞에 스마트 폰 화면을 드리운다.

“오호? 대단하신데요?”
“그치? 죽여주지 않나?”

안정수는 스마트 폰 화면에 띄워진 사진에 침을 꿀꺽 삼킨다. 어두운 방 안에서 조명을 터트리며 찍었는지, 방안 풍경과 여성의 얼굴은 내려앉은 어둠 때문에 전혀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알몸은 적나라하게 잘 보인다.

‘부장님 정력이 절륜한가 보네…….’

사진 속의 유부녀는 완전히 사지가 풀렸다는 걸 사진만으로도 그 느낌이 전해진다. 찢어진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다리는 절정으로 인한 떨림이 전해지는 것 같고, 두툼하게 살이 오른 둔부와 그 아래에서 흘러내리는 하얀 정액의 모습에 살짝 놀란다.

‘안에 싸질렀어? 아무리 유부녀라지만 이러다 애 생기면 어쩌려고…….’

안에 싼 것도 놀라운데 그 양이 얼마나 많은지 침대 시트를 푹 적시고도 가랑이 사이에 말라붙은 정액의 모습에 안에 싸지른 건 더 많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준다. 매끄러운 복부나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가슴은 유부녀답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능력 좋으신데요?”
“후후 비행기 태워줘도 뭐 안 나오네?”
“그건 아쉽군요. 그럼 전 이제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러게나. 참 조만간 부부동반으로 밥이나 한 끼 하지? 다른 사원들도 불러서 내실이나 다지자고.”

안정수는 김우영 부장의 뜬금없는 제안에 눈살이 찌푸려지려는 걸 겨우 막았다. 회식이라는 녀석은 업무의 연장이다. 회식 문화가 많이 개선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회사가 많고, 우리 영업팀 역시 아직 그런 분위기다. 그의 말대로 내실이나 다지자고 모이는 회식자리에 계급 떼고 노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부부 동반? 이 양반이 미쳤나?’

자신에게만 제안 한 것이면 아내가 바빠서 안 된다고 거절 하겠지만 다른 사원들도 부르자는 이야기는 반쯤 강제란 소리다. 알아서 미운 털 박힐 짓만 골라하는 저 김우영 부장의 모습에 깊은 한숨이 터져 나오려는 걸 틀어막고 고개를 끄덕인다.
군대나 사회나 계급이 깡패다.

“아내가 바쁜지라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알겠습니다.”

안정수는 주머니에서서 느껴지는 스마트 폰 진동에 황급히 일어나 사무실로 복귀한다. 안정수 사원이 사무실로 복귀하는 걸 지긋이 바라보던 김우영은 다 태운 담배를 비벼 끄며 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리며 손에 쥔 스마트 폰을 바라본다.

“고년 참 맛있었는데 말이야. 어떻게 할까나.”

스마트 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조작해 옆 사진으로 넘어가자 안정수 사원에게 보여준 사진과 달리 방안 풍경과 얼굴이 제대로 찍힌 유부녀의 사진이 화면에 떠오른다.
그 자존심 강하다는 유부녀는 완전히 여자의 얼굴이 된 채 쾌락에 푹 젖은 여체를 주체 못하고 실신하기 직전인 정나은의 적나라한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안정수는 아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선물이나 외식 등 부단히 노력했다. 그런 자신의 정성이 먹힌 걸까? 아내는 고마워하면서도 미안함을 표했다.
오늘은 아내가 컨디션이나 기분이 나쁘지 않은지 저녁 거하게 쏜다고 해서 두 사람 모두 퇴근하자마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고 있다.

“아, 정말이지 이번 계약자가 말이야…….”
“그런 타입 있지. 정말 짜증나는…….”

두 부부는 저녁을 먹으면서도 겪은 사회생활의 고충을 토로한다. 같은 일을 한다는 건 이런 게 좋은 것 같다.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 고충을 서로 토로함으로써 어느 정도 스트레스도 해소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뒷담화지만…….
그렇게 저녁식사를 마무리 짓고, 술도 조금씩 들어가 양 뺨이 살짝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른 아내의 모습은 정말이지 아름답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잔잔한 음악. 강하지 않은 조명은 지적이면서도 청순한 정나은의 매력을 더욱 끌어올려준다.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응? 후후 그러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이 바로 술이다. 아내는 회식자리에 나가도 많은 술을 안 먹는 편인데, 근래 들어 어쩐지 주량이 늘은 것 같다.

‘고민이라도 있나?’

안정수는 아내의 어깨를 살짝 끌어안아주며 그저 조용히 어깨를 빌려준다. 아내도 싫지만은 않은지, 자신의 어깨에 기댄 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한다.
코를 간질이는 화장품 냄새와 그 속에 은은하게 섞여있는 아내의 향기로운 살내음은 오랜만에 가슴 속의 성욕을 끓어오르게 한다. 붉은 립스틱으로 물든 두툼한 입술이 오늘따라 왜 이리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자신도 취한 것 같다.

“그만 갈까?”
“응? 그러자.”

술을 먹을 생각이 없었는데, 분위기를 타 술까지 먹은 관계로 어쩔 수 없이 대리를 불렀다. 아내는 오늘따라 술이 잘 받았는지, 살짝 풀린 동공하며 비틀거리는 걸음 거리가 불안하다.

“조심해.”
“으음…….”

퇴근하자마자 외식을 한 관계로 두 사람 모두 불편한 정장차림이다. 아내는 하이힐까지 신어 제대로 서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인다. 안정수는 그런 아내를 부축해 먼저 차에 태운 뒤 대리기사가 오길 기다리며 담배를 태운다.

“이거 참 저렇게 푹 퍼져서는 오늘 밤 하기 힘들겠네.”

오랜만에 분위기 좀 잡아보려 했더니 이미 꿈나라로 떠나신 공주님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쉰다. 그 자존심 강한 아내가 저렇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자신뿐이다. 이렇게 때때로 반전 매력을 보여주니 어떻게 저런 여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차 안에서 색색 소리를 내며 잠든 아내를 바라보며, 담배를 다 태울 무렵 대리기사가 도착했다. 집을 향해 미끄러져가는 자동차에서 잠든 아내의 옆모습을 훔쳐본다.

‘……장난치고 싶네.’

안정수는 미인 아내를 가지고 있기에 그에 대한 불안감도 많지만 동시에 자랑하고 싶은 과시욕도 조금씩 생겨났다. 최근 아내와 잠자리를 제대로 같지 않아 성욕이 쌓일 때로 쌓인 그는 슬금슬금 올라오는 장난기와 술기운이 섞여 한 가지 재미있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해볼까?’

안정수는 백미러로 보이는 대리기사의 모습을 찬찬히 뜯어본다. 준수하게 신뢰감이 묻어나는 한 가정의 아버지의 모습. 자신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야 5~10살 정도밖에 안 날 것 같다.
정나은이 생각하는 남편은 순댕이에 덜렁이인 이미지다. 하지만 모든 남자는 가슴속에 늑대를 품고 있으며, 때때로 그 늑대는 짓궂은 장난도 서슴없이 한다는 걸알까?
그리고 이미 고개를 든 그 늑대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안정수의 가슴속에서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덥다고? 알았어. 잠시만.”

꿈나라에서 뛰놀고 있는 정나은이 대체 무슨 말을 했다고 이러는 걸까? 안정수는 마치 아내가 덥다고 칭얼거렸다는 듯이 혼잣말을 하며 그녀의 정장 마이의 단추를 풀러 벗겨준다. 아내의 피부처럼 뽀얀 와이셔츠가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며 안정수의 눈을 어지럽힌다. 안정수는 완전히 채워져 있는 와이셔츠 단추 몇 개를 풀러 옷맵시를 흐트러뜨린 뒤 시선을 아래로 떨어트린다.

‘오늘은 살색 스타킹이네.’

검은 정장 치마 아래로 시원하게 뻗은 아내의 다리는 살색 스타킹에 감싸여 스타킹이 있는 듯 없는 듯 불빛이 비춰질 때만 때때로 그 매끄러운 질감을 표현한다. 취한 아내의 다리를 자신의 손으로 조금 벌어지게 한다. 벌어진 정장 치마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아내의 가랑이 사이를 살짝살짝 건들며 자극한다.

“으음…….”

안정수는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눈을 안 뜨는 아내를 보며 오늘 제대로 가셨다고 생각하며 더욱 대담하게 아내의 가랑이 사이를 스타킹 위로 괴롭힌다. 그 묘한 자극에 정나은은 잠결에 달콤한 숨결을 뱉으며 더욱 다리가 넓게 벌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걸…….’

안정수는 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 동영상 촬영모드를 누른 뒤 아내의 모습이 잘 찍히도록 운전석 뒤에 달려있는 주머니 속에 집어넣은 뒤 돌연 대리기사를 부른다.

“아 기사님 죄송한데, 지금 급해서 그런데 잠시 차 좀 세워주실 수 있나요?”
“예? 아……예.”
“저쪽으로 차를 돌리면 작은 공원이 나오는데 그쪽으로 좀 부탁드립니다.”

안정수의 요청에 대리 기사는 핸들을 돌려 5분정도 거리에 있는 작은 공원에 도착했다. 공원 입구에 도착하자 안정수는 배를 움켜잡는 시늉을 하며 차에서 내린다.

“이거 죄송합니다. 갑자기 신호가 와서……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배탈이라도 났는지, 배가 요동치네요. 근처 화장실이 있지만 열렸을지 모르겠네요. 한 20분쯤 걸릴 것 같은데 잠시 기다려 주시겠어요?”
“……그러죠.”

대리기사는 시간이 늦춰질수록 돈 벌이가 줄어든다. 그걸 아는지 안정수는 더 얹어주겠다고 하며 자기가 올 때까지 대신 아내 좀 잘 부탁한다고 잠든 아내를 손으로 가리킨다.

“술 많이 마셔서 토할지도 모르니 낌새가 이상하면 부탁드립니다! 꼭이요!”

대리기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별 반응이 없자 안정수는 적극적이지 않은 대리기사의 반응에 마음대로 안 된다고 생각하며 입맛을 다시고 화장실로 향했다.

“하긴 요새 여자 잘못 건들면 훅 가서 그런가?”

공원 화장실 근처에서 담배나 뻑뻑 태우며 시간을 죽인 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차 근처에 왔을 땐 일부러 발걸음 소리를 크게 내며 다가갔다. 거의 땅을 찍듯이 다가왔으니 이 고요하기만 한 작은 공원에 자신의 발걸음소리가 울려 퍼지다시피 한다.

‘흠……그냥 운전석에 있네.’

안정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미안함을 표하고 차에 탔다. 아내는 자신이 내릴 때와 같이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스마트 폰을 회수 하고 작은 공원에서 차가 집을 향해 다시금 출발했다. 집에 도착하자 대리기사는 돈을 받곤 거의 날아가다시피 사라지는 걸 보며 안정수는 무슨 일이 벌어지긴 했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닫곤 다시금 차에 올라타고 스마트 폰에 찍힌 영상을 확인한다.

‘잠시만 기다려 이것만 확인하고.’

색색 잠든 아내 곁에 아내가 희롱 당했을지 모르는 영상을 확인하고 있자니 벌써부터 입안이 마른다.
흘러가는 영상에는 아내가 잠든 모습이 계속해서 찍히더니 내가 차를 떠나는 게 보인다. 한동안은 조용한 아내의 숨소리만 들리더니 곧이어 찰칵하는 운전석이 열리는 소리가 나며 대리기사가 내린다. 곧이어 뒷좌석 문이 열리더니 잠든 아내 곁에 한 인영이 드리우는 게 보인다.

‘그럼 누구 아내인데……이런 여자를 보고도 흥분 안하는 건 남자가 아니지.’

결혼 한 뒤 무의식적으로 아내에 대한 과시욕이 생긴 안정수다. 평소 자신도 모르게 억눌러 오던 과시욕이 술이 들어가면서 차곡차곡 쌓인 성욕이라는 폭탄에 불을 붙은 결과다. 내일 술이 깨면 후회할 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늑대라는 본능이 좋다고 박수치고 있다.
대리기사는 잠시 그렇게 곁에 앉아있더니 아내의 어깨를 흔들어보는 등 아내의 반응을 잘 살피고 있다. 아내가 완전히 꿈나라에서 헤매며 정신이 없는 걸 확신했는지 곧이어 대리기사는 아내의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가슴을 와이셔츠 위로 꽉 움켜쥔다.

‘허어? 이 사람 생각보다 대담하네.’

처음에 소심한 모습은 어디 갔는지, 아내의 가슴 형태가 일그러질 정도로 강하게 쥐는 모습이 예사롭지가 않다. 와이셔츠 위로 대리기사의 손이 파고들 정도로 강하게 움켜쥐면서도 아내는 그저 잠꼬대만 할 뿐 별 반응이 없자 대리기사는 재빨리 다른 한 손을 아내의 정장 치마 안으로 쏙 집어넣는다.
한 손으로는 아내의 가슴을 탐하며 정장 치마 속으로 들어간 한 손은 영상을 보고 있는 자신에게까지 초조함이 전해지는 빠른 손놀림으로 아내의 가랑이 사이를 탐한다.

“각도가 약간 아쉽네.”

운전석 뒤쪽 주머니에서 촬영한 영상이라 아내의 정면이 아니다. 양껏 벌어진 아내의 다리사이를 오가는 대리기사의 팔뚝과 아내의 육덕진 허벅지 때문에 그 안까지는 영상에서 확인이 되질 않는다.

-흐으음……으음…….

그렇게 가슴과 가랑이 사이를 탐하는 대리기사의 손놀림 때문이었을까? 아내는 달콤하면서도 뜨거움이 느껴지는 숨결을 내뱉자 대리기사는 화들짝 놀라며 손이 멈춘다. 하지만 아내가 깨어난 게 아니란 걸 깨달았는지 영상 속에서 대리기사의 안도의 한숨소리가 새어나오더니 아내의 가슴과 치마 속에서 손을 뗀다.

“응?!”

아내의 가슴은 둘째 치고 아내의 치마 속에서 꺼내든 대리기사의 손가락에는 반짝이는 무언가가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는 게 보인다. 안정수는 깜짝 놀라 곁에 잠든 아내의 정장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찔꺽.

‘허허~나은이도 많이 굶었나?’

자신의 손가락에 찍혀 딸려 올라온 건 여성의 기쁨의 눈물이라 할 수 있는 애액이다. 안정수는 바지 속에서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자신의 육봉을 느끼며 다시 영상에 집중한다.
대리기사는 손에 묻은 애액을 관찰하는 듯싶더니 잠시 몸을 일으켜 운전석으로 손을 뻗는다. 화면이 잠시 흔들리는 걸 보니 운전석을 조작하는 것 같다.

‘뭘 하려는 거지?’

곧이어 화면의 흔들림이 멈추자 어쩐지 화면이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아내의 전체적인 모습이 더욱 잘 보이는 걸 보아 운전석을 약간 앞으로 민 것 같다. 운전석을 앞으로 밀자 생겨난 그 작은 공간에 대리기사가 쪼그려 앉자 화면이 꽉 차는 느낌이다. 앉은 채 잠든 아내에게 손을 뻗은 대리기사는 아내를 옆으로 눕힌다. 영상에선 대리기사의 몸에 가려 아내의 하반신만 보인다.

“으엥?!”

안정수는 이어진 대리기사의 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당황해 소릴 내버렸다. 대리기사가 바지와 함께 팬티까지 확 내려버린 것이다. 그렇게 당황하고 있는 자신의 심정도 모르고 영상을 계속해서 흘러간다.
화면 가득 차지하는 대리기사의 지저분한 엉덩이가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한눈에 봐도 힘을 주는 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대리기사의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며 허리를 낮춘다. 그렇게 허리를 낮춘 채 잠시 정적이 흐르는 사이 한손으론 아내의 탐스런 엉덩이를 주물럭거리기 시작한다.

-음…….

대리기사의 억눌린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더니 낮췄던 허리를 천천히 들었다가 내리기 시작한다. 안정수는 그 모습에 깜짝 놀라며 한 장면이 떠오른다.

‘지금 아내 입에 넣은 거야?!’

아내 얼굴 쪽에서 천천히 허리를 놀리기 시작하는 대리기사의 뒷모습을 보며 그 대담함에 혀를 내두른다.

-으, 우웁…….

대리기사의 허리놀림은 초조함이 극에 달했는지, 조심스러우면서도 최대한 쾌락을 탐하는 그 모습이 영상 너머로도 전해진다. 간간히 아내의 무언가를 머금은 목소리는 더 할 나위 없이 안정수에게 흥분을 제공한다.
대리기사의 허리놀림은 서서히 그 초조함이 절정에 달해가자 아내의 엉덩이를 더듬던 손도 덩달아 정신없이 아내의 하체를 탐하며, 엉덩이나 육덕진 허벅지, 그리고 질척이는 가랑이 사이를 오간다.

-흐으!

대리기사의 초조함이 극에 달했는지, 그 억눌리고 낮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차체가 들썩일 정도로 허리를 흔들기 시작한다. 처음에 그 조심스럽던 모습은 어디가고 완전히 쾌락을 탐하는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버린 대리기사를 보며 자신의 아내는 이런 아내라고 자랑스러워해야 할지 걱정해야할지 모르겠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은 그저 흥분된다는 것.

-큭!
-으웁!

곧이어 대리기사의 작은 신음과 함께 아내의 괴로운 목소리가 들린다. 요동치던 허리와 정신없이 아내의 하반신을 탐하던 대리기사의 손은 정지버튼을 누른 것처럼 멈춘다.
대리기사의 손은 아내의 살색 스타킹에 감싸인 육덕진 허벅지를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강하게 움켜쥐고 있고 위에서 찍어 내리다시피 들린 허리와 지저분한 엉덩이는 힘이 잔뜩 들어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힘줄이 툭 튀어나온 대리기사의 허벅지 사이로는 아주 작게 아내의 입술로 보이는 붉은 색이 보이고 그 붉은 색이 무언가를 가득 머금고 있는 것이 화면에 작게 보인다. 아내가 머금고 있는 것이 커졌다 작아지며 무언가를 토해내고 있다. 대리기사는 위에서 찍어 내리다시피 들렸던 허리를 서서히 핀다.

‘보이나?!’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일까? 굉장히 조심스럽게 허리를 피자 화면 안을 꽉 채우던 남성의 엉덩이보단 그 허벅지 사이에 아내의 얼굴이 조금씩 보인다. 술기운 때문일까? 숨이 막혔던 걸까? 살짝 상기된 아내의 양 뺨과 붉은 입술 가득 머금어져 있던 대리기사의 육봉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게 보인다.

-후우…….

많은 것이 묻어나는 대리기사의 숨소리와 동시에 아내의 입은 해방감을 되찾는다. 단편적이지만 아내의 잠든 얼굴이 보이는 게 그렇게 흥분될 수가 없다. 하지만 그걸 대리기사가 알기라도 하듯 확 바지를 끌어올려 버리자 허벅지 사이로 보이던 아내의 얼굴이 전혀 안 보인다.
그렇게 바지를 추켜올린 대리기사는 재빨리 아내를 일으키곤 옷맵시를 정돈하는 등 한참을 난리를 친다. 아내의 입가 주위에 번들거리는 액체는 재빨리 휴지를 뽑아 닦아 한 치의 흩트림도 용서 못 한다는 듯 몇 번이고 아내의 입가나 옷맵시를 체크한 뒤 뒷좌석에서 물러난다.

“이거야 원…….”

안정수는 대리기사의 대담함에 입맛을 다신다. 기껏해야 무방비한 아내의 몸을 다른 남자가 주무르는 걸 생각하며 벌인 일인데 일이 커졌다. 하지만 용솟은 치는 하반신과 풀 액셀을 밟은 듯 쿵쿵 뛰는 심장은 이성 따위 날려버린다.

‘그래. 아내도 모르고, 자신도 모른 채 하면 되겠지.’

곁에 잠든 아내의 입술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본다. 방금 전까지 저 두툼한 붉은 입술에 이름도 모를 남성의 육봉이 들어갔으며, 그의 욕망의 덩어리를 있는 대로 털어 넣었다고 생각하니 죄책감보단 성욕이 더욱 샘솟는다.

“에라 모르겠다!”

안정수는 한동안 아내와의 잠자리를 가지지 못해 쌓이고 쌓인 성욕이 이끄는 대로 폭탄을 터트렸다.

야심한 시각. 안정수와 정나은 두 부부가 살고 있는 보금자리 주차장에는 수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늦은 시각임에 틀림없어 더 이상 들어오는 차도, 나가는 차도 없는 정적이 감돌며 주차장 특유의 쾌쾌한 냄새와 싸늘한 냉기가 서서히 올라온다.
지상보다 주차장이 온도가 따스해 한 마리의 길고양이가 하룻밤을 지내기 위해 주차장으로 숨어들었다. 길고양이는 본능적으로 더 따스한 자동차를 찾아 그 아래에 자리를 잡곤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몸을 눕혔다.
길고양이가 자리 잡은 그 자동차는 다른 자동차보다 기묘하리만치 열기를 내뿜고 있다. 곧이어 그 열기를 내뿜던 자동차의 창문에는 불쑥 살색 스타킹으로 감싸인 여성의 두 다리가 올라온다. 곧이어 정적만이 흐르던 주차장엔 무언가 들썩이는 소리와 함께 그 묘한 열기를 띄우던 자동차가 꿀렁이기 시작한다. 창문 너머로 보이던 여성의 두 다리는 자동차의 진동에 맞춰 힘없이 흔들린다. 힘없이 흔들리던 여성의 다리는 정신을 차린 듯 힘이 들어가더니 두 다리를 교차해 누군가를 꼭 껴안듯 내려간다.
고요한 주차장 안을 자동차가 들썩이는 소리 외에도 사랑하는 이와 사랑을 나누는 여성의 기쁜 비음도 조금씩 섞여 은은하게 주차장 안에 퍼져나간다.

“갸르릉~”

하룻밤을 편히 보내기 위해 주차장에 숨어든 길고양이만이 갑작스런 소란에 불만어린 울음소리를 내고 들썩이는 자동차를 멀리하고 주차장을 나간다.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은 도시 서울.
주말이면 이 숨 막히는 곳에서 뛰쳐나가 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들이 종종 찾는 곳이 있다. 차를 타고 서울근교와 경기도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자연산림장이나 작은 펜션들은 그런 지친 도시 현대인들을 상대로 장소를 제공해주는 곳이 많다.
불타는 금요일이라는 말이 있듯 금요일 저녁이 되면 이런 펜션들에는 사람들이 북적이는데, 서울에서 차를 타고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이 한적한 마을의 이름도 없는 작은 뒷산에 지어진 펜션도 오늘은 만원사례를 맞이하고 있다.
주위에 마을이라고 해봐야 몇 가구 살지도 않고, 절경도 없고, 그저 적막함과 한적함만이 장점인 이 펜션. 서울에서 보기 힘든 드넓은 밤하늘과 조명대신 캠프파이어를 설치해 분위기를 잡았으며,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맛있는 바비큐, 신선한 음식들이 계속해서 제공되고 있어 지친 현대인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생각보다 제대로인데?”
“……그러네.”

캐주얼한 복장의 안정수와 그의 아내 정나은도 그 사람들의 무리에 끼어있다. 이 펜션에 모인 사람들은 안정수에겐 매일같이 살을 비비고 사는 회사동료들이었으며, 그들은 하나같이 부부동반으로 이곳에 놀러왔다.
김우영 부장이 제안했던 부부동반인 내실다지기라는 명목하의 큰 회식이다.
지나가는 말투로 한 줄 알았던 부부동반의 회식은 김우영 부장의 적극적인 추진에 따라 그 규모가 커져 당일치기긴 해도 서울 근교의 펜션까지 빌려 이렇게 모인 것이다.

‘그나저나 통 크네…….’

지금 이 펜션을 빌린 것도, 음식을 내놓는 것도 전부 김우영 부장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금요일 밤이라는 짧다면 짧고, 다음 날 쉬는 날이라는 점도 고려해 주도면밀하게 날짜까지 잡아 사원들이 도망 못 가게 계획을 잡은 것도 참 용하다.

‘그래도 여사원들은 도망갔지만.’

대부분 이 회식에 참여한 건 영업부 남성 사원들이다. 물론 부부동반이라는 점 때문에 남녀 비율이 안 맞는 건 아니지만 이런 자리를 싫어하는 여사원들은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빠졌다. 공짜 밥과 자연이 가득한 펜션에서 하룻밤이라는 좋은 미끼를 덥석 문 여사원도 몇몇 되지만…….
대부분 차를 끌고 와 술을 안 마실 줄 알았던 이 회식은 다음 날 오전 12시까지 이 펜션을 대실했다는 김우영 부장답지 않은 통 큼과 배려에 다들 환호를 지르며 좋아했다. 거기에 자지 않고 돌아갈 사람을 위해 펜션 측에서 대리기사도 준비해놨다고 하니 어찌 술을 안마시고 버티겠는가?
완전히 축제가 벌어졌다. 오랜만에 정말 회식다운 회식에 다들 졸라맸던 허리띠 풀고 먹고, 붓고 계급장 뗀 채 놀고 있다.

‘정작 당사자는 자리를 슬슬 피해준단 말이야?’

김우영 부장은 정말로 사원들을 편하게 즐기게 해주려고 배려를 한 것일까? 처음에만 부장이라는 자리를 이용해 이 자리에 모인 이들에게 덕담과 이런 저런 말을 한 뒤 잠깐, 잠깐씩 회식자리에 모습을 보여줄 뿐 어딘가에 처박혀서 모습조차 보여주질 않는다.

“아무렴 어때.”

안정수는 피식 웃곤 그저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동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친목도 다지고,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며 술과 맛있는 음식도 먹고 사랑스런 아내까지 곁에 있으니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이런데 온 것도 오랜만이다. 그치?”
“응? 응. 그렇긴 하네.”

고기를 접시에 나눠담고 있던 아내는 남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한다. 안정수는 알딸딸하게 들어간 술 때문에 더욱 아내가 예쁘게 보인다.
어스름한 어둠 속 캠프파이어 불빛에 보이는 아내는 자신처럼 편한 복장인데, 여전히 긴 생머리는 깔끔하게 틀어 올려 고정시켰고, 산속은 밤이 되면 추울까봐 입고 온 크림색 스웨터와 하얀색 스키니 진을 입었다. 직장 여성의 전유물인 하이힐도 벗어던지고 편안한 운동화까지 신으니 지적이고, 청순하기만 하던 아내가 20대 대학생처럼 쾌활한 분위기를 띈다.

‘내 아내지만 자기 관리는 참 잘해요.’

군살하나 없는 매끄러운 라인에 크림색 스웨터 위로 부드럽게 부풀어 오른 두 가슴과 딱 달라붙는 스키니 진 때문에 탄력적으로 툭 튀어나온 아내의 업 된 엉덩이는 때려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헤실헤실 징그럽게 웃는 안정수를 눈치 챈 걸까? 정나은은 고양이처럼 눈매가 올라가며 남편의 징그러운 시선을 털어내듯 몸을 휙 돌려버린다.
찰싹!

“꺅?!”

사람들의 시끌시끌한 웃음소리와 말소리 속에 찰진 소리와 함께 정나은의 귀여운 비명이 섞이더니 곧 흩어져 사라진다.

“이 사람이?!”
“하하하 우리 아내 엉덩이 참 예쁘네?”

고양이처럼 확 치켜 올라간 정나은의 눈매는 완전 무장상태다. 평소라면 아내의 저런 날카로운 태도에 깨갱하며 꼬리를 말았겠지만 술만 들어가면 이상하리만치 대담해지는 그다. 그렇기에 그저 고양이처럼 날 선 아내의 모습에도 하하 웃을 뿐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모습에 정나은은 피식 웃으며 한숨을 쉴 뿐이다.

‘하여간 이 사람은 평소에 그렇게 순댕이에 덜렁이면서 술만 들어갔다 하면…….’

정나은은 남편의 술버릇에 한숨을 쉰다. 평소 어딘가 나사 빠진 것처럼 덜렁거리고, 그저 사람 좋은 미소로 헤헤거리는 남편은 술만 들어갔다 하면 사람이 변한다. 원래 평소 화 안 내는 사람이 한 번 화를 내면 무서운 것처럼 남편도 약간 그런 스타일이다.

‘다만 해소 시키는 방향이…….’

평소에 자존심 강한 자신의 엉덩이 밑에 깔려 기가 죽은 탓인지, 대담해지고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았던 성적 욕망이 터져 나오는 스타일이다. 술만 마셨다하면 얼마나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오는지 자신이 피곤하건 말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사랑을 나눈다.

‘얼마 전에도 술이 들어갔다 싶더니만 결국 차에서…….’

멀쩡한 집 놔두고 집 주차장에서 한참을 그렇게 사랑을 나눴던 걸 떠올리자 뺨에 열기가 올라온다. 뭐 저런 면도 다 사랑스럽기에 결혼한 거다.

‘이럴 때라도 기를 펴줘야지.’

평소 남편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노력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자존심 강한 자신을 데리고 살려면 알게 모르게 고충이 심할 것이다. 술기운에 터져 나온 그의 어리광을 이럴 때라도 받아줘야지 언제 받아주겠는가?

“이거나 먹고 잠이나 자.”

정나은은 헤실헤실 쪼개고 있는 남편에게 고기와 술을 반쯤 강제로 먹이며, 아예 보내버릴 생각을 한다. 어중간하게 먹었다간 또 밤이 고달파진다.

‘그나저나 그 빌어먹을 놈 한 방 먹이려고 왔는데…….’

정나은은 남편이 동료들에게 가버리자 음식을 먹으면서도 고양이처럼 날카로운 눈매로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한 사람을 찾는다. 남편이 이곳에 오자고 했을 때 분명 그 빌어먹을 놈이 또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생각에 고민했지만 어차피 얼굴을 봐야 한 방 먹일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엿 먹일지 모르겠단 말이야.’

사진까지 찍혔다. 오히려 그런 사진이 증거가 되 100% 잡아들일 수 있지만……이놈의 자존심은 그걸 용납 못 한다. 어떻게든 한 방 먹이지 않으면 분이 안 풀리는 그녀는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강한 자존심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모르겠다. 어차피 호랑이 굴에서 잠 잘 생각은 없으니 적당히 먹고 즐기다가 빠져야지.”

김우영이라는 짐승이 언제 아가리를 벌리고 덮쳐올지 모른다. 주위에 사람도 많고 남편도 있지만 유비무환이다. 집에 가서 자기로 마음먹은 그녀는 김우영이 산다는 음식을 꾸역꾸역 입으로 쑤셔 넣는다. 그놈의 돈을 한 푼이라도 더 거덜 내기 위해…….

밤이 깊어감에 따라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높아지고, 동시에 발치에 굴러다니는 술병의 수는 늘어만 간다. 김우영은 펜션 주인이 준비해준 곳에서 절대로 술에는 손을 안 댄 채 음식을 먹으며 종종 회식자리에 걸음을 옮기며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다.

‘흐음~어쩔까나?’

정나은의 생각대로 김우영은 이런 자리를 비싼 돈 들여가며 마련한 이유가 다 있다. 안정수 사원의 아내 정나은의 캐주얼한 모습도 참 매력적이다. 그녀 말고도 유독 눈에 띄는 여성이 하나 더 이 자리에 와 있다.
박경원 사원의 아내인 김수진이다.
20대의 풋풋함이 남아있는 정나은과 달리 유부녀로써 무르익은 성숙미와 차분하면서도 수수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어깨 아래까지 늘어뜨린 흑단 같은 머리는 살짝 펌을 넣어 웨이브가 들어갔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푸른색 파스텔 톤의 롱 프릴 원피스는 그녀의 차분함을 한층 살려준다. 원피스 바로 아래로 곧게 뻗은 가느다란 다리와 하이힐 신는 게 어색한지 때때로 불편해 하는 모습은 귀여움을 자아낸다.

“어떤가? 눈여겨 볼만한 사람은 있는가?”
“아 최 사장님이시군요. 흐흐 글쎄요? 사장님은 어떠신지?”

김우영과 아는 사이인지, 서로 능글 맞는 미소를 짓는 그는 이 펜션의 주인이다. 펜션을 운영하는 사람답게 살짝 작은 키가 흠이지만 호탕해 보이는 외모에 힘쓰는 일을 많이 하는지 구릿빛 피부에 알이 꽉 찬 근육들을 자랑하며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 같은 모습이다.

“자네가 말한 년과 저기 저 년 어떤가?”
“역시 최 사장님 저랑 취향이 같으시군요.”

턱으로 정나은과 김수진을 이년, 저년 하는 최 사장은 김우영과 아는 사이를 넘어 이런 일을 할 때 동업하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그저 계약 관계로 만났는데, 성적인 취향까지 같고 행동으로 옮기는 대담함까지 갖춘 두 사람은 금세 의기투합했다.

“그럼 자네가 말한 년은 분명 돌아갈 테니 침도 못 발라보겠군.”
“후후. 최 사장님 너무 아쉬워하시는 거 아닙니까?”
“뭐, 알아서 하게나. 그럼 난 평소처럼 술이나 돌리겠네.”

이 짓을 하루 이틀 한 게 아닌지, 최 사장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비장의 술을 꺼내들어 사람들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직접 담금 과일주인데, 달달함 뒤에는 확 올라오는 그 취기에 다들 훅 가는 녀석이다. 최 사장이 노골적으로 박경원 사원과 그의 아내 김수진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걸 보곤 김우영은 누군가에게 시선을 살짝 던진다.

‘오늘의 메인 디시는 정나은이니깐.’

헤롱거리는 남편을 부축하며 그가 마음에 안 드는지, 눈매가 고양이처럼 올라간 정나은의 모습을 보며 펜션으로 들어갔다.

최 사장은 박경원과 그의 아내 김수진에게 고기를 구워주는 둥 친근하게 다가와 술을 건네기도 하고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며 김수진을 곁눈질로 훔쳐보고 있다. 차분하고 수수한 외모와 다르게 품이 넉넉한 원피스를 입고 있음에도 부풀어 오른 아름다운 곡선은 육감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허허~오늘 몸보신 가능하려나?’

집에서 집안일만 하는지, 창백하기 까지 한 피부에 사근사근한 목소리. 남편에게 헌신적인 모습이 천상여자다. 차분한 아내와는 다르게 남편 박경원은 상당히 음주가무를 즐기는 듯 아내에게도 권하고 신나서 떠들며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거하게 취했다. 그런 남편을 따라다니면서도 한 잔, 한 잔 받은 술 때문인지 김수진도 상당히 취한 모습이지만 남편은 아랑곳 않고 아내에게도 먹이고 자신도 먹이며 사람들 사이를 오간다.

“허허 박 선생님 아내분이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어떻게 주무시고 가실건지?”

최 사장은 박경원에게 시골 아저씨처럼 티 없는 미소로 다가간다. 최 사장의 말에 아내를 바라보자 불편한 하이힐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다리가 풀렸는지 이리저리 휘청거리는 아내가 위태롭게만 보인다. 초점도 잡히지 않는 게 완전히 갔다.

“벌써 가면 어떻게 이 여편네야?!”

박경원은 음주가무를 상당히 좋아한다. 밤은 이제부터인데 벌써 가버린 아내에게 입맛을 다시며 최 사장에게 아내를 부탁한다.

“사장님 그러면 자고 갈 테니 방 좀 준비해주시겠어요?”
“방이야 이미 준비 되어있죠. 제가 모셔드리고 올까요?”

박경원은 최 사장의 호의를 좋다고 받아들였다. 최 사장은 술에 잔뜩 취한 김수진을 부축해서 펜션으로 데려갔다. 작은 산속에 있는 이 펜션은 큰 건물 하나가 아닌, 띄엄띄엄 한 가족이 하나씩 들어갈 정도로 작은 오두막집으로 지어져있다.

“거의 다 왔습니다.”
“예? 예에…….”

낯선 남자가 자신을 부축하고 있기 때문일까? 김수진은 의식의 끈을 부여잡기 위해 노력중이다. 오두막집으로 올라가는 최 사장은 비어있는 집들을 지나쳐 조금 더 길게 뻗은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최 사장의 눈에 곧이어 작은 오두막집이 보이고 그곳으로 취한 김수진을 데리고 들어간다.
노골적으로 보통 오두막집보다 좀 높은 위치와 거리를 두고 지어진 이 오두막집은 평소에 잘 사용을 안 한다. 한적함을 느끼기 위해 특별히 요청한 고객이나, VIP를 위해 만들어진 이곳은 구태여 발걸음을 옮기지 않으면 이곳에 오두막집이 있는지도 모른다. 빽빽이 우거진 산림 때문에 방음은 더 할 나위 없다.
하지만 웬걸? 최 사장은 금세 오두막집에서 나와 김수진의 남편 박경원에게 돌아와 내외분을 잘 모셔놓고 왔다고 보고까지 해준다. 이에 박경원은 안심하고 더욱 음주가무에 힘을 쏟는다. 최 사장은 그런 박경원 곁에 붙어 더욱 그에게 음주가무를 즐기게 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다른 게 없다. 김수진이 잠들어 있는 오두막집에서 최 사장이 나오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둠을 틈타 한 인영이 조용히 김수진이 잠들어 있는 오두막집으로 들어간다. 잠겨있는 오두막집을 너무나 자연스레 들어가는 한 인영에 의심을 품을 새도 없이 그 안으로 사라져 버린 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펜션 아래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회식이 서서히 파장으로 치달아갈 무렵 굳게 닫혀있던 오두막집의 문이 열리며 한 인영이 불쑥 튀어나와 칙 소리와 함께 입에 담배를 꼬나문다. 라이터 불빛에 비친 인영의 얼굴은 다름 아닌 김우영이었다.

“슬슬 가볼까?”

김우영은 담배를 끄고 회식자리로 걸음을 옮긴다. 슬슬 파장할 시간인지, 거하게 취해 널브러져 있는 남성들과 여성들이 보인다. 이미 대리기사를 불러 집으로 간 건지, 아니면 펜션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고 있는지 시작했을 때보다 사람이 많이 줄어있다.
김우영은 최 사장에게 눈짓으로 무언가 신호를 보내자 최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곁에 있는 박경원에게 더욱 술을 권하며 달라붙어 있다. 김우영은 시선을 돌려 남아있는 사람들 면면을 살펴보자 안정수와 그의 아내 정나은이 남아있는 걸 발견했다.

‘오호? 예정대로 잘 되어 가는데?’

솔직히 그들이 남아있을지 어떨지는 반쯤 도박이었다. 술에 거하게 취한 안정수가 오랜만에 고삐를 풀고 음주가무를 즐긴 것도 있지만, 정나은이 김우영의 돈을 한 푼이라도 거덜 내기 위해 남아 꿋꿋이 음식을 배속으로 쑤셔 넣은 탓도 있다.

“자~슬슬 파장합시다. 아 물론 여기서 자고 가실 분들은 더 즐기셔도 무방하나, 대리기사들도 퇴근해야죠.”

김우영의 파장선언에 고개를 끄덕이며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는 사람과 남아서 더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최 사장이 돌아갈 사람들 수를 조사하는 도중 어째서인지 곤란해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야.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돌아가네요. 준비해둔 대리기사 수가 부족하겠는데요?”

사람들은 그 소리에 경악한다. 하지만 최 사장은 걱정 말라는 듯 안심시키며 한 사람정도 부족하다는 뜻을 전하며 자신이 대신 끌고 가주겠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최 사장은 사람들에게 음식과 술을 제공했을 뿐이지 한 모금도 술을 마시지 않았던 걸 떠올린다.

“그럼 다들 월요일에 보세.”

그렇게 대리기사와 짝을 지어 하나, 둘 집으로 향하는 이들을 보낸 뒤 최 사장이 마지막 남은 사람을 부른다. 다름 아닌 안정수와 정나은 부부였다.

“아 미안한데, 나도 좀 데려다 줄 수 있나? 술을 마셔서 차를 끌고 갈 순 없네. 중간에 내려줘도 되니.”
김우영은 술은 입에 대지 않았으면서도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
“허허 미리 말씀 하시지…….”

최 사장은 굉장히 곤란한 듯 안정수와 정나은 부부의 눈치를 본다. 안정수는 얼마나 술을 먹었는지 완전히 축 처져 코까지 골고 있다. 정나은은 이 빌어먹을 남편을 부축하느라 힘든 것인지, 약간 먹은 술 때문인지 뺨이 살짝 발그레할 뿐이라 맨 정신이다. 그렇기에 최 사장의 말에 의사결정을 자신이 해야 한다.

‘저 빌어먹을 놈이 무슨 꿍꿍이지?’

곤란해 하는 최 사장과 김우영은 아는 사이인 듯 보여도 서로 말을 높이는 걸 봐선 그저 면식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방패막이가 될 남편을 자신의 손으로 보내버린 걸 아쉬워하며 머리를 굴린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술 안 먹이는 건데.’

자신의 손으로 완전히 보내버린 남편의 자는 얼굴이 그렇게 얄미울 수 없다. 취하기만 하면 침대로 기어들어오는 버릇만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떡이 되게 안 보내버렸을 것이다.

“아 내외분 주시겠어요? 제가 차까지 부축해드리죠.”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사이 최 사장이 일단 안정수를 받아들더니 비척비척 차로 간다. 정나은도 천천히 최 사장을 따라가며 뒤 따라오는 김우영의 기척에 입맛을 다신다.

‘……설마 남편도 있고, 다른 사람도 있는데 무슨 짓을 하진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고, 무언가 꿍꿍이가 있어 보이지만 자존심 강한 그녀는 자신이 피한다는 기색을 보여주긴 죽어도 싫어서 그의 동승을 허락했다.
이미 이야기가 끝난 최 사장과 김우영은 속으로 웃으며, 재빨리 남편을 차에 태운다.

“아……잠깐.”
“자 그럼 어서 가죠. 저도 돌아와야 하니까요.”

정나은이 곤란해 하며 최 사장을 부르는 소리를 못 들은 척하고 재빨리 안정수를 보조석에 태워버린다. 당연히 보조석엔 김우영이 타고 남편과 자신이 뒷좌석에 탈 줄 알았건만 이 눈치 없는 펜션 사장은 그냥 쑤셔 넣더니 벙 찐 정나은과 김우영을 재촉한다.

“안 타시나?”

김우영은 끌끌거리며 재빨리 뒷좌석에 탄다. 정나은은 그의 조롱에 까득 이를 갈며 눈매를 한참 치켜 올린 채 자존심이 팍 상한 얼굴로 뒷좌석에 올라탄다. 음주가무가 한참인 펜션을 뒤로하고 네 사람을 태운 차는 매끄럽게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 서울 근교에 존재하는 작은 펜션에서 출발한 안정수와 정나은 두 부부의 차는 어디를 달리고 있을까?
잘 닦인 도로를 달리고 있을 두 부부의 차는 어째서인지, 아직도 비 포장된 흙먼지가 날리는 도로를 달리고 있다. 서울 근교여도 사는 사람 수도 적고, 한적하며 고요하기까지 한 이 도로를 천천히 나아가던 그 자동차는 도로마저 벗어나 어둠이 더욱 짙게 깔린 곳으로 이동한다. 들짐승의 기척조차 나지 않는 어두운 곳에 서서히 차가 정차하더니 완전히 시동마저 끈다.
그나마 자동차 라이트에서 나오던 불빛마저 사라지자 순식간에 어둠이 들이닥쳐 자동차를 감싼다. 곧이어 운전석이 열리며 한 사람이 내렸는데 안정수와 정나은 두 부부를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 줘야 할 최 사장이었다. 최 사장은 어둡고 길마저 보이지 않는 이곳을 잘 아는 눈치다. 최 사장은 뒷좌석 창문을 주먹으로 탁탁 내려치며 간다고 신호를 보내며 중얼거린다.

“자~굿을 봤으니, 이제 떡을 먹으러 가보실까?”

최 사장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주차해둔 자신의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 잘 무르익은 차분하면서도 수수한 그 육감적인 남의 떡을 먹기 위해 서둘러 펜션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렇게 최 사장이 떠난 인적도 드물고, 어둠마저 짙은 곳에 주차된 두 부부의 차는 서서히 들썩이며 꿀렁이기 시작한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어도 착각할 리 없는 육덕지면서 뽀얀 여성의 다리가 때때로 자동차 창문으로 보이며, 적막하기에 더욱 선명하게 들리는 누군가의 코고는 소리와 뜨거움이 묻어나는 신음소리는 몇 시간이고 울려 퍼졌다.

김수진은 오랜만에 남편과 먼 곳까지 나와서 기분이 좋다.
집안에서 집안일만 하는 게 나쁘진 않다. 아침에 남편을 출근시키고 여유롭게 집안일을 하며 즐기는 아침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도 재미있고 동네 사람들과 장바구니를 들고 길거리에서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겁다. 그럼에도 절경이라 할 것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시골 풍경의 한적한 곳이지만 북적이는 사람들과 남이 해준 맛있는 음식, 무엇보다 오랜만에 맛보는 술이 몸에 스며드는 감각이다.

“정말이지. 술 좀 적당히 먹어요.”

남편은 자신의 만류에도 그저 신난 어린애마냥 사람들과 어울리며 먹고, 마시는 모습이 오늘 아주 날 잡은 것 같다. 이런 날은 반드시 마지막까지 남는 게 그이다. 남편을 따라다니며 한 잔, 한 잔 들어간 술은 이미 허용치를 넘었는지 어느 순간부터 일렁이는 캠프파이어가 더욱 크게 보인다.

‘취한 건가?’

평소 운동을 안 한 탓도 있지만, 모처럼의 외출이니 예쁘게 꾸민다고 익숙지 않은 하이힐까지 신고 있으니 발에 피로가 더욱 누적된 느낌이다. 살짝 풀린 초점 때문일까? 남편과 펜션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더니 펜션 사장이 자신을 부축하기 시작한다.

‘으응? 뭐지?’

남자치곤 작은 키지만 바깥일을 많이 하는지, 건강한 구릿빛 피부에 속이 꽉 찬 근육을 자랑하는 팔로 자신의 허리를 감싼다. 낯선 남자의 땀 냄새와 손길에 경계심을 품었지만, 자신의 허리를 두른 굳건한 팔을 풀 자신도 없어서 그대로 그가 부축하고 이끄는 데로 발걸음을 옮겼다.
귓가를 울리던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나 웃음소리를 멀리하고, 따스했던 캠프파이어의 불빛까지 닿지 않는 어두컴컴한 산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간다. 멍한 의식 속에서도 의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그 가느다란 실을 꽉 붙잡아 본다. 몇몇 오두막집을 지나 조금 더 적막하고 한적한 산길을 따라 올라갈 무렵 낯선 남자는 다 와간다는 말로 자신을 안심시킨다. 김수진을 부축하고 있는 최 사장은 펜션 앞마당 벌어지고 있는 회식자리와 어느 정도 거리가 확보됐다고 생각하자 김수진을 부축하고 있는 팔에 더욱 힘을 줘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긴다.

‘햐~향기 좋네.’

최 사장의 코에는 가장 먼저 여성용 화장품의 향기와 더불어 그 속에 은은하게 피어나는 그녀 특유의 살내음에 노골적으로 코를 벌렁거린다. 인사불성이긴 해도 무의식적으로 경계를 하는지,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 그녀의 초점 잃은 눈동자를 곁눈질로 훔쳐보며 의식의 끈이 끊기는 순간순간을 노려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자신의 팔로 그녀의 젖가슴 아랫부분을 건드려본다.

‘역시! 이 년 수수하게 생긴 것과는 달리 몸매가 상당히 육감적이야.’

오히려 수수하게 생긴 외모 때문인지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가 더욱 탐이 난다. 차분함과 수수함 속에 숨겨진 김수진의 몸매는 정나은보다 더욱 무르익어 그 탐스런 과실을 자랑하고 있다.
김수진의 육감적인 몸매를 조심스레 탐하는 사이 오두막집에 도착한 것에 아쉬움을 느끼며 인사불성인 김수진을 2개의 침대 중 하나에 조심스레 눕힌다. 김수진은 남은 모든 의식을 긁어모았는지, 한순간 눈에 빛이 돌아오며 자신을 경계한다.

“하하하~그럼 부인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좋은 밤 되길…….”

최 사장은 그런 김수진의 경계어린 눈초리를 모른 체하며 사람 좋은 미소로 이불을 잘 덮어주고 오두막집을 나온다. 터벅터벅 산길을 걸어 내려가며 최 사장은 입에 걸려있던 사람 좋은 미소가 능글맞은 미소로 바뀐다.

“첫 번째로 맛을 못 보지만……뭐 김우영 부장이 주선한 자리니깐 그가 먼저 맛 봐야지. 암~그렇고말고, 그나저나 부인 오늘은 좋은 밤이 되실 겁니다.”

최 사장은 회식자리로 돌아와 김수진의 남편의 곁에 딱 붙어 음식과 술을 주구장창 먹인다. 그저 먹이고 또 먹이며 곁눈질로 어두운 산길을 따라 한 인영이 올라가는 걸 확인하곤 능글맞은 미소로 계속해서 회식자리에 음식과 술을 나른다.

김우영은 최 사장이 김수진을 부축하고 올라가는 걸 눈여겨보고 있었다. 펜션에 남아 계속 휴식을 취하며, 음식을 먹고 에너지를 보충한 그는 이제나 저제나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 슬슬 움직여볼까?”

김우영은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최 사장이 준비해준 도수 높은 과일주를 한 손에 쥐고 산길을 올라 노골적으로 뚝 떨어진 오두막집에 도착했다. 저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끌벅적한 회식자리와는 달리 어둠이 내려앉아 스산한 바람까지 부는 모습이 퍽 음산하다.
김우영은 조용히 오두막집의 잠긴 문을 열고 사람이 없는지 주위를 한번 둘러본 뒤 재빨리 안으로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온 김우영은 재빨리 문을 다시 잠근 뒤 자신의 눈이 어둠에 적응되길 기다리며 잠시 귀를 기울인다.

“색-색-.”

방안을 가득 매우고 있는 술 냄새와 김수진의 것으로 추측되는 묘한 체취 그리고 자그마한 숨소리가 오두막집을 가득 매우고 있다. 침대 맡에 설치되어 있는 자그마한 창문 너머로 스며들어 와야 할 달빛마저 오늘은 고개를 내밀고 있지 않다.
김우영은 어둠에 눈이 적응되자마자 조심스레 김수진이 잠들어있는 침대 곁으로 다가간다. 김수진의 수수한 외모 때문일까? 아니면 달빛조차 스며들지 않는 오두막집의 어둠 때문일까? 어둠 속에 숨은 잠든 그녀의 얼굴을 보기 위해 김우영은 서로의 숨결이 닿을 만큼 고개를 숙여 얼굴을 들이민다.

“색-색-.”
“…….”

강렬한 술 냄새가 풍겨오는 그녀의 숨결과 서서히 뜨거움이 섞이기 시작하는 김우영의 숨결이 허공에서 섞인다. 김우영은 그대로 고개를 더욱 내려 립스틱도 지우지 않고 잠든 김수진의 입술을 탐한다.

“으음…….”

김수진은 갑작스레 입이 무언가에 막히자 고운 눈썹을 찌푸린다. 김우영은 그런 그녀의 사정 따위 알바 아니란 듯 그녀의 입속을 자신의 혓바닥까지 집어넣어 뱀 같은 혀놀림으로 그녀의 입안을 탐하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두운 오두막집 안에서는 가쁜 숨결과 질척한 소리가 퍼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김수진의 입안까지 탐하던 김우영은 어느 순간 고개를 들며 입맛을 다신다.

“하아……하아…….”

김수진은 살짝 숨이 찬지 헐떡인다. 숨을 헐떡이는 김수진의 잠든 얼굴을 내려다보던 김우영은 고민에 빠진다.

“완전히 가버렸다기엔 조금 부족하네.”

인사불성인 건 확실하지만 분명히 그녀에게 처박기 시작하면 정신을 차릴 게 분명하다. 손에 들고 있는 과일주를 먹이고 완전히 보낸 상태에서 할 것이냐, 살짝 위험해도 그 스릴을 즐길 것이냐.

“……후자지 뭐.”

이 짓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여차하면 억지로 입에 술병 째 쑤셔 넣으면 된다. 결정이 끝난 김우영은 재빨리 옷을 휙휙 벗어던진다. 완전히 알몸이 된 김우영은 씩 웃으며 마치 부부처럼 그녀의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간다. 김수진은 자신이 덮고 있는 이불에 불한당이 침입한 것도 모른 채 꿈속을 헤매고 있다. 김우영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그녀의 하반신 쪽으로 이동한다.

‘오늘 이년은 애피타이저고, 메인 디시는 정나은이다.’

최 사장에겐 김수진이 메인 디시지만, 자신이 마련한 꽃이니 먼저 맛을 봐도 불평은 안 할 것이다. 김우영은 그녀의 하반신 쪽에 자리 잡곤 그녀의 가느다란 다리를 매만지며 그 감촉을 잠시 즐긴다. 원피스 형식의 롱 치마인지라 벗길 필요도 없이 그대로 그녀의 다리를 M자로 넓게 벌리자 치마 안에 갇혀있던 김수진의 땀 냄새와 체취가 확 풍겨온다.
이불 속이라 그 체취는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김우영이라는 짐승을 더욱 자극시켜준다. 한 줌의 빛도 없는 이불 속에서 김우영의 꺼칠한 손이 그녀의 가느다란 다리를 타고 내려가 김수진의 가랑이 사이에 도착한다.

‘프릴을 좋아하나보지?’

김우영은 그녀의 팬티의 감촉에 만족스러워 한다. 색깔은 보이지 않지만 손에서 전해지는 그 부드러운 천의 느낌과 앙증맞게 달려있는 프릴의 감촉이 손끝으로 전해지자 귀엽다고 생각하며 두툼하게 살이 오른 둔부를 팬티 위로 애무한다.

“으음…….”

김수진은 가랑이 사이에서 올라오는 묘한 자극에 움찔거리지만 몸에 들어간 술은 그녀가 일어나지 못하게 방해한다. 어둠속에서 보물찾기하듯 그녀의 둔부를 애무하던 김우영은 팬티를 옆으로 재껴버리더니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단번에 얼굴을 묻는다. 오늘 젤을 쓸 생각이 없는 김우영은 철저하게 적셔놔야 한다. 김수진은 까슬까슬한 혓바닥의 감각에 화들짝 놀라며 허리가 들썩였지만 여전히 잠에서 깨어날 기미는 안 보인다.

“하아……하아…….”

오두막집 안에는 김수진이 내뱉는 달콤한 숨소리와 그녀가 덮고 있는 이불이 들썩이는 소리와 그 안에서 들려오는 무언가를 빠는 소리가 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김우영은 김수진이 하반신을 들썩이며 서서히 젖어 들어가는 걸 느끼며 외모와 다르게 육감적인 몸을 가진 이유가 다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민감한 몸을 가지고 있으니……성욕이 아주 들끓겠지.’

성욕이 강하니 자연스레 수컷을 유혹하는 자태로 발달되었을 것이다. 잠결임에도 이렇게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유부녀의 몸을 보고 있자니 더 참을 수 없어졌다. 숨을 헐떡이는 그녀 위에 자신의 몸을 포갠 뒤 이미 축축한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단번에 자신의 육봉을 밀어 넣는다.

“흐응?!”

역시나 김우영의 예상대로 김수진이 술에 완전히 가버린 건 아닌지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허리가 활처럼 휜다. 김수진은 술기운에 푹 적셔진 무거운 몸의 감각과 묘하게 달아오른 자신의 몸을 느끼며 정신 차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순간 침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하으……으으음…….”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침대와 격렬하게 들썩이기 시작한 이불, 그리고 무엇보다 이불 속에서 들려오는 강렬한 찰진 소리는 김수진의 의식을 강하게 두드린다. 동시에 하반신에서 올라오기 시작하는 쾌락은 그녀의 부상하기 시작한 의식을 붙잡아 심연 깊숙한 곳으로 끌어내리는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후! 후우! 후!”
“……으, 으음……여보……당, 신……이야?”

김수진은 초점 잡히지 않는 눈을 반쯤 뜬 채 시선을 허공을 헤매도 어디에도 남편의 모습이 안 보인다. 포기하고 눈을 감으려는데 격렬하게 들썩이는 이불과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친 숨소리에 남편을 부르며 천근같은 눈꺼풀을 닫는다.
이불까지 뒤집어 쓴 채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두 사람의 몸은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오르며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한다. 김수진은 달아오른 자신의 몸과 끈적거리는 땀 때문에 불쾌함을 느낌과 동시에 계속해서 온 몸을 강타하는 쾌락에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으, 하으……더워, 오, 옷…….”

김수진은 남편에게 옷을 벗겨달라고 해도 그저 하염없이 허리를 놀리는 남편 때문에 말도 제대로 못 잇고 그저 강렬한 힘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이불 속에 있는 남편이 자신의 말을 들은 것일까? 손이 자신의 옷 위에 올라온다 싶더니 원피스를 확 내려버린다.

“이, 이불…….”

가슴 위까지 이불이 덮여있어 옷만 내려봤자 이 뜨거움은 전혀 해소가 되지 않는다. 남편은 이불을 걷어낼 생각이 없는지 그대로 자신의 한쪽 가슴을 거친 손놀림으로 움켜쥐더니 가슴의 형태가 일그러지게 주무른다. 곧이어 다른 한쪽 가슴에서 느껴진 감각에 김수진은 뜨거운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하아악?!”

달아오른 몸보다 더욱 뜨거운 입이 자신의 가슴을 베어 문 것이다. 단번에 증폭된 쾌락의 파도에 휩쓸린 김수진은 그저 거친 숨을 토해내며 묵묵히 견디는 것 외에는 저항할 방법이 없다. 쾌락의 파도에 힘들게 얼마나 저항했을까? 들썩이던 이불이 갑작스레 자신의 얼굴을 확 덮친다.

“웁?!”

얼굴은 갑갑해졌지만 달아오를 때로 달아오른 자신의 몸에 확하고 들이닥치는 시원한 공기에 일순 달콤함을 느낀다. 이불이라는 제약이 사라진 탓일까? 남편이 내려찍는 힘이 더욱 강해졌다.

‘으읏?! 하악! 하으읏!’

이불에서 해방된 김우영은 완전히 땀으로 질척거리고 있다. 김수진은 옷조차 벗기지 않았기에 그녀의 옷은 두 사람이 흘린 땀으로 푹 젖어 육감적인 몸매 라인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부드럽기 그지없던 김수진의 두 과실을 탐하던 손은 그녀의 가느다란 두 다리를 잡아 안쪽으로 밀어 넣으며 그녀를 둥그렇게 만다. 침대에서 허리가 살짝 들린 그녀는 더욱 강하게 내려찍는 김우영의 허리힘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이불속에서 신음을 내지르고 있다.
김우영은 문뜩 눈앞에서 출렁이는 그녀의 탐스런 두 가슴을 보니 달덩이 같은 엉덩이를 못 봤다는 생각에 다리를 놓아주고 그녀의 얼굴에 이불을 잘 덮은 상태에서 그녀를 엎드리게 한다.

“장관인데?”

김수진의 달덩이처럼 부푼 두 엉덩이가 하늘을 향해 쳐들린 채 자신의 눈앞에서 씰룩거리고 있다. 팬티도 벗겨내지 않고 처박은 상태라 귀여운 프릴이 달린 하얀 팬티는 완전히 땀에 푹 젖어 그 뽀얀 속살을 비추고 있는 게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김수진은 술기운과 강렬한 쾌락에 의해 힘없이 고개를 침대에 처박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을 뿐이다.
퍼억!

“흐윽!”

단번에 그녀의 중심을 꿰뚫자 침대에 얼굴을 묻고 있는 김수진의 입에선 달콤한 신음이 터져 나온다. 김우영은 그녀의 허리를 양 손으로 고정시킨 뒤 강하게 허리를 놀리기 시작한다. 김우영의 거침없는 허리놀림에 김수진의 얼굴을 덮고 있던 이불은 곁에 흘러 내린지 오래다. 고개만 돌리면 바로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있음에도 김우영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계속해서 쾌락을 탐한다.

“하윽! 하아! 하아! 아으윽!”

김수진은 자신의 하반신에서 들려오는 폭풍 같은 소리와 강렬한 힘에 의식이 강제로 부상하기 시작한다. 입에선 쉬지 않고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며 자신의 귀로 자신의 달콤한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깨어났다.

‘오늘따라 왜 이리 거칠지?’

술을 먹었다고 해도 평소 남편과 관계 나눌 때와 묘하게 다르다는 걸 느낀다. 힘도 그렇지만 자신의 중심부를 꿰뚫은 욕망의 창도 묘하게 다르다는 걸 느낀다. 술기운 때문에 둔해졌던 감각이 서서히 돌아오는 걸 느끼자 예민해진 감각은 김수진에게 또 다른 시련을 부여한다.

“하으읏!”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는 환희의 파도. 김우영은 김수진이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걸 눈치 채고, 그녀의 부드러운 양 팔을 확 잡아당겨 더욱 깊숙하게 쑤셔 넣는다. 김우영은 시선을 내리자 달덩이 같은 부드러운 김수진의 엉덩이가 형태가 일그러질 정도로 자신의 배와 딱 붙어있는 게 보인다. 완전히 뿌리까지 삼킨 걸 확인하곤 마치 말 타듯이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더욱 강하게 허리를 튕긴다.

“아으윽! 하아악!”

김수진의 입에선 달콤함보단 감탄이라 해야 할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부드럽지만 활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허리와 달덩이 같은 엉덩이가 자신이 허리를 놀릴 때마다 파도치는 아름다운 광경이 한없이 이어질 줄 알았건만 변화는 갑작스레 찾아왔다.

“햐흐으으으으응!”
“크윽!”

잔잔하게 오두막집을 울리던 김수진의 신음소리는 갑작스레 비명이라도 터트리듯 톤이 높아지며 오두막집을 쩌렁쩌렁 울린다. 그와 동시에 경련이라도 난 듯 온 몸을 덜덜 떨기 시작하는 김수진의 모습과 더욱 강해진 조임에 김우영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는다.

‘이렇게 갑자기 가버리다니!’

자신도 슬슬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김수진의 절정과 그 강렬한 조임에 허리도 놀리지 않았는데 자연히 자신도 절정에 오를 것 같다. 이대로 허리를 놀려 자신의 쾌락을 완성시켜도 되지만 터무니없는 그녀의 조임으로 절정에 오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여기며 뻣뻣하게 힘이 들어간 김수진의 양 팔을 더욱 끌어당겨 두 사람의 하반신이 밀착하게 한다.

“아, 아아아……하으으…….”

간헐적으로 새어나오는 김수진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두 사람은 하반신을 밀착시킨 채 덜덜 떨고 있다. 지금까지 술기운에 축 처져있던 여자가 맞는지 절정을 맞이한 유부녀의 육체는 꿈틀거리며 쾌락의 파도에 맞서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

“하으…….”

모든 걸 짜낸 그녀의 목소리와 동시에 하늘 높이 들려있던 실 끊어진 인형처럼 고개가 아래로 뚝 떨어진다. 그녀의 하반신이 주는 강렬한 조임을 탐하고 있던 김우영은 그녀가 실 끊어진 인형처럼 축 처지자 양 팔을 확 놔버리곤 지금 당장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욕망의 덩어리를 참으며 재빨리 절정에 푹 퍼진 그녀의 곁으로 이동한다.

“크으윽!”
“……읏?!”

김우영은 재빨리 그녀의 왼손으로 애액으로 범벅이 된 자신의 육봉을 쥐게 하고 김수진의 얼굴에 욕망의 덩어리를 토해냈다. 김수진은 절정 때문에 거친 숨을 몰아쉬는 도중 갑작스레 자신의 눈앞에 드리워진 무언가를 포착하는 순간 얼굴에 끼얹어진 그 뜨거움과 비릿한 액체에 저항도 못하고 자신의 얼굴을 내준다.
울컥, 울컥 몇 번이고 자신의 얼굴에 쏟아지는 뜨거운 액체를 느낌과 동시에 자신의 왼손으로 계속해서 커졌다 작아지길 반복하며 맥동하는 그 질척한 육봉의 감각이 전해진다.

‘설마 남편이 아닌가?’

자신의 남편은 이정도로 많은 양은 사정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평소보다 거칠고, 목소리도 묘하게 다른 것 같다. 가슴 속에 싹튼 의심은 절정에 허우적대는 자신의 몸 때문에 몸을 가누는 것도 힘들다. 게다가 자신의 얼굴에 끼얹어진 이 욕망의 덩어리들 때문에 눈조차 뜨지 못하자 서서히 초조함이 피어난다. 김수진이 절정에 오른 몸을 주체 못하고 초조함이 서서히 피어오를 무렵 김우영은 시원하게 욕망을 해소하고 더러워진 자신의 육봉을 그녀 왼손에 잘 닦아낸다.

‘다이아몬드 반지라니……비싼 것도 끼고 있네.’

하지만 지금은 그 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도 자신의 욕망의 덩어리와 그녀의 애액으로 더럽혀지며 그 찬란한 빛도 더럽혀진다. 그저 입맛 돋우기 위한 애피타이저였음에도 너무 심력을 소모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슬슬 마무리 할까나?’

절정에 덜덜 떨고 있는 달덩이 같은 김수진의 엉덩이를 보며 김우영은 준비한 과일주 마개를 연다. 입 안 가득 그 과일주를 머금은 뒤 자신의 정액 때문에 눈도 못 뜨고 헐떡이고 있는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포갠다.

“우웁?!”

김수진은 갑작스레 키스를 해오는 것도 놀랐지만 그의 입을 통해서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액체가 넘어오기 시작하자 허리가 튀어오를 정도로 놀란다. 김우영은 김수진이 놀라건 말건 그저 계속해서 과일주를 머금고 입과 입을 통해 마시게 한다.

‘술, 이거 술이지?’

달콤하긴 해도 확 달아오르기 시작한 자신의 몸을 느끼며 김수진은 다시금 돌기 시작한 술기운에서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절대 남편이 아니다. 남편일 리가 없다.

‘대, 대체……누, 구…….’

눈꺼풀을 뜨고 싶지만 얼굴에 끼얹어진 이 더러운 액체가 방해를 한다. 또 다시 돌기 시작하는 술기운에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하는 자신의 의식을 느끼며 입안에 흘러들어오는 달콤한 액체를 꼴딱꼴딱 받아 마시며 정신을 잃었다.

“후~이제 마무리 짓고 갈까나?”

과일주 한 병을 통째로 다 마시게 했다. 물론 1/3이상은 입 밖으로 흘러내려 침대 시트를 적셨지만, 이미 마셨던 술과 지금의 과일주 한 병. 동시에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땀으로 범벅될 때까지 한 고된 정사는 그녀의 남아있는 체력마저 전부 앗아갔다.

“최 사장이 돌아올 때까지는 조용히 숲속의 잠자는 공주님 행세를 해줘야지.”

마무리는 최 사장이 알아서 하겠지만 그 전에 깨어나서 돌아다니면 문제가 커지기에 완전히 보내버렸다. 아직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쳐들린 엉덩이를 찰싹 내려치자 달덩이 같은 엉덩이에 파문이 인다.

“일단 한 장~”

김우영은 수치스럽기 그지없는 김수진의 전체적인 모습을 스마트 폰 카메라로 연신 담아낸다. 아직도 절정의 여운이 남아있는지 움찔거리는 그녀의 푹 젖은 음부와 국화꽃 같은 항문도 가까이 찍고, 더럽혀진 다이아몬드 반지와 그녀의 왼손도 한 장 박는다. 마지막으로 땀에 푹 젖어 웨이브 들어간 그녀의 머리카락이 달라붙어 있는 선정적인 그녀의 얼굴을 찍는다.

“휘익~수수하던 년이 참 아름다운데?”

수수하기만 하던 김수진은 사라지고 여자의 얼굴이 된 그녀의 얼굴은 뭇 수컷의 마음을 자극한다. 뜨거운 숨을 토해내는 입술이나 자신의 욕망의 덩어리를 고스란히 받아낸 얼굴은 김우영의 짐승을 다시금 자극하지만 꾹 참아낸다.

“이 뒤는 최 사장이 귀여워 해줄 거야.”

김우영은 보란 듯이 자신의 흔적을 남겨두고 그녀의 엉덩이만 내리게 한 뒤 이불을 잘 덮어준다. 김수진에게서 은은하게 풍겨오던 야릇한 공기는 이불을 덮음에 따라 한층 누그러진다. 하지만 이미 공기 중으로 퍼져나간 야릇한 체취는 오두막집을 꽉 채우고 있는 걸 느끼며 김우영은 오두막집을 나섰다.

최 사장은 한적한 도로를 신나게 달리고 있다. 미리 봐두었던 한적하기 짝이 없는 공터에 김우영 부장과 정나은 부부를 놔두고 펜션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김우영 부장이 김수진을 잘 요리해놨겠지만 그래도 불안한 건 사실이다.

‘남편도 있고 말이지…….’

아내가 어디에 잠들어있다고 굳이 얘기를 안 해줬고, 아마 자신이 돌아갈 때까지 회식자리에 있을 타입이지만 세상일 모르는 거다. 어두운 도로를 달려 금세 자신의 펜션으로 돌아왔다. 주차장에 자신의 차를 주차하고 재빨리 회식 자리로 올라가니 남아있던 사람들도 슬슬 파장하는 분위기다.

‘남편은 있나?’

최 사장은 재빨리 눈알을 굴려 회식자리를 둘러보자 아니나 다를까? 완전히 골아 떨어져 술병을 부둥켜안은 채 벤치에 잠들어있는 게 보인다. 아마 자신의 아내가 어디에 잠들어있는지 몰라서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다 잠든 모습이다.

‘미리 안 알려줘서 다행이군.’

최 사장은 아직도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각각 방을 배정해주고 자신은 이제 자러간다고 했으니 더 이상 찾지 않을 것이다. 최 사장은 떡이 되어버린 박경원을 부축해 산길을 타고 올라 뚝 떨어진 오두막집에 도착했다.
최 사장이 재빨리 문을 열고 오두막집으로 들어가자 강한 술냄새와 묘하게 남아있는 뜨거운 열기에 최 사장은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열기를 머금은 공기 중에는 남녀가 함께 땀을 흘려야만 생겨나는 야릇한 체취가 묻어난다. 최 사장은 이불을 덮고 있는 김수진을 곁눈질로 보곤 부축한 남편을 빈 침대에 휙 던지곤 이불을 잘 덮어준다.

“어디~남의 떡 맛 좀 볼까?”

엎어진 채 잠들어있는 김수진의 옆얼굴을 내려 보며 욕망이 묻어나는 미소를 지으며 이불을 걷는다. 이불 속에 갇혀있던 공기가 확 하고 피어나며 오두막집 안을 채운다. 김수진 것이 틀림없는 그녀 특유의 살내음과 수컷을 유혹하는 유부녀의 자태, 무엇보다 절대 여성에게서 풍길 리 없는 밤꽃 향기가 누군가가 이미 잡아먹었다고 주장한다.

“이거, 이거……차분하고 수수한 들꽃인 줄 알았더니만…….”

벌레를 꼬이게 하는 향기나 옷 속에 꼭꼭 숨겨둔 육감적인 몸매가 최 사장의 눈을 즐겁게 한다. 최 사장은 씩 웃으며 한 마리 벌레가 되어 남의 꽃에 달라붙어 꿀을 쪽쪽 빨아먹기 시작한다.
김수진은 자신의 귀를 시끄럽게 울리는 소리와 묘한 진동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의식이 살짝 떠오른다. 잠이 깬 건지 안 깬 건지 모를 묘한 상태에서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과 둔한 감각을 느낀다. 유일하게 정상인 자신의 귀에 지속적으로 울려 퍼지는 소리에 의아함을 느낀다.

‘목……소리?’

퍽퍽 울리는 무언가 둔탁하면서도 찰진 소리와 삐걱거리는 듣기 싫은 침대의 소리. 하지만 이 모든 걸 뒤덮을 만큼 커다랗고 달콤한 여성의 신음소리가 자신의 귀를 계속 울리고 있다. 그 신음소리는 다름 아닌 자신의 입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걸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깨달았다.

‘뭐지?……내……목소리?’

지속적으로 몸을 두드리는 묘한 진동과 술기운 탓인지 뜨겁게 달아오른 자신의 몸을 느끼며 천근같은 눈꺼풀에 힘을 줘보지만 보이는 건 어둠뿐이다.
김수진이 제정신이었다면, 아니 김우영이 마지막에 먹인 과일주 한 병만 아니었더라도 마치 댐이 무너진 듯 쏟아지고 있는 쾌락과 열기를 깨닫곤 그 환희에 오두막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후! 후욱! 이제 슬슬 정신이 돌아오나?”

최 사장은 거친 숨을 내쉬면서 파르르 떨리고 있는 김수진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다. 작지만 속이 꽉 찬 근육질의 최 사장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고, 그가 거칠게 허리를 내려찍을 때마다 그의 몸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배아래 깔려있는 김수진에게 뚝뚝 떨어진다. 최 사장은 이렇게 남의 꽃을 탐할 때는 오로지 한 가지 체위만을 고집한다.
김수진의 무릎 뒤쪽을 양 손으로 잡아 그녀의 얼굴 쪽으로 밀어 넣어 반쯤 접은 뒤, 더욱 강하게 밀어 허리를 반 이상 침대에서 떨어지게 둥그렇게 만 뒤 거의 수직으로 내려찍는다. 이렇게 되면 자신이 내려찍는 힘을 고스란히 다 받아내야 하며, 무엇보다 자신이 안에 싸지르면 단 한 방울의 정액도 밖으로 새어나오질 않는다.

‘정말이지 이렇게 떡이 됐어도 몸은 민감하네.’

김우영 부장이 얼마나 떡을 제대로 만들어놨는지, 김수진의 몸을 탐하기 시작한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미동도 안하던 그녀는 어느 순간 허용치를 넘은 댐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며 뜨거운 숨결만을 토해내던 그녀의 입에선 쩌렁쩌렁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도 안 깬 것 같단 말이야? 아니 못 깨는 건가?”

자그마한 입에서 끊임없이 달콤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와도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이 깨어나고 싶어도 못 깨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뭐 난 상관없지만.”

최 사장은 여자를 타락시키는 것보단 다른 곳에서 흥분을 느낀다. 바로 남의 꽃에 자기의 씨를 뿌리는 거다. 이 펜션에서 여러 여자를 잡아먹기 시작한 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우연히 자신이 잡아먹었던 유부녀가 다시 이 펜션을 찾아왔을 때 그녀는 배가 남산만 하게 부풀어 있었다.

‘정말이지. 그때 느낀 쾌감은…….’

아이가 생겼을 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펜션에 놀러왔을 때와 비슷한 시기였다. 물론 자신의 아이가 아닐 수도 있지만 혹시나 하는 그 작은 의심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등골을 타고 흐르는 그 짜릿함은 지금에 이르러서도 잊을 수 없다.
그 뒤로는 여성을 품는 건 오로지 자신의 씨를 뿌릴 때뿐이다.
이를 반증하듯 이미 몇 번이고 김수진의 몸에 싸지른 그의 욕망은 김수진의 허용치를 넘었는지, 최 사장이 허리를 내려칠 때마다 두 사람의 하반신은 질척거리며 김수진의 안에서 딸려 나온 욕망의 덩어리와 달아오른 그녀가 뿜어낸 애액이 섞여 반쯤 접힌 김수진의 배와 엉덩이 골을 타고 흐르고 있다. 김수진의 가랑이 사이에서 쏟아져 나온 그 불투명한 액체는 그녀의 배꼽에 고여 작은 호수를 이루고 있었고, 배꼽에 고인 액체는 허용치를 넘었는지 서서히 그녀의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는 풍만한 가슴골 사이를 타고 흘러가기 시작한다.

“응? 눈 떴네?”

언제까지나 파르르 떨기만 할 것 같던 김수진의 눈이 반쯤 열린다. 초점도 맞지 않고, 흐릿한 그녀의 눈동자를 내려다보며 계속해서 허리를 놀린다. 오두막집을 울리던 그녀의 달콤한 신음소리는 그녀가 눈을 뜸에 있어 뚝 끊긴 채 그저 뜨거운 숨을 토해내며 그 멍한 눈동자로 최 사장을 계속해서 바라본다.

“……못 알아보나?”

확실히 오두막집에 내려앉은 어둠은 막 눈을 뜬 김수진이 보기엔 너무 짙다. 게다가 허용치를 넘은 술기운과 이미 달아오를 때로 달아오른 쾌락이 자신의 몸을 지배하고 있어 그걸 견디는 것에 체력도 전부 소모해 생각이라는 걸 할 여력이 없다. 텅 빈 눈동자로 한참을 그렇게 허공을 바라보던 김수진은 쓰러지듯 옆으로 고개를 돌린다.

“…….”

어둠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김수진의 눈에 살짝 의아함의 빛이 스며든다. 옆에 있는 침대에 어떤 사람이 이불 덮고 있는 것 같다. 뿌옇게 흐린 시야와 계속해서 밀려오는 쾌락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데 방해를 주는 와중에도 그저 멍하니 옆 침대를 바라본다.

‘……여, 보?’

시끄럽게 울리는 찰진 소리와 삐걱대는 침대소리 속에서도 작게 남편 특유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얗기만 한 머릿속에서 한 가지 상념을 덧칠하며 달콤한 수면의 유혹에 져버렸다.

‘그럼……내 위에서 거친 숨을 토해내는 건 누구?’

자신이 한 이 마지막 상념을 내일 아침에도 떠오르길 간절히 바라며 깊은 수면 아래로 의식이 가라앉았다. 최 사장은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해서 허리를 놀리며 있는 대로 자신의 욕망의 씨를 뿌리고, 또 뿌렸다.

서울 근교의 이름도 없는 산은 밤이 깊어감에 따라 내려갔던 기온과 스산하게 깔려있던 어둠이 서서히 걷힌다.
아침.
세상에 따스한 온기를 흩뿌리는 아침 해가 서서히 떠오르며 이 이름 없는 산에도 그 햇살을 나누어준다. 작은 산 곳곳에 설치된 자그마한 오두막집은 아침 해가 떠올라도 아무도 일어난 기척이 없다. 밤새 달린 그 회식 때문에 해가 중천에 떠올라도 일어날 수 있을지 의심이 갈 정도로 그 광란의 밤의 여파는 크다.
유난히 뚝 떨어진 오두막집에도 아침 햇살이 스며든다. 추운 산 속임에도 유난히 따뜻했던 그 오두막집은 아침 햇살이 나눠주는 온기가 필요 없어 보인다. 오두막집 안에서 밤새 울려 퍼졌던 유부녀의 달콤한 비음은 울창한 숲이 전부 받아들여줘서 그 어느 곳으로도 퍼지지 않았다. 오두막집의 작은 창문 안으로 스며드는 햇살은 오두막집 안에 잔재한 뜨거운 공기에 의아해한다.
온기를 나눠주는 건 자신인데 누굴까?
그 뜨거운 공기 속에 녹아있는 퇴폐적이고, 야릇한 체취는 너무나 진해 온 오두막을 꽉 채우고도 가구에 스며들 정도로 물씬 풍겨져 나오고 있다.
그 체취를 내뿜고 있는 두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은 모든 걸 소모한 표정으로 오두막집 바닥에 대자로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사지가 풀린 채 침대 위에서 잠들어있다. 사지가 풀린 그 아름다운 꽃은 너무나 농후한 밤꽃 향기를 페로몬처럼 풍기고 있었고, 더 이상 경련할 힘도 없어 보이는 가느다란 다리 사이에선 말라붙은 하얀 액체로 지저분하게 더럽혀져 있는 것도 모자라, 그 위로 계속해서 하얀 욕망의 덩어리를 울컥, 울컥 토해내고 또 토해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계속해서 쏟아내며 침대 시트를 더럽히고 있었다.

한적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하나의 차가 있다. 기묘하리만치 무거운 정적이 흐르고 있는 자동차 안에는 잠든 안정수와 이런 분위기는 알 바 아니라는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최 사장과 이 정적을 즐기고 있는 김우영이 있다.

‘아~무것도 안 보이네.’

오로지 정나은만이 이 부자연스런 정적에 짜증을 내며 휙휙 지나가는 풍경을 자동차 창문 너머로 바라보고 있다. 아니 필사적이라고 할 정도로 고개를 고정시킨 채 어둠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흐음……슬슬 찝쩍거려 볼까?’

최 사장이 차를 몰고 가고 있는 곳은 이 근처에서도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터다. 그것도 모르고 그저 집에 가고 있으려니 생각하며 자신과 거리를 두고, 그 짜증나는 기분을 전혀 숨길 생각도 않는 정나은을 곁눈질로 훔쳐보고 있는 맛도 쏠쏠하지만 저 자존심 강한 여자가 당황하는 꼴도 보고 싶은 김우영은 슬그머니 그녀 곁으로 다가간다.

‘정말이지 기가 세긴 세군. 안정수 사원도 이런 아내 데리고 살려면 참 힘들겠어.’

필사적이라고 할 정도로 자신 쪽에는 일체 신경을 끄고 있다. 김우영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고 해도 같은 뒷좌석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걸 모를 리 없는데, 전혀 미동도 눈치 챈 기색도 없다. 그저 하염없이 창문 너머를 뚫어져라 바라볼 뿐…….
김우영은 최 사장과 백미러로 서로 신호를 주고받은 뒤 정나은이 입고 있는 하얀색 스키니 진 위로 정나은의 육덕진 허벅지를 주무른다.

“……?! 자, 잠깐 뭐, 뭐하는?”

정나은은 이런 곳에서 접근을 해 자신을 희롱할 줄 정말로 몰랐다는 표정이다. 김우영의 손이 허벅지에 자신의 손이 닿는 순간 튕겨져 나갈 듯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나 너무 놀라 목소리 톤이 높아질 뻔했지만 그녀의 순발력으로 순식간에 목소리를 줄여 속삭이듯 항의한다.

“허허~뭐기는? 가는 길 심심하니 서로 즐기자는 거지.”

김우영은 탄력적인 허벅지를 징그러운 손놀림으로 주무른다. 정나은은 그런 자신의 행동에 눈동자가 흔들리며 운전석에 앉은 최 사장과 남편의 낌새를 살핀다. 최 사장은 김우영과 신호를 주고받았으니 절대 백미러를 보지 않을 것이다.

‘남편은 완전히 갔고.’

최 사장이 공들여서 술을 대접한 게 바로 안정수와 김수진의 남편 박경원이다. 달달하면서도 도수가 강한 과일주를 곁에서 들이붓다시피 먹였으니, 오늘 밤은 푹~잘 거다. 안 그래도 최 사장이 마음먹고 보내놨는데, 정나은이 그것도 모르고 자신도 합세해 함께 남편을 보내놨으니 스스로 무덤을 파도 아주 깊게 판 꼴이다.

“놔, 놔요!”

정나은이 치켜 올라간 날카로운 눈매와 작은 목소리지만 살쾡이처럼 위협적인 목소리로 으르렁거린다. 김우영의 징그러운 손을 떼어내기 위해선 강한 힘이 필요한데, 그 정도로 강한 힘을 냈다간 운전석의 최 사장이 눈치 채기 딱 좋기에 그녀의 반항 아닌 반항은 오히려 김우영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자꾸 그렇게 날뛰면 들킬 텐데?”
“지금 누굴 협박하는 거에……아니, 지금 누굴 협박하는 거야?!”

정나은은 자신을 희롱하는 남자에게 무의식적으로 존댓말로 항의하려다가 이런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놈한테 무슨 존댓말이냐는 생각에 바로 말을 놔버렸다. 직업병이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니듯, 그렇게 곤란한 상황임에도 존댓말이 튀어나온 것과 곤란하다는 미소가 입가에 떠오르려는 자신의 얼굴 근육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 걸 참으며 좁은 차안에서 조용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내가 이 이상 얌전히 당할, 우웁?!”

김우영의 징그러운 손길이 허벅지에만 그치지 않고, 스웨터 속으로 들어오려는 기미가 보이자 정나은은 더 이상 얌전히 당하고 있다간 안 될 것 같아 강하게 마음먹고 그를 밀치려는 순간 김우영의 입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아버렸다. 소리치려해도 그의 입이 틀어막고 발버둥 치려는 걸 아예 그녀의 팔까지 끌어안은 채 뒷좌석 가장자리로 뭉개듯 힘으로 밀어붙이자 구석으로 자연스레 몰렸다.

‘거 참. 창피함은 한순간이라 이거지?’

정나은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최 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는 기세가 보이자 그 입을 자신의 입으로 틀어막았다. 도움을 요청해도 도와줄 리도 없지만 자신은 이 상황을 더 즐기고 싶다. 정말이지 당찬 여자다.

‘그나저나 하룻밤 만에 두 여자의 입술을 탐하다니…….’

김우영은 정나은이 눈을 부릅뜬 채 발버둥을 치건 말건 힘으로 짓누르며 입술에서 전해지는 감각을 느끼고 있다. 숨결에서 술 냄새가 강하게 풍겨오는 건 똑같지만, 확연히 다른 두 여자의 입술 촉감과 그 향기로움에 취할 것 같다.

‘확실히 정나은이 좀 더 어려서인가? 입술마저 탄력적이군.’

김수진의 입술은 모든 걸 받아들여주는 어머니의 품이었다면, 정나은은 톡 쏘는 맛이 살아있는 말괄량이 누나 같은 느낌이다. 확실히 캐주얼하게 입고 온 그녀의 모습은 평소 지적이고, 청순했던 이미지를 탈피하고 좀 더 어려보이고 쾌활한 분위기를 두르고 있다. 양파처럼 벗겨도, 벗겨도 솟아나는 이 매력덩어리 꽃의 꿀을 쪽쪽 빨아먹던 김우영은 눈으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며 입술을 뗀다.

“하아! 이, 이! 이익!”

입술을 떼기 무섭게 정나은은 뜨거운 숨을 토해내더니 도끼처럼 치켜 올라간 눈매로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고 있다. 분해서 말조차 제대로 안 나오는지 씩씩 거리는 정나은을 품에 안은 채 김우영은 능글맞은 미소로 그녀를 놀린다.

“허어~그렇게 화내면 들킬 텐데? 그래도 좋은가?”
“아직도 당신 입장을 몰라? 당신이 먼저 추근댔다고 신고하면 당신은 끝이야!”

정나은은 악에 바쳐 항의하면서도 남편과 최 사장을 신경 쓰는지 아직도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린다. 김우영은 속으로 웃으며, 이 자존심 강한 여자는 절대 자신의 엉덩이 밑에 날 깔아뭉개지 않는 한 신고하지 않을 걸 알고 있다. 지금에 이르러서도 목소리를 낮추고 궁지에 몰린 쥐새끼처럼 발톱을 세우고 있는 게 그 증거다.

“후후, 그럼 내기 하나 하지.”
“내기?”

정나은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는 김우영의 손을 날카롭게 내려치며 자신의 말에 흥미를 보인다. 김우영은 이 와중에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날을 세운 그녀를 보며 제안한다.

“어차피 나한테 받아내야 할 사진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내기를 하지. 누가 먼저 가는지 내기를 해보자고.”
“……아주 끝까지 날 그런 여자로 본다 이거지?”

정나은은 이를 아주 살벌하게 갈며 자신을 그런 취급한 이 남자를 더 이상 볼 것도 없다고 마음먹었다. 김우영은 그러거나 말거나 그 자리에서 벨트를 풀고 팬티까지 슥 내린다. 김우영은 정나은이 자신의 내기에 응할 것 같지 않자 살짝 자존심을 건드려봤다.

“허허~이거 자신 없나보군. 하긴 그 날 그렇게 좋다고 가랑이 벌리고 울부짖으며 실신 직전까지 갔으니 자신이 없겠지. 결국 정나은이란 여자도 흔한 여자란 거지.”
“까드드드득!”

최 사장과 남편이 있다는 걸 잊기라도 한 것일까?
정나은의 이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살벌하고 커다란 소리가 차 안을 울린다. 김우영은 살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최 사장마저 무의식적으로 백미러를 통해 곁눈질 한 걸 보면 두 사람이 얼마나 놀랐는지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정나은은 그의 도발에 머리끝까지 피가 쏠렸다. 가랑이 벌린 건 그가 억지로 자신을 범한 거며 울부짖은 건……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실신 직전까지 간 건 내내 그녀의 가슴에 응어리져 자신의 자존심을 계속해서 깎아내리고 있었다. 용의 역린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을 아주 있는 힘껏 찔렀으니, 이성이 확 날아간 셈이다.

“우, 웃기지 마! 내가 언제 가랑이를 벌리고 울부짖었다는 거야?!”
“실신 직전까지 간 건 인정하나보군.”
“…….”

정나은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분한 표정으로 부들부들 떤다. 김우영은 정나은의 수치심에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그렇게 흥분될 수가 없다. 저런 여자를 데리고 사는 안정수 사원이 불쌍해지기까지 하는 높은 자존심이다.
정나은은 고민하고 있다. 저런 싸구려 도발에 머리끝까지 열 받은 자신이 싫지만, 삶 자체가 노력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있기에 그것에 대해 모욕을 받으니 이성적인 사고가 힘들다. 그리고 저 내기 또한 자신의 상처 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저 남자에게 엿 먹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빌어먹을……좋아. 해주지. 단 한 번이야. 대신 내가 이기면 넌 자진해서 경찰서로 가. 억지로 범한 여자에게 잠자리에서 조차 지고 굴욕적으로 자수하란 말이야.”
“좋아. 응하지.”
“그럼 어서 집어넣어. 미쳤다고 여기서 해?”

내기가 성립하자 정나은은 따로 날 잡기를 바라는 눈치다. 최 사장도 있고, 남편도 있기 때문인지 눈치를 보는 모습을 김우영이 놓칠 리 없다. 이런 자존심 강한 여자는 자기가 뱉은 말은 치가 떨리고, 굴욕적이라도 반드시 지킨다. 그렇기에 이 상황을 놓치기엔 아깝다.

“여기서 하면 손과 입으로 할 수 있게 해주지. 어때?”
“……손과 입?”

정나은은 그의 제안에 살짝 흥미가 동한다. 확실히 몸을 한 번 더 더럽히고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보단 싼값에 먹힌다. 최 사장과 남편이 살짝 눈에 밟히긴 하지만 저 더러운 놈의 품에 또 다시 안기긴 싫다.

“좋아. 응할게.”
“잘 생각했어.”

정나은은 비장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마른침을 삼키며 김우영의 다리 사이로 손을 뻗는다. 김우영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육봉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며 정나은에게 딱 달라붙어 그녀의 여체를 손과 입으로 탐하기 시작한다.

‘참, 어쩔 때보면 바보 같단 말이야.’

손과 입이라고 해도 남자의 성감대와 여자의 성감대는 차원이 다르다. 결코 입을 쓰지 않고 이길 생각으로 보이는 정나은을 보며 김우영은 사정 봐주지 않고 징그러운 손놀림과 끈적한 입으로 그녀의 몸을 희롱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상황까지 날 돕고 있지.’

잠들었긴 해도 남편의 앞이며, 자신과 한 편이라는 것도 모르고 최 사장이라는 모르는 사람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압박이 정나은을 옥죌 것이다.
일방적이기까지 한 조용한 전쟁이 자동차 뒷좌석에서 시작되었다.

뒷좌석에서 투닥투닥 거리는 소리가 난 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합의라도 본 듯 조용해진 뒷좌석에선 조용하지만 뜨거운 숨결을 내뱉는 두 남녀가 있다. 점점 달아오른 두 남녀가 뿜어내는 숨결과 체온 때문에 차 안 공기는 서서히 덥혀지는 것도 모자라 질척거리는 소리도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으음…….”
“하흐읏…….”

간간히 더 이상 억누르지 못 한 신음소리가 뒷좌석에서 새어나오지만 최 사장은 모른 척해준다. 정나은은 몸이 달아오름에 따라 속이 타며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손으로만 그를 만족시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이 불리하다는 걸 깨달았다.

‘은근히 방해까지 하고 있어.’

손을 이용한 건 서로에게 전혀 방해가 안 되지만 입을 이용하기 위해선 자세가 흐트러지며 서로 달라붙을 수밖에 없는데, 은연중에 이 남자는 입을 이곳저곳으로 옮기기 위해 자세를 바꾸고, 시간을 끄는 등 상당히 노련하게 빠져나가고 있다. 역시 그때 느꼈던 절륜한 정력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 버티기도 상당한 이 남자의 모습에 초조함을 느끼며 입을 써야하나 고민한다.

‘아까 한 발 빼고 오길 잘했군.’

김수진을 안으면서 한 번 사정하고 온 탓인지, 꽤 오래 버티고 있다.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이 자존심 강한 유부녀는 그래도 유부녀라고 주장하듯 상당히 남자를 만족시키는 손놀림에 김우영도 입맛을 다시며 속으로 놀라고 있다.

‘하지만 나도 만만치 않지. 이게 밥벌이 수단이라고.’

김우영은 생계수단이라 할 정도로 젊은 날부터 잠자리 스킬을 갈고 닦아왔다. 여자의 몸이라면 자신의 몸보다 더욱 많이 봤다고 자부할 정도다. 어디가 약하고, 어떻게 달아오르게 해야 하며, 어떻게 무너뜨려야 하는지 세월이 감에 따라 약해진 정력을 기술과 경험이 충분히 뒷받침 해준다. 그 반증으로 정나은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자신의 우뚝 솟은 육봉을 내려다보며 고민하며 초조해 하는 기색이 눈에 띈다.

‘게다가 그날 이 여자의 약한 부분은 질리게 파악해 놨으니깐.’

김우영은 이 상황을 즐기며, 반쯤 흘러내려간 스키니 진속에 들어간 자신의 손을 더욱 강하게 놀리며,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희롱한다. 팬티 속에 들어가 있는 자신의 손은 이미 그녀가 흘리는 애액으로 푹 젖어 질척거리며 그 끈적한 소리는 차 안에 은은하게 퍼질 정도로 질질 흘리고 있다.
다른 한 손은 구태여 벗기지 않은 스웨터 속을 뱀처럼 꾸물꾸물 이동해가며 상체를 끊임없이 희롱하며 잊을만하면 그녀의 탐스런 가슴을 탐하며 정나은을 더욱 애끓게 한다. 자신과 달리 두터운 스웨터와 딱 달라붙는 스키니 진 탓인지, 달아오른 몸은 그 열을 식히지 못하고 쌓이며 그녀가 쾌락을 쌓는데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하아!……할 수 없지.”

정나은은 거칠면서 뜨겁기 그지없는 숨결을 길게 토해내더니 다짐하듯 중얼거리더니 앵두 같은 붉은 입술을 쩍 벌려 굳건히 솟은 그 육봉을 머금는다.

“흐음!”

김우영은 용광로에 들어온 듯 그 화끈한 느낌에 일순 신음을 내뱉었다. 빠는 소리가 새어나갈까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그녀의 소심한 모습에 김우영은 질 수 없다는 듯 더욱 강하게 보물을 파듯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손가락으로 희롱하고 또 희롱한다.
두 남녀의 불꽃같은 그 행위에 더욱 열이 피어나며, 그 질척거리는 소리는 한층 강해진다. 두 남녀의 내기는 절정을 향해 치달아 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두 남녀는 하반신만을 부들부들 떨며 쾌락을 견디고 있다.

‘이 년 입보지도 상당하잖아.’

김우영은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조금만 젊었더라도 이런 내기 문제없이 이겼겠지만, 세월이란 건 참 야속하다. 하는 수 없이 그녀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기로 한다. 지금까지는 그녀에게 맞춰줘 소리가 안 나게 했다면 이제 거칠 것 없다는 듯 반쯤 내려간 스키니 진과 함께 팬티를 확 내려버린다.

“웁?!”

정나은은 갑작스럽게 하반신이 시원해지자 화들짝 놀라며 입에 머금은 육봉도 생각 않고 소릴 낸다. 고양이처럼 가느다란 눈매로 올려다보며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항의하는 그녀의 시선을 무시하고 자신의 손가락을 지금까지 파악해둔 가장 약한 부위를 집중적으로 노리기 시작한다.

“크으읍!”

찔꺽! 찔꺽! 찔걱!
한 번에 밀려든 강한 쾌락에 정나은은 머금고 있던 걸 뱉어내고 김우영의 다리 사이로 고개를 떨구며 억눌린 신음소리를 낸다. 차안에 노골적으로 퍼지는 그 찔걱거림에 최 사장은 곁눈질로 훔쳐보며 씩 웃는다. 짙은 어둠 때문에 잘 보이진 않지만 정나은의 뽀얀 탄력적인 엉덩이는 눈에 보일정도로 부들부들 떨며 쾌락을 견디고 있다.
당장이라도 절정을 맞을 것 같은 정나은의 모습을 보면 김우영이 처음 그녀를 품을 때 최음 효과가 있는 젤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그녀를 떨어뜨릴 수 있었다는 걸 그녀의 모습이 반증하고 있다.

“하웁! 츄웁, 츄릅!”

정나은은 떨구었던 고개를 들어 죽지 않는 눈빛을 빛내며, 다시금 자신의 육봉을 머금곤 필사적으로 애무한다. 정나은 역시 한 평생을 이 높은 자존심을 기대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대로 무너질 리 없다고 주장하듯 그녀는 하반신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김우영을 보내기 위해 입과 손을 사용한다.
김우영은 드디어 그녀가 필사적인 모습을 보이자 때가 됐다고 생각하며, 차를 기어가다시피 천천히 몰며 백미러로 대놓고 곁눈질 하고 있는 최 사장에게 신호를 보낸다. 최 사장은 그런 김우영의 신호에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짐짓 모른 체 하며 말을 건다.

“뒤에 무슨 일 있나요?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가…….”

움찔!
정나은은 최 사장이 눈치챘다고 여기고 화들짝 놀란다. 절정에 치달아 가는 주체 안 되는 자신의 몸을 억누르며 모든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드려는 걸 김우영이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짓눌러 그대로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파묻어버린다.

“웁?!”
“허허~아무래도 부인께서 과음을 한 모양이야. 멀미를 하시는지 아까부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인데…….”

정나은의 하반신에서 나는 찔꺽거리는 소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아니 오히려 박차를 가하듯이 김우영의 손에 의해 울려 퍼진다. 정나은은 짓눌린 고개를 억지로 틀어 눈빛으로 당장 이거 못 놓냐는 시선으로 노려본다. 김우영은 능글맞게 웃으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인다.

“이것도 손을 이용한 거네. 손과 입. 어느 것도 잘못된 건 없지. 게다가 먼저 가는 사람이 지는 것일 뿐 내가 내 손으로 쾌락을 탐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인가?”
‘지금 들켰다간 내기고 뭐고 소용없잖아!’

정나은의 초조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우영은 그저 능글맞게 웃으며 더욱 손을 빠르게 놀린다. 정나은은 이대로는 질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 서 머금은 상태로 혓바닥을 이용해 김우영을 만족시킨다. 김우영은 설마 이 상태에서도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일 줄 몰랐는지 속으로 감탄한다.

“그러면 이 근처에 잠시 차를 멈추고 쉬도록 하죠.”

최 사장은 미리 물색해둔 장소에 다 와가자 약속된 말을 할 뿐이었지만, 정나은에겐 그 말이 더욱 초조함을 불어 넣었다. 제 3자가 지금 정나은의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자진해서 이 빌어먹을 남자의 육봉을 머금고 있는 걸로 보이겠지.’

그런 불길한 착각의 늪에 스스로 뛰어든 정나은은 더욱 초조해지며 손과 입을 놀린다. 김우영도 필사적으로 정나은을 보내기 위해 손을 놀리고 있지만 한 방이 부족한 것 같다.
김우영은 잠시의 긴장의 끈을 놓게 하기 위해 최 사장에게 신호를 보낸다. 최 사장은 보조석에서 코를 골고 잠들어 있는 안정수에게 손을 뻗더니 코를 꽉 누른다. 그러자 안정수의 코골이 소리가 잠시 멈추는 틈을 타 최 사장이 능글맞게 웃으며 백미러로 신호를 맞추곤 단번에 터트린다.

“아 일어나셨어요? 코 엄청 고시던데…….”

화들짝!

“끄웁?!우, 우웁!”

정나은의 허리가 튕겨져 나갈 정도로 화들짝 놀라더니 고개를 드려는 걸 김우영이 강하게 누르며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입에 허리까지 쳐올리며 여자의 가장 민감한 부분이라는 그 작은 콩을 집중적으로 애무하자 결국 정나은은 경련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온 몸을 덜덜 떨기 시작한다.
이미 두 사람 다 억지로 참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였는데, 남편이 일어났다는 소리에 정나은은 너무나 놀라 긴장의 끈을 한순간 놓아버린 게 패착이었다. 게다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허리까지 쳐올리며 정신없게 만든 틈을 타 여자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니 결국 댐이 터져버린 것.

“…….”

정나은의 탄력적인 엉덩이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와중에서도 차 시트에 왈칵, 왈칵 애액을 토해내고 있다. 부정할 수 없는 김우영의 승리다. 서서히 차가 멈추는 걸 느끼는 두 사람이었지만 미동도 않는다.
정나은은 절정으로 덜덜 떨리는 허리보다 입안에 풍기는 역한 냄새보다 고개를 드는 게 무서워 눈을 꼭 감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곧이어 들려온 최 사장의 목소리에 허리가 완전히 풀려버렸다.

“응? 아 잠시 코를 안 고시는거구나. 깨신 줄 알았는데……그나저나 두 분 잠시 바깥바람이라……어흐흠!”

차 시동을 완전히 끈 최 사장은 자신이 뒤를 돌아본다고 노골적으로 소리를 내며 상체를 틀자 그곳에는 바람 피는 현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김우영 부장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은 채 딱 봐도 절정에 올랐다고 보이는 유부녀의 여체가 경련을 일으키며 훤히 드러낸 하반신에선 야릇한 향기가 피어나는 액체를 왈칵, 왈칵 토해내고 있는 장면은 누가 봐도 부정할 수 없는 바람 피고 있는 현장이다.

“흠흠, 전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전 잠시 담배 좀 피고 올 테니…….”

최 사장은 눈치 있게 자리를 피해주는 시늉을 하며 운전석에서 나간다. 최 사장이 뒷좌석 창문을 주먹으로 툭툭 치며 이제 돌아오지 않을 거란 신호를 보낸 뒤 터벅터벅 걸어 사라지는 걸 바라본다. 허술하면서도 여러 겹으로 쳐진 함정에 보기 좋게 걸려든 정나은은 이로써 약점이 하나 더 생긴 거다.

“내가 이긴 거 맞지?”

김우영의 다리 사이에서 고개를 든 정나은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 아무런 말을 안 한다. 이 자존심 강한 여자는 자신이 내뱉은 말이니 틀림없이 지킬 거다. 다만 지금은 남편에게 안 들켰다는 안도감과 내기에서 졌다는 그 패배감에 축 처졌을 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고양이처럼 다시금 올라간 정나은의 눈매가 그녀의 상태를 말해준다.

“그래. 졌어. 하지만 그건……!”
“허어~한 입으로 두말 하려고?”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김우영이 도발하자 정나은은 수치심으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머리가 차갑게 식자 이제야 좀 이성적으로 돌아온 그녀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걸 깨달았다.

‘저 최 사장이라는 남자도 다 한통속이었어!’

담배피러 간 인간이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질 않는 걸 봐선 확실하다. 정나은은 바보같이 이런 내기에 응한 자신이 싫어진다. 하지만 자기가 말한 걸 지키지 않는 건 자존심이 허락 못해서 더 싫다. 김우영은 고뇌가 소용돌이치는 정나은의 수치심에 덜덜 떠는 모습을 보며 느긋하게 즐기고 있다.

“그래서……당신이 원하는 건 뭔데?”

정나은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기를 할 때 자신이 이겼을 때의 조건만 말했다는 걸 깨닫곤 낮은 목소리로 되물어온다. 김우영은 자신이 말 안했나 란 생각에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곧이어 뭘 묻냐는 표정이다.

“뭐 있어? 스스로 벌려봐.”
“까득!”
“그 정도는 해야지. 난 스스로 자수하러 가야 했는데?”

치욕으로 물든 정나은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달아오르고 온 몸이 경련이라도 난 것처럼 분노로 덜덜 떨린다. 그렇게 이를 악물고 치욕을 견디던 정나은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딱 한 번이야.”
“거 참 비싸게도 구는구만.”
“그나저나 이 씹어 먹을 대리기사는 왜 안와?!”

애꿎은 곳에 화풀이를 하는 정나은을 무슨 소릴 하냐고 김우영이 되묻는다.

“그 인간이 왜 와? 넌 여기서 가랑이나 벌려.”
“뭣?! 이, 이 인간이 미쳤나?! 여기 남!……남편 안 보여?”

꽥하고 소리 지르던 정나은은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는 걸 깨닫곤 황급히 목소리를 줄인다. 김우영은 다 예상했다는 듯이 씩 웃는다. 자신이 왜 그 고생해가며 남편을 골로 보냈는데 오늘을 놓칠 순 없다.

“대신 여기서 하면 피임은 제대로 해주지.”

김우영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품에서 콘돔을 꺼내든다. 정나은은 그 소리에 눈동자가 살짝 흔들린다. 버려야 할 몸이라면 차라리 피임이라도 제대로 하는 게 낫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다. 아직도 망설이는 정나은의 모습에 김우영은 쇄기를 박는다.

“지금 이 자리에서 술 안 먹은 건 나뿐이야? 어떻게 집으로 갈래?”

정나은은 정말이지 몇 겹으로 쳐진 이 함정 속에 자진해서 뛰어든 자신에게 주먹질을 날리고 싶다. 확실히 남편은 잠들었고, 자신도 술을 꽤 마셨다. 안전한 귀갓길마저 이 남자의 손에 달린 셈이다. 확실히 먹혔다고 생각하는 김우영은 남은 옷을 천천히 벗으며 잠든 남편과 그 곁에 꺾이기 직전인 남의 꽃을 끈적한 시선으로 탐하며 명령한다.

“벌려.”

김우영의 한 마디에 정나은은 앵두 같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그 치욕을 견딘다. 뒷좌석에서 들어 누운 정나은은 육덕진 다리를 꼭 모은 채 덜덜 떨고 있다. 김우영은 서두르지 않고 그녀가 스스로 가랑이를 벌리길 기다린다.

“……후우~”

정나은의 입에선 길고, 긴 탄식이 흘러나온다. 두 손을 가슴께로 모아 꼭 부여잡고 파르르 떨리는 눈망울은 꼭 감겨있다. 떨리는 눈망울이 열리며 드러난 눈은 더 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오히려 비장하기까지 한 그녀의 눈동자는 더욱 빛이 활활 타오른다.
딱 달라붙어 덜덜 떨던 육덕진 다리가 스스로 그 가랑이를 벌리며 활짝 만개한다. 김우영은 눈앞에 활짝 핀 남의 꽃을 감상한다. 한껏 치켜 올라간 눈매나 결코 죽지 않은 눈빛은 어디 얼마든지 해보라고 그 강한 불꽃을 품고 있고, 땀으로 푹 젖어 더욱 강렬해진 살내음과 수컷을 유혹하는 체취는 차 안에 물씬 피어난다. 이미 한 번 절정을 맞이한 그 꽃은 달콤한 꿀을 뚝뚝 흘리며 수많은 벌레를 유혹하는 자태는 김우영이란 남자를 짐승으로 탈바꿈 시킨다.
퍽! 퍽! 퍽!

“하읏! 하아! 으으윽!”

전쟁에서 패자는 말이 없다. 치사하고 더럽기까지 해도 승자는 승자였다. 승자는 패자를 유린하고 탐한다. 묵묵히 패자는 이 치욕을 견디며 자신의 처지에 한탄할 뿐이지만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인적 드물고 짙은 어둠이 깔린 한산한 공터에 세워진 자동차는 쉬지 않고 흔들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달콤함이 묻어나는 여성의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한 건 결국 패자도 쾌락에 떨어졌다는 게 아닐까?

모두가 잠든 밤을 지나 짙기만 하던 어둠이 조금씩 빛을 머금는 새벽녘.
안정수, 정나은 부부에겐 너무나 익숙한 보금자리에 하나의 차가 조용히 들어온다. 고요하기까지 한 주차장에 들어선 자동차는 주차가 끝나고 시동을 완전히 껐음에도 사람이 나오질 않는다. 곧이어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김우영이었다. 곧바로 귀가할 줄 알았던 김우영은 뒷좌석 문을 벌컥 열자 차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퇴폐적인 공기가 확하고 뿜어져 나온다. 김우영은 능글맞은 미소로 그 자리에 서서 플래시를 터트리며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연달아 찍어댄다.

‘이미 많이 찍었지만 이것도 찍어놔야지.’

김우영의 스마트 폰에는 뒷좌석의 광경이 고스란히 찍히고 있는데, 사지가 풀린 채 잠들어있는 알몸의 정나은이 그곳에 있었다. 엎드린 채 잠들어 있는 그녀의 주위로는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콘돔이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으며, 묶지도 않아 그 내용물을 쏟아져 비릿한 밤꽃향기는 차 안에 꽤 오래 남을 것 같다.
사용한 콘돔은 주위에만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잠든 그녀의 등이나 머리카락에도 달라붙어 있는데 자존심 강한 그녀를 치욕스럽게 하기 위해 사용한 콘돔을 정나은의 얼굴에 던지는 등 그 내용물이 사방으로 튀게 한 흔적이 보인다. 그렇기에 정나은의 몸에는 그녀 특유의 체취뿐만 아니라 밤꽃향기까지 섞여 야릇한 향기를 풀풀 풍기고 있다.
이상하게도 야릇한 향기는 다름 아닌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서 가장 진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콘돔을 썼다면 당연히 그녀 가랑이 사이에선 그런 향기가 피어나지 않아야 할 터인데 가장 진하게 피어나는 건 어째서일까?

“허허~이거 참 미안하게 됐어. 콘돔이 다 떨어진 것도 모자라 찢어진 게 있을 줄은 설마 ‘일부러’ 콘돔을 찢어 놨겠어?”

정나은의 가랑이 사이에 하얗게 말라비틀어진 욕망의 양은 심상치 않다. 콘돔에 싼 것보다 2배는 많아 보이는 양이 말라비틀어져 열기가 식기 전에 흘러넘치던 그 모습이 김우영의 눈에 선하지만 이것도 이것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며 사진에 담는다.
실신했던 정나은은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만지작거리자 서서히 깨어난다. 그리곤 그 사람이 김우영이란 걸 확인하곤 날카롭게 쏘아본다. 그 날보다 관계 횟수는 분명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신까지 간 이유는 남편이 곁에 있다는 심리적 압박이 컸다.
코를 고는 사람이 자는 내내 코를 고는 경우는 드물다. 골았다가 안 골길 반복하기에 그때마다 정나은은 남편이 일어난 줄 알고 필사적으로 입을 틀어막고 필요 이상으로 긴장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풀길 반복하며, 수없이 절정에 올라버려 결국 실신까지 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게다가 결국 안에…….’

김우영은 자신을 푹 퍼지게 할 요령인지 일부러 강하게 짓누르며, 능욕했다. 콘돔을 쓴 탓인지, 그 날보다 사정하는 시간도 현저히 길어지는 바람에 정나은이 견디지 못하고 푹 퍼져버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어떤 콘돔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절정 속에서 자신의 아랫배에 전해지는 그 뜨거운 느낌은 분명 안에 싼 것이었다. 정나은이 화들짝 놀라며 그를 밀쳐내자 김우영은 우스꽝스럽게 물러났다.

‘그 능글맞은 미소는 분명 일부러야.’

설마 찢어질 줄 몰랐다는 곤란하면서도 능글맞은 미소를 짓던 그는 어차피 한 번이고, 몇 번이고 상관없지 않냐며 결국 그 뒤는 콘돔도 쓰지 않고 있는 대로 자신의 몸 안에 그 욕망을 풀며 내뱉었다.
정나은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자 이미 집에 도착했다는 확인하고 날카롭게 김우영을 쏘아본다. 김우영은 그렇게 찍어 눌렀어도 아직도 기가 안 죽은 정나은의 매서운 눈매를 보며 휘파람을 불며 그 당당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다.

“그럼 난 이만 가지. 뒤처리는 알아서 하라고. 남편에게 바람 핀 것 들키지 않으려면 연락 잘 받으라고?”
“꺼져.”

정나은은 알고 있다. 실신하긴 했어도 의식까지 없는 건 아니었다. 저 비열한 남자는 잠든 남편 곁에서 실신한 자신의 몸을 이용해 마치 바람 핀 것처럼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사진을 찍어 놨다. 남편의 모습도 앵글에 확실히 들어오게.
이로써 완전히 약점이 잡혀버렸다. 신고한다고 해도 최 사장이라는 명백히 제 3자로 보이는 인물이 증인으로 선다면 빼도 박도 못한다. 자신은 한통속이란 걸 알아도 그걸 증명하기엔 너무나 힘이 든다.

“어쩌다가 이렇게…….”

얼마 전 남편과 이곳에서 사랑을 나눈 것이 꿈같이 느껴진다. 같은 주차장, 같은 뒷좌석인데 자신을 안은 사람에 따라 이렇게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게 참 새삼스럽다. 자신의 몸에 새겨진 그의 욕망은 질척하게 달라붙어 말라비틀어져도 떨어질 줄 모른다.

“…….”

정나은은 처량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곤 잠든 남편을 곁눈질로 훔쳐본다. 곧이어 정나은은 옷을 주섬주섬 입으며 빛이 하나도 없던 눈에 힘을 주며 눈매를 한껏 치켜 올린다.

‘어디 끝까지 해보자 이거지?’

떨어질 때로 떨어졌고, 부러질 때로 부러진 자신의 자존심은 이제 쌓아올릴 일만 남았다. 연락을 잘 받으라는 건 아직 이 관계를 계속하자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비열한 놈을 자기 엉덩이 밑에 깔아뭉갤 기회는 남아있단 것이다.

‘남편 좀만 기다려? 그 개자식 내 탄력적인 엉덩이 밑에 짓눌러서 터트려 버리고 돌아올게.’

정나은은 그 아름다운 외모와는 다르게 그녀의 본질은 질기디 질긴 들꽃이다.
그것도 아주 억센…….

월요일의 사무실은 특히나 축 처지는 분위기다. 일주일의 시작을 활기차게 시작하는 월급쟁이는 분명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주말에 즐거운 광란의 밤을 보낸 뒤 다시 현실로 뚝 떨이지면 그 갭의 차이 때문에라도 축 처진다.
하지만 이 축 처진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는다. 괜히 주 5일제가 있는 게 아니고, 괜히 업무 효율이라 단어가 있는 게 아니듯 월요병을 금방 떨쳐낸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로 돌아간다. 다만 이들 중 몇몇만이 고민에 휩싸인 듯 업무조차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하아…….”

그 중 한 명은 바로 정나은의 남편 안정수이다. 깊은 한숨을 토해내는 그는 개인적인 고민 때문에 끙끙 앓고 있다.
고민의 이유는 바로 아내 때문이다.

‘역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부부동반의 회식이 있던 밤. 자신은 술에 잔뜩 취해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도 기억이 애매모호하다. 분명 의식은 끊겼고, 다음 날 늦은 오후나 돼서야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자신이지만 한 가지 묘한 것이 신경 쓰인다.
잠결에 들은 것인지, 아니면 비몽사몽간에 아내와 사랑을 나눈 것인지 모르겠지만 귓가에 남아 있는 아내의 달콤한 신음소리와 일정한 주기로 느꼈던 어떠한 진동.
자신은 분명 술을 마시면 이상하리만치 아내에게 엉겨 붙긴 해도 설마 대리기사가 있는 자동차 안에서 사랑을 나눴을 거라 생각은 안한다. 그렇다면 집에서? 그렇다면 아내가 관계 후 자신까지 씻기고 잠자리에 들었다는 것도 이상하다.

‘자진해서 바람 필 여자는 절대 아니고……그러면 한 가지 밖에 없는데…….’

자신도 취했겠다. 아내는 자중하긴 했어도 남자가 작정하고 달려들면 막을 도리가 없다. 자존심이 강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해도 여자는 여자다. 자기가 당하고 싶지 않다고 안 당하면 세상만사 평화로울 거다.

‘만약 당했다고 해도 그 자존심 강한 아내가 조용히 있을까?’

그럴 리 없다. 당하더라도 이를 박박 갈 여자다. 남편이 돼서 그날 뭔 일 있었냐고 묻기도 이상하다. 그 자존심 강한 아내는 자신이 그런 질문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 허리를 작살낼 여자니깐.
그렇기에 안정수는 이렇게 한숨만 푹푹 내쉬며 고민에 휩싸여 있는 거다. 혹시 몰라 자동차도 확인해봤지만 깔끔하기 그지없어 자신의 의심이 괜한 걱정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다. 아내의 행동거지도 이상하지 않고, 오늘 아침에만 해도 깨가 쏟아질 정도로 평범한 일상이었다.

“이거 참…….”

긁어 부스럼일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안정수는 자신의 가슴 속에 피어난 의심이라는 싹을 키워야 할지 그대로 둬야할지 고민하며 일단은 가슴 속 깊이 덮어두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이제까지 그랬듯 자신의 아내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와 믿음은 이정도 의심으로 흔들릴 정도로 작은 게 아니었다.

안정수처럼 얼굴에 근심이라고 쓰여 있는 것도 아니며, 하는 행동이라곤 평소와 똑같이 업무라곤 모르는 사람처럼 태평한 사람도 고민 아닌 고민에 휩싸여있다. 바로 영업부 부장인 김우영이다.

‘흠……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데 말이지.’

김우영이 들여다보고 있는 스마트 폰 화면에는 얼마 전에 찍은 정나은의 사진이 비춰지고 있다. 그것도 자신이 싸지른 하얗고 질척한 욕망으로 온 몸이 더러워진 채 그렇게 능욕 당했으면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카메라를 쏘아보고 있는 강한 눈빛이 참 마음에 든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 때문에 걱정이다.

‘살다 살다 이렇게 자존심 쎈 년은 첨이네.’

분명 꺾였다고 생각할 정도로 달콤한 신음을 내지르며, 쾌락에 푹 적셔져 실신까지 한 유부녀가 정신을 차리면 그 콧대 높은 자존심도 정신을 차리는지 살쾡이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본다.

‘나에게 한 방 크게 먹이고 나면 신고를 하려 했겠지만 이번에 약점을 크게 잡았지.’

하지만 이 약점도 얼마든지 떨쳐내려면 떨쳐낼 수 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쥐를 물어뜯는 법이다. 게다가 이 쥐는 어찌나 고고한지 물어뜯기 시작했다간 자신이 죽더라도 고양이를 물고 지옥으로 손잡고 들어갈 그런 쥐다.
김우영은 그래서 고민이다. 보면 볼수록 배아래 깔아뭉개 높은 콧대를 짓눌러 타락시키고 싶은데 잘못했다간 자신이 깔아뭉개지게 생겼으니 여기서 슬슬 손을 떼야할지 아니면 철저하게 짓눌러야할지 모르겠다.

‘대부분은 약점 잡고 한, 두 번 깔아뭉개면 알아서 기던데…….’

자신이 질릴 때까지 자포자기를 하는 유형도 있었고, 아예 마음을 바꿔 즐기는 쪽으로 마음먹는 유형도 있었다.
사회생활을 오래한 탓일까? 산전수전 다 겪은 역전의 용사가 따로 없다.

‘이 이상 철저하게 하려해도 어떻게 해야 하지…….’

내기를 하자고 해도 저번처럼 어수룩하게 걸려들지 않을 것이고, 잠들었다고 해도 남편 곁에서 철저하게 몸을 능욕했는데도 마음이 꺾이질 않는다. 김우영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탁탁 두들기며 고민에 잠긴다.

‘그나저나 박경원 사원은 별 낌새 없나?’

최 사장이 어련히 잘 했겠지만 정나은 때문에 심란한 마음이 전염이라도 되는지 자연스레 눈이 간다. 업무를 보면서도 그 호탕한 성격은 어디 안 가는지 껄껄 웃음을 터트리며 업무를 보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눈치 채지 못한 듯싶다.

‘이번엔 얼마나 싸질렀을까?’

최 사장의 성적 취향 때문에 간간이 근황 보고하는 게 참 힘들다. 자신의 씨로 임신했을지도 모르는 여성의 근황을 꼭 알려줘야 하니 그걸 자연스레 알아보는 것도 참 고역이다.

‘편하기로 따지면 김수진 같은 여성이 편한데……이 와중에도 정나은이 떠오르는 걸 보면…….’

여성으로써의 매력은 수수하면서도 그 육감적인 몸뚱어리를 가진 김수진이 더 탐하는 맛이 있지만 타락시키고 싶으면서도 계속 생각나는 건 정나은이다. 정말이지 묘한 매력이 있는 여성이다.

“후~고민해봤자 답도 안 나오는군. 일단 일이나 해볼까?”

김우영은 외근 나간다고 사원들에게 말한 뒤 고객을 만나러 회사를 나섰다. 회사를 나섬과 동시에 등록한 지 얼마 안 되었으며 자신의 고민의 근원에게 메시지를 날린 뒤 서둘러 일을 처리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정나은은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남편 앞에서도 그랬듯이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며 오늘도 고객을 만나며 하나의 계약이라도 더 따기 위해 발 빠르게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다. 처음 당했을 때와는 다르게 약간 불편해 보이지만 당당한 그녀의 걸음걸이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띠링
영업하는 사람답게 메시지가 오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바로 확인한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과 그 내용을 확인하자 고운 얼굴이 확 찌그러지며 자신의 불쾌한 기분을 있는 대로 드러낸다.

“어쭈? 아주 이젠 오라 가라 신났어?”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김우영 부장이었다. 2시간 정도 후 시내 유명한 카페에서 얼굴 좀 보자는 간결하면서도 명령조의 메시지다. 정나은은 약점이 잡혔다고 해도 이렇게 명령조로 나오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 하지만 그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곧이어 스마트 폰이 또 다시 울리며 메시지를 전송받는다.

“……까득.”

정나은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이를 갈았다. 뒤이어 전송된 건 그날 저녁에 찍힌 사진 중 하나였다. 그것도 굴욕적으로 사용 후 그 내용물이 든 콘돔을 자신의 얼굴에 집어던진 후 찍은 사진이다. 이때만 해도 실신직전인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자신의 여자로써의 달아오른 얼굴에 몸의 확하고 달아오른다.

‘이런 얼굴이란 말이지?’

새삼 신기하면서도 아랫배가 찌르르 울리는 감각을 억누르며 스케줄 체크를 해본다. 문제없다. 다만 만난다 해도 현재로썬 뾰족한 수가 없는 정나은으로썬 아직 이 만남이 달갑지 않다.

“쯧,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를 만나야지.”

한껏 치켜 올라간 눈매는 내려올 생각을 않고, 그녀의 입에선 혀를 차는 소리가 새어나오며 그녀의 기분을 대변한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주눅 든 기색도 없이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울리며 시원시원하게 길거리를 걸어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능력 있는 여성의 모습 그 자체였다.
김우영은 재빨리 일을 하나 끝마치고 진즉 카페에서 시간을 죽이며 정나은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오전 회사에서 고민에 휩싸였던 모습은 일체 남아있지 않고, 유부녀와의 밀회를 즐길 생각에 콧노래까지 흘러나온다.

‘응? 왔군.’

카페 입구를 눈 빠져라 바라본 보람이 있다. 사회생활을 해서인지 약속시간을 칼처럼 지키며 들어오는 모습이 눈의 보양을 준다.
능력 있는 여성의 제복 모습이란 건 남성의 로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깨끗하게 빼어 입은 검은 정장 위로도 알 수 있는 부풀어 오른 가슴이나 잘 발달된 골반은 그녀가 걸음을 걸을 때마다 탄력적인 엉덩이를 자연스레 흔들게 해주니 어느 남성이라도 시선이 안 가겠는가?
안경까지 써 깐깐하면서도 지적으로도 보이는데 일부러 연하게 한 화장 때문인지 청순미까지 살살 흘러나오니 저런 여자를 어찌 깔아뭉개지 않고 배기겠는가?
김우영과는 달리 정나은은 그를 발견하자 미간이 확 좁혀졌지만 짜증내는 모습도 매력적이니 이것 참 곤란할 따름이다.

‘정말로 어떻게든 굴복시키고 싶은데…….’

한 치의 흐트러짐조차 없이 올곧은 걸음걸이로 다가와 반대편에 앉는 정나은의 모습이 고고하기까지 하다. 여성이라면 자신을 억지로 깔아뭉갠 남자 앞에서 이렇게 당당한 태도로 있을 수 있다는 게 대단한 거다.

“그래서 무슨 용무인데 바쁜 사람 오라가라야?”

정나은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가시가 담긴 말로 김우영을 쏘아붙인다. 김우영은 서두르지 말라며 웃음으로 무마한다. 김우영은 느긋하게 그리고 끈적한 눈길로 그녀를 뜯어본다. 자신의 눈길을 알아 챈 것인지 한층 기분 나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릴 뿐 별다른 반응이 없다.

‘승부수를 던져볼까?’

역시 눈앞에 유부녀를 앉혀놓으니 이성보단 본능이 더욱 강하다. 오전까지만 해도 손을 떼야하나 고민하던 게 거짓말처럼 싹 사라지고 어떻게든 자기 입맛대로 굴려보고 싶은 충동이 강해졌다.

“역시 그 맛을 못 잊겠단 말이야? 그런 의미로 어때? 슬슬 너도 내 맛을 몸이 기억할 때가 됐는데.”
“미안하지만 조금도 기억 안 나서 말이지.”
“그야 그러시겠지. 결국 이번엔 실신해버렸으니.”

한마디도 지지 않고 받아치는 정나은은 김우영의 조롱에 울컥한다. 하지만 그때처럼 확 열이 올랐다가도 금방 머리를 식히며 차분히 자리를 지킨다.

‘이것 참 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가는 건 기분 탓인가?’

자신의 도발에도 금세 차분함을 되찾는 모습에 김우영은 입맛을 다신다. 이렇게 되면 정말로 정면승부정도 밖에 길이 남지 않았다.

‘아니면 여럿이서 바보가 될 때까지 굴리는 것뿐인데…….’

그러자니 자신의 화려한 여성편력에 금이 가니 그것도 내키지 않는다. 이 맛있는 걸 나눠먹는 것도 싫다. 치열하게 싸우는 이성과 본능의 싸움에서 결국 본능이 이겨버렸다. 이런 여자를 또 어디서 만나겠는가? 이쯤 되니 서로 자존심 문제다.

“허허~좋아.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자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까지 버틸 줄은 몰랐어.”
“……흥.”

정나은은 새침한 고양이처럼 코웃음 칠 뿐이다. 하지만 그녀의 눈매가 살짝 치켜 올라가 파르르 떠는 걸 보니 기분 나쁜 것 같진 않다. 김우영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숨을 고른 뒤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래서 말이지. 난 네년을 이리저리 내 입맛대로 굴리고 싶거든? 그런데 참 그게 힘들어. 그래서 제안이 하나 있는데 들어보겠어?”
“내 몸을 마음대로 굴리게 하겠다는 남자의 제안을 들을 것 같아?”
“그렇게 날 세우지 말고. 지난번처럼 내기를 하자고. 어때?”
“지난번엔 취했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달라.”

내기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보고 있자니 어려워질 법도 싶지만 그럼에도 이 여자는 반드시 자신이 제안하는 내기에 응할 것이다. 이 와중에도 호시탐탐 어떻게 고양이를 물어뜯을지 고민하는 쥐의 눈빛은 활활 타오르고 있으니깐.

“넌 나에게 받아내야 할 것도 있고, 서로 이기는 내기를 하자 이거야. 한 달. 딱 한 달만 내가 하라는 대로 엉덩이를 흔들어. 한 달 안에 네년을 굴복시켜주지. 만약 한 달이 지나도 그 자존심을 세울 수 있다면 지금까지 찍은 사진 전부 지우고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거래처를 넘겨주지. 그 뒤에 서로 우리는 만나지도 않는 사이로 돌아가자고.”

한 달 동안 자기 입맛대로 굴려도 굴복하지 않는 년이라면 자진해서 떨어져나가는 게 좋다. 정나은은 자신의 제안이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모르겠다. 그저 무표정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생각에 잠기는 그녀다.

‘하지만 덥석 물지 않고 어떻게 하려고?’

자신에게 찍힌 사진은 받아야 한다. 물론 안 받아도 그만이지만 자신에게 한 방 못 먹이고 이 관계가 끝나는 게 더 열 받을 그녀다. 그렇기에 거래처라는 미끼는 자신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건수이며, 어떤 의미론 그녀에게 주는 입막음 비용인 셈이다.

“그 내기는 내가 너무 손해인데? 날 한 달 동안 가지고 놀 거면서 겨우 거래처 하나? 장난해?”
“그렇게 쎄게 나와도 되나 몰라? 이래봬도 많이 숙이고 들어가 줬건만…….”

김우영은 보란 듯이 스마트 폰을 들고 흔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나은의 얼굴에는 동요나 짜증이 묻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진한 미소가 입가에서 묻어난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거래처 전부와 남편의 승진.”
“뭐?”
“귀가 막힌 거야? 거래처 전부와 남편의 승진. 그러면 한 달 동안 충실하게 엉덩이를 흔들어주지. 물론 이 관계가 끝난 뒤에 신고도 안하겠어.”

김우영은 그녀의 당당한 요구에 허탈한 웃음이 올라온다. 궁지에 몰리고 약점까지 잡힌 이 와중에도 그녀는 자신을 돈에 팔지 않겠다는 뜻이다. 거래처라는 건 영업일을 하는 사람들에겐 힘겹게 개척하며 걸어온 길이자 신뢰의 증표다. 그걸 남에게 건네주고 이쪽과 거래하라고 설득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걸 전부란다.
그녀는 몸과 자존심을 걸었고, 자신은 지금까지 쌓아올린 사회생활과 신뢰를 내놓으란 소리다. 차라리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

“풋! 크크크큭! 이거 진짜 걸작이군.”

김우영은 허탈한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도저히 막지 못하겠다. 남자는 세상을 지배하고 남자를 지배하는 건 여자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정말이지 끝까지 자기 머리 위에서 춤추겠다는 이 당돌한 여자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하지만 그게 매력이지.’

한 방 먹이기 위해 살짝 틈을 보여줬더니 아주 머리 꼭대기에 올라선 채 그 탄력적인 엉덩이를 흔들며 자신을 놀리고 있으니 안 받아줄 수 없지 않은가.

“좋아. 그 내기 받지.”
“훗! 한 달 동안 그 비루한 몸으로 용 써보라고.”
“상세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김우영과 정나은은 평화롭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 고풍스런 카페 분위기와는 전혀 안 어울리는 살벌하기 그지없는 눈빛을 서로에게 쏘아대며 서로를 물어뜯을 이야기를 나눈다.
둘 다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답게 내기에 대한 상세한 것을 조목조목 따진다.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세 치 혀에는 독을 잔뜩 바른 검을 날카롭게 세운 채 서로의 인생을 건 내기를 시작했다.

하늘은 짙은 밤의 장막이 드리운 지 오래다. 안정수는 오늘 하루 아내에 대한 고민으로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멍하니 있을 때도 많아 하루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밀리고 밀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자진해서 야근중이다.

‘배고픈데 커피라도 마실까?’

나가서 뭔가를 사먹고 오자니 차라리 후딱 업무를 처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속 편할 것 같은 안정수는 텅텅 빈 사무실을 뒤로하고 탕비실로 걸음을 옮긴다. 탕비실에서 커피를 타고 있자니 이게 뭐하는 짓인지 자괴감도 든다.

‘그냥 내일 처리할 걸 잘못했나?’

그윽하게 올라오는 향기로운 커피 향을 느끼며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낸다. 신경과민인지 오랜만에 찾아온 두통 때문에 더욱 기분이 가라앉는 것 같다. 커피에 설탕을 더욱 투하해 달달하게 마시며 지친 몸에 당분을 주입해도 한 번 가라앉은 기분은 영 올라올 기미가 안 보인다.

“에잉~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퇴근 할걸.”

컴컴한 사무실에서 혼자 궁상맞게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김우영이 영업부 부장으로 와서 좋은 점이 딱 하나 있다. 자진해서 자리를 지키지 않으니 급한 일이 아니면 다들 칼 퇴근해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다. 안정수는 손에 든 커피를 천천히 마시고도 기분이 가라앉아있으면 그냥 퇴근하기로 마음먹었다.

‘집에 가서 예쁜 마누라나 끌어안고 자야겠다.’

자신의 고민도 아내 얼굴을 보면 씻은 듯이 날아갈 게 분명하다. 안정수는 커피를 후륵 마시고 탕비실에서 퇴근하기 위해 걸음을 옮긴다. 자신이 자리를 비울 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던 사무실엔 인기척이 느껴진다.

“응? 부장님 이 시간에 왜 회사에 나오셨어요?”
“으음? 자네 아직도 퇴근 안 했나? 나야 외근 나갔다가 처리 할 일이 남아있어서 서류도 챙길 겸 잠시 들렀네.”

절대 이 시간에 회사에서 못 볼 인물 1위인 김우영 부장이 자리에 앉아 의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정말로 온 지 얼마 안 됐는지 외투도 벗지 않고 자리에 앉은 걸 보니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들어온 것 같다.

‘그나저나 혼자선 보고서 하나도 제대로 못 올리는 사람이 무슨 일을 처리하겠다고…….’

김우영 부장은 평소 자신의 보고서도 부하 직원에게 시킨다. 설마 자신에게 시키지 않겠지란 불길한 상상을 하며 티 나지 않게 서둘러 퇴근 준비를 한다.

“그럼 부장님 전 이만 퇴근하려고 하는데……부장님은 어쩌실 건가요?”
“음! 걱정 말고 퇴근하게나. 나도 곧 퇴근 할 터니.”

김우영 부장은 정말로 아직 회사에 남아 있을 작정인지, 의자까지 당기며 업무를 보겠다는 걸 몸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너무 의자를 당기기라도 한 것인지 책상 아래에선 쿵하는 작은 소리가 들린다.

“크웁?!”
“괜찮으세요?”
“어? 아아……괜찮네. 살짝 다리를 부딪힌 것뿐이야. 신경 쓰지 말고 퇴근하게나.”

안정수는 고통어린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착각인가란 생각을 하며 사무실을 빠져나가며 퇴근을 했다.

‘그래도 남자라고 안 아픈 척 하네.’

고통어린 목소리가 평소 목소리와는 전혀 달랐던 것 같지만 워낙 순간이었고, 저렇게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아닌 척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같은 남자로써 못 본 척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김우영은 책상에 앉은 채 온 몸을 덜덜 떨면서 한 손으로는 부딪힌 부위라도 주무르고 있는지 책상 아래로 내려가 있었고 그의 시선은 안정수가 나갈 때까지 고정되어 있었다. 안정수를 경계하는 눈빛이었지만 안정수는 모른 척 해달라는 남자의 자존심 어린 눈빛으로 착각하고 퇴근을 했다.

“으음!”

안정수가 나가기 무섭게 김우영의 입에선 억눌린 신음이 새어나오며 책상 위로 고개를 떨군다. 책상 위로 올라와 있던 나머지 손까지 책상 아래로 내려 무언가를 움켜쥐곤 안쪽으로 끌어당기듯이 팔에 힘을 준다.
놀랍게도 의자에 앉아있는 김우영의 하반신은 알몸이었고, 책상 안 깊숙이 들어간 의자와 양껏 벌어진 김우영의 허벅지 사이에는 놀랍게도 가느다란 여성의 두 손이 얹혀져 무언가 고통스러운 듯 그의 허벅지를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웁!”

안정수가 들었던 고통어린 목소리는 김우영의 입이 아닌 그가 앉아있는 책상 아래에서 들려왔다. 책상 위로 고개를 떨군 채 덜덜 떨던 김우영은 곧이어 안정을 찾고 고개를 든다. 그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감정은 고통이 아닌 쾌락이었다.
김우영의 허벅지를 움켜쥔 채 부들부들 떨리던 가느다란 여성의 손도 곧이어 힘이 빠진 것처럼 축 처진다. 어두운 책상 아래에서도 유난히 반짝이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축 처진 여성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깔끔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의 은색 반지는 김우영이 이미 더럽힌 적이 있는 반지었으며 그 짝은 방금 전에 이 사무실을 벗어났다.

퇴근시간이 훨씬 지난 지금에 이르러선 길거리는 수많은 직장인들로 넘쳐나고 있다. 회식을 가진 사람들이나 한 잔 거하게 걸치고 집으로 귀갓길을 서두르는 사람. 아직도 회사에 남아 퇴근길을 서두르는 사람들을 부럽게 바라보는 사람 등 도시의 밤은 휘황찬란하다.
길거리에 넘쳐나는 직장인들 사이에도 그들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두 남녀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다름 아닌 김우영과 정나은이다.

‘설마 내기를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끌고 다닐 줄은…….’

정나은은 김우영과 카페에서 내기를 시작하고 서로 계약서까지 작성을 끝냈다. 계약서는 한 달 동안 두 사람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놨고 함께 찾아가지 않는 한 못 찾게끔 해 놨다. 내기를 시작했어도 설마 그 내기를 한 당일부터 자신을 끌고 다닐 줄 몰랐던 정나은은 기분이 상당히 안 좋다.

‘내기 내용에 있으니 거부 할 수도 없고…….’

내기 내용 중 정나은은 그가 부르면 한 달 동안 충실하게 나와야한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업무의 방해나 금전적 손실은 내기의 승패와 관련 없이 그가 메워주기로 해 도망칠 구멍까지 확실하게 막아 놨다.
그렇게 저녁 식사를 끝마치고 도착한 곳은 김우영의 일터이자 남편의 일터인 회사였다. 정나은이 다니는 회사보단 야근하는 인원이 많은지 올려다본 회사 건물에는 듬성듬성 불이 들어와 있어 아직 사람이 많은 걸 알 수 있게 해준다.

“여기서 뭘 할 셈이야?”
“응? 그야 오늘은 늦었고 잠시 느긋하게 지내자고 비싼 모텔까지 들어갈 거 있어?”
“……쯧.”

남편이야 이미 퇴근했겠지만 그럼에도 남편의 직장에서 몸을 더럽혀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 차라리 모텔이 훨씬 났지 이건 아니다.

‘한 달만 참자. 한 달 뒤 저놈의 거래처 하나도 남김없이 다 받아낼 테다.’

거래처를 빼앗는 게 결코 돈 때문이 아니다. 영업일에서 다른 사람과 거래해 달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걸 하나도 아니고, 전부다. 친척이나 가족 사이여도 거래처를 바꾸는 건 고민 될 터인데 생판 모르는 사람과 거래를 트라고 설득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한 달 뒤 거래처마다 허리 부러질 때까지 고개 숙이고 다녀보라고.’

내기가 끝나고 김우영이 고생하고 다닐 생각만 하면 절로 입가에 웃음꽃이 핀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한 달만 꾹 참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김우영이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남편의 회사로 걸음을 옮겼다.
확실히 퇴근 시간이 지났기에 회사 1층에는 사람 그림자도 안 보인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뒤 영업부 사무실이 있는 층을 누른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기 무섭게 김우영은 정나은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자, 잠깐?!”

정나은은 그의 대담한 행동에 화들짝 놀란다. 김우영은 그런 정나은의 반응도 아랑곳 않고 더욱 허리를 끌어안으며 정장 위로 그녀의 허리와 골반을 징그러운 손길로 매만진다. 자존심 강한 정수진은 평소 같으면 매몰차게 쳐냈겠지만 한 달 동안 그는 그녀의 몸을 마음껏 탐할 수 있다.
그 결과 자신이 굴복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이 내기의 승패가 결정되기에 당황스러운 지금 상황에서도 그를 내칠 수가 없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이래?!”
“이 시간엔 회사에 사람도 거의 없어.”

허리와 골반을 쓰다듬던 김우영의 손은 더욱 아래로 내려가 정장 치마 위로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탄력적인 엉덩이를 움켜쥔다. 부드러운 정장 치마의 감촉과 그 아래 움켜쥘수록 마치 반항하듯 튀어 오르는 탄력적인 엉덩이의 감촉이 만족스럽다.

“당신 설마 잊은 건 아니겠지? 지금 이 관계는 누구에게도 알리면 안 된다는 걸?!”
“알지. 암. 내가 추가한 건데. 하지만 알리지만 않으면 될 뿐 남들이 자연스레 알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지 않나?”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논리야?!”

김우영이 확실히 계약서를 남기자고 한 이유가 수상하긴 했지만 자신도 빼도 박도 못하는 물증이 있어야 좋기에 승낙했더니 그 세세한 사항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 있다. 내기에 대한 계약서 작성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그가 자진해서 이 내기와 관계를 남에게 알리면 안 된다는 조항도 추가하자기에 자신도 좋다고 승낙했다.

‘이 작자가 그 이유로 계약서를 쓰고 그런 조항을 넣은 거야?!’

해석하기 나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서면으로 남긴다는 건 그래서 무서운 거다. 계약서에 쓰여 있는 조항들은 김우영도 그렇지만 정나은 자신도 옭아매는 덫이 된 셈이다.
아무리 세세하게 살피고 조심스럽게 계약서를 적었어도 이렇게 허점을 파고들려면 얼마든지 파고들 수 있다는 것에 정나은은 또 다시 당했다며 이를 갈 수밖에 없다.

‘괜히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모텔 놔두고 멀쩡한 소파 하나 드문 회사에 온 줄 아나.’

김우영은 이 조항을 철저하게 써먹을 셈이다. 그렇기에 첫 날부터 그녀를 남편이 근무하는 회사까지 데려온 것이다.

‘cctv에 잘 찍히고 있겠지?’

회사에 근무하는 경비들은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cctv 장면을 보며 낄낄거리고 있을 것이다. 정나은의 엉덩이를 주무르다보니 금세 영업부가 있는 층에 도착했다. 정나은은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기 무섭게 내리며 김우영을 한껏 치켜 올라간 눈매로 노려본다.

“역시나 다들 퇴근했나보군.”

듬성듬성 불이 들어와 있는 다른 부와는 달리 영업부는 자신이 자리만 비웠다하면 칼 퇴근이다.

‘정작 자신도 제대로 업무를 안 보며 이렇게 유부녀 꽁무니만 쫓아다니고 있으니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지.’

그럼에도 계약은 확실히 물어오는 게 이 남자의 특징이다. 정나은은 설마 누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한 채 사방을 둘러보며 경계하는 모습이 귀여운 초식동물을 연상케 한다.
초식동물이 불안해하며 경계하고 있다면 육식동물이 잡아먹는 게 당연한 섭리.

‘하지만 그 초식동물을 입안에서 굴릴 수 있으니 천천히 즐기자고…….’

이미 아가리 속에 들어온 토끼다. 그렇다면 조미료를 뿌리고, 향신료를 버무려 자기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일만 남았다. 오늘은 첫 번째 향신료를 뿌리는 영광스런 날이다.

“뭘 그렇게 무서워해? 이리로 오라고.”

김우영은 보조등만 들어와 있어 어두컴컴한 사무실 안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정나은은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그를 따라 사무실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어? 자, 잠깐만.”
“응? 왜 그래?”

김우영을 따라 들어가던 정나은은 어두운 사무실 안에서 한 곳을 바라보더니 안색이 창백해진다. 바로 남편의 자리다. 남편의 자리에는 화면 보호기가 떠 있는 컴퓨터와 정장 외투가 의자에 걸려 있는 걸 발견했다.

“나, 남편이 아직 퇴근 안했잖아요!”

정나은은 창백해진 얼굴로 다급하지만 목소리를 최대한 줄여서 김우영에게 소리친다. 김우영도 설마 아직 퇴근 안 한 사원이 있을 줄 몰랐다는 듯 당황스런 얼굴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다른 사원이라면 거래처 고객이라고 둘러댈 여지라도 있지 이건 빼도 박도 못한다. 그렇게 두 사람이 서둘러서 자리를 뜨려는 순간 정막하기 그지없던 사무실에 발걸음 소리가 울린다.

“?!”

소리 없는 비명이란 건 이런 표정일 것이다. 두 사람의 입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허둥지둥하는 사이 저벅저벅하는 일정한 발걸음 소리는 계속해서 가까워지고 있다. 김우영은 재빨리 정나은을 데리고 자신의 자리로 이동해 그녀를 자신의 책상 아래에 우겨 넣는다.

“기, 기다려 봐!”

정나은은 좁은 책상 아래로 억지로 집어넣어지자 당황하며 소리쳤지만 남편에게 들키지 않겠다는 이성이 남아있는지 목소리를 최대한 죽이면서 신속한 움직임으로 쏙 들어갔다. 김우영도 재빨리 가방을 내려놓고, 일을 보는 것처럼 꾸민 뒤 잠시 숨을 돌린다.

‘거 참 이런 스릴은 별로 안 반가운데 말이지.’

김우영은 긴장 때문에 솟아난 식은땀 때문에 답답하게 목을 죄는 넥타이를 풀어준다.

‘잠깐 스릴?’

넥타이를 풀던 손이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딱 멈춘다. 김우영의 머리에는 일순간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건 절호의 찬스라는 생각에 김우영의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떠오른다.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김우영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책상 아래에 숨어있던 정나은 일어선 김우영 때문에 더욱 초조함이 극에 달하며 심장이 쿵쿵 뛴다.

‘대체 뭘 하려고 저래?!’

가슴에 꽉 들어찬 짜증을 토해내고 싶은 걸 꾹 참으며 귀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철컥, 철컥하는 금속 소리와 옷 스치는 소리에 정나은의 머리에 의아함이 솟아나려는 순간 훅 내려온 어떤 것에 화들짝 놀란다.

‘벨트에 바지? 아니 이게 무슨…….’

정나은의 시야를 숨 막히게 꽉 채우던 김우영의 하반신. 그는 갑작스레 벨트를 풀리더니 바지와 함께 팬티를 훅 벗어버린다. 김우영은 바지를 벗기 무섭게 의자에 앉아 너무 황당해서 말도 안 나오는 정나은의 얼굴 앞에 김우영의 하반신을 밀어붙인다.

“자, 잠?!”

더 이상 물러날 곳도, 피할 곳도 없는 좁은 책상 아래에 숨 막히게 김우영의 하체가 드리우자 정나은은 정말로 당황하며 소리 지르려는 자신의 입을 필사적으로 틀어막았다. 정나은은 얼굴에 확 느껴지는 김우영의 역겨운 체취와 식은땀까지 흘렸는지 그 후끈한 열기와 끈적거림이 전해진다.
김우영은 책상 아래로 손을 넣어 정나은의 머리를 잡고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확 끌어당긴다. 정나은은 너무나 당황해 김우영의 손길에 따라 넘어지듯 그의 가랑이 사이에 달라붙는다. 책상 아래로 살짝 보이는 그녀의 매서운 눈매는 당황으로 물든 게 참으로 보기 좋다.

“뭐해? 얼른 빨아 봐.”
“…….”

정나은은 자신의 말에 기가 막혀서 말도 못하고 눈만 껌뻑일 뿐이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발소리에 김우영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억지로 그녀의 입에 쑤셔 넣었다.

“크으웁?!”

김우영은 하반신에서 전해지는 온기와 살포시 감싸는 입술의 부드러운 감각에 금세 피가 아래로 몰린다. 정나은은 입안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하는 육봉 때문에 뒤로 물러서고 싶어도 물러 설 곳도 없지만 자신의 머리를 꽉 누르고 있는 그의 억센 힘에 그의 허벅지를 양 손으로 꽉 붙들고 부들부들 떨뿐이다.

“웁!”

온 몸에 확하고 전해지는 김우영의 역한 체취에 정나은은 헛구역질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막았다. 김우영은 책상 아래를 내려다보자 고양이처럼 확 치켜 올라간 사나운 눈매가 어두운 책상 아래에서 번뜩이는 걸 봤다.

“후후! 왜 그렇게 봐? 어서 혓바닥 놀려봐.”

정나은은 이 상황에 무슨 개소리하냐는 눈빛으로 강하게 쏘아보자 김우영은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잡고 자진해서 흔들기 시작한다.

“으! 우웁! 큽!”

덩달아 책상까지 덜컹, 덜컹 흔들리자 정나은은 화들짝 놀라며 그의 허벅지를 강하게 움켜쥔다. 김우영은 그녀의 손길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어쩔 셈이냐고 눈빛으로 물어본다.

‘할 수 없지…….’

정나은은 날카롭게 김우영을 한 번 쏘아보고 자진해서 입안에 머금고 있는 육봉을 자신의 혓바닥으로 부드럽게 감싸며 그의 말을 따른다. 지금 여기서 그가 하자는 대로 안 했다간 당장이라도 사무실에 들이닥칠 남편에게 들킬 수밖에 없다.

‘변명조차 못 할 거야.’

남들 다 퇴근했을 시간에 아내와 부장이 함께 있는 것도 모자라, 부장의 하반신은 알몸이고 그의 책상 아래에서 기어 나온다? 그 누구라도 안 믿어줄 상황이다.
김우영은 소심한 그녀의 태도에 마음에 안 든다고 항의하듯 그녀의 머리를 더욱 강하게 끌어당기며 자신의 하반신에 얼굴을 묻게 한다.

“우읍…….”

이대로 이빨만 세워도 얼마든지 괴롭힐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서럽다. 아니, 자진해서 이 상황을 만든 자신의 높은 자존심이 이젠 정말 진저리가 날 지경이다. 정나은은 눈을 꼭 감았다 뜨며 마음을 굳게 먹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자 그제야 김우영은 만족스러운 듯 살짝 팔의 힘을 푼다.

‘이 와중에도 눈빛은 참 매섭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이 치욕스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흉흉한 눈빛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게 오히려 더욱 흥분된다는 걸 그녀는 아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하반신에서 올라오는 쾌락으로 몸이 슬슬 덥혀질 무렵 발걸음의 주인공이 사무실에 도착했다.
자신의 인기척을 느낀 탓인지, 살짝 걸음이 멈췄다가 들어선 그는 예상대로 자신의 책상 아래 숨어있는 여성의 남편인 안정수였다. 사무실로 들어선 그는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곳에 그것도 가장 있으면 안 될 인간이 있다는 것에 굉장히 놀란 표정이다.

‘지금 내 책상 아래에 있는 게 누군지 알면 까무러치겠지?’

책상 아래에선 조금씩 질척거리는 소리까지 나기 시작하고 눈앞에 남편 모르게 그의 아내를 탐하고 있다는 이 특수한 상황이 까무러치게 흥분된다.

‘게다가 평소 사무실에서 사원의 아내를 책상 아래 집어넣고 봉사시키고 싶었는데 그게 이런 형태로 이뤄지다니.’

그것도 자신이 만난 여성들 중 콧대가 최고로 높은 이 도도한 고양이에게 봉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안정수 사원과 대화를 시작하자 정나은이 화들짝 놀라며 모든 움직임을 멈추자 김우영은 멈추지 말란 의사로 그녀의 머리를 더욱 강하게 내리누른다.
쾌락으로 인해 허리가 덜덜 떨리려는 걸 꾹 참고 목소리에도 최대한 평정을 가장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안정수 사원은 굉장히 이상한 눈초리로 퇴근 준비를 하는 걸 바라보며 김우영은 더욱 의자를 안쪽으로 끌어당긴다.

‘남편이 보는 앞에서 싸질러주지!’

사람이란 건 쾌락을 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탐한다. 평소 꿈꿔왔던 상황임에도 김우영은 조금 더 욕심을 내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의 입 안에 싸지르고 싶은 욕심이 생겨 조금이라도 더 쾌락을 탐하기 위해 의자를 안쪽으로 끌어당기자 정나은도 덩달아 안으로 물러나며 김우영의 육봉을 뿌리까지 삼킬 듯 머금는다.

“크웁?!”

목구멍을 찌르는 그 감각에 정나은은 소릴 내면 안 된다는 것도 잊고 괴로움에 신음을 내며 그 괴로움 때문에 몸부림이라도 쳤는지 책상에서 쿵 소리가 난다. 김우영도 덩달아 당황했지만 곧 평정을 되찾으며 안정수의 걱정 어린 말에 대답을 하며 몸에 쌓인 쾌락을 더 이상 억누르지 않고 최대한 느끼는 것에 온 신경을 쏟는다.
정나은은 책상 아래에서 더욱 좁아진 공간 탓인지, 목구멍까지 쑤셔 넣어진 김우영의 육봉 탓인지는 몰라도 정나은이 괴로워하고 있단 걸 알려주듯 자신의 허벅지를 쥐어뜯을 듯이 움켜쥔 정나은의 손길을 느끼며 더욱 쾌락을 탐하기 위해 그녀의 머리를 앞뒤로 흔든다.

“?!”

정나은은 필사적으로 새어나오려는 괴로운 신음소리를 억누르며 앞뒤로 흔들리는 머리 때문에 정신도 차리지 못하고 그저 김우영이 흔드는 대로 쾌락을 전해준다. 신음을 억누르기 위해서인지 빠는 힘과 무의식적으로 혓바닥이 정신없이 입안에 들어온 이물질을 밀어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걸 양분삼아 김우영은 절정에 오를 듯 허리를 부들부들 떤다.
김우영은 조금의 지체도 없이 쾌락을 탐하며 시선은 자신이 실컷 능욕하고 있는 유부녀의 남편에게 고정시켜 놨다. 책상 아래에 내려간 한 손은 이리저리 흔들리고, 허리는 쾌락으로 부들부들 떨리는 걸 그는 어떤 생각을 하며 바라보고 있을지 몰라도 김우영에겐 최고의 흥분을 제공한다.

“그럼…….”

자신을 바라보는 안정수의 시선에는 더욱 의아함이 진해졌지만 그러려니 하며 사무실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가 뒤를 돌아보기 무섭게 김우영의 입에선 억눌린 신음이 새어나오며 책상 위로 고개를 떨군다.

“으음!”

그리고 나머지 손도 책상 아래로 내려 정나은의 머리를 양 손으로 강하게 붙잡고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끌어당김과 동시에 급하게 쌓아올린 욕망을 있는 대로 분출해버렸다.

“웁!”

정나은은 입 안 가득 터져 들어오는 그의 뜨겁고 비릿한 욕망의 덩어리를 토해내지도 못하고 그의 허벅지를 강하게 움켜쥐고 버티는 게 고작이다.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려는 괴로운 신음소리를 억지로 삼킨다.

‘아, 아직 남편이 있을지도 몰라…….’

저 멀리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안내음이 적막한 사무실에 작게 들려왔지만 정나은은 새어나오려는 신음소리를 필사적으로 참아내느라 정신없어서 그 소릴 못 듣고 머릿속이 하얗게 물들어 갈 때까지 참고, 또 참는다.
정나은이 이렇게 괴로운 것엔 이유가 있었는데, 자신의 입에서 끝없이 맥동하며 욕망을 토해내는 육봉과 그의 가랑이 사이에 파묻듯이 밀착한 얼굴 때문에 숨 쉬기가 곤란하다. 코로는 그의 역한 체취가 입으로는 비릿한 밤꽃 향기가 정신없이 그녀를 강타하자 뻣뻣하게 굳어 힘이 잔뜩 들어갔던 몸에 서서히 힘이 풀린다.

“…….”

김우영의 허벅지를 쥐어뜯을 듯 움켜줬던 정나은의 손아귀에 힘이 풀릴 무렵 김우영은 고개를 들며 깊고 뜨거운 숨결을 길게 토해낸다. 김우영은 상체를 바로 세워 책상 아래를 살며시 내려다보자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파묻혀 간헐적으로 경련하고 있는 그녀의 머리가 보인다.

“후~끝내줬어.”

김우영은 정나은에게 들려주듯 조롱하며 그녀의 머리를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서 떨어트린다. 단정하게 틀어 올렸던 머리는 많이 흐트러졌고, 뽀얀 양 뺨은 입술만큼이나 붉게 물들어 선정적으로 보이며 날카롭기 그지없던 그녀의 눈동자는 살짝 풀려 시선이 허공을 헤매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게 누구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

“콜록!”

그녀의 입과 자신의 육봉이 완전히 떨어지자 그제야 숨통이 트인다는 듯 급하게 기침을 하며 입가에는 침과 자신이 토해낸 욕망의 덩어리가 섞여 그녀의 검은 정장에 후드득 떨어진다. 살짝 백치미가 엿보이는 이 순간 김우영은 장난기가 돌아 그녀의 머리를 다시금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끌어들여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육봉을 자존심 덩어리인 그녀의 얼굴 위에 턱하니 올려둔다.

“한 장 박을까?”

김우영은 책상 위에 올려둔 스마트 폰을 재빨리 조작해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서 제정신이 아닌 정나은의 모습을 한 장 찍는다. 번쩍이는 플래시 조명에도 정나은은 아직도 멍한 상태다. 숨이 막혀 살짝 의식이 날아간 상태인 정나은은 이런 굴욕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찍히는 줄도 모른 채 시각이 주는 정보를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고 있다.
김우영은 만족스럽게 한 발 빼고 사진도 찍었으니 이 상태로 그녀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한다. 자존심 높은 유부녀의 얼굴을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파묻은 뒤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물건을 얼굴에 얹혀놓고 있자니 또 다시 무럭무럭 흥분이 솟아난다.

“……으, 응?”

멍하던 그녀의 눈동자에 서서히 빛이 돌아오며 그녀의 목소리에선 황당함이 묻어난다. 올려다보고 있는 김우영의 얼굴에는 비릿한 미소가 떠올라 있고, 무엇보다 그의 가랑이 사이에 기댄 채 자신의 얼굴에 올려져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곤 화들짝 놀라며 잽싸게 그를 밀친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정나은은 책상 밑에서 힘겹게 일어서며 자신의 얼굴에 묻은 더러운 타액에 기겁한다. 하지만 정나은은 자신이 숨이 막혀 굴욕적으로 살짝 의식이 날아간 것도 그 더러운 육봉을 얼굴 위에 올려둔 것도 개의치 않고 그의 멱살을 잡으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남편에게 들켰으면 어쩌려고 한 거야?!”

이 정도 굴욕은 얼마든지 각오했던 일이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에게 들키는 것만은 절대로 안 된다. 억지로 범해졌던 그때보다 더 격렬하게 분노하는 모습에 김우영은 순순히 잘못을 시인한다.

“이야~이건 정말 미안하게 됐어. 설마 남편이 아직 퇴근 안하고 있을 줄은 게다가 내 장난이 심했던 건 솔직히 사과하지.”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있으면 그땐 알아서 해.”

김우영의 솔직한 사과에도 정나은은 씩씩 거리며 그의 멱살을 틀어쥔 채 강한 태도로 그를 압박한다. 정작 정나은 그녀의 강한 태도와는 정 반대로 흐트러진 옷맵시나 달아오른 뺨, 무엇보다 더러운 타액을 얼굴에 바른 채 씩씩 거리고 있어봐야 귀엽기만 할 뿐이다.

“자, 그럼 방해꾼도 사라졌겠다. 좀 더 즐겨볼까?”
“……후우!”

정나은은 머리끝까지 열 받은 상태에서도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그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것에 깊고, 깊은 숨을 토해낸다. 뜨겁게 달아오른 그녀의 숨결에선 비릿한 밤꽃 향기가 푹하고 풍겨져 나오자 정나은은 자신의 입에서 토해져 나온 체취에 얼굴을 찌푸린다.

“그럼 모처럼 사무실에 왔으니 책상 위로 좀 올라가봐.”

정나은의 기분 따위 고려치 않고 김우영은 그녀를 어떻게 희롱할지 생각하며 즐거움에 어린아이처럼 키득거린다. 정나은은 그의 말대로 책상 위에 올라간 채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제 어쩔 거냐고 묻는다.

김우영은 정나은의 시선을 아랑곳 않고 책상 위에 올라선 그녀를 천천히 뜯어본다. 어스름한 어둠속에서 책상 위 스탠드 불빛만이 어둠을 몰아내며 정나은의 모습을 비춰준다.
얼굴에는 채 닦아내지 못한 타액이 질척거리고 있고, 붉게 달아오른 뺨과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는 도톰한 붉은 입술은 수컷을 유혹하는 강렬한 자태를 자랑한다. 깔끔하게 틀어 올렸던 머리는 책상 밑에서 한 씨름 때문에 흐트러진 모습이 강한 자존심 때문에 남에겐 절대 보여주지 않을 모습에 더욱 가학욕구가 끓어오른다. 매끄러운 목선을 따라 이어진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가슴은 그녀가 숨을 몰아쉴 때마다 부풀고 가라앉는 모습은 검은 정장 위로도 그 풍만함을 자랑하고 있다.
자기 관리가 확실한 그녀답게 아름다운 허리라인을 따라 검은 정장 치마에 도달하면 잘 발달된 골반과 타이트한 치마 위로도 확연히 돋보이는 매력적인 엉덩이 라인은 그녀가 책상 위에 앉아 살짝 보이는 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치마 아래로는 속이 꽉 찬 육덕진 허벅지를 감싸고 있는 검은 스타킹은 그 매끄러운 질감을 자랑하듯 은은한 스탠드 조명 아래에서 빛을 반사하며 그녀의 탐스런 다리라인이 고스란히 눈에 새겨진다.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다리라인을 따라 내려오면 그녀의 성격을 반증하듯 관리를 철저히 해 먼지 하나 없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는 검은 하이힐과 강한 그녀와는 정반대로 앙증맞게 귀여운 발과 여성 특유의 자그마한 발목이 김우영 앞에서 그녀의 성격처럼 건방지게 까딱거리고 있다.

“그럼 맛 좀 볼까?”

눈으로 찬찬히 즐긴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정장 상의를 손수 벗기기 시작한다. 김우영은 일부러 천천히 하지만 질척한 손놀림으로 정나은이 자신의 입장이 치욕스럽게 느끼게끔 정장을 벗기지만 오히려 정나은은 그 어스름한 어둠속에서도 날카로운 눈빛은 죽지 않고 김우영을 쏘아보고 있다.
검은 정장 상의를 반쯤 벗기고 새하얗기 그지없는 하얀 와이셔츠의 단추를 차근차근 풀러 내려간다. 차츰 드러나는 새하얀 속살과 풍만한 가슴골, 찹쌀떡처럼 부드러운 가슴을 감싸고 있는 새하얀 망사 재질의 자수가 잔뜩 들어간 브래지어는 뭇 남성이라면 침을 꼴깍 삼키게 한다.

“기껏 정장 입고 있는데 다 벗기는 건 멋이 아니지.”

김우영은 끌끌 거리며 하얀 와이셔츠의 단추를 한, 두 개정도만 남겨두고 완전히 벗기지 않은 채 그대로 둔다. 은은한 스탠드 불빛에 비춰지는 그녀의 뽀얀 복근과 자그마한 배꼽까지 수줍게 와이셔츠 안에서 고개를 내밀고 김우영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여기서 하겠다고?”

입을 꼭 다물고 있던 정나은은 가시 돋친 말로 톡 쏴붙이자 김우영은 씩 웃을 뿐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부드러운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달라붙는다. 뱀처럼 끈적한 손길이 매끄러운 검은 스타킹 위로 정나은의 허벅지를 탐한다. 서서히 그 손길은 허벅지를 따라 치마 깊숙한 곳으로 기어들어가는 사이, 다른 한 손으론 그녀의 매끄러운 복부와 허리를 쓰다듬으며 유부녀의 속살을 탐한다.

“…….”

정나은은 복부와 허벅지를 돌아다니는 끈적한 손길보단 목덜미를 자극하는 김우영의 뜨거운 숨결이 더욱 기분 나쁘다. 곧이어 김우영의 입술은 그녀의 목덜미를 살짝 핥자 정나은의 입에선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살짝 신음이 새어나온다.

“흣!”

껄끄럽고 질척한 김우영의 혀가 그녀의 목덜미를 탐하며 그 라인을 따라 어깨와 쇄골을 자극하며 야생동물의 영역을 표시하듯 자신의 체취를 잔뜩 머금게 해준다. 김우영은 애태우듯이 그녀의 치마 속을 휘젓고 다니는 손은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 주변만을 맴돌고, 복부와 허리를 매만지던 손은 그녀의 등 뒤로 돌아가 곧게 뻗은 척추라인을 따라 손가락으로 천천히 훑어 올라간다.

“……후우~”

정나은은 그 미묘하지만 끈적한 자극에 착실히 쾌락이 샘솟기 시작하며 조금씩 몸이 달아오르는 걸 느낀다. 새어나오는 숨결도 한층 뜨겁고 달콤함하며 달아오르기 시작한 유부녀의 몸에선 그녀 특유의 체취가 샘솟으며 수컷을 자극한다.

‘역시나 예민하군.’

김우영은 서서히 달아오르며 허리가 뒤틀리듯 움찔거리기 시작하는 정나은을 느끼며 그녀 모르게 미소 짓는다. 처음 강제로 그녀를 취했을 땐 최음 효과가 있는 젤을 썼기에 몰랐지만 차 안에서 그녀를 취했을 때 깨달았다.
그녀는 강한 척하는 것치곤 상당히 예민한 몸을 가지고 있단 걸.

‘아니면 유부녀 특유의 강한 성욕 때문일까?’

어째서인지 여자란 생물은 유부녀가 되면 더욱 성욕이 강해진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확실하게 자신의 배우자가 결정되었기에 그동안 억누르던 성욕을 마음껏 토해내는 것일까?

‘덕분에 나 같은 놈도 밥벌이 할 수 있지만.’

김우영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눈앞에 만개한 타인의 꽃의 꿀을 탐하는데 집중한다. 집요하리만치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탐하면서도 절대로 정나은이 만족하지 못할 곳만 자극한다. 골반, 허벅지 안쪽, 등 뒤와 복부, 허리 라인이나 쇄골 등 묘하지만 확실한 자극에 정나은은 점점 달아오른 몸을 비틀며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면서 그 자극을 견디고 있다.
평소라면 진즉에 배아래 깔아뭉개고 정나은이란 유부녀를 탐할 그로써는 이상하리만치 소심하면서도 여성을 배려하는 모습에 정나은은 헐떡이면서도 의아함을 품는다.

‘이상하겠지? 이상할거야.’

김우영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질기디 질긴 강한 꽃을 꺾기위해 시간을 들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그녀를 욕구불만으로 만들기로 했다. 자기관리가 철저하다해도 이렇게 예민한 몸을 가진 그것도 유부녀는 아예 손을 안대면 몰라도 이렇게 묘한 자극에는 성욕이 쌓일 수밖에 없다.
얼마든지 그 성욕을 풀 수 있는 상황임에도 풀 수 없게 된다면?
그 성욕은 쌓이고 쌓여 단번에 터트릴 때의 효과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김우영은 이렇게 그녀에게 미묘한 자극을 하며 성욕이 쌓이게끔 유도하는 중이다.

“이것 좀 달래주겠어?”

김우영은 그녀를 끊임없이 자극하면서도 자신의 성욕은 마음껏 풀기위해 분기탱천한 육봉에 그녀의 왼손을 끌어와 꼭 쥐게 한다. 정나은의 가느다란 손가락과 왼손 약지에 끼워진 결혼반지의 이물감을 느끼며 김우영은 그녀의 풍만한 가슴과 치마 속 가장 깊은 곳으로 손가락을 이동시킨다. 드디어 한층 강해진 자극에 정나은은 뜨거운 숨결만 토해내는 입에서 달콤한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흐음…….”

망사재질의 자수가 들어가 매만지는 맛이 좋은 브래지어 위로 부드러운 가슴을 움켜쥐고 형태가 일그러지듯 주무른다. 치마 속을 휘젓고 다니던 다른 손은 이젠 뜨거움까지 내뿜는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도달하자 질척거림이 손가락에 전해진다.
찌지직!
치마 속에 들어가 있던 김우영의 손이 그녀의 가랑이 사이의 스타킹을 강하게 잡아당겨 찢어버린다. 그러자 살짝 풀렸던 정나은의 흐리멍덩했던 눈에 빛이 돌아오며 불만어린 빛을 내뿜는다.

“벗으라면 되지 그걸 찢으면 어떻게 해?”

정나은의 불만어린 목소리도 무시하고 김우영은 그녀의 부드럽지만 질척거리는 팬티 위로 손가락을 놀려 가랑이 사이를 천천히 자극시켜준다. 브래지어 위로만 매만지던 가슴도 한층 강하게 자극하더니 결국 브래지어를 위로 올려버리자 맨가슴이 출렁이며 브래지어 속에서 빠져나온다.
은은한 스탠드 불빛에 뽀얀 두 언덕이 출렁이는 모습은 침을 고이게 한다. 그 언덕 위에 핀 자그마한 꽃을 손으로 건들자 정나은의 허리가 튕겨져 나갈 것처럼 휜다. 갑작스런 자극에 정나은은 화들짝 놀랐고, 튀어 오른 자신의 허리 때문에 더욱 수치심에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몸에 힘을 준다.

‘눈빛 봐라.’

한층 치켜 올라간 고양이 같은 눈매와 차가운 눈빛은 그녀의 의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눈빛이 더욱 마음에 들기에 이렇게까지 위험한 다리를 건너는 걸 그녀는 알까?

‘마음껏 쏘아보라고. 얼마나 갈지 궁금하네.’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로 회답해주곤 그녀의 탐스런 두 언덕을 잡아먹을 듯 입을 쩍 벌려 양껏 베어 문다. 김우영의 입 안 가득 퍼지는 그녀의 체취와 짭짜름한 땀 맛을 느끼며 그녀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듯 끈적하게 탐한다.

“……하읏.”

한층 강해진 자극에 정나은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음에도 새어나오는 신음을 막지 못하고 고개를 젖히고 허리를 잘게 떤다. 김우영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눈으로 새기며 천천히 하지만 집요하게 그녀를 자극하고 자신의 색으로 물들인다.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 직장인들의 일터. 모두가 퇴근하고 어스름하게 내려앉았던 어둠이 더욱 음영을 더하며 고요함까지 더해져야 할 차가운 사무실에는 어째서인지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고요해야 할 사무실에는 어쩐지 달뜬 숨소리와 달콤하면서도 억눌린 가느다란 신음소리, 무엇보다 퇴폐적인 끈적한 물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지고 있다.
은은한 스탠드 불빛이 열기라도 뿜어내는 것일까? 그 불빛에 다가갈수록 확 달아오른 뜨거운 공기에는 야릇하면서도 비릿한 향기가 은은하게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며 사무실을 덥히고 있다.
은은한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이 모든 걸 토해내고 있는 두 남녀는 상당히 오랜 시간 붙어서 서로를 탐했는지 두 남녀의 몸에선 진한 체취와 땀이 샘솟고 있으며 몸에 걸쳐져 있다는 표현이 걸맞은 정장은 있는 대로 흐트러져 있으며, 뜨겁게 달아오른 몸에서 솟은 땀으로 인해 하얀 와이셔츠는 딱 달라붙어 그 뽀얀 속살을 비추며 더욱 선정적으로 다가온다.

“하아! 하아!”
“쩝쩝, 하웁…….”

거칠고 뜨거운 숨결을 계속해서 토해내는 여성은 책상 위에 올라간 채 양 가랑이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활짝 벌린 채 그 탐스런 육체를 덜덜 떨고 있다. 완전히 풀어 헤쳐진 긴 생머리는 그녀가 쾌락으로 인해 도리질 칠 때마다 출렁이지만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주장하는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에는 날카로운 빛이 스며들었다가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다.
그렇게 쾌락에 몸부림치는 유부녀에게 달라붙어 아기처럼 풍만한 젖가슴을 탐하고 있는 중년 남성은 얼마나 그녀의 가슴을 탐했는지 그녀의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양 가슴이 그의 침으로 범벅이 된 것도 모자라 젖가슴을 타고 매끄러운 복부를 향해 타액이 흘러내린다. 야생동물이 자신의 영역에 체취를 남기듯 그녀의 가슴에선 더 이상 그녀의 향기는 나지 않고 남성의 타액의 체취가 물씬 풍겨 올라온다.
무엇보다 가장 강하게 그의 체취가 풍겨져 올라오는 곳은 다름 아닌 그녀의 가랑이 사이다. 비릿한 밤꽃 냄새는 그녀가 뿜어내는 달콤한 체취를 짓누르고 그녀에게 달라붙어 마치 그녀의 향기인 양 그 강렬한 냄새를 마음껏 토해내고 있다.
이미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욕망을 토해냈는지 그녀의 하얀 망사 팬티 위에는 더욱 진한 하얀 액체가 끼얹어져 그녀의 팬티로 스며들며 그녀의 속살에 그 냄새를 남긴다. 그 아래에서 그 냄새를 지우려고 하듯 계속해서 샘솟는 그녀의 달콤한 액체는 이상하리만치 양이 적다.

‘하아! 하아! 가, 가고 싶은데!’

정나은은 뜨겁게 달아오른 몸과 토해내는 달콤한 숨결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단 한 번도 가질 못했다. 집요하기까지 한 그의 테크닉에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갈 뻔했지만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모든 자극을 멈춰버린다. 그런 주제에 자신은 착실하게 욕구를 마음껏 풀며 자신의 몸에 그것도 자신의 팬티와 가랑이 사이에 그 뜨거운 액체를 토해내고 또 토해냈다.
마치 자신을 놀리듯이…….
정나은은 미칠 것 같은 쾌락 속에서 꽉 막힌 것처럼 터지지 않는 이 가슴 속 깊은 욕구 때문에 불만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오려는 걸 입술을 꽉 깨물고 버티고 있다. 김우영은 그런 그녀를 보며 얄미운 미소를 지으면서 또 다시 자신의 욕구만을 토해낸다.

“크흐음!”

울컥! 울컥!

“…….”

정나은은 또다시 확 피어나는 비릿한 밤꽃 향기와 자신의 팬티 위에서 가랑이 사이를 꾹 누르고 맥동하며 그 뜨거운 액체를 토해내는 남성의 육봉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린다. 자신의 배위에서 마치 아기처럼 가슴을 미친 듯이 탐하며 허리를 덜덜 떨면서 또 다시 욕정을 토해내는 김우영을 보고 있자니 짜증과 동시에 부러움이 샘솟는다.

‘……부러움?’

정나은은 자신의 생각에 화들짝 놀란다. 이런 자신에 더욱 화가 나는 걸 느끼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마음껏 욕망을 토해내느라 풀린 김우영의 얼굴을 쏘아본다. 김우영은 자신의 차가운 눈빛과 자신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이 마주치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욕망을 다 토해내곤 쓱쓱 닦는 게 느껴진다.

“후~이거 완전 푹 젖었구만.”

김우영은 자신이 토해낸 욕망의 덩어리로 절여지다 못해 질척이는 정나은의 하얀 팬티를 내려다보며 만족스런 목소리를 낸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차라리 몸을 더럽히는 게 낫지 일방적으로 성욕을 푸는 도구 같은 취급이 더욱 자존심에 금이 간다. 김우영은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를 무시하고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손으로 비비며 자신의 욕망의 액체가 팬티와 속살로 잘 스며들게끔 비빈다.

“…….”

정나은은 이 남자의 의도를 모르겠다. 김우영은 그저 자신의 욕망의 덩어리들이 그녀의 팬티와 속살에 잘 스며들 때까지 손으로 매만진 뒤 그녀에게서 떨어진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하아?”

김우영의 말에 정나은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아함을 토해낸다. 김우영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즐거운지 연신 웃으며 더욱 터무니없는 소릴 이어간다.

“한 달 동안 남편과 잠자리를 가지지마. 자위도 안 돼.”
“당신에게 더럽혀진 몸으로 남편과 사랑을 나눌 생각은 애초에 없었어!”

정나은은 남편의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소리친다. 하지만 자위까지 하지 말라는 소리에 정나은은 속으로 이를 간다. 이렇게까지 달아오르고 달아오른 몸과 쌓일 때로 쌓인 성욕을 풀지 말라니 이제야 속셈이 눈에 보인다.

‘빌어먹을 놈. 아주 끝까지 괴롭히겠다?’

김우영은 씩 웃으며 그녀가 속으로 자신의 욕을 하고 있을 걸 상상하고 있다. 보통 여자라면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할리 없다. 내기의 계약상에 자신이 하는 말을 꼭 들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도 그걸 반드시 따른다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고 눈앞에서만 따르는 척 해도 된다. 하지만 이 여자는 다르다.

‘그 알량하고 높은 자존심 때문이라도 절대적으로 내 말을 따르겠지.’

그녀는 자신에게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게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한 것은 절대 안할 것이다.

“오늘은 그 팬티를 입고 자.”
“……뭐?! 미, 미쳤어?!”

정나은은 김우영의 말에 말까지 더듬으며 외친다. 지금 이 비릿한 밤꽃 냄새가 풀풀 피어나는 팬티를 입고 자라는 건 남편에게 들키라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절대 안 돼! 남편이 눈치 챈단 말이야!”
“그건 알 바 아니지. 알리지 않는다고 했을 뿐이지 그쪽에서 눈치 채는 건 조항에 없었잖아?”

낄낄 웃으며 주섬주섬 옷을 입는 김우영을 걷어차려는 자신의 다리를 말리느라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그가 집요하리만치 자신의 팬티에 욕망을 토해낸 이유를 드디어 깨달았다. 그리고 그의 음흉한 속셈에 치가 떨리며 이가 갈린다.

“까득!”
“그러다 이 상한다?”

그새 옷을 다 주워 입은 김우영은 낄낄 웃으며 넥타이를 매만지고 있다. 그리곤 아직도 책상 위에서 분노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정나은을 음흉한 눈으로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잊지 말라고 다시 한 번 주장하듯 손가락을 가리킨다.
자신의 질척거리는 팬티를…….

“내일 보자고~”

쾌락으로 달아올랐던 조금 전과는 달리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라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녀를 내버려둔 채 손을 흔들며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적막이 찾아온 사무실에 갑작스레 쾅하는 무언가를 내려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 뒤 화가 난 듯 씩씩거리는 소리와 거친 하이힐 소리를 끝으로 사무실은 고요함을 되찾았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소중한 두 부부의 보금자리지만 오늘만큼은 그 따스한 보금자리로 들어가기가 겁이 난다.

“다녀왔어~”

정나은은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평정을 가장하고 집으로 들어선다. 귀가를 알리는 인사를 들은 남편은 방에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휘적휘적 걸어 나오며 자신을 반겨준다.

“늦었네. 회식이었어?”
“응. 회식이었는데 술은 안 마셨어. 어찌나…….”

정나은은 미리 생각해둔 이야기를 줄줄이 변명을 늘어놓듯 쏟아낸다. 곰곰이 듣던 남편은 아내의 기분이 상당히 안 좋다는 걸 은연중에 깨달았다.

‘거래하는 상대방이 상당히 진상인가보네.’

한껏 치켜 올라간 눈매나 묻지도 않은 상대방의 험담 등을 줄줄이 토해내는 아내의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짓는다.

“그럼 한 달 정도는 계속 늦는단 말이지?”
“응. 좀 큰 건이라……이것만 마무리 지으면 당분간 큰일은 없을 거야.”
“고생했어.”

안정수는 그런 아내를 다독여주기 위해 양팔 벌려 그녀를 끌어안으려고 다가가자 정나은은 흠칫 놀라며 살짝 물러난다.

“왜?”
“아, 아니 오늘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좀 냄새가 심해. 먼저 씻을게.”

안정수는 부부 사이에서 새삼스레 그런 걸 신경 쓰는 게 의아하지만 오늘따라 그녀가 예민하다고 생각하곤 헛웃음을 짓곤 고개를 끄덕여준다. 정나은은 살짝 미안한 표정으로 그럼 씻고 나오겠다고 하며 샤워하러 들어간다.

“후…….”

화장실에 들어온 정나은은 문에 기댄 채 깊은 숨을 토해낸다. 자신의 몸에서 풀풀 풍기는 비릿한 밤꽃 향기와 김우영이 자신의 가슴을 아기처럼 쪽쪽 빨아대고 있는 대로 희롱한 탓에 브래지어가 끈적거릴 정도로 질척하게 묻어난 그의 체취가 은연중에 자신의 몸에서 피어난다. 그렇기에 남편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끌어안으려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안 그래도 축 처진 기분이 더욱 가라앉는 걸 느끼며 재빨리 정장을 벗어버린다. 브래지어를 벗자 확하고 피어나는 그의 지독한 체취에 얼굴을 찌푸리며 남편이 발견 못하도록 세탁물 깊숙한 곳에 쑤셔넣은 뒤 다시 입어야 할 이 지독한 밤꽃 향기가 피어나는 팬티는 잘 숨겨둔 뒤 샤워를 한다.

“잘까?”
“응. 오늘은 지쳤어 일찍 자자.”

샤워를 끝마치고 안방으로 돌아오자 이미 잘 준비를 끝낸 안정수가 침대에 누운 채 곁을 손으로 툭툭 두들긴다. 안정수는 아내가 평소 즐겨 입는 잠옷 대신 약간 두꺼운 추리닝을 입은 모습이 의아하긴 했지만 오늘 하루 스트레스를 받아 몸이 안 좋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곁에 누운 아내를 꼭 끌어안아준다.

“더워.”
“오늘 마누라 좀 끌어안고 자자.”

아내는 자신이 끌어안자 필요이상으로 화들짝 놀랐지만 곧 그녀도 자신을 끌어안으며 품에 안긴다. 평소와 달리 약한 모습을 보이는 아내가 의아하지만 이런 날도 있는 거란 생각을 하며 아내에게 키스를 하기 위해 고개를 들이밀자 아내도 나쁘지만은 않은지 눈을 감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 키스는 이어지지 못했다. 갑작스레 아내가 피했기 때문이다.

“왜?”
“아니, 그게…….”

정나은은 씻었음에도 몇 시간 전만하더라도 자신의 입에 김우영의 육봉을 머금고 있던 것 때문에 차마 사랑하는 남편과 키스를 나누는 건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피했다. 자신의 이런 모습에 남편도 살짝 삐진 모습이자 정나은은 그의 뺨에 입을 맞춘다. 정나은은 평소와 달리 뺨이라고 해도 자신이 자진해서 키스를 해줬다는 것에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오늘은 지쳤어. 이걸로 봐줘.”
“……풋! 그래. 자자.”

평소와 달리 아내가 연약한 여인처럼 다가오는 모습에 안정수는 실소를 지으며 자신의 품에 안긴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잠에 빠져 들어갔다. 정나은 역시 사랑하는 남편의 품에 안겨 그의 따스함을 느끼며 고마움과 동시에 미안함을 느끼며 서서히 깊은 꿈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안정수와 정나은 두 부부의 보금자리는 밤이 깊어질수록 어둠은 더해지고 술에 취한 사람도 야행성인 길고양이도 집으로 돌아갈 가장 어두울 무렵.
안방 침실에는 금술 좋아 보이는 부부가 서로를 끌어안고 색색 일정한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있다. 사람은 잠이 들면 체온이 상승하는데 서로를 부둥켜안고 잠든 두 부부는 높아진 체온과 서로의 체온 때문에 조금씩 땀이 샘솟기 시작한다. 부부가 뿜어내는 열기와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땀 냄새, 부부의 잔향만이 남아있어야 할 안방에 묘한 향기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 묘한 향기는 비릿하고 밤꽃 향기를 연상케 한다. 그 향기는 부부가 덮고 있는 이불속에서 시작되었는데, 체온이 높아짐에 따라 땀이 배출되고 배출된 땀이 옷에 스며들었고 그녀의 팬티에 스며들어있던 김우영의 욕망의 덩어리는 그녀의 땀과 섞이며 야릇한 향기로 바뀌었다.
마치 두 남녀가 살을 섞을 때 나는 퇴폐적이고 본능을 자극하는 묘한 향기는 두 부부의 침실을 침범한 것도 모자라 사랑하는 이의 품에 안겨 있을 때마저 마치 이 여자는 자신 거라고 주장하듯 그의 욕망은 강렬하고도 질척하게 그녀에게 달라붙어 있다.
사랑하는 두 부부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듯 그 미묘하면서도 야릇한 향기는 밤새도록 정나은에게서 뿜어져 나오며 두 부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햇살이 가장 뜨겁게 달아오를 정오가 머지않은 오전.
저녁이 되면 회사원들로 북적이는 번화가도 오전만큼은 적당한 한산함을 자랑한다. 딱 적당하게 내려쬐는 아침 햇살과 살살 불어오는 미풍을 즐길 여유도 없이 통화를 하며 이리저리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사람들 속 그들과 별 다를 것 없이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걸음을 옮기고 있는 두 남녀가 있다.

“슬슬 점심이나 먹으러 갈까?”

중년 남성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뒤따라오는 여성에게 제안한다. 무엇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한껏 치켜 올라간 눈매나 강렬한 눈빛은 그녀가 얼마나 쎈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를 짐작케 해주며 자기관리가 철저한 것을 증명하듯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깔끔하면서도 싱그러움이 묻어나는 상아색 정장과 먼지하나 묻지 않은 반무테 안경, 틀어 올린 머리는 신뢰감을 자아낸다.
살색 스타킹을 신어 그녀의 육덕지면서도 뽀얀 다리가 돋보이고 다리와는 반대로 검은 하이힐은 햇빛에 반사되며 윤이 난다. 시원스런 걸음걸이로 사회생활의 베테랑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녀는 정나은이다. 그런 그녀도 이 남자 앞에서는 도저히 표정 관리를 못하겠는지 있는 대로 불만을 표정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 인간은 일도 안하나?’

정나은 앞에서 걷고 있는 그는 그녀의 원수 김우영이다. 벌써 내기를 시작한 이후로 며칠이 지났다. 하지만 그 며칠 동안 정나은은 오전에 잠시 회사에 출근도장을 찍는 것을 제외하곤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이 남자에게 끌려 다니고 있다. 일을 하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그 날 밤처럼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을 희롱하고 있다.

‘게다가 철저하게 희롱만 할 뿐이고…….’

덕분에 정나은은 며칠 동안 쌓일 때로 쌓인 성욕 때문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며칠이고 몇 시간이고 그의 끈덕진 희롱은 집요하리만치 계속되면서도 절대로 자신을 절정에 오르게 하지 않는다. 얼마나 여자를 품었기에 이렇게 여자가 가려는 직전에 그 모든 자극을 정확히 끊는 것인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길거리를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걷는 그녀에게선 욕구 불만이라는 걸 수컷들에게 알려주듯 묘한 색기가 흘러넘치며 그들을 유혹하는 체취가 페로몬처럼 솔솔 풍겨 나오는 게 며칠사이에 여성으로써의 매력이 물씬 물이 올랐다.

“오늘은 여기서 먹자고.”

김우영은 적당한 식당을 손으로 가리키곤 자신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식당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하아~정말이지. 지치네.”

설마 이런 전개가 될 줄 몰랐던 그녀로써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점점 쌓이는 성욕 때문에 정신적으로 지쳐 한숨을 푹 내쉬며 식당으로 따라 들어갔다.

“이쪽~”

사람도 두 사람밖에 안되는데 그 바쁜 점심시간에 굳이 식당 내에서도 가장 깊숙한 좌식 방 안에서 자신을 부르는 김우영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이미 며칠이나 겪은 일이지만 밥 먹을 때까지 자신을 가만히 안 놔두는 근성에 찬사를 보내야할지 뼈를 분살하는 분노를 선사해줘야 할지 선택하기 어렵다.
정나은은 눈살을 찌푸리며 자진해서 호랑이 굴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굳게 닫힌 미닫이문.
잠시 뒤 남자 종업원이 음식을 들이기 위해 미닫이문을 열자 화들짝 놀라는 여성과 능글맞게 웃고 있는 중년 남성이 눈에 들어온다. 그 넓은 방 안에서 구태여 나란히 앉아있는 남녀를 보며 의아함을 느꼈지만 착실히 음식을 세팅하고 인사를 하고 나가려는 종업원의 눈이 커다랗게 변한다.

“마, 맛있게 드세요.”

종업원의 눈은 하염없이 흔들리며 시선이 자꾸만 식탁 아래로 향하려는 걸 막아보지만 남자로써의 본능이 이성을 짓누른다. 인사를 하며 말을 더듬는 것도 모른 채 미닫이문을 닫는 순간까지도 식탁 아래에 고정되어 떨어질 줄 몰랐다.

“거참 식당에서까지 그 짓을 하고 싶을까?”

남자 종업원은 끌끌 혀를 차면서도 속으로는 좋은 구경했다고 즐거워한다. 테이블 아래에서 보였던 광경을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되새긴다. 식탁 아래로 뻗은 살색 스타킹에 감싸인 육덕진 다리는 살짝 벌어져 있었고,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검은 색 실크 팬티는 한쪽 다리에 걸려있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재빨리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시선을 던졌지만 남성의 손이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스타킹 위로 더듬고 있어서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은 보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욱 흥분됐다.

“또 음식 안 시키려나?”

남자 종업원은 끌끌 웃으며 일을 하면서도 방문 앞을 서성였다. 노골적으로 방문 앞을 서성이는 남자 종업원에게 다른 직원들이 눈총을 줘도 그는 아랑곳 않고 귀를 방 안으로 기울였다.

“……흡!”

남자 종업원의 정성이 통한 것일까? 얇은 미닫이문을 뚫고 작게 새어나온 달콤한 비음을 시끌시끌한 식당 안에서도 놓치지 않고 들었다. 남자 종업원은 그 달콤한 비음을 듣자 이성이 고장 난 것처럼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비어있는 옆방으로 들어갔다.

“야! 일 안하고 뭐해!”
“아, 잠시만 쉴게요. 대신 오늘 잔업 할 테니, 네?”
“으이구! 알았어!”

남자의 슬픈 본능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잔업과 맞바꾼 소중한 휴식 시간을 아무도 없는 옆방에 들어가 벽에 딱 달라붙는다. 시끌시끌한 식당의 소음을 무시하고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한다.

“……하아! 하아!”
“직접 만져주니 좋은가봐?”

달뜬 숨소리와 남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남자 종업원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후우! 하으윽! 밥 먹을 때까지 이러기야?”
“끌끌 당연하지. 아까 들어온 남자 직원 눈 봤어? 분명 식탁 아래 광경을 본 걸 거야.”
“하아……하아……입 다물어.”

달뜬 숨을 몰아쉬면서도 가시가 돋은 여성의 목소리에 남자 종업원은 흥분되는 한편 두 남녀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여자 쪽은 뭔가 맘에 안 드나?’

자신에게 한 노출은 여성이 동의한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귀를 기울인다. 달뜬 숨을 몰아쉬는 여성의 달콤한 숨결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렇게 남자 종업원의 타들어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변화가 찾아왔다.

“잠시 화장실 다녀오지.”

남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 종업원은 중년 남성이 화장실을 가는 틈을 타 문 사이로 엿보고 싶은 마음에 방에서 허둥지둥 튀어나와 짐짓 아무것도 모른 척하며 방문 앞을 지나가려는 순간 굳게 닫혀있던 미닫이문이 스르륵 열린다.

“…….”

김우영은 그런 남자 직원에게 한번 눈길을 던지곤 방에서 나와 미닫이문을 닫으며 남자 종업원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살짝 열어두지.”

김우영의 말에 남자 직원은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 눈길을 던졌지만 그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닫던 미닫이문을 정말 약간의 틈을 벌려둔 채 화장실로 떠나갔다. 남자 직원은 들여다 봐야할지 순간 갈등했지만 식당 내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방이라 주위에 눈길도 없고, 아직 점심 먹기엔 약간 이른 시간이라 방을 사용하는 손님은 이들밖에 없다는 생각에 마음 크게 먹고 그 틈 사이로 방 안을 엿본다.
평소 지겹게 보던 일터의 풍경. 조금 전까지 종업원이 숨어있던 옆방과 별 다를 게 없는 방의 모습이었지만 미닫이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맛있는 음식 냄새 속에 살짝 섞여있는 달콤한 여인의 체취와 벌어진 문틈 사이로 솔솔 흘러나오는 미지근한 공기. 종업원의 귀를 간질이는 자그마한 여인의 달뜬 숨소리는 자신마저 덩달아 숨을 몰아쉬게 한다.
1~2cm나 될까? 벌어진 틈 사이로 보이는 방안을 열심히 눈동자를 굴려 탐색한다. 앉아 있던 그녀는 나올 때와는 달리 흐트러진 자세로 반쯤 드러누워 있다. 살색 스타킹에 감싸여있는 다리는 반쯤 벗겨져 뽀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고, 다리에 걸려있던 검은 실크 팬티는 테이블 밑에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다.

“꿀꺽.”

종업원은 타들어가는 목과 방망이질 치기 시작한 가슴을 느끼며, 끈적한 눈길로 무릎까지 벗겨져 있는 살색 스타킹에 감싸인 다리 라인을 따라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시선을 옮긴다. 살이 꽉 찬 허벅지 안쪽 비밀스런 검은 화원은 살짝 물기를 머금고 조명 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게 두 눈에 확실히 새겨졌다.

‘햐~저런 년 가랑이 사이에 얼굴 파묻어 보고 싶다.’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는 허벅지살과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농익은 향기를 상상하며 다시금 마른침을 삼킨다. 상아색 정장 치마는 엉덩이까지 걷어져 올라가 탐스런 엉덩이 살을 살짝 드러내고 있었으며 그녀의 와이셔츠는 반 이상 단추가 풀러져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테이블 밑으로 보이는 좁은 시야로는 그녀가 숨을 몰아 쉴 때마다 오르내리는 복부만이 보일 뿐이다.
그렇게 테이블 밑으로 핏발 선 눈으로 그녀를 훔쳐보던 종업원은 서서히 내려오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포착했다. 살짝 떨리는 손이 서서히 그녀의 허벅지 위를 쓰다듬더니 조금씩, 조금씩 그녀의 가장 깊숙한 가랑이 사이로 들어간다.

“……핫?!”

갑작스레 그녀가 깜짝 놀란 목소리를 내더니 가랑이 사이로 사라져가던 손을 황급히 뗀다. 방안은 그녀의 달뜬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고 정적이 흐른다. 하지만 그 정적은 곧이어 울린 소리에 깨져버렸다.

‘왜 저러지?’

그녀가 자신의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쳤기 때문이다. 바닥에 꽂힌 채 마치 분노나 치욕으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그녀의 주먹을 바라보고 있자니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어떤가 볼만한가?”
“헉?!”

종업원은 하마터면 소릴 지를 뻔하며 숨을 들이킨다.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화장실에 갔던 중년 남자가 돌아와 있었다.

“슬슬 효과가 나오는구만. 조금만 더 애태워 볼까?”

자신과 같이 문틈 사이로 훔쳐보는 중년 남성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비릿한 웃음을 짓곤 방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면서도 마치 훔쳐보라고 하듯 아까보다 더욱 문틈 사이를 벌려놓는다.

‘나야 좋지 뭐.’

종업원은 문틈 사이로 눈을 집어넣으며 안을 훔쳐본다. 아까보단 훨씬 시야가 넓어져 엿보기가 한결 수월하다.

“자, 이제 먹었으니 빼볼까?”

중년 남성은 바닥에 흐트러져 있는 여성 곁에 다가가더니 주섬주섬 벨트를 풀러 팬티마저 확 벗어버린다.

“알지?”

종업원이 지금 상황에 놀라거나 말거나 중년 남성의 장난기어린 한마디에 여성은 혀를 차며 무릎 꿇고 앉는다. 그러자 중년 남성은 그녀의 입에 단번에 육봉을 찔러 넣는다.

“웁!”

여성은 눈매를 있는 대로 치켜 올리며 괴로운 목소리를 냈지만 중년 남성은 알 바 아니라는 듯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앞뒤로 흔들기 시작한다. 그가 허리를 흔들 때마다 튕겨져 나갈 듯 흔들리는 그녀의 모습을 넋 놓고 지켜본다.
깔끔하게 틀어 올렸던 머리는 점점 흐트러져가고, 숨쉬기가 곤란한지 점점 거칠어져가는 그녀의 숨소리와 괴로운 신음이 새어나오는 빈도가 높아진다. 아까 훔쳐봤을 때 예상했듯 반 이상 벗겨진 와이셔츠는 어깨 아래까지 흘러내려 그녀의 검은 실크 브래지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고, 엉덩이까지 밀려올라간 상아색 치마는 그녀의 달덩이같이 부풀어 오른 엉덩이를 고스란히 드러내 괴로움에 덜덜 떨리고 있는 것까지 보인다.

‘와 대체 무슨 관계지?’

단순히 상사와 부하직원이라기엔 너무나 강압적인 행위에 자신이 다 살 떨린다. 방안에는 점점 질척한 물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양껏 벌어져 육봉을 머금고 있는 그녀의 붉은 입술에선 투명한 액체가 질질 흐르기 시작한다.

“후우! 빨리 끝내고 나가자고.”
“으웁! 흡!……끄읍!”

더욱 강압적이고 강하게 허리를 튕기기 시작하는 중년 남성 때문에 여성은 정신을 못 차리겠는지 신음이 새어나오는 걸 억누르는 것도 포기한 채 남성의 허벅지를 꽉 움켜쥐고 애처롭게 떤다.
방안의 공기가 다 떨리는 것처럼 두 사람의 행위는 격렬해지더니 어느 순간 건전지가 다된 장난감처럼 남성의 허리가 뚝하고 멈춘다. 다만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남성의 팔은 근육이 도드라질 정도로 강한 힘으로 그녀를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밀어붙인다.

“크으흡!!!”

남성이 고장 난 장난감처럼 모든 움직임을 멈추는 것과는 반대로 여성은 그 모든 에너지를 받아들인 것처럼 온 몸을 사시나무 떨 듯 경련시키며 괴로움에 허덕인다. 찢어질 듯 커다란 눈동자와 살짝 상기된 양 뺨. 이따금 꿀렁거리는 그녀의 가느다란 목울대에서 중년 남성의 욕망의 덩어리가 그녀의 입속에 쏟아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준다.
파문이 이는 것처럼 떨리고 있는 그녀의 달덩이 같은 엉덩이 사이에선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가 길게 흘러내리는 걸 보자 종업원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자위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가장 많이 풍겨왔지만 이젠 그 음식냄새보다 더욱 강렬하고 야릇하기 그지없는 체취가 후끈한 공기를 타고 새어나오는 걸 느끼며 종업원은 눈앞에 펼쳐진 이름 모를 두 남녀의 행위를 두 눈에 새기며 손을 흔든다.

“후~날이 갈수록 잘 빠는데?”

중년 남성의 긴 탄식과 만족스런 목소리가 들리며 그녀에게서 서서히 떨어진다.

“쿨럭! 쿨럭!”

그녀가 머금고 있던 육봉이 뽑혀져 나오기 무섭게 그녀는 격하게 기침을 하며, 고개를 떨어트린다. 그에 따라 흐트러진 검은 생머리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지만 그녀의 붉은 입속에서 토해져 나오는 하얗고 질척한 액체는 가려지지 않았다.

“……큭!”

콜록거리는 여성의 기침소리가 진정되어 갈 무렵 두 남녀만이 있어야 할 방안에 자그마하게 남성의 억눌린 신음소리가 방 밖에서 들려온다. 중년 남성은 그 자그마한 소릴 들었는지 그의 입가에는 자그마한 미소가 걸렸지만 여성은 듣지 못했는지 숨을 고르며 흐트러진 옷맵시를 가다듬느라 진이 빠진 모습이다.

“어땠어? 만족스러웠나? 정나은 씨?”
“……어떤 대답을 원하는데? 한 대 후려 패줄까? 빌어먹을 김우영 씨?”

한마디도 지지 않는 정나은을 끌끌 웃으며 바라보는 그는 한마디를 더한다.

“지금 장면 만약 누군가가 봤다면 어땠을 것 같아?”
“…….”

그의 말에 정나은은 입가에 흐르는 침과 밤꽃 향이 피어나는 액체를 휴지로 닦다가 모든 움직임을 멈춘다. 무슨 상상을 하는지 몰라도 무표정의 그녀는 한참을 그렇게 미동도 않고 있다가 다시 옷맵시를 만지기 시작한다. 거의 변화가 없던 정나은이었지만 김우영의 능구렁이 같은 눈에는 진정되어가던 붉은 뺨에 다시금 열이 오른 걸 놓치지 않았다.

“그럼 가자고.”

정나은은 방금 전까지 흐트러졌던 모습이 거짓말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김우영은 병적이기까지 한 그녀의 자기관리 능력에 감탄하며 방을 나선다.
누가 알까? 방금 전까지 이 방안에서 두 남녀가 서로를 탐했다는 걸?

‘뭐 한명은 확실히 알겠지만.’

김우영이 벗어둔 신발을 신고 일어서자 들어올 때와 전혀 변화가 없는 정나은이 뒤따라 방을 나서기 위해 하이힐을 신는 순간 그녀의 표정이 급변한다.

“……뭐, 뭐야 이거.”

하얗게 탈색된 정나은의 표정 변화에 김우영은 왜 저러는 지 이해가 안가는 표정으로 다가오자 정나은의 적의어린 시선이 반긴다.

“이거 당신이 한 거지?”

정나은의 표정은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김우영은 그녀가 왜 저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 못할 표정으로 다가서자 정나은은 이래도 모른 채 할 거냐는 태도로 하이힐을 벗는다.
질척.

‘응?! 이게 뭐야?’

정나은이 하이힐을 벗자마자 자신의 눈앞에 발을 들이댄다. 살색 스타킹에 감싸인 그녀의 자그마한 발에는 밤꽃 향기가 피어나는 하얀 액체가 끈적하게 달라붙어 스타킹에 스며들고 있었다.

‘……허, 허허허. 이것 참. 그 종업원도 대단하네.’

김우영은 기가 차지만 짐짓 모른 채하며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했다는 태도를 취하자 정나은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과 이를 부득 갈며 다시 하이힐을 신는다.

“하이힐 하나 버렸잖아!”

정나은은 짜증나는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하이힐을 신고 일어서자 발을 통해 전해져오는 그 끈적하고 뜨뜻미지근한 감각에 온 몸에 소름이 달리는 걸 느낀다. 발바닥 전체에 전해지는 그 기묘한 감각에 몸서리를 치며 어색한 발걸음으로 식당을 나가버린다. 김우영은 점심값을 계산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하며 곁눈질로 그 남자 종업원을 찾는다.

‘표정이 참 장관일세.’

반쯤 넋이 나간 태도며 식당 밖으로 성큼성큼 나가버린 그녀의 뒷모습을 쫓는 눈동자에는 경악이 서려있다. 그녀가 그 짧은 시간에 저렇게 깔끔한 모습으로 나온 것도 놀랐겠지만 자신이 장난쳐 놓은 하이힐을 아랑곳 않고 신어버린 그녀의 태도가 더욱 경악스러운 것이겠지.

‘그 심정 이해한다. 저 정도의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여자는 처음 봤을 거다.’

김우영은 남자 종업원의 경악어린 마음을 이해하며 계산을 끝내고 그를 지나쳐가며 어깨를 두들겨 준다.

“헉?! 아, 안녕히 가세요.”
“고생했어.”

넋이 나가있던 종업원은 화들짝 놀라며 인사를 건넨다. 김우영은 그에게 잘했다는 눈짓을 하고 식당을 나선다. 식당을 나서자 뿔이 잔뜩 나 얼굴을 있는 대로 찌푸리고 있는 정나은이 눈에서 불을 뿜을 기세로 쏘아보고 있다.

“가자고.”

김우영은 능구렁이처럼 웃으며 그녀를 끌고 길거리를 나아간다. 정나은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그를 따라나선다. 김우영은 그녀의 굉장히 불편해 보이는 걸음걸이 하며, 발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감각 때문인지 때때로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며 괴롭히고 싶어지는 욕구를 참아내느라 고역이다.

‘이제 슬슬 다음 준비에 들어가 볼까나?’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어슬렁어슬렁 길거리를 거니는 김우영과 상아색 정장을 차려입어 한층 싱그러움이 돋보이는 정나은이 지나간 자리에는 욕구불만인 그녀가 뿜어내는 욕정의 체취와 묘한 밤꽃 향기가 바람을 타고 통행인들의 코를 간질였다.

도시의 밤은 화려하고 뜨겁다.
눈을 찌푸릴 정도로 화려한 네온사인과 잔뜩 술에 취해 길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열기는 차가운 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길거리에는 잔뜩 술에 취한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 외에도 더욱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수많은 건물이 들어서 있다.
밤이 깊을수록 더욱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건물. 모텔이다.
어스름한 조명의 모텔 복도에 다닥다닥 늘어서 있는 두꺼운 방문들에선 귀를 간질이는 달콤한 신음소리가 끊임없이 복도에 새어나오고 방안을 꽉 채우고도 터질 듯이 새어나오는 미묘한 열기가 모텔 복도를 지배하고 있다.
수많은 방들과 다름없이 달콤한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그 뜨거운 열기가 스멀스멀 새어나오는 방이 있다.

“후욱! 후욱! 후욱!”
“아아악! 하으으윽! 으으으응!……하악!”

한치 앞도 안 보일정도로 어두운 방안.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화려한 네온사인의 불빛만이 방안을 비춘다.
짐승처럼 굵고 깊은 남성의 거친 숨소리와 가슴 속 본능이 이끄는 대로 신음을 내지르는 여성의 환희의 비명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삐걱, 삐걱 침대가 부서질 듯 비명을 내지르고, 방안에 울려 퍼지는 찰지고 둔탁한 소음은 질척질척한 물소리와 화음을 이룬다.
방안에 스며드는 네온사인의 불빛이 침대 위에서 격렬하게 꿈틀거리며 서로를 탐하고 있는 두 남녀를 비춰준다.
배아래 깔려 환희를 내지르고 있는 여성에게 연신 허리를 내려찍고 있는 남성은 건강미가 넘치는 구릿빛 피부에 힘쓰는 일이라도 하는지 속이 꽉 찬 근육을 자랑한다. 배꼽을 맞추고 있는 여성을 임신시키겠다는 의지가 형상화 하듯 강렬한 힘과 그가 내뿜는 열기는 심상치 않다.
그런 짐승 밑에 깔려 강렬한 힘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쾌락이 절절히 묻어나는 신음을 토해내는 여성은 자상하고 수수하게 생긴 천상여자의 외모가 특징이었지만 침대 위에는 그런 모습이 일체 남아있지 않다. 외모와는 상반되게 유부녀의 농익음을 품은 육감적인 몸매는 정복욕을 들끓게 하고 쾌락에 물들어 허덕이는 유부녀의 모습은 배 위의 남성에게 더욱 힘을 불어넣어준다.
이미 두 남녀는 상당히 오랜 시간 관계를 가졌음을 증명하듯, 두 남녀의 몸은 땀으로 번들거리고 있었으며 이어져있는 하반신에서 흘러넘친 타액은 침대시트를 푹 적신지 오래다. 남성이 강하고 깊숙하게 허리를 내려찍을 때마다 여성의 가느다란 다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폭풍같이 흔들리고 있었고 근육이 꿈틀거리는 남성의 등을 껴안은 여성의 두 팔과 손가락에는 순백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삐리리리리~삐리리리리~
갑작스럽게 울려 퍼지는 경쾌한 벨소리에 남성은 침대 맡에 둔 핸드폰에 손을 뻗어 걸려온 전화를 확인한다.

“아~오랜만일세!”

남성은 전화를 건 상대방을 확인하자 어처구니없게도 연신 허리를 놀리면서 전화통화를 시작한다. 남성의 대담한 모습에 여성은 자신의 입을 필사적으로 틀어막고 새어나오는 신음을 막기 위해 발악해보지만 남성은 아랑곳 않고 연신 허리를 놀리며 통화를 이어간다.

“응? 아아, 별 것 아냐. 잠시만 기다리게. 곧 끝날 것 같으니.”
“크으흡?! 으읍! 하으윽!”

남성은 전화통화를 연결 시켜놓은 채 여성의 머리맡에 내려두곤 더욱 강하고 거칠게 허리를 내려찍기 시작하자 여성은 필사적으로 입을 틀어막고 쾌락을 견뎌보지만 터져 나오는 신음과 쾌락을 막을 순 없는지 가느다란 다리를 애처롭게 발버둥 친다.
지금까지보다 더욱 커진 질척거리는 찰진 소리와 달콤한 환희의 신음소리는 연결된 전화기를 타고 고스란히 넘어가고 있지만 남성은 신경도 쓰지 않고 오로지 절정에 이르기 위해 마지막 힘을 쥐어짜낸다.
1분이 채 흐르지 않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화기 너머로 전해진 두 짐승의 퇴폐적인 울부짖음을 끝으로 서서히 조용해진다.

“후~이야~이거 미안하네. 그나저나 무슨 일인가?”

많은 걸 느껴지게 하는 깊은 한숨을 시작으로 남성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그러자 전화 통화를 건 상대방 남성은 전혀 거리낄 것 없다는 듯 씩 웃으며 입에 담배를 꼬나문 채 용건을 이야기한다.

“하하. 이거 제가 눈치 없이 안 좋을 때 전화 걸었군요. 다름이 아니고 최 사장님 도움이 필요해서요.”

담배에 불을 붙이며 용건을 이야기하는 남자는 다름 아닌 김우영 부장이었다.

“응? 아냐. 아냐. 그나저나 도움이라? 우리 부장님 부탁이라면 들어줘야지.”

침대 맡에 앉아 땀을 줄줄 흘리며 전화 통화하고 있는 건 펜션을 운영하는 최 사장이었다. 최 사장도 잠시 쉬기 위해 담배에 불을 붙이며 김우영의 이야기를 경청하더니 호탕한 웃음을 터트린다.

“하하하! 정말이지. 알았네. 마침 딱 좋은 여자가 있지.”

최 사장은 그 여자가 지금 침대에서 사지가 풀려 경련하고 있는 유부녀라고 주장하듯 그녀의 부드러운 젖가슴을 움켜쥐며 그 감촉을 즐긴다.

“하으…….”

절정에 올라 쾌락에 절여진 몸을 주체 못하고 덜덜 떨고 있는 유부녀는 갑작스런 자극에 달콤한 신음을 흘린다. 최 사장은 아랑곳 않고 농익은 유부녀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통화를 이어가고 있다. 창문 너머로 스며들던 네온사인의 불빛이 화려하게 번쩍이며 방안을 이리저리 비추며 어둠을 몰아낸다.
그 덕에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던 침대 위에 핀 유부녀라는 이름의 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가느다란 다리를 경련시키며 가랑이 사이에서 울컥울컥 비릿한 밤꽃 향기 토해내는 이름 모를 꽃의 얼굴이 네온사인의 불빛에 드러난다.

“하아……하아…….”

수수하지만 옷 아래에 육감적이기 그지없는 몸을 자랑하던 김수진이었다.
펜션에서부터 이어진 인연.
그 광란의 밤에서 이어진 최 사장과 김수진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직장인의 하루는 길다. 길다 못해 피곤에 절여질 만큼 긴 근무시간 뒤에는 달콤한 휴식대신 회식이 기다리고 있다. 여러 가지 명분으로 오늘도 회식자리에 불려가는 이들도 있고, 자진해서 즐기는 직장인들이 바글바글한 길거리.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나고 오가는 술잔과 구워지는 안주거리의 맛있는 냄새가 가득한 한 가게에 의외의 조합이 자리를 잡고 술을 마시고 있다.

‘아~정말이지.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안정수는 눈앞에 앉아 술을 붓고 있는 자신의 상사, 김우영 부장을 보며 지금 상황을 한탄하며 왜 이렇게 된 건지 스스로도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술잔을 들이킨다. 영업팀 내 회식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만나 술자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역시 괜히 왔나. 집에 들어가서 쉴걸.’

안정수는 근래 회사가 일찍 끝나도 집에 들어가기가 껄끄럽다. 아니 정확하게는 무섭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그 원인은 바로 자신의 아내 정나은 때문이다.

‘대체 이놈의 한 달은 언제 가려나.’

아내가 한 달 동안 만나며 힘을 쏟아야 한다는 그 진상 고객 때문인지, 하루가 다르게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히스테릭까지 부리는 아내의 모습에 자신은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다. 사회생활이 철저하기로 유명한 아내의 입에서 툭하면 죽일 놈, 씹어 먹을 놈같이 험한 욕은 물론이거니와 가만히 앉아 진정된 것 같아도 금세 아내의 주위에 피어오르는 차가운 기운이 집안을 휘감고도 폭풍처럼 쓸고 다니니 그 심정을 이해 못할 리 없는 자신은 그저 눈에 안 띄게끔 찌그러져 있었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슬슬 힘겨워지기 시작했다.
오늘도 퇴근 준비를 하며 주위에서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들어가려고 마음먹었을 때 의외의 인물이 자신에게 다가와 저녁 한 끼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아침이면 외근 나간다는 말을 끝으로 퇴근 시간까지 코빼기도 안 보이던 김우영 부장이 오늘따라 일찍 회사에 돌아온 것도 놀라웠지만 자신의 이런 처지를 아는지 먼저 건네 온 저녁 제안에 청승맞게 혼자 먹는 것보단 나을 거란 생각에 이 자리까지 나와 버렸다.

“어휴~그래서 이놈의 마누라는 집 나간 지 오래지 하나밖에 없는 아들 내미는…….”

평소 입만 열었다하면 음담패설이 줄줄이 튀어나와야 할 터인 그의 입에서 가족 이야기나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 등 평범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나저나 안 사원은 결혼한 지 꽤 된 것 같은데 좋은 소식 없나?”

김우영 부장은 자연스레 자신의 가족 이야기에서 안정수네 가족 이야기로 화제를 돌린다. 젊은 부부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해봐야 아이밖에 더 있겠는가?

“그야……저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바쁘다보니 힘드네요. 안 그래도 슬슬 아이를 가지고 싶은데 아내가 근래 굉장히 바쁘기도 하고 이런 건 서로 시기나 상의를 잘 조절해야 해서.”

아이를 갖는 것도 마음대로 안 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아이를 키우려면 시간과 노력, 돈 그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는 세상이 되어버리다 보니 30대의 안정수, 정나은 부부는 슬슬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자고로 젊어서 아이를 가져야 해.”

김우영 부장은 눈치도 없이 이래야 한다는 둥, 저래야 한다는 둥 남의 가정사까지 오지랖 넓게 참견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밥 간단하게 때우고 얼른 들어가 아내와 차가운 캔 맥주라도 마시며 분위기나 잡을 걸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흐흐흐~안 사원은 별 재미가 없나보군. 그러면 이건 어떤가?”

안정수는 자신의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 살짝 뜨끔 한다. 김우영 부장은 자신의 태도도 개의치 않고 능구렁이처럼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품에서 예전에 본적 있는 핸드폰을 꺼내든다.

“자고로 여자 이야기라면 마다할 남자는 없지.”

김우영은 자랑스럽게 핸드폰에 찍혀있는 여러 여성의 알몸 사진을 보여준다. 안정수는 아닌 척 해도 자고로 남자라는 생물은 본능적으로 여자 이야기에 끌릴 수밖에 없는 슬픈 생물이다. 자꾸만 자신의 눈동자가 김우영 부장의 핸드폰으로 향하는 걸 막을 도리가 없다.

“헤에~더 늘어나셨네요?”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늘어난 사진 수하며 여성의 얼굴 형태조차 알 수 없게끔 몸매만 드러난 사진이 태반이었던 지난번과는 달리 아예 작정하고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서인지 여성의 얼굴에는 검은 모자이크가 들어가 있다.

‘이거야 원……여자 밝히는 줄은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김우영 부장의 핸드폰 속의 여인들은 하나같이 침대 위에 질펀하게 늘어진 모습이거나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진 속 여성과 관계를 나눴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양이 방대했다. 그 중에 최근에 찍은 걸로 보이는 사진 속 여인은 어쩐지 눈에 익은 자태를 가지고 있다.

‘……하긴 일하는 여성들이 다 비슷비슷하지.’

사진 속 흐트러진 정장을 입고 김우영 부장의 것으로 보이는 육봉을 머금고 있는 여성의 사진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내가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보니 주차장 차 안에서 한 뒤로는 못 했네.’

서로 사회생활이 바쁜 탓도 있지만 최근 아내의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면 사랑을 나눌 맘도 싹 사라진다. 그렇다고 쌓이는 성욕을 스스로 풀자니 멀쩡한 아내 놔두고 풀기엔 어쩐지 처량 맞다. 안정수가 무언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술잔을 들이키자 김우영 부장은 씩 웃으며 그 시커먼 속셈을 입 밖으로 꺼낸다.

“안 사원 어쩐지 아내와 잠자리가 시원찮은 가봐?”
“……예?”

안정수는 자신이 잘못들은 건가 싶어 순간 얼이 빠진다. 평소 덜렁거리는 면이 많은 자신과 달리 깐깐하고, 자존심 강한 아내 엉덩이 밑에 깔려 살다보니 절로 순해지긴 했어도 남에게 그런 말 들을 처지는 아니라는 생각에 기분이 상하려는 데 김우영 부장은 화내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간다.

“어떤가? 아내 말고 다른 여성을 한 번 안아보고 싶은 생각은?”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별거 아닐세. 이래보여도 이 김우영 여성들에겐 상당히 인기가 많은 편일세. 우리 회사에선 날 상대해주는 건 그나마 안 사원정도 뿐이지 않나? 다~안 사원이 고마워서 그런 거야.”

김우영 부장의 말에 안정수는 살짝 코웃음 치며 고개를 살살 젓는다. 집에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뭐 하러 불화의 불씨를 만들겠는가?

‘뭐……가끔은 그 콧대 높은 아내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걸 상상하지만.’

얼마 전 아내가 만취해 대리기사에게 희롱 당했을 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술기운을 빌린 치기어린 행동이었다. 안정수가 부정의 의미로 고개를 살살 젓자 김우영 부장은 입맛을 다시면서도 재차 제안을 한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쩝. 아쉽구먼. 그래도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말하게나.”

안정수는 직장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김우영 부장이 얼마나 자신에게 고마웠으면 저런 제안까지 하는 걸까란 생각에 안타까우면서도 어쩐지 더욱 친밀해진 기분을 느끼며 서로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달아오른 분위기 덕인지 한 번 물꼬가 터진 여자 이야기는 줄줄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으며 안정수 역시 평소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자신의 아내의 대한 음담패설까지 하며 서로 술잔을 기울였다.
김우영과 안정수가 하는 음담패설의 대상이 같은 여자인 것도 모자라 자신의 아내였을 줄은 안정수는 끝까지 눈치 채지 못했지만…….

밤이 깊어갈수록 길거리에 넘쳐나는 사람들도 하나씩 귀가할 그 무렵 평소와 달리 진즉 귀가한 정나은은 가볍게 씻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TV앞에 앉아있다. TV에서 흘러나오는 개그 프로그램을 정나은은 보는 둥 마는 둥 곁눈질 하며 시큰둥한 모습이다. 그저 집안에 흐르는 정적이 짜증나서 틀어둔 것 뿐 개그 프로그램을 보며 즐길 여유도 남아있지 않다.

“꿀꺽, 꿀꺽, 푸하~”

시원한 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곤 구운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는 모습에서 많은 감정이 묻어난다.

“이놈의 남편은 아내가 오랜만에 일찍 들어왔는데 오지도 않고 말이지~”

하루 종일 김우영에게 시달리곤 오랜만에 일찍 귀가했더니 이놈의 남편은 연락조차도 없다. 애환이 묻어나는 한숨을 내쉬곤 다시금 캔 맥주를 마시는 그녀의 취한 모습은 평소와 달리 상당히 요염하다.
아직 채 마르지 않아 물기를 살짝 머금은 긴 생머리는 향기로운 샴푸 냄새가 솔솔 피어나고, 콧잔등 위에 대충 걸쳐진 반무테 안경은 반쯤 흘러내려 어쩐지 귀엽게 보인다. 무엇보다 취기가 잔뜩 올라왔는지 붉게 달아오른 양 뺨과 붉은 립스틱을 지워 선홍빛이 맴도는 입술은 평소 도도한 캐리어 우먼의 모습과는 정 반대로 싱그러운 매력을 발산하게 해준다. 가느다란 목선을 따라 내려가면 끈으로 된 하얀 민소매 티가 채 가리지 못한 풍만한 곡선을 그리는 젖가슴 윗부분이 무방비하게 보이고 있지만 그 누가 신경쓰랴? 소중한 두 부부의 보금자리인데.

“흐음~조금만 더 먹을까?”

캔 맥주 한 캔을 다 비워버리자 정나은은 눈앞에서 빈 캔을 흔들며 고민에 빠진다. 평소 9시 이후에는 회식이 아닌 한 절대 먹을 것을 먹지 않는 그녀로썬 이렇게 늦은 밤 맥주와 오징어를 뜯고 있는 건 어지간히 스트레스가 쌓였다는 반증이다.

“모르겠다. 먹을래.”

방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그녀는 취기가 잔뜩 올라 초점 맞지 않는 눈동자와 불안한 걸음걸이로 일어서서 냉장고로 걸어간다. 그녀가 걸을 때마다 짧으면서도 편안한 면소재의 귀여운 핫팬츠는 불안한 걸음걸이를 옮길 때마다 실룩이는 엉덩이 라인을 살짝살짝 보여준다. 이리저리 비틀거리는 속이 꽉 차 건강미가 돋보이는 그녀의 다리는 걸어 다니는 일이 많은 그녀의 직업이 무색할 정도로 취기를 이기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기어코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하나 더 꺼내 TV앞으로 돌아온 그녀는 칙-하는 캔 맥주의 시원한 소리를 들으며 입가로 옮기며 상념에 잠긴다.

‘큰일이네……가임 기간을 생각 못했어.’

취기 때문에 풀렸던 눈동자에 빛이 돌아오며 정나은은 고민에 빠진다. 예전에 남편과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길 주차장 차 안에서 사랑을 나눈 게 생각난다. 남편과 사랑을 나눈 게 문제될 건 없다. 어차피 두 사람은 슬슬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문제는 같은 주에 그 일이 있었단 말이지.’

바로 남편 직장에서 부부 동반으로 펜션으로 놀러간 일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부 동반으로 놀러간 펜션에서 돌아오는 길에 자신은 김우영에게 차 안에서 실컷 농락당했다.
그렇다. 남편과 사랑을 나눴을 때도, 김우영에게 실컷 범해졌을 때도 가임 기간이었다는 것. 처음 김우영에게 집에서 억지로 범해졌을 때는 피임약을 챙겨먹었지만 차에서 굴욕적으로 농락당했을 당시에는 피임약을 챙겨먹지 못했다.

“남편이 하루 종일 같이 붙어 있는데 어떻게 먹어…….”

일요일이라는 시간 내내 잔뜩 취한 남편을 간호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자신 스스로도 외출하기 힘들 정도로 힘겨웠다. 일요일이 지나고 월요일에 사먹으려고 마음먹었지만 김우영이 불러내 내기를 제안하고 제안한 그 당일 날부터 자신을 끌고 다니는 바람에 깜빡해 버렸다는 게 화근이다.
임신테스트기로 확인하려면 시일이 좀 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임신을 해도 문제다.

“누구 아이일지 어떻게 알아…….”

배속의 아이가 누구 아이일지 아는 건 무리다. 일주일도 아니고 2~3일의 기간 사이에 남편과 김우영의 씨가 자신의 안에 흘러들어온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임신을 하지 않는 것이지만 문제는 하나가 더 남는다.
내기의 기간은 한 달.
이대로만 간다면 내기가 끝나가는 마지막 주에는 분명 가임기간이 돌아온다는 것.

“그리고 그 빌어먹을 놈은 만약 내가 마지막 주까지 버틴다면 발정난 개새끼마냥 달려들 거란거지.”

정나은은 그때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 쳐지는지 마시던 맥주 캔이 손아귀 힘으로 으직하고 찌그러진다. 채 마시지 못한 맥주가 방바닥에 흐르지만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할 때마다 피임약을 먹어? 피임약이라는 게 그렇게 막 먹어도 되는 건가?”

가장 확실한 건 콘돔을 사용하는 거지만 그놈이 절대 자신의 편의를 봐줄 리 없다는 건 안 봐도 비디오다.

“아아악! 정말이지! 왜 이렇게 마음대로 되는 게 없는 거야!”

쾅!
정나은은 씩씩 거리며 다리로 애꿎은 방바닥을 쾅쾅 내려쳐 보지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가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인다.
그로부터 벌써 며칠.
실컷 김우영의 손에 성욕 처리 장난감처럼 다뤄져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도 짜증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아랫배에서 소용돌이치는 이 질척질척한 욕구를 참아내느라 신경이 날카롭다.
성욕이라는 건 참 신기한 욕구다. 3대 욕구 중 식욕과 수면욕과 괴를 달리하는 성욕. 식욕과 수면욕이라는 녀석은 일정 이상을 채우면 끝이다. 배불러서 더 이상 먹질 못하고 자라고 해도 잘 수가 없다. 더 먹거나 수면을 취해봤자 몸을 망칠 뿐이다.
하지만 성욕은 다르다. 성욕이란 건 너무나 강한 쾌락으로 인해 사람이 실신하는 그 순간까지도 탐욕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성인이라는 건 성욕이라는 욕구를 배출하는 법을 알고 있으며 얼마든지 스스로 풀 수 있다.
그 달콤한 과실을 맛본 뒤 강제로 달콤한 과실을 빼앗겨 버린 현재의 정나은은 미칠 노릇이다. 물론 성인이라는 건 그런 욕구를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걸 뜻하지만 정나은의 경우는 다르다.
김우영이라는 촉매가 끊임없이 그녀를 자극하고, 또 자극하면서 하루 종일 그녀의 몸을 달아오르게 하고 욕구를 잔뜩 쌓이게 해놓고는 절대 풀어주질 않으니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 한계에 몰린 그녀는 그 달콤한 과실을 먹고 싶어 자신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후~정말이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는데…….”

그 증거로 정나은이라는 여성의 매력이 한층 물 오른 게 그 증거다. 자신의 성적욕구를 풀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수컷을 유혹하는 페로몬 같은 달콤하면서도 성숙한 체취가 물씬 풍겨 나오고, 그녀를 휘감고 있는 나른한 분위기하며 자태 하나에서도 어쩐지 묘한 요염함이나 색기가 평소에도 묻어난다.
그녀의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매력적이고 나른한 분위기와는 반대로 속마음은 점점 우울해져 갈 무렵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다녀왔어~”

해맑으면서도 취기가 잔뜩 묻어나는 남편의 목소리가 정나은의 복잡한 심정과 맞물리며 부딪혀 깨진다.

‘아주 아내는 심란해 죽겠는데 신나셨어?! 응?!’

정나은은 그런 남편의 모습이 아니꼬워 인사도 안 받아주고 TV에 시선을 고정한다. 안정수는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 실실 웃으며 아내에게 다가가 곁에 털썩 앉는다.

“우리 아내는 뭐가 그렇게 기분이 안 좋을까? 오늘도 그 고객 때문에 힘들었어?”
“한 잔 제대로 걸쳤나봐? 전화 한 통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냐?”
“하하, 미안. 저녁만 간단히 먹고 오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술도 마시게 되고 술 들어가니 저녁 자리가 길어졌어.”

술이 들어가게 되면 저녁자리는 자연스레 길어지기도 한다. 그걸 이해 못 할 정나은도 아니었지만 그녀는 근래 스트레스가 최고조이고, 술까지 들어가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해버려 남편의 걱정 하나 없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나버렸다.

“아, 그러셔? 아내는 집에서 혼자 캔 맥주나 홀짝이며 궁상떨고 있을 때 남편은 소식 하나 없고!”
“……미안해. 전화 한 통 못한 건 잘못했어.”
“됐어!”

안정수는 아내의 어깨를 살며시 감싸며 달래주려하자 정나은은 쌀쌀맞게 남편의 팔을 쳐낸다. TV에서 흘러나오는 개그프로그램의 깔깔 거리는 즐거운 웃음소리와는 반대로 두 부부가 앉아있는 거실에는 무거운 정막이 가라앉는다.

“요새 힘든 건 아는데, 이렇게 화 낼 것까진 없잖아. 대체 왜 그래?”

평소의 안정수라면 자신이 한 수 접고 들어가며 자존심 강한 정나은의 기분을 살살 맞춰줬겠지만 술만 들어가면 대담해지는 그의 성격 때문인지 아내의 차가운 태도에 화가 났다. 정나은은 그런 남편의 태도에 자신은 더 할 말 없다는 것을 온 몸으로 주장하며 시선조차 맞추질 않는다.

“후우~먼저 들어갈게.”

안정수는 그런 차가운 아내의 태도에 더 이상 따지고 들었다간 정말로 싸움 날 것 같아 씁쓸함을 느끼며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거실에 덩그러니 남겨진 정나은은 한참을 그렇게 고개 숙이고 주저앉아있다.
TV에서 흘러나오는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도 사그라지고, 개그프로그램이 끝을 알리기 시작할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정나은은 숙였던 고개를 든다. 그녀의 눈동자는 살짝 물기를 머금고 있었지만 자신의 눈동자에 맺힌 물방울보단 그녀의 가슴속에 소용돌이 치고 있는 감정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실수했다…….’

정나은은 남편에 대한 미안함에 가슴이 미어진다. 날카로워진 기분 때문에 평소라면 그저 웃고 넘어갈 일을 키워버렸다. 안 그래도 사랑하는 남편 얼굴을 보고 위안을 얻고 싶은 밤이었는데, 도리어 싸우기까지 했으니 더욱 가라앉는 기분을 더 이상 주체할 수가 없다.
동시에 이런 자신의 처지가 비참하다.
괜히 그 드높은 자존심을 세워, 엮이지 않아도 될 일에 목을 들이민 것은 자신인데 그 분풀이를 남편에게 해버렸으니 그저 슬플 뿐이다.

“……하아. 한 잔 더 할까?”

정나은은 손에 든 찌그러진 맥주 캔을 내려놓고 냉장고에서 한 캔을 더 꺼내 조금씩, 조금씩 시간을 들여 마신다. 남편이 잠들기 전에는 도저히 들어갈 자신이 없어 그렇게 밤이 깊어가길 바라고 또 바라며 맥주를 털어 넣는다.

‘내일은 사과해야지.’

사과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도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사과하는 것도 너무 자존심 상하니깐 저녁 먹으며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정나은이 그녀답다면 그녀다웠다. 어떻게 사과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정나은은 짙은 밤의 장막이 걷히기 몇 시간 전에 겨우 안방으로 들어가 잠든 남편 곁에 조심스레 그 지친 몸을 뉘었다.

짙게 내려앉은 밤의 장막이 올라가고, 상쾌하고 따스한 아침햇살이 깨끗하게 빛나는 창문 너머로 스며든다. 안정수와 정나은의 두 부부의 보금자리에 스며든 아침햇살은 거실에 어색하게 내려앉은 정막을 밀어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평소라면 두런두런 이야기가 오갈 아침식사 시간도 식기가 내는 소음만이 들리고, 먼저 출근하는 안정수의 간단한 인사에 정나은은 평생 낼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어색한 몸짓과 목소리로 배웅한다.

‘미안하긴 한가보네. 오늘은 일찍 들어와야지.’

아침 내내 숨 막히게 들어찬 어색한 공기 때문에 골머리를 썩을 뻔했던 안정수는 아내의 어색한 몸짓과 목소리에 그래도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걸 깨닫고 오늘은 일찍 귀가하기로 마음먹었다.

“으으……얼른 사과해야지.”

정나은은 아침을 먹으면서도 힐끔힐끔 남편을 곁눈질로 훔쳐보며 남편의 기분을 살폈다. 살아생전 처음 해보는 경험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겨우 참아냈다. 어색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사과의 말이 튀어나가려는 자신의 입을 단속하느라 진을 뺐다. 아무리 그래도 싸운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바로 고개 숙이고 들어가는 건 자신의 자존심이 허락 못한다.
최소한 저녁!
정나은은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머릿속으론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출근길에 올랐다.
하지만 고민을 거듭한 정나은의 사과의 말은 애석하게도 그 날 저녁 건네질 못했다…….

최악의 기분으로 시작한 자신과는 반대로 드넓은 하늘은 청량하고, 떠다니는 뭉게구름은 새하얀 와이셔츠처럼 산뜻함을 뽐내며 하늘을 유유자적 흘러가고 있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오늘은 별로 손도 안 대고 있고.’

정나은은 오늘도 얼마나 김우영에게 괴롭힘을 당할지 걱정을 했건만 그는 평소와 달리 가끔 자신의 몸을 더듬는 것 외에는 말을 거는 것조차 드물다. 남편과 싸웠던 일만 아니면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평온함에 정나은은 기분이 좋다.

‘이대로라면 오늘도 일찍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안 그래도 오늘 일찍 들어가야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신경질 낸 것을 사과할 수가 있다. 다만 문제라면 이 남자는 자신의 편의 따위는 봐줄리 없다. 일찍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간 오히려 더 붙들어 놓을 것 같아 그저 묵묵히 그의 뒤를 평소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나름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쾌청한 날씨를 즐기려는 듯 공원등지를 산책하는 둥 오늘따라 기묘하리만치 평범한 행보에 정나은은 슬슬 의심이 피어오른다. 산책이 끝나자 근처 카페에 들어가선 디저트와 커피를 시켜놓고 시간을 죽이는 모습이 세상에 근심이라곤 없어 보이는 사람 같다.

“……할 말 있나?”
“……아냐.”

정나은의 의심어린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김우영은 그저 웃어넘길 뿐 별 다른 반응을 보여주지 않는다. 달콤한 커피를 빨대를 통해 쪽 빨면서도 점점 치켜 올라가는 정나은의 눈매는 그의 속셈을 까발리기 위해 부지런히 두런거린다.

“그나저나 한결같은 정장이라니 지치지도 않나?”
“누구와는 달리 난 사회생활을 잘한다고? 요즘엔 일을 거의 못했지만 곧 그 보상은 받을 수 있겠지. 그리고 누구 때문에 더러워진 정장 드라이하는 것도 고역이라고!”

안 그래도 몇 벌 없는 정장이 매일같이 더러워지니 드라이를 하는 것도 꽤나 힘들다. 그렇다고 정장 차림을 그만두자니 김우영에게 자신의 일상이 변한다고 여겨져 그건 또 싫다.
김우영은 커피를 쪽 빨면서 그녀의 정장 차림을 살펴본다. 부드러운 상아색과 깔끔한 흰색, 표준적인 검은색 정장만 입는 모습을 봐왔지만 그런 고역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렇군.’

자신은 더럽히는 입장이다 보니 거기까지 생각이 못 미쳤다. 평소와 똑같이 틀어 올린 머리와 살짝 보이는 가냘픈 목선이 아름답다. 한결같은 티 하나 없는 흰색 와이셔츠와 그 위에 옷맵시를 살린 검은 정장. 날씨가 좋아서인지 검은 스타킹 대신 티가 안 나는 살색 스타킹을 입고와 그녀의 뽀얀 다리가 고스란히 햇빛에 반사되며 빛난다.

“슬슬 저녁이나 먹으러 갈까?”
“……아직 늦은 오후인데?”

카페에서 한참을 죽치고 멍하니 시간을 때우던 두 사람이었지만, 김우영의 뜬금없는 제안에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을 시작한다.

“오늘은 고기나 먹으며 술 한 잔?”
“…….”

정나은은 찌푸려지려는 눈살을 억지로 되돌리며 평정을 가장한다. 여기서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면 이 남자는 저녁자리를 길게 끌게 틀림없다. 그저 무표정하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 슬슬 그의 뒤를 따라 이른 저녁을 술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
시간은 흘러 어스름한 황혼이 서서히 도시 저편으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 길거리에도 일찍 퇴근한 직장인들이 하나, 둘 끼리끼리 어울리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런 직장인들이 음식점으로 쏟아져 들어오며 서서히 시끌벅적함이 식당 안을 가득 채운다.

“꿀꺽, 꿀꺽!”

정나은이 500cc 맥주잔을 호쾌한 기세로 들이키고 있다. 이른 시간부터 고기를 먹으며, 조금씩 술잔을 기울이던 김우영과 정나은이었지만 저녁자리가 길어짐에 따라 술을 적게 먹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상당한 양의 술병이 나뒹굴고 있다.

“……은근히 주당인데?”

김우영은 정나은의 주당에 살짝 놀랐다. 사회생활을 오래해서일까? 아니면 선천적으로 술을 잘 마시는 걸까? 고기를 안주삼아 마시기 시작한 그녀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당히 경계하며 술을 안 마셨지만 자신의 끈덕진 권유로 조금씩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 걸? 어느 정도 술이 들어가자 알아서 꿀꺽, 꿀꺽 마치 물 들이키듯 마셔대는 그녀의 모습에 살짝 얼이 빠져버렸다.

‘게다가 소주, 맥주 할 것 없이…….’

술이라는 게 속에 들어가 섞이면 상당히 괴롭다. 폭탄주라는 게 도수보단 그것들이 섞이면서 생기는 시너지 효과 때문에 취하는 것이다.

“신경 끄시지?”

살짝 혀가 꼬일 뻔 했지만, 아직 죽지 않은 흉흉한 눈매하며 살벌한 눈빛으로 김우영을 쏘아본 그녀는 다시금 고기를 먹으며 술을 들이킨다. 정나은은 그와 술을 마시더라도 취할 정도로 마실 생각은 없었다. 그저 고기나 왕창 먹고 김우영의 지갑을 가볍게 할 생각이었는데, 직장인의 나쁜 버릇 중 하나가 튀어나와버렸다.
바로 술로써 현실을 잊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

‘으으, 남편 얼굴을 어떻게 보지.’

근래 들어 쌓일 때로 쌓인 그녀의 스트레스는 거의 한계에 달했다. 어제만 하더라도 술로써 쌓인 스트레스를 풀려다가 남편과 다투는 바람에 기분이 더욱 가라앉아 버렸다.

‘게다가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어……하여간 이놈의 자존심 때문에…….’

이미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 기관차에 올라탄 몸이다.
처음에 억지로 몸을 더럽혀지고, 떨어진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여기까지 온 자신이 한심하다. 이미 내리기엔 너무 멀리까지 와 이젠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 밖에는 남지 않았다.
자신의 아니꼽고 높은 자존심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남편과 다퉜다는 것이 방아쇠가 되어 자괴감에 빠져 부글부글 끓던 참이었는데 술이 들어가니 알딸딸하게 달아오르는 기분 좋은 감각에 취해 연거푸 들이키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 직장인들이 술을 못 끊는 거야.’

사랑하는 남편을 보듯 그윽한 눈으로 술을 내려다보는 정나은의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술기운을 빌어 스트레스를 풀고, 현실을 외면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녀의 경우는 같잖은 자존심 때문에 하게 된 김우영과의 내기와 쌓인 성욕이라는 것이 더해졌으니 오죽하겠는가?

“슬슬 일어날까?”

전투적으로 술과 고기를 먹어치우던 정나은과 적당히 술을 즐기며, 마치 에너지라도 비축하듯 고기를 먹어치우던 김우영은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식당에서 나왔다.

“후우~”

식당 밖으로 나오자 시원한 밤공기가 술기운에 달아오른 정나은의 몸을 식혀준다. 김우영은 그런 정나은을 바라보다 걸음을 옮기자 정나은도 슬금슬금 뒤를 따르려는데, 발이 꼬인다.

“그렇게 들이붓고도 하이힐 신고 걷는 게 신기할 정도군.”
“이제 오늘은 해산이지?”

부축을 해준 모양으로 다가온 김우영의 팔을 쳐낸다. 죽어도 김우영의 부축을 받기 싫다는 것을 태도로 들어내듯 허리를 쫙 피곤 어설픈 걸음걸이로 걷기 시작한 정나은의 뒷모습을 보며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정말이지 재미있다니깐…….”

김우영은 집으로 돌아가려는 취한 정나은을 근처 모텔로 억지로 데리고 사라져 버렸다.

굳게 닫힌 모텔 방 현관문 안쪽에는 검은 여성용 하이힐과 남성용 구두가 아무렇게나 내팽겨져 있고, 현관문부터 떨어져 있는 막 벗어놓은 옷가지는 구겨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어지럽게 흩어져 방 안쪽으로 이어져 있다.
방 안에 있어야 할 옷가지들의 주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방 안에선 여전히 적막이 흐르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듯 더욱 안쪽에 비치된 샤워실로 이어지는 문은 살짝 열려있어 쏴아아-하는 시원한 물소리와 더불어 수중기가 은은하게 새어나오고 있다.

“……! 잠깐!”

벌어진 문틈 사이로 당황한 여성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곧이어 목조 안의 여성이 발버둥이라도 치는지 욕조 안을 가득 채운 물이 출렁이며 넘치는 소리가 샤워실 안을 울린다. 머리 위로 계속해서 쏟아지는 샤워기의 뜨거운 물이 욕조 안을 채우는 소리와 여성의 당황스러워하며 발버둥 치는 목소리가 계속 새어나오더니 곧이어 벌어진 문틈 사이로 불쑥 여성의 뽀얗지만 육덕진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욕조에 걸쳐진 여성의 다리는 힘이 잔뜩 들어가 뻣뻣하게 굳어 부들부들 떨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한참을 그렇게 실랑이 하는 목소리와 출렁이는 물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는 샤워실 안은 곧이어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소리만이 가득 찬다. 욕조에 걸쳐져 있던 여성의 다리도 뻣뻣하게 힘이 잔뜩 들어갔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여성의 다리는 나른하게 축 처진 채 풀려있고, 종아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이 이따금 경련하듯 살짝 떨리는 다리의 움직임에 맞춰 욕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은 아름다울 정도로 관능적이다.

“…….”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소리 말고도 이따금 물이 출렁이는 소리와 가냘프면서도 무언가 본능을 자극하는 여성의 비음이 살살 흘러나온다. 그렇게 한참을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뜨거운 물속에 들어가 있던 방 안의 주인은 곧이어 샤워실을 나선다.
샤워실의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건 알몸의 김우영과 정나은이었다.

“……으음.”

김우영은 축 처진 정나은을 부축한 채 샤워실을 나섰는데, 온 몸이 노근하게 퍼져 힘이 안 들어가는지 그녀의 입에선 나른한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김우영은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그녀를 부축한 채 침대 위에 휙 던지자 정나은은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진다.

“…….”

침대에 내동댕이쳐진 충격을 부드러운 침대가 고스란히 받아내는 것도 잊은 채 정나은은 노곤하게 퍼진 몸과 나른함을 느끼며 잠이 오려는 걸 억지로 참고 있다.

‘이 남자 정말이지……여자를 기쁘게 하는 건 뭐든 잘하는구나.’

욕조 안에서 한 그의 마사지는 묘하게 성감대를 자극시키는 것도 모자라 쌓인 피로감을 해소시키며 온 몸을 노곤하게 퍼지게 하는 그 섬세함에 속으로 혀를 내두르고 있다. 지금껏 난폭하게만 다뤄져 몰랐지만 의외로 섬세하기 그지없는 그의 손놀림에 저항할 새도 없이 들이닥치는 나른함에 정신이 몽롱하다.

‘이래서 술을 마신건가…….’

술기운도 있지만, 오랜 시간 뜨거운 물속에서 묘하게 성감대를 자극하면서도 피로감까지 날려주며, 섬세하게 이뤄진 그의 마사지에 기분 좋은 현기증마저 느끼며 지금 당장이라도 꿈의 나라로 날아가려는 의식을 억지로 붙들고 있다. 지금 잠들었다간 절대로 오늘 내로 집에 못 들어간다. 그걸 알고 있기에 버티고 있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푹 퍼져버린 자신의 몸은 휴식을 요한다.
김우영은 침대 위에 쓰러진 정나은을 내버려둔 채, 미리 준비해둔 콘돔과 최음 효과가 들어간 젤을 가지고 온 김우영은 콘돔을 하는 등 준비를 하며 찬찬히 푹 퍼진 유부녀의 여체를 내려다본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흑단 같은 머리칼은 뽀얀 피부에 달라붙어 있고, 반쯤 감긴 눈망울은 평소의 고양이 같은 날카로움은 남아있지 않고 몽롱하니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잠들 것처럼 흔들리고 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선홍빛 입술은 촉촉하게 젖어있고, 입에서 색-색-새어나오는 숨결은 달콤한 술의 향기가 풍겨온다. 닦지 않아 군데군데 맺혀있는 투명한 물방울이 그녀의 탐스런 몸매 라인을 따라 또르르 흘러내리며 침대 시트를 적시며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젖가슴과 풍만한 엉덩이는 푹 퍼진 몸의 영향을 받기라도 했는지 한결 부드러워 보인다.

‘슬슬 시작해 볼까?’

노곤한 몸을 주체 못하고, 나른함이 풀풀 풍겨져 나오는 유부녀의 여체를 감상하던 김우영은 능글맞은 미소로 그녀의 몸을 뒤집어 엎드리게 한다. 정나은은 노곤한 몸 때문인지 평소와 달리 그저 김우영의 손길에 저항감 없이 뒤집어 진 채 잠들 것처럼 고요한 숨결을 내뱉을 뿐이다.

“햐읏?!”

의식의 끈을 놓고 꿈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려는 정나은이었지만, 엉덩이 골 사이로 파고드는 차갑고, 질척한 감각에 자신이 낸 것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귀여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김우영이 그녀의 엉덩이 골 사이로 최음 효과가 있는 젤을 듬뿍 흘려 넣었기 때문이다.
나른하게 퍼져있던 그녀의 몸이 새로운 자극에 살짝 힘이 돌아오는 걸 느끼고, 버둥거려봤지만 김우영은 그녀의 등을 내리 누르며 섬세한 손길로 젤을 꼼꼼하게 마사지 하듯 펴 바른다.

“…….”

살짝 빛이 돌아왔던 정나은의 눈동자는 계속해서 이어진 김우영의 섬세한 마사지와 젤에 함유된 최음 효과로 한층 몸이 푹 퍼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평소와 달리 김우영은 시간을 들여 정나은의 몸을 마사지하며 더욱 푹 퍼지게 해준다.

“……이제 다 된 것 같군.”

차가운 젤이 김우영의 손길에 따스해질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날 때까지 꼼꼼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마사지를 한 그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하고 그녀의 몸 위에 자신의 몸을 겹쳐내리 누른다.

“……으음.”

거의 반쯤 잠이 든 정나은은 자신의 몸 위를 짓누르는 김우영의 무게에 다시금 의식이 돌아온다. 정나은은 그렇게 다시금 떠오르는 의식 속에서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중압감을 느끼며 자신의 양손 위로 그의 손이 겹쳐지는 걸 느낀다. 손가락 사이로 얽혀 들어온 그의 투박한 손가락이 자신의 손을 깍지 끼듯 얽히고 동시에 그가 자신의 몸 위에서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며 용쓰고 있는 감각에 더욱 의식이 떠오른다.

“……지금 뭘.”

나른함이 묻어나는 잠긴 정나은의 목소리는 그 답을 구하기 전에 점점 확실하게 느껴지는 이물감에 퍼뜩 정신이 든다. 자신의 엉덩이 위에서 느껴지던 딱딱한 감각이 서서히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자, 잠깐! 거……!”

다급함이 묻어나던 정나은의 목소리는 말을 끝맺기도 전에 울려 퍼지는 한층 찰진 소리와 침대의 출렁임에 흡수되어 사라져 버렸다. 지금까지 노곤하게 풀려있던 정나은의 몸이라곤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힘이 잔뜩 들어간 채 경련하듯 부들부들 떨리고 있고, 깍지 낀 정나은의 양 손은 침대 시트를 쥐어뜯을 듯이 붙잡고 하얗게 질릴 정도로 떨리고 있다.

“……!”

실 끊어진 인형마냥 침대에 묻고 있던 그녀의 고개는 뻣뻣하게 쳐들린 채 김우영의 눈앞에서 애처롭게 떨리고 있고, 반쯤 감겨 몽롱하게 풀렸던 눈동자는 찢어질 듯 커져 자신의 몸에 가해진 감각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허공을 헤맨다. 무엇보다 앙증맞게 다물어져 달콤한 술의 향기만 새어나오던 그녀의 입은 더 할 나위 없이 쩍 벌어져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촉촉한 입술이 소리조차 되지 못한 비명을 표현하며 그녀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각을 조금이라도 토해내려는 것 같다.

“……아! 으, 아……!”

조금씩 새어나오는 목소리는 단어가 되지 못하고, 김우영의 배아래 깔린 정나은은 마치 작살에 맞은 물고기 마냥 조금도 미동도 못하고 애처롭게 떨고 있을 뿐이다. 김우영이 허리를 내려치는 순간 튕겨져 나가듯 쫙 뻗은 그녀의 육덕진 다리는 힘이 잔뜩 들어갔고, 발가락마저 오므려진 모습이 의아함까지 자아낸다.
그 의아함의 원인은 역시나 김우영 때문이다.
김우영은 자존심 쎈 그녀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길 원했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엉덩이 골 사이에 핀 국화꽃 모양의 또 다른 구멍이다. 자존심 강한 그녀라면 사랑하는 남편이라도 절대 이런 사랑을 나눌 리 없다고 판단하고 강행한 것이다.

‘그리고……정답인가 보군.’

조금 전까지만 해도 푹 퍼져 나른함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없던 그녀가 이토록 큰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평소와 달리 오랜 시간을 들여 그녀의 몸을 풀어주고, 최음 효과가 들어간 젤까지 사용했다. 원래 이 젤은 이런 용도로 쓰기 위함이다. 자칫 잘못하면 아프기만 한 것을 여자도 쾌락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젤. 그런 젤을 처음 정나은을 취할 때 음부에 사용했으니, 아무리 지조 높은 여성이라도 쾌락에 푹 절여져 울부짖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즐기자고?”

자신의 배아래 깔려 애처롭게 떨고 있는 정나은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김우영은 평소와 달리 느긋하게 기다린다. 한참을 그렇게 뻣뻣하게 굳어있던 정나은의 몸이 서서히 풀리는 걸 느낀다. 정확하게는 더 이상 온 몸에 줄 힘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 경련하던 그녀는 처음 느끼는 그 이물감과 그럼에도 달아오르는 자신의 몸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어째서?’

처음 느끼는 감각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던 그녀는 서서히 힘이 빠지면서 아랫배에서 솟아나기 시작한 뜨거운 감각이 전신으로 퍼지는 걸 느끼고 있다. 단 한 번의 허리 튕김도 없었음에도 그녀의 몸은 서서히 달아올라 땀이 송골송골 솟아난다.
김우영은 서서히 정나은의 몸이 풀리는 걸 느끼며, 그녀의 가냘픈 뒷 목선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살짝 장난기가 샘솟아 그곳에 혀를 가져다 댄다.

“햐으항?!”

겨우 이물감에 적응되어 갈 무렵 갑작스레 까칠한 것이 자신의 민감해진 목덜미를 지나가는 감각에 화들짝 놀라며 튕겨져 나갈 뻔 한다. 하지만 김우영이 내리누르는 중압감에 미동도 못하고 그저 김우영이 놀리는 혓바닥의 감각을 고스란히 느끼며 한층 달아오르는 몸을 느낀다.
김우영은 서서히 그녀의 몸에서 샘솟기 시작한 땀 때문에 그녀 특유의 체취가 피어오르는 걸 코끝으로 느끼며 혀로는 가냘픈 목덜미를 시작해 흑단 같은 머리카락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귀를 살짝 깨물자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귀여운 비명에 스스로도 부끄러운지 침대 시트에 얼굴을 파묻어 버린다.

“그럼…….”

김우영은 드디어 허리를 조금씩 움직이며 새로운 자극을 자신과 그녀의 몸에 새긴다. 겨우 안정되었던 정나은은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쭉 뻗었던 다리를 반쯤 접어 허공에서 힘을 준 채 견디고 있다. 김우영은 그런 그녀의 사정도 모른 채 재차 허리를 강하게 내려찍자 찰진 소리와 침대의 삐걱거림이 하모니를 이루며 방 안을 울린다.

“하으윽! 흐으!”

정나은은 재차 느껴진 그 중압감과 이물감이 파고드는 감각에 반쯤 접었던 양 다리를 버둥거리며 침대 시트를 내려친다. 그녀가 양 다리를 버둥거리며 침대를 내려칠 때마다 그 출렁임이 침대 전체에 전해지는 걸 두 사람은 느끼고 있다.

‘이건 이거대로 좋군.’

김우영은 침대에서 전해지는 묘한 진동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정나은의 발악 아닌 발악이 끝나자 김우영은 재차 조심스럽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며 격렬하기만 했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섬세함을 보여주며 조심스럽게 그러나 확실하게 그녀의 몸에 쾌락을 새기듯이 오랜 시간을 들여 허리를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어스름한 조명이 모텔 방 안을 비추고, 샤워실 안을 가득 채웠던 수증기도 더 이상 새어나오지 않게 되었을 무렵.
뜨거운 수증기로 가득했던 샤워실의 열기를 빼앗아 온 것처럼 방 안의 공기는 후끈 달아올라 있다. 후끈 달아오른 공기는 뜨거움만을 내포한 것이 아닌 야릇하면서도 비릿한 밤꽃 향기가 섞여있는 것이 남녀가 이 방 안에서 살을 섞고 있다는 걸 누구라도 알 수 있게 해준다.

“후욱! 후욱!”

그를 반증해주듯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연속해서 토해져 나오고, 그의 목소리와 호응하듯 평소보단 느리지만 그럼에도 힘이 느껴지는 둔탁하면서도 찰지기 그지없는 소리가 침대의 삐걱거림과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방바닥에 어지럽게 아무렇게나 내팽겨져 있는 옷가지들을 따라가면 출렁이는 침대 시트가 보이고, 상당한 힘을 받아내고 있는지 그 침대 시트는 어지럽게 흔들리며 침대 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격렬한 행위를 연상케 해준다.
침대 위에 살을 섞고 있는 두 남녀는 상당히 오랜 시간 관계를 가졌는지, 두 사람의 몸은 푹 젖어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남자가 강하게 허리를 내려찍을 때마다 두 남녀가 뿜어내는 퇴폐적인 공기가 훅, 훅하며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새하얗기만 하던 침대 시트는 두 남녀가 흘린 체액으로 푹 젖었으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콘돔들이 이리저리 침대 시트 위에 떨어져 있다. 의아하게도 그 안의 있어야 할 욕망의 덩어리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아 새어나오지 않았음에도 강렬한 밤꽃 향기는 어디서 풍겨오는 것일까?
그 향기를 따라가 보니 김우영의 배아래 깔려 그 강한 허리힘을 고스란히 받아내면서도 미동도 않고 있는 정나은의 몸에서 솔솔 풍겨져 나오고 있다. 마치 다 흡수된 것처럼 그녀의 번들거리는 몸에서 그녀의 체취처럼 물씬 피어오르는 향기가 퇴폐적이기까지 하다.

“크윽! 마지막!”

연신 허리를 튕겨대던 김우영은 곧이어 강하게 허리를 내려찍더니 그녀의 몸을 자신의 체중으로 짓누르며 부들부들 떤다. 지금까지 미동도 않던 정나은도 무릎을 때리면 자신도 모르게 튀어 오르는 다리처럼 조건 반사라도 일어난 것 마냥 몸에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 절정이라도 온 것처럼 보인다.
짓눌러 터트릴 듯한 중압감으로 내리누르며, 절정을 맞고 있던 김우영은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그녀의 엉덩이 속에 파묻었던 걸 끄집어내자, 정나은의 풍만한 엉덩이는 움찔하며 한차례 크게 경련한다.

“후우우~”

김우영은 만족스런 깊은 탄식을 내뱉으며, 콘돔을 벗겨내곤 그 안에 잔뜩 싸지른 자신의 욕망의 덩어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등이나 머리카락에는 잔뜩 발라줬으니…….’

침대 시트에 사지가 풀려 엎드린 정나은의 번들거리는 매끄러운 등과 흑단 같지만 푹 젖은 머리카락을 내려다본다. 이미 몇 번이나 밤꽃 향기가 피어오르는 욕망을 마사지 하듯 펴 발라놨으니 꼼꼼하게 안 씻으면 냄새가 남을지도 모른다.

“역시 마지막은 이거겠지?”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깔끔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의 은색 반지 위에 걸쭉하고 탁한 자신의 욕망을 콘돔 속에서 쏟아내 반지를 더럽힌다. 정나은은 자신의 결혼반지가 더럽혀지는 것도 모른 채 미동조차 않고, 간헐적으로 몸에 쌓인 쾌락을 배출하듯 부들부들 경련할 뿐이다.

“잘 됐군.”

김우영은 결혼반지를 실컷 더럽힌 뒤 쓴 콘돔을 그녀의 등에 휙 던져버리곤 만족스럽게 웃는다.
그렇다. 그도 그녀도 만족해 버렸다.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응? 콧대 높으신 고양이 양?”

엎드린 채 잠든 정나은의 얼굴은 누가 봐도 만족한 여자의 얼굴이다. 지금까지 본 쾌락에 푹 절여진 여자의 얼굴이 아닌 만족한 얼굴.

“이쪽 구멍도 잘~열렸고 말이지.”

탐스러운 엉덩이 골 사이에 핀 국화꽃은 상처하나 없이 깨끗하게 열렸다. 그 아래 촉촉하게 젖은 음부도 상당히 만족했는지, 애액이 울컥울컥 토해져 나와 침대 시트를 적시고 있는 게 보인다.
이를 위해서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차분히 들여 그녀를 욕구불만으로 만든 거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안기지도 못하고, 혐오스런 남자의 손에 욕구불만으로 몸은 점점 달아오르고, 게다가 마지막엔 살아생전 처음 겪는 새로운 감각으로 인해 만족 시키는 것.

“뭐……덕분에 난 서비스하느라 별로 못 즐겼지만 됐나?”

의외로 천천히, 그리고 여자를 만족시켜줄 정도로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관계를 하는 건 남자 입장에선 엄청난 심력소모가 뒤따른다.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었다. 이 만족한 얼굴을 보고 있자면 첫 번째 고비는 잘 넘어간 셈이다.
김우영은 침대 위에 엎드린 채 미동조차 못하고 만족스런 얼굴로 잠든 그녀의 모습을 스마트 폰으로 열심히 찍어댄다.
뽀얀 피부 위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하며, 완전히 푹 퍼진 유부녀의 여체. 그 여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퇴폐적이고 관능적인 향기와 분위기가 사진 너머로도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무엇보다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눈매는 사라지고, 곱게 닫힌 눈망울은 귀엽기까지 느껴진다. 만족한 여자의 얼굴이 된 정나은의 무방비한 얼굴도 잘 보존해준다.

“다음에 만날 때 보여줄 사나운 눈매나 날카로운 눈빛이 기대되는데?”

김우영이 샤워하고 나올 때까지 정나은은 침대에 쓰러진 채 미동도 않고 있다. 주섬주섬 떨어진 옷가지에서 자신의 옷을 주워 입은 김우영은 잠든 정나은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들이민다. 그녀의 색-색-거리는 숨소리와 아직 미묘하게 남아있는 달콤한 술의 향기를 느끼며 살짝 벌어진 선홍빛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춘다.

“음…….”

혀가 오가는 농밀한 키스에 정나은은 잠결에 눈을 찌푸려 보지만 김우영은 아랑곳 않고 그녀의 말랑한 입술과 그 속에 남아있는 달콤한 향기를 마음껏 탐한다. 그녀의 입술을 타고 침이 흐를 정도로 농밀한 키스가 오가고 김우영이 입을 떼자 살짝 숨이 막힌 정나은은 눈을 찌푸린 채 모자란 숨을 몰아쉰다.

“어서 안 일어나면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편의 머리에 뿔이 돋아날지 모른다고?”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시간을 확인한다. 이른 시간 모텔에 들어왔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였음에도 이제 아슬아슬하게 날짜가 바뀌려는 시간이다. 침대 위에 쓰러져 있는 정나은을 내버려 둔 채 모텔 방을 나섰다.
철컥하는 굳건한 방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방 안에는 지금까지의 격렬하고 뜨거웠던 폭풍이 거짓말처럼 정적이 들이닥친다. 고요한 정적 속 정나은이 내쉬는 숨소리가 들릴 듯 말 듯 방 안을 채우며, 그녀의 몸에서 피어나는 야릇한 밤꽃 향기가 김우영의 욕망처럼 그녀의 육체를 침식해 들어가듯 잔뜩 배어들고 있었다.

주말의 밤을 하얗게 태우고, 집으로 귀갓길을 서두르는 사람들.
주말임에도 이미 집에 일찍 돌아와 궁상을 떨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어젯밤에 자신의 아내가 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잔뜩 취해 자신과 싸운 마루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그의 이름은 안정수다.

“……늦네.”

어젯밤도 그렇고 오늘 아침에도 아내와의 싸움 때문에 서먹서먹하고, 어색한 분위기가 두 부부 사이에 감돌았다. 아내도 분에 못 이겨 버럭 소리 지른 걸 미안해하는 눈치였기에 오늘은 회사가 끝나자마자 잽싸게 귀가했거늘…….
밤이 깊어갈수록 아무래도 회식이라도 있나보다 했다. 연락 한 통 없는 건 어제에 대한 복수인가 싶어, 미안한 마음에 그저 묵묵히 기다렸다. 혼자 적막한 집안에 들어앉아 있으려니 심심해 TV도 보고, 캔 맥주도 입가심으로 한 캔 정도 비우고 있자니 벌써 시간이 자정이 다되어 날짜가 바뀌었다.

“흐음……무슨 일 있나?”

맞벌이 부부가 어떨지 몰라도 안정수, 정나은 부부는 서로의 사회생활에는 가급적 존중해주는 식이다. 그럼에도 전화 한 통 없는 건 어제에 대한 복수인가 싶어 잠자코 있었거늘 생각보다 늦어지는 시간에 걱정이 앞선다. 안정수는 한숨을 내쉬며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설마 전화해주길 기다린 건 아니겠지?’

자존심 강한 아내는 의외로 이런 걸 챙겨주길 바라며 삐질 때가 종종 있는데, 결혼한 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여자의 이런 심리는 아직도 파악하기 힘들다.
삐졌다는 알기 쉬운 신호라도 주면 좋으련만.

‘어제와 오늘 아침은 어색해하고 미안해하기만 했을 뿐인데…….’

이제야 전화 걸었다고 화난 아내의 목소리가 꽥하고 터져 나올 것 같아 귓가에 울리는 연결음이 무섭다. 계속해서 울리는 연결음은 끝내 연결되지 못하고 부재중으로 넘어간다. 안정수의 얼굴에는 더욱 걱정이라는 감정이 떠오른다. 걱정과 동시에 설마 자신을 골탕 먹이려고 이러는 게 아닐까란 의구심도 고개를 들었지만 일단 내리 누른다.

“…….”

안정수는 다시금 아내에게 전화를 걸며, 계속해서 울리는 연결음을 묵묵히 듣고 있다. 몇 번이나 계속된 전화에도 연결이 되질 않는다. 안정수는 걱정 어린 마음에 다시금 아내의 전화에 통화를 넣은 채 옷을 챙기려고 일어서려는데 띠링하는 문자 한 통이 도착한다.

“응? 뭐야?”

문자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아내였다. 안정수는 통화 연결은 안 되면서 왜 문자를 했는지 의구심이 떠오르지만 일단 문자의 내용 확인이 우선이다.

-미안해요. 회식이 있었는데 2,3차까지 가서 너무 경황이 없어 이제야 연락 넣어요. 통화하기엔 주위가 너무 시끄러워서 못 받았어요. 곧 들어가니 걱정하지 말아요.
“하아……정말이지.”

안정수는 어젯밤의 일도 그렇고, 아침에 일로 알 게 모르게 자신도 스트레스를 받았고, 조금 전까지는 아내를 걱정하며 전전긍긍한 게 괜히 열 받는다. 아내가 어제 이런 기분으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아니, 그래도 평소에 내가 얼마나 양보를 많이 해주는데…….”

그가 처음부터 이렇게 순한 건 아니었다. 그저 자존심 강한 마누라를 데리고 살다보니, 자연스레 아내에게 져주는 게 버릇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자신이 한심하고 아내에 대한 걱정과 짜증어린 맘에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꺼내서 꿀꺽, 꿀꺽 마신다.

“최소한 부부싸움 한 다음 날 정도는 조심할 수 있잖아.”

돌아오지 않는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그렇게 아내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캔 맥주의 씁쓸함과 알딸딸하게 올라오기 시작하는 취기를 느끼며 아내가 돌아오길 기다린다.
째깍, 째깍 시계의 초침 소리가 울릴 정도로 밤이 깊고, 깊어질 무렵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거실에 철컥하는 문 열리는 소리가 적막을 비집고 들어온다.

“…….”

정나은은 아직도 거실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곤 살짝 놀라더니 곧 다녀왔다고 작게 인사를 하며 거실로 들어온다. 거실에는 빈 캔 맥주가 굴러다니고, 취기가 오른 안정수의 곁에 정나은은 조용히 앉는다. 곁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어쩐지 너무나 처량하게 느껴진다.

“……어제와는 반대네.”
“……응.”

거실에는 어색하면서도 한층 무거운 적막이 조용히 흐른다. 째깍, 째깍 울리는 시계 초침 소리가 지겨워질 무렵 고개 숙이고 있던 정나은의 입에서 가라앉은 사과의 말이 흘러나온다.

“미안해……어제일도 그렇고, 오늘 일도 그렇고…….”

고개 숙인 정나은은 남편에게 다가가 그를 껴안으려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다시 제자리에 조용히 앉는다.

“내가 다 잘못했어.”
“……피곤하지? 들어가 자.”

가라앉은 아내의 목소리에서 많은 감정이 묻어나는 걸 느끼며, 안정수는 밤도 깊었기에 들어가 자라며 아내를 살짝 안아준다. 정나은은 화들짝 놀라며 남편의 품을 벗어나려다가 그가 안아주는 걸 받아들인다.

“…….”

서로의 체온이 전해질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안정수가 포옹을 풀자 정나은은 그럼 먼저 들어가겠다고 하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안정수는 아내가 들어간 안방문을 지긋이 바라보곤 취기가 잔뜩 올라 더운 몸을 식히기 위해 베란다로 나간다. 베란다를 나서자 차가운 새벽공기가 단번에 그를 휘감고 취기가 오른 몸을 기분 좋게 감싼다. 안정수는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고 재빨리 불을 붙여 훅하고 연기를 뿜어낸다.

“후우~”

차가운 새벽공기에 쾌쾌한 담배 연기가 섞이지만 금세 저 멀리로 날아가 버린다. 안정수는 해뜨기 전 가장 어두운 새벽하늘을 올려다보며, 한 가지 생각에 잠긴다.
아내를 껴안았을 때 풍겨온 미묘하게 남은 달콤한 술의 향기와 갓 샤워라도 한 것 같은 너무나도 청아한 향기를…….

“2,3차 회식이라…….”

안정수는 담배 하나를 다 피우고도 한동안 베란다에서 별 하나 반짝이지 않는 어두운 새벽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인기척 하나 없이 고요하기 때문일까? 오늘따라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가 유난히 시끄럽다.
주말이 끈덕지면서도 쏜살같이 지나갔다.
아내는 어쩐지 하루 종일 침울해하면서도 무언가 나사 하나 빠진 사람처럼 남편을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보인다. 자신은 자신대로 여러 가지 감정이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며 여러 상념에 빠져,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서로가 자신의 상념에 빠져 바쁜 그 와중 한 가지 확실한 건 두 부부사이에 기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사원! 어이! 안 사원!”
“……에?”

자신의 몸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자, 귓가에서 자신을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든다. 자신을 부른 사람에게 시선을 옮기자 그곳엔 김우영 부장이 서 있었다.

‘어, 어라? 언제 출근한 거지?’

시끌시끌해야 할 사무실이 조용하다. 당황한 안정수는 조용한 사무실을 의아한 눈으로 둘러보자 그를 내려다보고 있던 김우영 부장은 더욱 얼이 빠진 표정으로 물어온다.

“자네 오늘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있던데 무슨 일 있나? 퇴근은 해야지?”
“퇴근이요?”

당황한 안정수가 사무실에 걸려있는 시계로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는 이미 퇴근시간이 훌쩍 넘긴 시각이 떠올라 있었다.

‘월요일이라고?’

안정수는 자신이 출근했다는 것도 놀라운데, 벌써 퇴근시간까지 훌쩍 넘었다는 것에 놀랐다. 혼이 나간 사람마냥 멍하니 앉아있는 안정수를 내려다보던 김우영 부장은 다시 한 번 그를 흔들며 말한다.

“오호~안 사원 집에 들어가기 싫은가봐? 이 시간까지 회사에 남아있는 거 보니…….”
“예? 아니, 그건…….”
“어떤가? 보아하니 저녁도 안 먹은 거 같은데 한 잔?”

김우영 부장은 능글맞은 몸짓으로 한 잔 꺾는 시늉을 한다. 안정수는 김우영 부장의 권유보단 집에 들어가기 싫은 거냐는 물음에 더 마음이 동한다.

‘……그리고 보니 밥도 안 먹었나보네.’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 것 하며, 저녁 이야기를 듣자 그제야 요동치기 시작한 식욕이라는 녀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여 저녁을 먹기 위해 김우영 부장과 회사를 나섰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끌벅적한 식당 안은 취한 직장인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그들 속에 조촐하게 두 사람이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두 남자의 모습은 사뭇 눈에 띈다. 중년의 남성은 껄껄 웃으며 연신 주저리, 주저리 입을 놀리고 있는 것에 반해 맞은편에 앉은 남성은 술을 연거푸 들이키며 중년 남성의 수다에 어설프게 어울리고 있다.

‘이럴 땐 차라리 김우영 부장 같은 사람이 편하군.’

연신 여자 얘기만 주구장창 해대며 남자끼리 할 법한 서슴없는 음담패설이나 세상의 근심이라곤 하나 없어 보이는 그의 태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면 이상한 걸까?
시끌벅적한 식당의 소음이나 맛있는 안주. 연거푸 술을 들이키며 취기가 올라와도 가슴 속에 응어리 진 하나의 의심은 풀릴 기미가 없다. 그렇기에 안정수가 고민어린 모습을 지긋이 관찰하는 김우영의 눈빛을 몰랐다.

‘오호? 이거 무언가 있구만?’

김우영은 안정수가 껴안은 고민을 엿보았다. 분명 그의 아내인 정나은에 관한 고민이 필시 틀림없다고 단정 짓곤, 준비해둔 계획을 실행에 옮길 때라 여겼다. 김우영은 잠시 화장실을 간다고 말하고 식당을 나와 최 사장에게 전화해 준비해달라고 연락을 넣었다.

“하하하 이거 미안하네. 그나저나……안 사원 오늘 회사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어째 고민이라도 있나 봐?”
“음……고민거리라 해야 할지. 설레발이라 해야 할지. 뭐 아무튼 좀 싱숭생숭 합니다.”

김우영이 갑자기 고민에 대한 걸 날카롭게 찔러오자 정말 찔린 것처럼 시선을 회피하며 화제를 피한다.

“뭐, 나 같은 경우 영~못미더운 상사긴 해도 인간관계에 대해선 꽤나 폭 넓은 편인데……고민정도는 들어줄 수 있네.”
“…….”

김우영 부장의 발 넓은 건 회사 내에서도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여자 한정이지만…….

‘그래도 찔러나 볼까? 지금 와서 남의 고민거리라고 하기엔 자신의 문제라고 태도에서 너무 티가 나서 창피한데…….’

그렇다고 어디 가서 이런 고민을 시원하게 털어놓자니, 그럴 상대도 없다. 게다가 자신의 아내이긴 해도 여자문제. 여자문제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남자가 눈앞에 있다. 차라리 속 시원히 털어놓고 조언을 구해볼까란 달콤한 고민에 빠진다.

‘……아니. 이정도로 남에게 털어놓을 정도는 아냐.’

안정수는 기껏해야 의심이고, 만약 이야기를 한다 해도 맨 처음은 아내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도리에 맞다 생각하고 김우영 부장의 배려를 조심스레 거절한다. 김우영은 피식 웃으며 그럼 더 마시자고하며 술자리는 더욱 길게 이어지며 김우영 부장 특유의 음담패설을 계속해서 이어진다.
술자리가 길어지고, 취기가 잔뜩 오른 상태가 되자 안정수는 왜 자신이 이런 것 때문에 고민해야 하는지 슬슬 열 받기 시작하며 김우영 부장의 여자 이야기에 호응하며 현실을 외면한다. 김우영은 술자리 분위기도 무르익고, 안정수가 자신의 이야기에도 어느 정도 호응을 해주는 걸 보며 넌지시 검은 속내를 드러냈다.

“흐흐……안 사원도 역시 남자는 남자구만. 그나저나 오늘 밤 어떤가? 스트레스도 잔뜩 쌓인 거 같은데 하룻밤 불장난하러 가지 않겠나?”
“불장난이라뇨?”

김우영 부장은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스마트 폰을 조작해 수많은 여성의 알몸 사진 중 하나를 앞에 들이민다. 어스름한 달빛이 스며드는 침대 위에 수치스러운 줄도 모르고 하늘 높이 엉덩이를 쳐들고 있는 육감적인 몸매의 여인의 사진이다.
사진 속 여인은 막 절정에 달했는지, 움찔거리는 하체나 땀에 푹 젖은 모습이 퍽 관능적이다. 김우영이 다음 사진으로 넘겨주자 눈을 가로지르는 검은 모자이크 막대가 얼굴을 단편적으로 가렸지만, 전체적으로 수수해 보이는 외모지만 땀에 푹 젖어 웨이브 들어간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에서 더욱 흥분을 자아내게 한다. 무엇보다 막 쏟아낸 듯 그녀의 얼굴에는 하얗고 끈적한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는 모습은 막 관계가 끝났다는 걸 시사해 지금 이 모습이 여자로써 가장 창피한 얼굴이며, 그 누구에게도 안 보여주는 그녀만의 모습이란 것에 가슴이 크게 뛴다.

“어떤가? 지금이라면 부를 수 있는데.”
“……어, 어흐흠! 그, 그게 말이죠.”

안정수도 남자다. 하물며, 지금 술도 잔뜩 들어갔고 한참을 여자 이야기로 꽃을 피워 성욕이 고개를 든 이런 순간에 저런 사진을 보면 누구라도 갈등한다.

“허허! 이사람 이거……역시 아내 때문인가?”

김우영 부장이 지나가는 말투로 툭하고 내뱉었지만, 툭하고 내뱉은 말이 안정수의 몸을 꽉 옥죈다.

“자네 참~아내에게 어지간히 잡혀 사는구만.”

김우영은 일부러 남자로써의 자존심을 콕하고 찌른다. 물론 시원하게 넘어가는 남자도 많겠지만 지금의 그는 아내에 대한 불만이 많다.

‘분명 주말 사이에 뭔가 있었어.’

김우영은 그 날을 되짚어 본다. 정나은은 그 날 만족했다. 더할 나위 없이. 아마 깨어나는 것도 상당히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깔려 만족해버렸다는 것이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웠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새벽 귀가한다면?

‘아무리 금술 좋은 부부라도 한 마디는 툭 하겠지. 생각보다 파장이 커진 모양이지만.’

김우영은 그렇기에 안정수를 자극하면서도 달콤한 꿀을 던진다.

“뭐 아직 결혼 초기니 나쁜 건 아니지만……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떤가? 그녀 모르게 불장난을 하는 건?”
“그건 또 무슨…….”

김우영 부장이 아내에게 잡혀 산다는 이야기를 듣자, 안 그래도 아내 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자신이 짜증났는데, 그 마저 그런 이야기를 하니 오기가 치솟는다. 그리고 이어진 이해 못 할 제의에 혹 한다.

“내가 먼저 가서 사진 속 여인과 관계를 가지고 있겠네.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에 몰래 들어와서 그녀를 안게나.”
“아니, 어떤 여자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후후후. 미리 정신을 좀 빼놓고 눈도 가리고 입에는 재갈 같은 걸 물려놓는 등 구속적인 방법을 쓰는 거지. 그러면 그녀는 남자가 바뀌어도 모를 테고. 안 사원 자네는 상대방의 얼굴도 모르고 그저 성욕만 풀고 끝이네. 그녀도 모르고, 자네도 모르고……비유하자면 자위나 마찬가지인 셈이지. 결코 바람이 아냐.”

김우영 부장의 권유에 안정수는 고민에 빠진다. 평소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고 거절한 권유지만 그 역시도 스트레스가 잔뜩 쌓였고, 특히나 아내에 대한 불만이 쌓일 때로 쌓여 이젠 의심암귀까지 걸릴 지경이다.

‘……나도 한 성깔 한다. 뭐!’

반쯤은 자포자기와 아내에 대한 소심한 복수심이 안정수의 등을 떠민다.
하룻밤의 불장난.
아내에게 보내는 소심한 복수.

“…….”

안정수는 한참을 고민하며, 눈앞에 채워진 술잔을 단번에 들이킨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뜨거운 술이 안정수에게 더욱 제대로 된 사고방식을 빼앗아 가며 그를 조용히 타오르는 밤의 불장난 속으로 초대한다.
안정수의 수긍에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럼 먼저 가 있을 테니 전화 잘 받으라며 자리를 떴다. 그렇게 김우영 부장이 자리를 뜨자, 시끌벅적한 식당 안이지만 홀로 남겨진 느낌을 받으며 연신 술을 들이킨다.

‘……괜히 한 건가?’

분위기를 타 수긍해 버렸지만, 옆에서 달콤한 꿀을 집어넣어줄 악마가 없어지니 술기운을 빌어 묵묵히 버텨본다. 한잔, 두잔 연거푸 넘어가는 술잔과 그 씁쓸함이 몸이 퍼지는 걸 느끼며 갈등의 시간을 견딘다.
1분이 1시간 같은 고뇌와 갈등의 시간이 흐르며, 술기운으로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질 무렵 귀신같은 타이밍에 안정수의 핸드폰이 울린다. 절대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될 너무나도 빠른 시간이란 걸 깨닫지 못한 안정수는 그저 고뇌에 휩싸인 채 핸드폰을 확인한다.

“……후우~만약 거절한다 해도 일단 가긴 가야겠지?”

안정수는 가슴속에 소용돌이치는 이성과 본능의 싸움을 느끼며, 일단 문자로 온 주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길게 뻗은 모텔의 복도를 안정수는 속이 타는지 마른 침을 삼키며 걷는다. 은은하게 깔린 복도 조명은 이성과 본능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안정수의 가슴에 묘한 불을 지피며 길게 이어진 방문들을 힐끔힐끔 쳐다보게 한다.

‘묘, 묘하게 공기도 다른 것 같네.’

어스름한 조명 탓일까? 아니면 문에서 새어나오는 퇴폐적인 분위기 탓일까? 들려올 리 없는 여인들의 달콤하게 헐떡이는 신음소리가 굳게 닫힌 문에서 새어나오는 것 같다.

“여기네.”

안정수는 혹시 몰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문 앞에서 핸드폰으로 온 주소와 방 번호를 확인하며 크게 숨을 들이쉰다. 그럼에도 고장 난 폭주 기관차 마냥 쾅쾅 몸 안을 뛰어다니는 심장은 진정될 기미가 안 보여 눈을 질끈 감고 문고리에 손을 얹는다. 무심코 새어나온 실례합니다라는 말을 재빨리 주워 담고 문 안으로 들어선다.

‘나도 모르게 말문을 틀어막다니…….’

안정수는 무의식중에 이 일이 틀어질지 모르는 자신의 말을 재빨리 주워 담은 자신의 모습에서 살짝 씁쓸함이 묻어났지만 곧이어 귓가에 스며든 달콤한 신음소리에 순식간에 모든 신경이 쏠린다.
복도와는 농도가 다른 퇴폐적인 공기가 순식간에 안정수를 휘감고 자신의 귓가에 스며드는 헐떡이는 여인의 억눌린 숨소리와 침대의 삐걱거리는 소리는 안정수에게서 서서히 이성이라는 걸 빼앗아 간다.
김우영 부장의 것으로 보이는 검은 구두 옆에 놓인 자그마한 굽 낮은 하이힐이 눈을 끈다. 조심조심 소리 내지 않고 방안으로 들어서자 한층 절절이 터져 나오는 여인의 신음소리와 김우영 부장의 거친 숨소리가 가장 먼저 반겨주고 떨리는 눈동자로 침대를 바라본다.

“하읍! 웁! 흐으윽!”

여인의 입에는 재갈을 물려놨는지 제대로 된 신음이 터져 나오지 못하지만 그녀가 느끼고 있을 쾌락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뜨거움이 묻어난다. 침대 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김우영 부장의 땀으로 젖은 뒷모습이다. 무릎 꿇고 연신 허리를 놀리고 있는 그의 앞에는 아까 봤던 사진 속 모습처럼 엉덩이를 하늘로 쳐들고 그가 여인의 가느다란 허리를 붙잡고 허리를 튕길 때마다 그 힘으로 인해 육감적인 몸매는 파문이 일며 출렁인다.

“꿀꺽…….”

자신의 아내와는 다르게 전체적으로 선이 가느다랗지만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여인은 송골송골 땀이 맺힌 모습이 아내와는 다르게 농익은 매력을 자랑한다. 살짝 펌을 넣어 웨이브 들어간 머리카락은 뽀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에 달라붙어 있으며, 그녀의 양 팔은 머리 위로 모아져 장난감 수갑 같은 것에 묶여 침대에 고정되어 있다. 수갑이라 해도 약간 길이가 있는 것이 여러 체위를 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장난감이다.

“……?! 읍! 읍! 크읍!”

그렇게 넋이 나간 안정수를 아는지 모르는지 갑작스레 김우영이 거칠게 허리를 놀리자 그의 힘에 의해 여인이 튕겨져 나갈 듯 출렁이며 억눌린 신음을 토해내는 게 고혹적이다. 곧이어 여인의 고개가 미친 듯이 도리질치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뻣뻣하게 온 몸을 굳히며 고개 역시 엉덩이처럼 하늘 높이 쳐들리곤 부들부들 떤다. 그러자 김우영 부장도 마지막으로 크게 허리를 내려찍은 후 두 남녀는 한참을 이어진 채 몸을 경련 시키는 것 외에는 그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는다.

“하으으음…….”

뻣뻣하게 온 몸을 굳히고 경련하던 여인은 깊은 탄식을 내쉬더니 침대 위로 허물어진다. 그러자 김우영 부장도 그녀 위로 허물어지더니 두 사람은 침대 위에 몸을 포갠 채 한참을 헐떡인다. 곧이어 김우영 부장이 그녀 위에서 일어서자 밑에 깔려 있던 여인은 살짝 움찔하는 모습이 보인다. 김우영 부장은 쓴 콘돔을 벗겨내더니 의아하게도 그녀의 머리맡으로 가 그녀의 다이아몬드 반지 위에 자신이 토해낸 욕망의 덩어리를 쏟아낸다.
그런 기묘한 김우영 부장의 행동에도 안정수의 눈은 침대 위에 쓰러져있는 농익은 여인의 몸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아내도 어젯밤 이랬을까?’

문득 새벽 귀가한 사랑스런 아내가 떠오른 건 왜 일까?
묘하게 남아있는 달콤한 술의 향기에 녹아든 갓 샤워를 끝마친 것 같은 청아함. 비록 자신의 의심일 뿐이지만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잔뜩 흐트러진 아내의 모습이 뇌리에 각인되듯 새겨져 떨어지지 않는다. 머릿속에 각인된 상상은 깊고, 날카롭게 안정수의 가슴에 내리꽂히며 이성이란 걸 단번에 날려버린다.
그렇게 넋이 나간 안정수의 곁에 김우영 부장이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며 살짝 침대에서 떨어진다.

“어떤가?”

김우영 부장의 몸에서 훅하고 뜨거운 공기와 진한 수컷의 향기가 풍겨져 와 불쾌할 법도 하건만 안정수는 무언가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인다. 김우영은 그런 안정수를 보곤 진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등을 살짝 민다.

“그녀의 이름은 김수진이네. 이름 정도야 괜찮지 않은가?”
‘김수진…….’

안정수는 그 이름을 머릿속에 각인하듯 되뇌며, 침대에 다가가는 그의 손에 김우영 부장이 무언가를 쥐어준다.

“피임은 철저히 알지? 그리고 가능하면 신음소리도 내지 말 것. 들킬지도 몰라. 아……그리고 양쪽 다 가능하다네.”
‘양쪽?’

김우영은 안정수에게 콘돔을 쥐어주곤 방 안에 있는 소파에 앉아 땀을 식히며,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안정수는 그런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침대 위에 핀 농익은 꽃의 향기에 이끌리듯 천천히 다가간다.
침대 맡에 서자 여인의 몸에서 뿜어져 한층 강렬하게 피어오르는 야릇한 향기에 안정수는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레 침대 위로 올라선다. 안정수의 무게로 출렁이는 침대 때문에 누군가가 침대에 올라선 걸 알 텐데도 여인은 미동도 않고 그저 잔뜩 달아오른 몸을 달래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안정수는 떨리는 눈으로 김수진의 땀으로 흠뻑 젖은 농익은 육체를 내려다본다. 안대로 가려진 눈과 입에 물린 공 모양의 재갈 때문에 자세한 얼굴상은 안 보이지만, 붉게 달아오른 양 뺨이나 재갈 때문에 입가에 질질 침을 흘리는 칠칠치 못한 모습마저 본능을 자극한다. 이렇게 잔뜩 흐트러져 남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그녀도 평소엔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란 그 괴리감이 참을 수 없다.
안정수는 여인의 곁에 앉으며 떨리는 손으로 탐스럽게 농익은 여인의 젖가슴을 움켜쥔다.

“하응…….”

옆으로 누워 달아오른 몸을 식히던 김수진은 가슴에서 전해져 오는 강한 손아귀 힘에 자신도 모르게 달콤한 비음을 내뱉었다. 안정수는 자신의 손아귀에 전해지는 한없이 부드러운 감각과 동시에 새어나온 여인의 비음에 자신의 가슴이 미친 듯이 뛰는 걸 느낀다.

‘아내와는 다르네.’

탄력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아내와 달리 꽉 움켜쥐자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튀어나오는 풍만함과 전체적으로 선이 가느다랗지만 육감적인 몸매에서 오는 그 이율배반적인 중량감이 터무니없다.

‘……아내도……내 아내도.’

분명 다르다. 분명 자신의 아내와는 다른 몸매를 가진 여인이다. 하지만 흐트러져 달아오른 김수진이라는 여인과 아내의 모습이 겹쳐보이자 안정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져 있는 김수진의 허리를 잡아 일으키며 엎드리게 한다.
길게 뻗은 땀으로 번들거리는 여인의 뒷모습과 육감적인 골반이 안정수의 눈앞에 펼쳐지자 안정수는 그녀를 위에서 내리 누르며 그녀의 양 가슴을 꽉 움켜쥔다. 손안 가득 퍼지는 부드러움과 확하고 퍼지는 김수진의 체취가 아찔하다.

“하으, 으응!”

다시금 시작된 애무에 김수진은 잘게 허리를 떨며, 자신의 가슴을 짓이겨버릴 듯 강렬한 남성의 힘을 느끼고 있다. 안정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가슴을 움켜쥔 채 그녀의 안에 삽입하려고 허리를 비틀며 용을 쓴다.
그런 안정수의 발버둥을 김수진은 느낀 것일까?
장난하듯 약 올리듯 허리를 비틀며 교태를 부리는 것 같은 그녀의 몸짓은 안정수에겐 신선하다. 아내와의 잠자리에선 한 번도 보지 못한 여인의 교태. 마치 자신의 아내가 이런 교태를 누군가에게 부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초조함이 극에 달해 가슴을 움켜쥐었던 한 손을 떼 그녀의 허리를 내리 누른다. 안정수가 허리를 고정시키자 더 이상 허리를 비틀 수 없게 된 김수진은 서서히 자신의 몸을 꿰뚫는 강렬함을 느끼며 몸을 경직시킨다.

“……크웁!”

두 사람이 완전히 이어지자 김수진의 재갈 물린 입에선 억눌린 신음이 튀어나온다. 안정수는 처음 느끼는 감각에 도취되어 있다. 끝없이 뻥 뚫린 구멍. 아내와는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엉덩이 사이에 핀 국화꽃 모양의 구멍에 망설임 없이 허리를 내려찍은 것이다.

‘아, 크윽! 이, 이런 느낌이구나!’

김우영 부장이 양쪽 다 사용 가능하다는 말에 안정수는 혹했지만 점점 이 여인의 흐트러진 모습에서 아내를 겹쳐보다 보니 정말 자존심 강한 아내를 자신의 배아래 깔아뭉개는 것 같은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안정수는 당장이라도 풀릴 것 같은 허리와 다리에 힘을 주며 한손으로는 중량감 넘치는 젖가슴을 움켜쥐고, 한 손으론 잘 발달된 골반을 내리 누른 뒤 허리를 크게 움직여 내려찍는다. 찰지기 그지없는 소리가 두 사람의 하체에서 울려 퍼지며 김수진의 가느다란 등이 활처럼 휘는 걸 내려다본다. 동시에 뻣뻣하게 올라온 김수진의 고개는 잘게 떨리며, 긴 생머리인 아내와 달리 웨이브 들어간 젖은 머리카락에선 땀이 뚝뚝 침대 시트로 떨어진다.

‘어떤 인상일까?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안정수는 옆으로 보이는 김수진의 가느다란 턱 선을 보며, 사뭇 부드러운 느낌의 여인이라는 걸 짐작하게 할 수 있다. 자존심 강하고, 날카로운 아내와 달리 부드럽고 수수한 분위기의 천상여자 같은 그녀도 침대 위에선 이렇게나 흐트러진다는 것에 안정수는 그녀를 더럽혀보고 싶다는 충동에 강하게 허리를 놀리기 시작한다.

“하으! 크응! 흐으응!”

갑작스럽게 시작된 강렬한 관계에 김수진은 저항할 새도 없이 입에서 신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두 사람의 하체가 부딪히는 찰진 소리와 부서질 듯 삐걱거리기 시작한 침대의 비명이 김수진이 받고 있는 강렬한 힘을 짐작케 해준다.
일그러지는 달덩이 같은 김수진의 엉덩이는 연신 파문을 일으키고, 엉덩이에서 시작된 파문은 가느다란 등을 통해 부드러운 젖가슴을 흔들리게 한다. 흩날리는 두 사람의 땀방울은 서로를 탐하듯 달라붙고, 살짝 식었던 공기는 또다시 뜨겁게 달아오르며 야릇한 체취를 품는다.
김우영은 한 발치 떨어진 곳에서 두 남녀의 격렬한 사랑을 지켜보고 있다. 이미 자신이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것 같은 안정수와 이미 쾌락에 잔뜩 버무려진 김수진은 그저 울부짖으며 그 쾌락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김우영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오른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는군.’

김우영이 공략하고 있는 정나은의 남편에 대한 사랑은 의외로 견고하다. 그렇게 자신과 몸을 섞을 때마다 쾌락에 허우적대며 잔뜩 흐트러져도 이상하리만치 남편에 대한 사랑은 식지 않는다.

‘그렇다면 서로를 의심하게 하는 수밖에.’

그래서 그는 안정수에게 다른 여자를 안겨줬다. 자의건 타의건, 사랑하는 남편이 자신 외에 다른 여자를 안았다는 것이 그녀에게 많은 충격을 줄 것이다. 그녀가 하고 있는 일이 안정수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 지 그녀 스스로도 모른 채.

‘묘한 곳에서 둔한 여자란 말이야. 그렇게 남편이 자신에 대한 사랑이 맹목적일 거라 생각한 걸까?’

이렇게 살짝만 찔러줘도 남자란 생물은 유혹에 빠진다. 물론 그 배경에는 아내의 외도라는 의혹과 자존심 강한 아내의 비위를 맞추며, 안정수가 조금씩, 조금씩 모든 걸 양보하며 스트레스를 받던 것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덕분에 방아쇠는 쉽게 당겼어.’

김우영은 씩 웃으며, 바지 주머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 그들이 관계를 나누고 있는 장면을 잘 찍는다. 처음 관계를 나누고 있음에도 마치 ‘몇 시간’이나 관계를 나눈 것 같이 쾌락에 허우적대는 김수진의 모습과 그 동안 억눌렸던 걸 단번에 토해내는 안정수의 모습은 격렬하고, 격정적이다.
그렇다. 마치 안정수가 김수진을 저렇게 쾌락에 미치도록 사랑해준 것처럼…….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고, 이미 밤이 깊어 날짜가 바뀌었다. 하지만 모텔 방 안의 뜨거운 공기는 날짜가 바뀌어도 식지 않고, 여전히 달아올라 있다.
뜨거운 쇠를 두들기듯 둔탁하면서도 찰진 소리와 삐걱거리는 침대의 비명은 여전히 소리 높여 울고 있고, 재갈 물린 여인의 입에선 더 이상 환희의 비명을 지를 힘도 남아 있지 않은 지 간헐적으로 억눌린 비음만이 새어나온다.

“으, 으응……하응…….”
“하아! 하아! 하아! 크윽!”

이미 안정수는 자신이 목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사실도 잊고 격하게 뜨거운 숨을 내쉬며 자신의 품 안에 안긴 육감적인 여인을 꽉 끌어안은 채 허리를 내려찍고 있다. 정말로 몇 시간이나 사랑을 나눈 두 사람의 주위에는 사용한 콘돔이 잔뜩 어질러져 있고, 두 사람이 내뿜은 타액은 침대 시트를 푹 적시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듯 김수진은 온 몸이 푹 퍼진 채 그저 힘없이 흔들리고 있고, 안정수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듯 후들거리는 허리에 힘을 주며, 눈앞의 여인을 내려다보고 있다.
여전히 얼굴은 큰 안대에 가려져 있고, 재갈이 물려 칠칠치 못하게 침을 흘리고 있음에도 잔뜩 물기 머금은 웨이브가 들어간 머리칼이나 붉게 달아오른 양 뺨은 그녀가 얼마나 만족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자신이 허리를 내려찍을 때마다 출렁이는 젖가슴은 그에게 한없는 욕정을 불러일으키고, 배꼽이 맞닿을 때마다, 자신의 허벅지와 가느다란 그녀의 허벅지가 부딪힐 때마다 속절없이 허공을 헤매는 것이 귀엽게만 보인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안정수가 모든 힘을 짜내듯 격렬하게 허리를 놀리자, 힘없이 처져있던 김수진의 입에선 마지막 환희가 튀어나오며 힘없이 허공을 헤매던 그녀의 다리에는 마지막 힘이 실리며 뻣뻣하게 굳는다. 그녀의 몸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낀 안정수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신의 욕망을 마음껏 토해내며 마지막으로 내려찍는 둔탁한 소리가 방 안을 울린다.
거친 숨을 몰아 쉴 힘도 없는 두 남녀는 그저 몸을 포갠 채 침대 위에 쓰러져 있다. 두 사람을 지켜보던 김우영은 드디어 끝났다는 걸 기뻐하며, 힘없이 늘어진 두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안 사원 슬슬 가야지?”

김우영의 말에도 한참을 늘어져 있던 그는 잠시 뒤 힘겹게 일어선다. 김우영이 김수진이 있음에도 안 사원이라고 대놓고 부른 것에 의문을 품지 못 할 정도로 모든 힘을 소진한 그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침대에서 내려온다.

“일단 씻게나.”

안정수를 샤워실로 밀어 넣곤 침대 위에 미동도 않고 푹 퍼진 김수진을 보며 김우영은 머리를 긁적인다.

“너무 오래 했나? 그나저나 안 사원도 은근히 절륜하구만.”

두 사람은 몇 시간동안 정말로 쉬지 않고 관계를 나눴다. 억눌려 있던 스트레스가 폭발이라도 한 것처럼 격렬했던 흔적이 침대 곳곳에 잔뜩 흩어져 있다. 덕분에 처음 한 번 밖에 그것도 맛보기 식으로 밖에 못한 김우영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푹 퍼진 육감적인 김수진의 젖가슴을 살짝 움켜쥔다.

“……이건 오늘은 힘들겠구만.”

젖가슴을 움켜쥐어도 그녀는 살짝 움찔하기만 할 뿐이다.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딴 곳에 정력을 낭비할 정도로 그는 한가롭지 않다. 김우영은 자신도 샤워하고 갈까란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어차피 잠깐 몸을 섞은 것뿐이라 집에 가서 해도 될 거란 생각에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주머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건 김우영은 이제 끝났다고 보고를 하곤 잠시 뒤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는다.
곧이어 샤워실에서 나온 안정수는 옷을 챙겨 입으며 침대 위에 푹 퍼져 미동도 않는 김수진을 바라보며 살짝 걱정한다.

“그냥 두고 가는 건가요?”
“응? 아아, 걱정 말게. 항상 그래왔어. 나갈 때 문만 잘 잠그면 되네.”

커다란 안대는 아직 벗기지 않았지만 입에 물린 공 모양의 재갈이나 손을 구속했던 건 풀은 모습이다. 걱정하는 안정수를 데리고 방을 나선 김우영은 문을 잠그는 시늉을 하며, 먼저 보낸 안정수의 뒤를 따라 모텔을 나선다.
곧이어 고요했던 모텔의 복도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작은 키지만 꽉 찬 근육을 자랑하며, 인자한 동네 아저씨 같은 외모의 중년 남성. 그는 고요한 복도를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옮겨 주위를 둘러본 뒤 굳게 닫혀 있는 어떤 방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선다. 들어가기 전 언뜻 보인 그의 옆모습은 김우영의 협력자 최 사장이었다.
그가 들어선 곳은 당연히 김우영이 잠그는 척을 했던 김수진이 퍼져 있는 모텔 방이었다. 방 안으로 들어선 최 사장은 은은하게 남아있는 야릇한 공기에 씩 웃음을 지으며 침대에 죽은 듯 잠들어 있는 김수진을 내려다본다.

“허허~이것 참 난리네.”

잔뜩 더러워진 김수진의 모습이 아름답게만 보이는 건 이상한 것일까?
최 사장은 옷을 확 벗곤 실신한 그녀의 곁에 누워 그녀의 커다란 안대를 벗긴다. 그러자 더 할 나위 없이 만족한 여인의 사랑스런 잠든 얼굴이 최 사장의 눈앞에 드러난다. 두툼한 김수진의 입술에 최 사장은 자신의 입을 겹치며 그녀가 일어날 때까지 길고 긴 키스를 나눈다.

“……으음.”

곧이어 곱게 닫혀있던 김수진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열린다. 살짝 풀린 김수진의 눈동자가 눈앞에 있는 남자를 인식할 때까지 잠시의 시간이 걸린다. 빛이 돌아온 김수진의 눈동자는 자신의 입술을 탐하고 있는 최 사장의 입술을 받아들이며 잠시 뜨거운 키스를 나눈다. 마치 진짜 부부처럼…….

“어땠어?”

곧이어 입술이 떨어진 최 사장은 그녀에게 의견을 묻는다. 그러자 김수진은 잠시 그때를 회상하듯 먼 곳을 응시하는 듯싶더니 헤픈 미소를 짓는다. 처음 펜션에서 보았던 수수하고 순수했던 그녀의 미소와는 차원이 다른 농염한 미소다.

“좋았어. 하룻밤에 세 남자를 동시에 겪는 것도 나름 신선했어.”

수수하고, 순수했던 천상여자는 요염하고 육감적인 포식자의 미소를 짓는다. 최 사장은 그런 김수진의 미소를 보며 참을 수 없어서 그녀를 덮쳐 짓누른다. 꺅 하는 귀여운 김수진의 목소리가 잠시 들려오더니 곧이어 방 안에는 삐걱거리는 침대 소리와 달콤함이 묻어나는 김수진의 신음소리가 살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굳게 닫힌 모텔 방문은 밤을 새하얗게 지새우고, 떠오른 아침 해가 드높이 떠오를 때까지 열리지 않았다.
날짜가 바뀌었어도 아직 길거리에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귀갓길을 서두르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안정수는 차갑게 휘감는 밤공기에 달아올랐던 몸이 식는 걸 느끼며, 노도와 같았던 몇 시간을 되새기며 많은 감정이 그의 가슴에 떠오른다.

“가세나.”
“……예.”

안정수의 얼굴에는 수많은 감정이 묻어나는 걸 김우영은 눈치 채고 그가 딴 생각 못하게 발걸음을 재촉한다. 안정수는 그렇게 김우영의 뒤를 따라나서려다 문득 털썩 주저앉는다.

“응?”

김우영과 안정수의 얼굴에는 의문이 떠오른다. 안정수는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는 걸 느끼며 곤혹스러워 한다.

‘그리고 보니…….’

안정수는 모텔로 향하기 전 그 짧은 고뇌의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 안 그래도 김우영 부장과 밥을 먹으며 상당한 술을 마셨는데, 안주도 마시지 않고 그렇게 미친 듯이 술을 마신 뒤 몇 시간이고, 몇 시간이고 여자를 탐했으니 건장한 장정이라도 허리와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는 게 정상이다.
하물며, 그는 주말 내내 아내가 외도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 때문에 고심의 시간을 보냈다. 그 때 쌓인 피로와 지금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의 끈이 툭하고 풀리자 모든 피로가 한순간에 몰려온 셈이다.

‘게다가 한순간이지만 아내와 김수진이라는 여인을 겹쳐봤으니…….’

정말이지. 그동안 아내에게 쌓였던 울분을 토해내듯 격렬하게 관계를 나눴다. 안정수는 한번에 들이닥친 피로감에 어쩔줄 모르며, 확하고 피어오르는 취기에 어쩔 줄 모른다. 여인을 안으며 온 몸을 휘감았던 아드레날린이 더 이상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이것 참……좋긴 좋았나보구만. 응?”

김우영 부장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안정수를 부축해준다. 안정수는 면목 없어 하면서도 순순히 그의 부축을 받아들일 정도로 온 몸을 휘감는 피로감과 취기에 정신이 없다.

“이거 죄송합니다.”
“뭘 그런 것 가지고 그러나. 종종 이런 자리 갖자고. 응?”

김우영의 조롱어린 말에 안정수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런 안정수를 부축한 채 길거리를 천천히 나아가는 김우영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오른다.

“그나저나 이대로는 혼자 집에 가기 힘들겠군. 바래다주지.”
“예? 아니 그럴 필요까진…….”
“뭘. 사양하지 말게나. 여기서 집이 그리 멀지 않지? 게다가 자네는 내일 출근도 해야 하지 않나? 나야 뭐……외근 나간다 하고 사우나에서 한숨 자면 그만이니.”
“그럼 부탁드려도 될까요? 주소는…….”

묘하게 설득력 있는 김우영 부장의 말에 혹한다. 무엇보다 서로 못 볼꼴 다 보여준 사이인 만큼 친밀감이 느껴지는 건 당연한 거다. 김우영 부장이 책임지고 자신을 집까지 데려다 준다는 말에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안정수는 점점 축 처지며 한계에 다다른 몸은 수면을 요하며 의식이 드문드문 끊긴다.
그렇기에 그는 몰랐다. 김우영 부장이 어째서 자신의 집이 그리 멀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그의 입가에 떠오른 비릿한 미소와 살짝 부풀어 오른 바지 앞섬을…….

어스름한 해질녘의 황혼 빛이 베란다 커튼 사이로 스며들며, 마루에 앉아있는 나사가 빠진 것처럼 멍한 분위기의 한 여성을 비춘다. 세상여파에 지친 직장인의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는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끝마쳤는지, 긴 생머리는 아직도 물기를 머금고 있고, 샤워 하느라 살짝 달아오른 뺨은 거실의 차분한 공기 속에 천천히 식고 있다.
코 위에 반쯤 걸쳐진 반무테 안경은 평소와 다르게 반쯤 흘러내려 그녀의 정신없는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고, 핑크빛이 감도는 두툼한 입술에선 연신 한숨이 터져 나오는 그녀의 이름은 정나은이다.

“이제는 좀 괜찮네.”

정나은은 눈망울을 데굴 굴려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부드러운 빛깔의 파스텔 톤이 돋보이는 품이 넉넉한 일체형 원피스를 입고 있는 그녀는 주말 내내 자신의 몸에 새겨진 김우영의 욕망을 떨쳐내느라 고역이었다.
남편과의 부부싸움도 잊은 채 새벽 귀가한 그녀는 아직도 거실에 앉아있는 남편에게 솔직히 사과했다. 그 뿐만 아니라 수많은 감정이 가슴속에서 넘쳐흘렀지만, 그저 묵묵히 고개 숙이고 사과 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리고 시무룩한 남편에게 먼저 다가서려는 그때 자신의 몸에 진하게 배어있던 그 야릇한 향기가 떠올라 멈칫했다. 꼼꼼하게 씻었지만 혹시 몰라 망설이는 그때 남편이 자신을 품속에 가둬줬다.
남편이 자신을 껴안아줬을 때 그의 체온에 안심하려는 순간 찌릿하고 엉덩이에서 올라온 감각이 그녀를 현실로 되돌려버렸다. 남편의 품에 안겨 있을 때마저 남편보단 김우영 그가 자신의 몸에 남긴 욕망이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다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수치스럽고 굴욕적이었다.
잔뜩 체액으로 더럽혀져 침대 위에서 눈을 떴을 때보다 더욱 수치심이 몰려와 몸이 떨리려는 걸 남편이 눈치 챌까봐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견뎠다. 남편의 품을 벗어나 안방으로 들어간 그녀는 침대에 쓰러져 생각했다. 아무리 욕구불만이었어도 술기운과 마사지에 몸이 푹 퍼졌어도 남편에게도 안 내준 엉덩이를 내줬다는 것에 당장이라도 얼굴이 터질 듯 달아오르는 걸 꾹 눌러 담았다. 자신이 숫처녀 때로 돌아간 것 마냥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그저 연약한 여자가 되어 헐떡였다.
그리고 그 기묘하고 생소한 감각 속에 절정에 오르고 또 올랐다……만족한 것이다.
덮고 있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며 몸을 움직이자, 엉덩이에서 찌릿하고 올라오는 그 감각이 정나은에게 잊지 말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덕분에 주말 내내…….”

정나은은 주말 내내 엉덩이에서 잊을 만하면 올라오는 찌릿한 감각에 하루 종일 수치심 속에서 그 밤을 되새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편에게는 미안함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그저 머릿속에선 하루 종일 그날 밤이 떠오르고 꽉 차서 아무것도 주위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렀다.

“그리고 보니 오늘은 안 불러냈네?”

주말이 지난 월요일임에도 그가 안 불러냈다는 것을 자각하자 의아함이 피어오른다. 베란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황혼을 멍청하게 쳐다보고 있자 그녀의 눈에는 당황이 깃든다.

‘내, 내가 왜 불러내는 지, 안 불러내는 지를 신경 쓰는 거지?’

그와 동시에 이제는 거의 진정된 찌릿한 감각이 온 몸을 타고 전류처럼 흐른다. 정나은은 아직도 진정이 안 된 건가란 생각에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자 점점 크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과 샤워를 끝마치고 달아오른 뺨이 거의 식었음에도 또 다시 열기를 띄기 시작하는 것에 눈동자가 흔들린다.

“……어?”

찌릿한 감각과 그 열기가 시작된 것은 묘하게 남아있는 통증이 아니었다. 자신의 아랫배에서 시작된 찌르르한 감각과 열기를 자각하자 정나은의 몸은 확 달아오른다.

“…….”

그녀는 현실에서 도피하듯 그저 하염없이 베란다 너머로 스며드는 해질녘의 햇빛과 어스름한 어둠을 바라보고 있었다.
째깍, 째깍 울리는 시계소리와 희미하게 스며들고 있던 해질녘의 햇빛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어스름했던 밤하늘은 완전히 캄캄해졌다. 마루에 멍하니 앉아있는 정나은은 형광등의 강렬한 불빛이 싫은지, 따뜻한 느낌의 보조등을 켜둔 채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

정나은의 흐릿한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오고 째깍거리는 시계를 바라본다. 벌써 날짜지 오래됐다. 이미 다들 잠자리에 들어갈 시간임에도 정나은은 자리를 벗어날 생각은 없는지 고개를 다시금 베란다 너머로 돌리려는 그때 현관문에서 철컥, 철컥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왔다!”

정나은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부리나케 현관으로 남편을 마중 나간다. 자신 때문에 속상했을 남편이 술을 잔뜩 마시고 돌아올 건 자명지사, 그렇기에 그녀는 이런 늦은 시간까지 기다린 것이다. 철컥하고 열리는 현관문을 바라보던 정나은의 환한 미소는 순식간에 사그라진다.

“……당신이 어떻게 여길 온 거야?”

술에 잔뜩 취한 남편을 부축한 김우영이 그곳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한껏 치켜 올라간 눈매나 흉흉한 안광이 김우영에게 경계심을 표출한다. 김우영은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 잔뜩 취해 실신하듯 잠든 남편을 그녀에게 건네준다.

“뭐 같은 회사 동료끼리 한 잔 할 수 있지. 더 있겠어?”

안정수가 확실히 취해 잠든 걸 확인한 그는 거리낌 없이 정나은에게 조롱을 던진다. 정나은은 그런 조롱을 들은 척도 안하고, 취한 남편을 거칠게 뺏어 자신의 품으로 안는다.

“알았어. 이제 가.”
“뭘, 안방으로 옮길 순 있겠어? 의식 없는 사람은 무거운 법이야.”

정나은은 그런 김우영의 말에 보란 듯이 남편을 부축해 안방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버린다. 끌끌 웃는 김우영의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안방으로 남편을 부축해 들어온 정나은은 남편을 침대에 눕히고 재빨리 남편을 살펴본다.
“다행이 뭔가 문제 있어 보이진 않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정나은은 남편의 옷을 벗기곤 조심스레 이불을 덮어준다. 확하고 피어나는 진한 술 냄새와 청아한 향기를 맡으며 그녀는 남편의 얼굴을 잠시 내려다보곤 조용히 안방에서 나온다. 갑작스런 김우영의 방문에 더 할 나위 없이 당황한 그녀는 평소와 달리 왜 남편의 몸에서 청아한 향기가 나는지 깨닫지 못한 채 안방 문을 확실히 닫은 뒤 현관에 서 있는 김우영에게 다가온다.

“왜 아직 안 갔어?”
“음? 아, 아아 사랑하는 남편을 여기까지 부축해 줬는데 물 한 잔 정도는 줘도 되지 않아?”

정나은의 눈매가 가늘어지며 그의 모습을 살펴본다. 확실히 장정 하나를 옮기는 건 쉽지 않았는지, 살짝 땀이 배어나온 모습이다. 그가 지쳤건 아프건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그녀지만 그래도 남편을 데려다 줬다는 건 다르다.

“잠깐 기다려.”

정나은이 휙 하고 바람소리가 날정도로 냉철하게 뒤돌자 품이 넉넉한 원피스 자락이 사르르 흩날린다. 무릎까지 내려온 원피스 자락이 흩날리며 뽀얗고 육덕진 허벅지가 살짝 보이는 모습이 아름답다. 무엇보다 늦은 시간인 만큼 집안에는 따뜻한 느낌의 보조등 하나만이 켜져 있는 것이 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현관문 정면 쪽으로 이어진 마루 겸 부엌, 그 왼쪽 편으론 작은 방이 하나 있고, 마루에서 오른편엔 살짝 안으로 들어가 잘 보이진 않는 안방과 화장실이 보인다.
신혼부부가 살기엔 적당한 집.

‘저 작은 방에서 정나은을 덮쳤다가 도망가는 그녀를 안방까지 쫓아가 결국 잡아서 잡아먹었던 게 떠오르는군.’

김우영은 그때를 회상하며 비릿한 미소가 입가에 떠오른다. 마루에 붙어있는 부엌으로 물을 가지러 간 그녀를 기다릴 겸 현관에 놓인 사람 허리높이까지 오는 신발장에 겉옷과 가방을 잠시 내려둔다. 잠시 기다리고 있자, 현관문에 설치된 보조등이 움직임을 인식 못하고 훅하고 꺼져버린다.
김우영이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보조등을 키자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며 돌아오는 정나은이 뭐하냐는 물음과 동시에 손에 쥔 차가운 물을 건네준다. 김우영은 별 것 아니란 몸짓으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곤 시원한 얼굴로 컵을 넘긴다.

“후우~마시니 좀 살겠군.”
“그럼 이제 사라져.”

이제야 살겠다는 표정으로 넥타이를 푸는 김우영에게 축객령을 내린다. 그러자 김우영이 의아한 얼굴을 지으며 말한다.

“응? 이제 메인디시를 먹을 차례인데?”

정나은이 그의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짓더니 그녀의 양 어깨를 움켜쥔다.

“어?”

정나은은 확하고 자신의 몸이 앞으로 쏠리는 걸 느끼며, 화들짝 놀라 몸을 경직시킨다. 손에 꼭 쥔 유리잔이 하마터면 손을 벗어나 바닥으로 떨어질 뻔 했지만 지금 이걸 떨어트린다면 잠든 남편에게 들릴지도 모른다는 순간적인 판단에 모든 신경이 손에 쥔 유리잔에 집중되자 김우영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웁?!”

그리곤 자신의 입술에 전해진 부드러우면서도 두툼한 입술의 감각에 정나은의 눈은 함박만 하게 커진다. 놀라 경직된 정나은이 혹여 자신의 품을 벗어날까 그녀의 허리와 뒷머리를 감싼 그는 그녀를 자신의 품에 가둔 채 키스를 나누기 시작했다.
정나은은 손에 쥔 유리잔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끼고, 자신의 입술을 탐하고 있는 그의 입의 감촉을 깨닫곤 화들짝 놀라며 그의 품을 벗어나려 했지만 이미 단단하게 고정된 그의 팔은 그녀가 벗어나는 걸 내버려두지 않는다.
확하고 피어오르는 술 냄새와 남편을 옮기면서 흘린 땀 때문이라곤 믿어지질 않는 진한 수컷의 체취가 단번에 정나은을 휘감으며 아찔하게 자극한다. 그 강렬한 향기에 놀란 그녀가 입을 벌리자 김우영의 입속에서 뜨거운 뱀이 단번에 그녀의 안으로 침투한다.

“웁?! 하음, 하아! 아으읍!”

그녀의 입속으로 들어온 김우영의 뜨거운 혀는 뱀처럼 그녀의 입안을 휘젓고 다니자 정나은은 그 감각을 느끼며 새된 신음을 토해낸다.
김우영은 그녀를 자신의 품에 가둔 순간부터 향긋하게 피어오르는 그녀의 체취를 느끼며, 보드라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짓누른다. 꽉 껴안은 그녀의 허리가 살짝 떨리고, 도망가려는 듯 뒤로 빼는 그녀의 뒷머리를 강하게 고정시키자 그녀의 입이 벌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혀를 집어넣었다.
달콤한 과일주를 탐하는 것처럼 그녀의 입안을 휘저으며 자신의 색으로 물들인다. 그녀의 입안을 휘젓고 다니는 자신의 혀 때문인지 새된 신음이 새어나왔지만 그는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그녀의 까슬까슬한 혓바닥을 자신의 혓바닥으로 휘감는 것에 모든 정신을 쏟는다.

“……!!!”

현관문에 선 채 얼어붙은 듯 껴안고 있는 두 남녀지만, 그들의 입속에선 치열하기까지 한 술래잡기가 한참이다. 곧이어 정나은의 눈은 더욱 커지더니 눈을 꽉 감는다. 마치 자신의 몸을 옥죄고 있는 그의 팔처럼 입속에서 자신의 혀를 휘감기 시작한 그의 혀를 외면한 것이다.
얼어붙은 듯 움직임이 없는 두 남녀이기에 현관문에 부착된 보조등은 움직임을 감지 못하고 불이 확 나가버린다. 마루에 켜져 있는 따뜻한 느낌의 작은 보조등은 너무나 그 빛이 미약해 현관문까지 닿지 않아 현관에 선 두 사람의 그림자가 어둠속에 숨는다.
하지만 현관문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듯 쩝쩝 무언가를 강하게 빠는 소리나 이따금 들려오는 뜨거운 숨결을 참지 못하고 단번에 토해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 질척한 물소리가 한참을 이어지는가 싶더니 새로운 소리가 더해진다. 사락사락하는 무언가 옷이 스치는 소리가 어둠속에서 들려오더니 움직임을 감지한 보조등에 불이 들어온다.
어둠을 몰아낸 보조등 아래에 들어난 두 사람의 모습은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어쩐지 힘이 빠져 보이는 정나은의 모습과 그녀를 받쳐주듯 강하게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과 그녀의 뒷머리를 짓누르고 있던 김우영의 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손은 어디로 갔을까?
품이 넓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정나은 때문에 그의 모습이 거의 보이진 않지만 사락사락하는 옷깃 스치는 소리는 틀림없이 그녀의 원피스에서 들려오고 있다. 곧이어 품이 넓은 원피스 하단이 살짝 들리는 가 싶더니 곧이어 그녀의 엉덩이부근의 원피스가 들썩거리며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역시 김수진과는 탄력이 다르군.’

김수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고, 자기관리가 철저한 그녀답게 탄력이 남다르다. 원피스 안에 침투한 자신의 손이 정나은의 육덕진 허벅지를 지나 잘 발달된 골반을 살짝 쓰다듬더니, 곧이어 그녀의 풍만하게 부풀어 오른 엉덩이를 꽉 움켜쥔다.
그가 정나은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자 꼭 감고 있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게 보이고, 살짝 풀린 그녀의 허리에 힘이 다시 돌아오는 게 느껴진다. 여전히 두 사람의 입은 겹쳐진 채로 정나은의 엉덩이를 꽉 움켜쥔 그의 손은 이따금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터치하듯 스쳐지나가며 허벅지를 매만지는 둥 조심스레, 그리고 격렬하게 키스를 나눈다.

‘왜 이, 이런 키스를……?’

그제 밤부터 그의 묘한 배려심 어린 행동이 당황스럽다. 평소의 그였다면 그저 이 자리에서 자신을 자빠뜨리고 배아래 짓눌렀을 것이다. 또한, 몇 번이나 그와 몸을 섞으면서도 이렇게 격정적이고 사랑이 담긴 키스는 단 한 번도 받아보질 못했다.
정나은은 자신의 입속을 뛰노는 그의 뱀 같은 혓바닥에 유린당하며 손에 꼭 쥔 유리잔의 차가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렇게나 차가웠던 유리잔이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은? 곧이어 자신의 원피스 안으로 들어온 그의 손길에 풀려가던 허리에 힘을 되찾아줬지만, 그녀의 몸을 탐하기 시작한 그의 입과 손은 힘이 돌아온 그녀의 몸을 더욱 빠르게 달아오르게 한다.
원피스 속으로 사라진 김우영의 팔의 움직임을 감지 못한 보조등은 다시금 나가며 어둠에 휩싸인다. 고요한 집안에 질척거리는 물소리와 더욱 뜨거워진 숨결을 토해내는 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하읏!”

계속해서 이어질 것만 같았던 그 소리들은 정나은의 달콤하면서도 놀란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며 정적을 깬다. 놀란 정나은이 크게 움직였는지 또 다시 보조등에 불이 들어왔고, 두 사람의 모습이 들어난다.
품이 넉넉하기에 아무리 끌어올려도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원피스는 어쩔 수 없지만 그녀의 무릎 쪽에는 흘러내린 하얀 팬티가 중간에 걸쳐져 있다. 그리고 그녀의 엉덩이 쪽에서 노닐던 김우영의 손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뜨거운 키스와 움찔움찔 떠는 그녀의 허리를 더욱 강하게 휘감은 그의 팔은 그녀가 도망가는 걸 막고 있다.
곧이어 보조등에 불이 나가고 어둠에 휩싸인 현관문 쪽에선 질척거리는 물소리에 찌걱거리는 물소리가 더해진다. 상대적으로 높은 쪽에서 나는 질척거리고 빠는 소리와는 달리 무언가가 드나드는 것 같은 찌걱거림은 상대적으로 아래쪽에서 들려온다.
마루에서 은은하게 새어나오는 따뜻한 빛은 어둠에 뒤덮인 현관에서 이뤄지는 뜨거운 행위를 곁눈질로 지켜보고 있다. 어둠속에 숨은 두 사람의 모습을 훔쳐보고 싶은 걸 알아채기라도 한 듯 보조등에 불빛이 들어오자 뜨거운 키스를 나누던 두 사람은 어느새 떨어져 있었다.

“하아, 하아…….”

연신 몰아쉬는 정나은의 뜨거운 숨소리가 들려오고,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김우영의 입은 서서히 내려와 그녀의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가슴에 가져다댄다. 그녀가 헐떡일 때마다 원피스 위로 보이는 탐스러운 능선이 부풀기를 반복한다. 그녀의 허리를 감쌌던 김우영의 팔이 등 뒤에서 원피스를 잡고 확 끌어내리자 김우영의 눈앞에 탐스런 젖가슴이 출렁이며 수줍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유리잔 깨지겠군.’

김우영은 유리잔을 손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힘줘서 쥐고 있는 정나은을 보며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에 남편이 깰까봐 두려운 것인지, 이 유리잔을 핑계로 자신을 밀치지 않는 것인지는 그녀만이 알 것이다.

‘아니면 그녀 스스로도 모르거나…….’

그녀가 혼란스러워 할지, 쾌락에 헐떡이는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을지 김우영은 눈동자만 위로 올려도 그녀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알 수 있지만 굳이 확인하지 않는다. 자존심 쎈 암고양이를 길들이는 건 이런 맛에 하는 거다. 그저 탐할 뿐이다.

“……햐으읏?!”

덥석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 정도로 김우영은 입을 쩍 벌려 눈앞에 흔들리고 있는 탐스런 하얀 과실을 게걸스럽게 베어 문다. 정나은은 김우영의 욕망이 절절이 묻어나는 게걸스러움에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하, 하아악! 뭔가 다, 달라!’

정나은은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자 그녀의 긴 생머리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며 출렁인다. 이미 몇 번이나 빨려본 그녀지만 남편처럼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것도 아니고, 김우영의 배아래 깔려 쾌락에 절여져 정신이 없을 때 느낀 그 감각도 아니다. 하물며 아이가 없어 경험해보지 못한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는 부드러움조차 아닌 원초적인 욕망.
츄룹, 츄룹, 쩝쩝 마치 음식을 먹는 것 같은 게걸스러움이 느껴지는 소리가 자신의 가슴에서 울려 퍼지며 그녀의 아랫배를 더욱 달아오르게 한다. 환하게 불이 들어온 보조등을 흐릿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자니 밝은 불빛이 원망스럽다.

‘어, 어서 불이 꺼졌으면…….’

그녀의 소망을 이뤄주기라도 한 듯 곧이어 불이 나가며 시야에는 불빛 하나 안 보인다. 안 그래도 사람의 눈이란 건 어둠에 적응되기까지 좀 시간이 걸리는데,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는 보조등 때문에 두 사람의 눈은 어둠에 전혀 익숙해지질 않는다.
그렇기에 더욱 촉감에 예민해지는 걸 그녀는 뒤늦게 깨달았다.

“……흐읏.”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그의 탐욕스러움과 껄끄러운 혓바닥이 자신의 젖가슴 위를 달리는 걸 정나은은 아랫입술을 깨물고 새어나오려는 신음소리를 참아낸다.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서 터져 나온 애액은 허벅지를 타고 서서히 흘러내리는 걸 느꼈지만 그녀는 못 박힌 듯 애처롭게 떨 뿐이다.
김우영은 그녀의 젖가슴을 양껏 탐하다가 입을 떼자 그녀의 입에선 편안한 탄식이 터져 나오는 걸 들었다. 그 탄식에 김우영의 질척질척한 입은 호를 그리더니 혀를 길게 내빼 그녀의 부풀어 오른 능선을 맛보며 서서히 가슴골로 얼굴을 파묻어간다.

“……흐응.”

미약한 비음과 파르르 떨리는 정나은의 젖가슴을 느끼며 김우영은 그녀의 가슴골 사이에 혓바닥을 가져다 댄 뒤 모든 움직임을 멈춘다. 부드러운 가슴골 사이에서 혓바닥을 뗀 뒤 그녀의 체취를 양껏 들이마신다.

“…….”

정나은은 자신의 가슴골에서 느껴지는 김우영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며 파르르 떨고 있다. 어느새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괴롭히던 그의 손가락도 움직임을 멈춘 채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 고요함이 두 사람을 지배하고 파르르 떨렸던 자신의 몸이 서서히 진정을 찾아가는 걸 느낀 정나은은 의아함이라는 감정이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기 직전 자신의 가슴골에서 느껴진 감각에 허리가 풀려버린다.
핥짝!

“!!!”

어둠 속 폭풍같이 달아오르던 자신의 몸에 모든 감각이 끊기고, 서서히 진정을 찾아갈 무렵 찾아온 거칠기 그지없는 표면과 질척거리는 그의 혓바닥이 자신의 가슴골 사이를 길게 핥고 지나간다. 갑작스런 그 감각에 정나은은 소리도 못 지르고 허리가 풀려 주저앉으려는 순간 김우영은 알고 있었다는 듯 가랑이 사이에 그의 손가락은 가장 깊숙하고 예민한 곳을 자극하며 강제로 허리에 힘이 들어가게 한다.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원피스 속에 들어간 김우영의 손은 현란하게 움직이며, 그녀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 한순간에 가슴에서 가랑이 사이로 모든 신경이 옮겨간 그녀는 어둠속에서도 눈앞이 하얗게 변하는 걸 느끼며 후들거리는 허벅지에 남은 힘을 모조리 쏟아 붓는다.

‘가, 가! 간……!’

정나은은 하얗게 변해가는 의식 속 모든 신경이 가랑이 사이에 몰려 아랫배에서 터져 나오는 쾌락에 몸을 던지려는 순간 자신의 젖가슴에서 새로운 감각이 절정의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김우영은 그녀가 가려는 그 순간을 캐치하고 눈앞에 파르르 떨리는 탐스러운 과실의 꼭지를 살짝 깨문 것이다.

“꺄흐으읏!!!”

정나은이 냈다고 그녀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귀여운 목소리가 어둠속에서 터져 나온다. 두 사람의 부끄러운 모습을 어둠속에 숨겨주던 보조등도 털썩하는 무언가가 주저앉는 소리와 함께 불이 환하게 들어온다.
불이 들어온 현관 앞에는 정나은이 쓰러진 채 파들파들 경련하고 있다. 뒤로 젖혀진 고개며, 몽롱하게 풀린 눈동자 어느새 떨어진 건지 정나은의 안경은 바닥을 구르고 있었고, 그녀의 연분홍빛 입술을 살짝 벌어져 터져 나오려는 신음소리를 무의식적으로 억누르고 있다. 반 이상 흘러내린 파스텔 톤의 원피스는 이미 옷으로서 기능을 못하고 탐스런 젖가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고, 육덕진 허벅지 바로 위까지 말려 올라간 품이 넉넉한 원피스 아래에선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야릇한 향기가 솔솔 피어난다.
절정에 오른 유부녀의 여체는 힘이 풀려있고, 그녀의 손에 쥐어져있던 유리컵은 그녀의 손을 벗어나 데구르르 소리를 내며 마루로 굴러간다.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허리 아래로 손을 내리자 철컥, 철컥하는 금속음이 난다. 현관문에 들여놓은 사람 허리높이까지 오는 신발장 때문에 보이지 않지만 벨트 푸는 소리임에 틀림없다.
곧이어 사륵하는 옷이 벗겨지는 소리가 나더니 김우영이 허리높이까지 오는 신발장 아래로 모습을 감춰버린다. 절정의 여운에 빠져 있는 정나은의 허리를 김우영의 것으로 보이는 손이 붙잡더니 신발장 쪽으로 당긴다. 신발장 때문에 그녀의 하반신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자세를 잡는 것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던 그녀의 몸은 곧이어 움직임을 멈춘다. 몽롱하게 풀려있던 그녀의 눈에는 갑작스레 빛이 돌아오며 찢어질 듯 커진다.
그녀의 허리는 살짝 들리며 힘이 들어가고, 고개는 더욱 뒤로 젖혀져 마루 쪽을 향한다. 젖혀진 그녀의 얼굴에는 자신의 몸을 무언가를 꿰뚫고 들어오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주며, 자신의 입이 점점 큼지막하게 벌어져 터져 나오려는 신음소리를 깨닫자, 그녀는 황급히 자신의 양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다.

“……크웁!”

그녀가 자신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자마자 터져 나온 억눌린 신음소리가 그녀의 손안을 맴돌고, 신발장 너머로 들려온 자그마한 둔탁한 소리가 집안에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곧이어 신발장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그녀의 하반신에선 연신 둔탁하면서도 끈적한 물소리가 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집안을 휘젓고 다닌다. 은은한 보조등이 들어와 있는 마루에도, 굳게 닫힌 작은 방에도, 살짝 열린 안방과 화장실에도, 다행히 두꺼운 커튼이 쳐져있는 베란다까진 새어나가지 않았다.

“후우! 후우!”

신발장 너머로 김우영의 거칠고도 깊은 숨소리가 살과 살이 자아내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모니를 이룬다. 정나은은 그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려는 자신의 신음소리를 틀어막느라 필사적이다.
환하게 들어와 있는 현관문의 보조등은 움직임을 계속해서 감지하고 있지만, 에너지 절약이라는 고마운 기능이 달려 있어 곧이어 불이 훅하고 나가버린다. 불이 훅하고 나갔음에도 현관문 바닥에는 역동적으로 출렁이는 탐스런 과실의 윤곽과 온 집안을 은은하게 울리는 살과 살의 향연은 멈추지 않는다.
서서히 피어오르는 뜨거운 공기가 현관문에서 피어날 무렵 에너지 절약으로 잠시 나갔던 보조등에 불빛이 들어오며 정나은의 치태를 고스란히 비춘다. 환한 불빛 아래 출렁이는 젖가슴과 뒤로 젖혀져 보이지 않는 그녀의 얼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김우영은 야릇하게 피어나기 시작하는 그녀의 체취를 느끼며 보조등 아래 드러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은은하게 마루에서 새어나오는 보조등 불빛은 여기까지 닿지 않기에…….
김우영은 상체를 내려 그녀를 짓누르며 허리를 계속해서 놀린다. 살짝 들렸던 그녀의 허리는 김우영의 무게 때문에 내려가고 동시에 찾아온 중압감을 느낀다. 동시에 김우영의 팔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젖혀진 그녀의 고개를 되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몽롱하게 풀린 눈동자, 살짝 달아오른 양 뺨, 현관문 바닥에 흐트러진 긴 흑단 같은 머리카락, 틀어 막혀 묘하게 새어나오는 그녀의 신음소리가 김우영의 가슴을 방망이질 하게 한다. 오늘따라 묘하게 반항적이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김우영은 가학적인 마음이 떠오른다.

‘이대로 손을 치우게 한다면…….’

잠들어있는 그녀의 남편에게 들릴지도 모른다. 김우영은 가학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팔목을 잡아 틀어막은 입에서 떼어놓는다. 그러자 그녀의 눈이 점점 커지며 떨어지려는 자신의 손에 힘을 줘보지만 이미 깔아뭉개진 힘이 잔뜩 빠진 그녀로써는 저항 할 도리가 없다.

“크, 흐으……으읏.”

그녀의 머리위로 손을 올려 자신의 힘으로 짓누르자 정나은은 자신의 아랫입술을 깨물고 새어나오려는 신음을 필사적으로 참아낸다. 때마침 보조등의 절약기능 덕에 어둠이 순식간에 들이닥친다. 현관문 앞에는 아까보다 덜 역동적인 모습이 어둠속에서 보이고 있지만, 점점 강해지는 둔탁한 소음과 질척거리는 소리는 분명 현관문 밖으로도 들리고 있을 것이다.

“후욱! 후욱!”
“하, 하으윽! 햐응!”

한층 뜨거워진 두 사람의 숨결은 서로의 눈앞에서 섞이는 걸 어둠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 정나은은 자신의 하반신에서 그가 허리를 내려찍을 때마다 그 충격으로 찌릿, 찌릿한 자신의 아랫배의 감각과 그 쾌락이 자신의 온 몸을 휘젓고 다니고 있는 걸 느끼면서도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아, 안 돼! 이대로라면 드, 들켜! 절대로 들켜!’

두 사람의 하반신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와 자신의 달콤함이 묻어나는 신음소리가 분명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잠든 남편에게 들릴 것이고, 잘못한다면…….
그 순간 확하고 불이 들어오는 현관문 보조등과 자신의 위에 올라타 가학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김우영의 얼굴이 보였다. 어깨를 단단히 감싸고 있어 벗어날 수도, 자신의 손은 머리 위로 올려져 짓눌려져 발버둥 칠 수도 없다. 유일하게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다리는 점점 그 쾌락에 어쩔 줄 모르며 부들부들 떨면서 점점 하늘 높이 쳐들리고 있을 뿐이다.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한 정나은의 얼굴에선 순간 무언가가 떠오른 듯이 몽롱하게 풀려있던 그녀의 눈동자에 빛이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그 한순간의 해결법은 더욱 많은 고민을 그녀에게 안겨줬는지,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이 대신 그녀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자 어쩔 거야? 이대로라면 들려버린다고?’

점점 커지는 두 사람이 내는 소음을 그녀는 어떻게 줄일지 김우영은 묵묵히 허리를 놀리며 지켜보고 있다. 훅하고 보조등의 불빛이 꺼지자 김우영의 시야에도 고민하는 정나은의 얼굴이 보이질 않는다. 척추를 타고 흐르는 짜릿한 쾌락을 탐하고 있던 그는 갑작스레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적인 무언가에 화들짝 놀랐다.
곧이어 들어온 보조등의 불빛에 그 물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바로 정나은 그녀의 얼굴이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것은 바로 그녀의 입술이었다.

‘……오, 오호~?’

터져 나오는 자신의 신음소리를 줄이기 위해서 자신의 입을 스스로 틀어막은 것이다. 그것이 비록 자신의 입술일지라도…….
살짝 풀린 그녀의 눈동자와 더욱 달아오른 양 뺨, 입을 통해 전해지는 달콤하면서도 뜨거운 그녀의 숨결에 김우영은 심장이 요동치는 걸 느꼈다.
그렇다. 그녀 스스로 자신에게 다가온 것.

‘그렇단 말이지?’

게다가 치욕적이고, 굴욕적으로 어쩔 수 없이 행했다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속눈썹이 그녀의 많은 속마음을 대변해준다. 김우영은 짓눌렀던 그녀의 팔을 풀어주곤 그녀의 뒷머리를 붙잡아 자신에게 더욱 밀어붙인다.
그리곤 더욱 강하게, 격렬하게 허리를 놀리며 그녀의 입안을 미친 듯이 유린한다. 서로의 입으로 입을 틀어막았음에도 새어나오는 그녀의 환희어린 신음소리는 두 사람의 입 안에서 맴돌며 조금씩 새어나간다.
현관문의 보조등이 꺼졌다, 켜지길 계속해서 반복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드문드문 비춰주며, 두 사람을 휘감은 뜨거운 공기는 훅훅 집안에 퍼져나간다. 비록 신발장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두 사람의 하반신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끈적함이 묻어나고 신발장 위로 살짝 튀어나온 정나은의 다리는 뻣뻣하게 굳어 파르르 떨고 있는 모습이 그녀가 느끼고 있는 쾌락을 짐작케 해준다.
두 사람의 관계가 절정을 향해 치달아 가고, 키스를 나누고 있는 두 남녀의 입에선 서로를 서로의 입으로 틀어막았어도 새어나오기 시작하는 신음소리는 두 사람의 입 안에서 맴도는 환희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케 해준다. 두 사람의 격렬한 사랑은 절정에 오르기 직전 김우영이 문득 정나은의 입에서 자신의 입을 뗀다.

“하아악! 하윽! 아으응!”

그러자 터져 나온 정나은의 달콤한 신음소리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입에서 울려 퍼진다. 자신이 내지른 신음소리에 정나은은 필사적으로 쾌락 속에 허우적거리며 자신의 입을 틀어막을 걸 찾는다. 평소의 그녀라면 이미 자유로워진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겠지만 절정에 오르기 직전 이성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그녀는 그저 눈앞에,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김우영의 입술로 자신의 입술을 틀어막는다.
그럼에도 김우영은 짓궂게도 입술을 떼려하자 정나은은 도망가려는 그를 어떻게 붙잡아야 할지 모르고 허우적거리는 자신의 양 손으로 그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처럼…….

“……!!!”

그 순간 두 사람의 격렬했던 사랑이 절정을 맞이했는지, 모든 움직임이 멈추고, 서로를 껴안은 채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김우영 아래 짓눌려 있는 그녀는 미동도 못한 채 그저 몸 안을 휘젓고 다니는 쾌락을 자신의 입을 통해 터트리고 있었고,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른 자신의 양 다리는 경련하며 신발장 위로 단편적으로 보여 지고 있다.
평소라면 하반신만 이어져 있어야 할 두 사람의 관계는 입술을 통해서도 이어져 서로가 느끼고 있는 쾌락을 상대방에게 쏟아 붓고 있다.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굳은 정나은은 자신이 팔로 김우영을 감싸 안고 그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찌릿, 찌릿한 아랫배의 감각을 감싸주듯 밀려들어오는 뜨거운 욕망과 입안을 유린하고 있는 그의 혓바닥을 느끼며 그의 얼굴 사이로 스며드는 강렬한 보조등 불빛을 올려다보고 있다. 영원히 하늘 높이 쳐들려 있을 줄 알았던 그녀의 다리는 신발장 아래로 모습을 감추며 털썩하는 소리를 자아냄과 동시에 현관문 보조등은 훅하고 나가버린다.

새벽 공기는 차다. 철로 이루어진 현관문은 당연히 그 차가운 공기에 온기를 뺏겨 차가워야 하는 게 당연한데도 어쩐지 은은한 온기를 품고 있는 현관문이 있다. 고요한 새벽 다들 잠자리에 들어있을 야심한 시각 그 은은한 온기를 품은 현관문이 철컥 소리를 내며 열린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사람은 다름 아닌 김우영이다.

“후우~이거 부인 잘 먹었습니다.”

어쩐지 땀에 푹 젖은 와이셔츠를 입고 있는 김우영은 시원한 새벽공기를 느끼며, 잘 아는 동료의 집에서 저녁 한 끼 대접받고 나오는 그런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현관문을 연 채 뒤를 돌아본다.
살짝 벌어진 현관문틈 사이로 순식간에 차가운 새벽공기가 들이닥치며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야릇하고 퇴폐적인 공기를 밖으로 끄집어낸다.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셨기에 더욱 잘 느껴지는 정나은의 야릇한 살내음을 느끼며 김우영은 현관문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
차가운 현관문 타일에는 연신 왈칵, 왈칵 토해져 나오는 비릿한 밤꽃 향기가 가득 피어나는 액체가 번지고 있었고, 칠칠맞게 벌어져 그 액체를 토해내고 있는 유부녀의 하반신이 현관문 틈 사이로 엿보인다. 이미 옷으로써의 기능을 못하고 있는 파스텔 톤 원피스는 그녀의 허리에 걸쳐져 있고, 탐스럽게 오르내리는 그녀의 젖가슴엔 뜨거운 땀방울이 시원한 새벽공기를 느끼며 또르르 흘러내린다.

“…….”

굳게 다물어진 두툼한 입술과 붉게 달아오른 양 뺨은 서서히 식어가고 있고, 얼굴을 보이기 싫은지 팔로 그녀의 눈가를 가리고 있어 표정을 알기 어렵지만 김우영은 아무래도 좋다.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몸은 슬슬…….’

최음 효과가 들어간 젤을 사용해 쾌락에 절여져 실신한 것도 아니고, 치욕적으로 범해져 그 수치심에 물들어 있는 것도 아니다. 부드러운 분위기에 휩싸여 기분 좋게 퍼진 유부녀의 몸은 만족해버렸다는 걸 온 몸으로써 표현하고 있다.
김우영은 그런 정나은의 몸을 내려다보며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몸만은 만족해버렸다는 걸. 그걸 알고 있기에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만족해버려 여자가 되어버린 자신의 얼굴을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기에…….
김우영은 조용히 현관문을 닫고 차가운 새벽공기에 달아오른 몸을 달래며 집을 향해 돌아갔다.

“…….”

철컥하는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끝으로 집안은 소름끼치는 적막함이 흐른다. 마루에 켜져 있던 은은한 보조등 마저 없었으면 이 차가움이 감도는 집안을 어떻게 했을까?
잠시 열렸던 현관문을 타고 들어온 차갑고, 깨끗한 새벽공기가 자신의 몸에서 피어나는 야릇한 체취와 섞이며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마루며, 굳게 닫힌 작은 방과 안방, 화장실을 거쳐 베란다 커튼에 부딪힌다.
새로이 들어온 새벽공기가 온 집안을 휘젓고 현관문에 다시금 돌아와 그 아래 핀 야릇한 꽃향기와 완전히 똑같아질 때까지 현관문에 핀 그 꽃은 찌릿하는 그 아랫배의 감각과 기분 좋게 남은 그 쾌락을 외면하듯 눈을 꼭 감을 뿐이었다.

적막하고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안방에는 깊고, 일정한 숨소리뿐만이 들려오고 있다. 이따금 부스럭거리는 이불이 스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누군가가 잠꼬대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으, 으흠.”

목이 타는 듯 괴로움이 섞인 목소리가 안방을 울린다. 이에 호응하듯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사람이 깨어나는 듯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점점 잦아진다. 곧이어 짙은 어둠이 깔린 안방에는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부스럭거리며 침대 위에 사람의 그림자가 비틀거리며 앉는다.

“……물.”

갈라진 목소리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 안방 침대의 주인 중 하나인 안정수다. 과음 때문일까? 아니면 격렬했던 불장난 때문일까?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갈증에 자의반 타의반 잠에서 깨어났다. 깨질 것 같은 두통 때문에 한동안 머리를 붙잡고 괴로워하던 안정수는 그제야 이곳이 자신의 집이란 걸 깨달았다.

‘몇 시지?’

어둠이 짙게 깔린 걸로 봐선 아직 한밤중이란 걸 알 수 있게 해주지만, 안정수는 곧이어 한 가지 사실에 지금 시간에 대한 확실을 잃어버렸다.

‘이 시간에 아내는?’

술에 취한 자신을 데려다 준 건 김우영 부장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이 침대까지 옮긴 건 필시 아내가 틀림없을 텐데 보이질 않는다.

‘……자정은 훨씬 넘은 시간이 확실한데?’

정확한 시간은 몰라도 날짜가 바뀌었다는 건 확실하다. 그렇게 시간에 대한 의문이 계속될 줄 알았던 그의 사고는 안방 문 밖에서 들려오는 털썩하는 무언가가 넘어지는 소리에 상념이 멈췄다.

‘무슨 소리지?’

어차피 물을 마시려면 마루로 나가야 하기에 안정수는 두통이 밀려오는 머리를 붙잡고, 힘겹게 안방 문고리에 손을 올린다. 누구나 의식하지 않고도 문을 열 때는 자신이 넘나들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열어 재끼지만 과음과 격렬한 불장난으로 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는 것도 모자라 깨질 것 같은 두통에 안정수는 안방 문을 열다말고 문고리를 잡은 채 밀려오는 두통에 잠시 괴로워 하는 사이 퍽 하는 둔탁하고 찰진 소리가 살짝 벌어진 문틈 사이로 새어 들어왔다.

“……?”

잘못들은 건가 싶었지만 곧이어 그 둔탁한 타격음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해서 자신의 귓가에 울린다. 안정수는 의아함을 느끼며 그 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문을 더욱 열려는 순간 그 소리가 묘하게 낯이 익다고 생각하고 벌어진 문틈 사이로 집안을 살펴본다. 마루에는 형광등 대신 은은하게 새어나오는 보조등이 들어와 있고, 소리의 진원지는 마루보다 더욱 바깥쪽에서 들려오는 걸 확인하고 시선을 던진 순간 안정수는 얼어붙었다.

‘나, 나은이?’

현관문에 쓰러져있는 아내는 몽롱하게 풀린 눈동자가 허공을 헤매고 있고, 자신의 입을 필사적으로 틀어막아 새어나오려는 소리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 순간 현관문에 달린 보조등이 훅 나가며 정적에 휩싸이자, 어둠 속에서 깊으면서도 쾌락이 절절이 묻어나는 남성의 거친 숨소리와 둔탁한 타격음이 안정수의 귀를 파고들고, 어둠에 적응되지 않는 안정수의 눈은 아내의 것으로 보이는 그림자가 출렁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도, 도둑?!’

지금은 어둠에 휩싸였지만 잠시 보였던 현관문의 모습을 되새겨 본다. 묘하게 신발장에 가려 보이지 않던 아내의 하반신과 이 거친 숨결의 주인공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 있다는 건 확실했다. 안정수가 패닉에 빠지려는 그 찰나 보조등의 불빛이 확 들어오며, 아내의 모습을 다시금 비춘다.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젖가슴은 아내의 하반신에서 전해지는 강한 힘에 아름답게 출렁이고 있었으며, 때때로 반짝이는 물방울이 젖가슴에서 튀어 오르는 것이 보조등 불빛 아래에서 빛난다. 미묘하게 새어나오는 달콤한 아내의 신음소리와 몽롱하게 풀린 아내의 눈빛. 점점 집안을 채우기 시작한 야릇하고 뜨거운 공기를 느끼며 안정수는 당황한다.

‘……어?’

지금 아내의 하반신에서 연신 강한 힘으로 허리를 놀리고 있을 상대가 흉기라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 기가 쎈 아내가 소리 한 번 못 지를 정도로? 게다가 묘하게 달아오른 아내의 표정을 본 안정수는 결국 패닉에 빠졌다. 안정수가 패닉에 빠지건 말건 현관문에서 연신 거친 숨결을 토해내던 남성이 신발장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아내를 짓누른다.

“헉?!”

안정수는 자신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지만 두 사람에겐 들리지 않았나보다. 안정수는 아내 위에 올라타 짓누르며 연신 허리를 내려찍으며 그 둔탁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남자를 알고 있다. 바로 자신의 상사 김우영 부장이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김우영 부장이 여성편력이 심한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부하직원의 아내를 강제로 범할 줄은 몰랐다. 문을 확 열고 나가려는 안정수의 눈에는 김우영 부장이 아내가 스스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그녀의 팔을 억지로 떼어내는 모습을 보곤 멈칫했다.

‘스, 스스로?’

안정수는 자유로워진 아내의 입에서 앙칼진 비명이 터져 나올 줄 알았는데, 미묘하게 새어나오는 건 쾌락을 품은 억눌린 신음소리였다. 곧이어 불이 나가며 어둠에 휩싸인 현관문은 김우영 부장의 거친 숨소리와 자유로워진 아내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억눌린 달콤한 신음소리가 하모니를 이루기 시작했다.

‘대, 대체 언제? 아니 왜……?’

안정수는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움직임과 너무나도 생생하게 들려오는 달콤한 신음을 들으며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설마 하던 의혹이 눈앞에 현실로 드러나자 안정수는 벌어진 문틈 사이로 굳은 채 전신의 감각을 통해 전해지는 두 사람의 관계를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
곧이어 불이 들어오자 한층 쾌락에 달아오른 아내의 얼굴에는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고민어린 그녀의 표정에 안정수는 살짝 기대감을 품어본다. 하지만 그런 기대감을 산산이 부셔버리는 것이 안정수의 눈에 들어왔다.
김우영 부장이 아내를 짓누르기 위해 상체를 내리며 서로의 하체가 더욱 밀착했기 때문일까? 지금까지 신발장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아내의 다리가 뻣뻣하게 하늘로 쳐올려져 쾌락에 경련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절대로 억지로 범해지는 게 아니란 걸 깨닫게 해준다.
안정수를 놀리듯 또다시 어둠속에 숨은 두 사람의 모습. 미약하게나마 계속해서 터져 나오던 두 사람의 신음소리가 돌연 안 들린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둔탁한 소음만이 계속해서 어둠속에서 울려 퍼지자 초조해진 안정수였지만 그런 안정수에게 보조등은 현실을 들이민다.

‘……?!’

밝아진 현관문에는 입을 맞추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얼핏 봐도 놀란 김우영 부장의 표정과 고개를 내민 아내의 모습에서 추측하건데 아내가 스스로 키스를 한 것이다. 그러자 김우영 부장은 눈웃음치며 아내를 짓눌러버릴 듯 껴안더니 한층 강해진 허리 놀림으로 아내를 더욱 강하게 찍어 내리기 시작한다.
현관문에서 관계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격렬한 소음과 환희어린 억눌린 신음소리, 훅훅 뿜어져 나오는 뜨겁고 야릇한 공기는 이젠 안방 안까지 새어 들어오며 안정수를 휘감는다. 켜졌다, 꺼지길 반복하는 보조등 아래에서 사랑을 나누는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자니 안정수는 머리가 하얗게 변하며 한 가지 의문만을 계속해서 떠올린다.

‘왜?’

자신이 아내에게 준 사랑이 부족했을까? 왜 상대가 김우영 부장일까?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왜 자신에겐 그렇게 사랑스럽게 안 안길까? 같은 모든 의문이 드문드문 머릿속을 휘저으며 지나간다. 현관문에서 들려오는 격렬한 타격음에 맞춰 자신의 가슴도 격렬하게 뛰며 피를 돌게 한다. 불이 켜질 때마다 그 자존심 강하고 자기관리 철저해 남은커녕 남편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여인이 쾌락에 미쳐가며, 더럽혀져 울부짖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떤 장면이 떠오른다.
바로 잔뜩 술에 취한 아내를 골탕 먹이기 위해 대리기사에게 장난치게 한 그 때를…….

“응……?”

안정수는 빠르고, 뜨겁게 달아오른 자신의 몸을 느낀다. 더욱이 하반신 쪽으로 몰리는 피에 안정수는 의아한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자, 부푼 자신의 팬티 앞섬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왜지?’

쿵쿵 뛰는 가슴과 미칠 듯이 자신의 몸을 휘젓고 다니는 뜨거운 기운은 정체가 무엇일까?
분노일까? 아내에 대한 분노? 자신의 대한 분노? 김우영 부장에 대한 분노?
배덕감일까? 아내가 다른 이에게 더럽혀진다는 배덕감? 그것도 자신의 상사에게 짓눌려져 있는 저 모습에 대한?
점점 절정을 향해 치달아가는 두 사람의 관계를 계속해서 바라보던 안정수는 곧이어 이 감정의 정체를 깨달았다.
질투다.
자신의 품에서 아끼고, 사랑하던 소중한 보물이 외간 놈에게 채여가 그 더러운 손아귀에서 이리저리 굴리면서 자신을 놀리는 것 같은 사소하지만 더 할 나위 없이 분한 감각.
안정수가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감각을 자각한 순간 두 사람은 절정에 오르며 상념에 빠진 안정수를 단번에 현실로 되돌릴 만큼 커다랗고 둔탁한 찰진 소리와 환희의 비명을 지르는 아내가 그런 쾌락을 준 상대의 머리를 껴안고 격렬하게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안정수의 눈에 새겨진다.
하늘높이 쳐들린 아내의 다리가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신발장 밑으로 숨는 걸 끝으로 보조등의 불빛이 나간다.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뜨거움이 절절이 전해지는 두 사람의 숨소리와 들려올 리 없는 제 3자인 안정수의 질투어린 숨소리가 하모니를 이룬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둠에 휩싸여있던 현관문에서 움직임이 포착되자 보조등의 불빛이 환하게 들어오며 또다시 두 사람을 비춘다. 아내의 몸에서 떨어진 김우영 부장은 만족스럽고,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불빛 아래 드러난 아내의 몸을 찬찬히 뜯어본다. 질척한 욕망이 뚝뚝 떨어지는 그의 시선은 아내의 몸을 끈적하게 탐닉한다. 곧이어 바지를 주섬주섬 입는 소리가 신발장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확실하게 들려온다.
아내는 그런 시선과 보조등의 강렬한 불빛이 부끄럽기라도 한 것일까?
얼굴을 팔로 가린 채 달아오르고 만족한 유부녀의 여체를 달래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불빛 아래 반짝반짝 빛나는 아내의 아름다운 몸은 김우영 부장이 흘린 땀과 그녀가 흘린 땀으로 번들거리며 타액으로 더럽혀진 모습이 안정수의 가슴을 옥죄면서도 크게 뛰게 한다. 아내가 이따금 경련하듯 크게 허리를 움찔거릴 때마다 김우영 부장의 시선은 신발장 때문에 보이지 않는 아내의 하체를 능글맞은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다.

‘…….’

안정수는 단번에 깨달았다. 지금 아내는 김우영 부장의 질척하고 끈적한 그 욕망을 자신의 몸으로 받아낸 게 틀림없다고. 그리고 지금 그 흘러넘친 욕망을 이따금 토해내는 그 치욕과 쾌락에 버무려진 아내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자신은 이상한 걸까?
곧이어 김우영 부장이 스마트폰을 꺼내 그런 아내의 모습을 이리저리 찍곤 현관문을 열곤 나가버린다. 환한 보조등 아래 얼굴을 가린 채 달아오른 몸을 식히고 있는 그녀는 그저 묵묵히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있다. 아내의 잔뜩 흐트러진 모습을 안정수도 아무런 질투의 불꽃이 일고 있는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다.
잠시 후 보조등의 불빛이 나가고, 소름끼치는 정적과 고요함이 집안에 들이닥치자 안정수는 조용히 안방 문을 닫으며 부푼 자신의 앞섬을 내버려둔 채 목구멍에서 느껴지는 타들어가는 갈증과 미칠 듯이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한 가지 감정에 몸을 불태웠다.

‘그녀는 내꺼야!’

어둠속에서도 빛나는 안정수의 질투어린 안광은 그 기세가 남달랐다.

깊은 어둠이 내려앉았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온 몸을 두들겨 맞기라도 한 것처럼 엄청난 피로감을 느끼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안정수는 막 씻고 나온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화창한 아침햇살 속 자신과 눈이 맞은 아내는 사랑스런 미소를 보내온다.

“어제 왜 그렇게 과음했어. 몸은 괜찮아?”

뚝뚝 떨어지는 물기를 닦으며, 목욕 수건으로 꽁꽁 감싼 아내의 몸에 자연스레 시선이 간다. 어젯밤의 일은 자신의 꿈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자신의 몸에 남아있는 수많은 감정과 하룻밤의 불장난의 감각이 자신의 몸에 남아있는 게 느껴진다.

‘김우영 부장 설마 이것 때문에?’

묘하게 자신의 주위를 맴돌던 김우영 부장이었다. 물론 그의 꾐에 넘어가 불장난을 한 건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다. 그렇기에 자신을 보고 짐짓 아무 일 없었다는 아내의 태도에 안정수는 일단 미소를 지어보였다.

‘일단은 정보야.’

안정수는 속옷이 가득한 서랍을 열며 입을 속옷을 고민하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질투심에 불타오르는 가슴을 짓누르고 자초지종부터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자신과 같이 하룻밤의 불장난이라고 하기엔 아내의 환희어린 모습이 너무나도 강렬했다.

‘만약……만약 아내가 원해서 그런 거라면…….’

안정수는 가슴 한 편이 서늘해지려는 걸 참고 아내의 매끄러운 등을 바라보고 있다. 서랍 가득히 들어찬 아내의 속옷.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정장만을 고집하는 그녀로써는 아무래도 순백의 속옷이나 색이 강렬하지 않은 속옷을 선호한다. 그 도도하고 자존심 강한 아내도 여자라고 주장하듯 같은 색깔의 속옷이라 하더라도 귀여운 프릴 달린 속옷이나 고급스런 자수가 들어간 속옷, 하얗지만 망사로 되어있어 묘하게 섹시한 속옷 등 굉장히 많은 속옷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렇기에 안정수는 아내가 손에 집어든 속옷에 자신도 모르게 얼빠진 목소리를 냈다.

“어?”

하얗고, 색이 강하지 않은 속옷들로 가득하기에 더욱 눈에 띄는 속옷들이 있다. 자신과 연예하며 입었던 강렬하고 섹시한 계열의 검정이나 붉은색 계열의 속옷. 사회생활하며 입긴 힘들어도 귀엽다며 사 모은 그런 속옷들 중 하나가 아내의 손에 들려있었다.
오늘도 출근해야 할 아내가 절대 입을 리 없는 그런 속옷.
팬티는 전체적으로 검은색 바탕의 망사로 되어있어 속살이 들여다보이며, 앞부분은 아내의 취향에 맞게 귀엽지만 강렬한 붉은 색 프릴이 달려있어 묘하게 앞부분을 가려 그 속을 궁금케 하고, 앞과는 전혀 반대로 엉덩이 부분은 완전히 망사로 되어 있어 그 탐스런 엉덩이와 그 골마저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디자인이다. 팬티와 세트라고 주장하는 브래지어는 가슴부분이 완전히 망사로 되어있고, 팬티와 같은 디자인의 붉은 프릴이 묘하게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탐스런 과실의 꼭지부분을 가려 이마저도 그 속을 궁금케 하는 디자인이다.

“…….”

손에 쥔 강렬하고 섹시한 속옷을 내려다보는 아내의 얼굴은 어쩐지 살짝 멍한 모습이다. 곧이어 무언가 화들짝 놀라며 그 속옷을 다시 서랍 안에 쑤셔 넣곤 평소와 같이 순백의 속옷을 입곤 아침을 차린다.
안정수는 평소 신경 쓰지도 않던 아내의 그런 작은 변화를 놓칠세라 데굴데굴 눈동자를 굴리고 있다.

어영부영 화해한 것처럼 된 부부의 아침식사 시간은 어색하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평소라면 아내의 그런 어색해하면서도 노력하는 모습에 미소 지을 그였지만 어쩐지 아내가 애처로워 보이는 건 자신이 이상한 걸까?

‘바람피우는 게 미안한 걸까?’

김우영 부장의 품에 안겨 결국 절정에 달하면서도 여자로써 만족해버린 아내의 모습과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모습이 상반되자 안정수는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이미 출근을 끝마친 안정수는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맴도는 아내에 대한 생각에 일이 손에 안 잡힌다.

‘게다가 이 고민의 다른 주인공은 이미 도망갔고 말이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외근 나간다는 말을 끝으로 회사에서 모습을 감춰버린 김우영 부장. 당최 얼굴보기가 힘드니 그를 살펴보는 것조차 쉽지 않다.

‘……나도 바람을 피웠으니 할 말은 없군.’

하룻밤의 실수. 아내에 대한 소심한 복수로 시작된 불장난이 주는 죄책감에 안정수는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가슴에 품고 일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다른 부서와는 달리 부장이라는 작자가 매일같이 자리를 비우다보니 퇴근에 대한 눈치를 볼 리 없는 직원들은 퇴근시간이 1시간이나 남았음에도 벌써 퇴근하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안정수는 심란한 마음이 몸에도 영향을 줬는지, 일처리 속도가 늦어 오늘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이 일을 끝내려면 조금 더 회사에 남아있어야 할 것 같다.

‘안 그래도 빨리 돌아가야 하는데…….’

참 여러 가지로 도와주지 않는 세상살이다. 안정수는 초조함이 몸을 휘감는 걸 느끼며, 한숨을 푹 쉬곤 일에 전념하려는데 뜻밖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들 퇴근 준비하나보지?”

외근 나갔던 김우영 부장이 퇴근 하려는 직원들에게 끌끌 웃음을 날리며 회사로 돌아온 것이다. 그래도 상사라고 퇴근 준비하던 직원들은 김우영 부장이 돌아오자 눈에 띄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그런 직원들을 둘러보던 김우영 부장은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손을 휙휙 젓는다.

“신경 쓰지 말고 퇴근들 해. 언제는 내 눈치보고 했나? 일만 잘하면 되지.”

그런 김우영 부장의 행동에 직원들은 하나, 둘 눈치 보며 퇴근시간이 되자 슬금슬금 퇴근을 시작한다. 김우영 부장은 퇴근하는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자신의 자리에 앉아 계속 일을 하는 것이 아무래도 더 회사에 남아있을 모양이다.

‘오늘은 아내를 안 만나나? 아니면 정말 그냥 하룻밤의 불장난?’

그 콧대 높은 아내는 의외로 몸이 민감하다. 잠자리에서 한 번 불붙으면 서로 격렬한 사랑을 나누지만 외간 남자와 하룻밤의 불장난을 하며 그 정도로 환희에 몸부림 칠 정도는 아니다. 분명 한, 두 번 배를 맞댄 게 아닌 것 같은 분위기였다.

‘잘됐군. 어차피 나도 남아서 일을 더 해야 하는데.’

안정수는 김우영 부장의 모습을 살피며 계속해서 일을 했다. 퇴근 시간이 지나고, 직원들이 거의 빠져나간 사무실에는 아까와 같은 활기는 없다. 김우영 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향하려는 걸 곁눈질로 살핀다. 그런 자신과 눈이 마주친 김우영 부장은 퇴근 안하냐는 통상적인 물음에 자신도 일이 남았다고 통상적인 답변을 해준다.

“고생이 많아~저녁은? 오늘도 한 잔 꺾을 텐가?”
“말씀은 고맙지만 오늘은 일찍 들어가 봐야 돼서요.”
“흠. 아쉽구만. 다음에 또 자리 가지자고.”
“네. 꼭.”

심지가 있는 안정수의 말을 깨닫지 못 한 건지, 김우영 부장은 그저 어젯밤의 불장난을 떠올리는 건지, 자신의 아내와의 불장난을 떠올리는 건지 모를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화장실로 향한다. 안정수는 화장실로 향하는 김우영 부장을 눈으로 쫓으며 그와 아내에 대한 관계를 파헤치기 위해선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걸 자신에게 세뇌하듯 타이른다.

‘당신에겐 못 줘.’

텅 빈 김우영 부장의 자리를 바라보는 안정수의 눈에는 기광이 스쳐지나간다. 사무실에 남아있던 몇 안 되던 직원들도 김우영 부장이 화장실로 가버리자 때는 이때다 하고 순식간에 퇴근해 버린다. 안정수도 이 틈을 타 얼른 일을 끝마치기 위해 서두른다.
조용한 사무실엔 안정수가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빨리 일을 끝마쳐야 한다는 일념 하에 굉장한 집중력을 보이던 안정수는 문득 시간이 꽤 지났다는 걸 깨달았다. 시계를 보니 약 30~40분정도의 시간이 흘렀다는 걸 깨달은 안정수는 의아함이 떠오른다.

‘오래 걸리네.’

물론 1시간이고 2시간이고 화장실에 앉아있는 사람도 있고, 평소라면 그가 몇 시간 화장실에 틀어박혀 있든 신경 쓸 일도 없었지만 지금은 모든 게 의심스럽다. 안정수는 자신도 화장실에 갈 겸 자리에서 일어선다. 직원들이 다 퇴근해 버린 조용한 복도를 천천히 걷는다. 곧이어 화장실에 눈에 들어오고 안정수는 화장실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들어선다.

“……없네?”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는 화장실 안에는 김우영 부장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잠시 사람 만나러 나갔을 거란 생각에 안정수는 쓴 입맛을 다시며 볼일을 본다.

‘설마 아내를 만나러 나간건가?’

모든 게 아내로 귀결되는 자신의 의심어린 생각에 안정수는 한숨을 푹 쉬며 볼일을 끝내고 바지를 추켜올리는 순간 자신의 등 뒤에서 힘주는 남자의 억눌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고요했던 화장실이었는데 왜 이제 와서? 이 소리가 의미하는 것은 자신이 들어왔을 때부터 소리의 주인공이 이미 안에 있었다는 게 된다.
안정수는 소리 난 자신의 등 뒤에 보이는 굳게 닫힌 화장실 문들을 바라본다. 당연히 큰일을 보기 위해선 자연히 소리가 새어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마치 죽은 듯이 조용했던 화장실인데 이제 와서 소리가 나온 것에 안정수는 눈이 가늘어지며 잠시 기다린다.

“후우~”

시원함이 느껴지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사락거리는 옷이 스치는 소리와 철컥, 철컥하는 벨트 잠그는 소리가 들려온다. 곧이어 딸깍하는 잠금 쇠가 풀리는 소리가 나더니 안에서 불쑥 사람이 튀어나온다.

“응? 자네도 화장실인가?”

아니나 다를까? 안에서 나온 사람은 김우영 부장이었다. 평소처럼 그저 통상적인 안부나 묻는 자연스런 얼굴과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습. 탁하고 닫히는 화장실의 문틈은 절묘하게 김우영 부장의 몸이 가리고 있어 보이지 않는다.

“예. 그러는 부장님은 꽤 오래 걸리셨네요.”
“하하하! 이 사람이. 그런 걸 묻는 건 실례네. 아무래도 슬슬 나이를 먹다보니 점점 화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말이야.”

자연스레 웃어재끼며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 김우영 부장의 모습이 마치 화장실 안이 의심스러우면 확인해보라고 도발하는 것 같다.

‘신경과민인가?’

기껏해야 화장실에서 무슨 일이 있겠는가? 그의 당당한 모습도 의심이라는 걸 지우고 바라보면 화장실에서 취하는 당연한 모습이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끝마쳤으면 당연히 손을 씻는 건 당연하고, 마주치면 멋쩍어서라도 통상적인 말을 건네는 것도 당연하다.

“그럼 먼저 나가네.”

심지어 김우영 부장은 손을 다 씻곤 화장실을 나가버린다. 안정수는 그 자리에 잠시 서서 그가 나온 화장실 문을 지긋이 바라본다. 그 문 앞으로 걸음을 옮긴 안정수는 화장실 문에 손을 댄 채 잠시 고민에 빠진다.

‘이대로 밀기만 해도 이런 의심은 쉽게 풀릴 텐데.’

자신이 품고 있는 의심은 이 문을 밀기만 해도 쉽게 풀릴 것이다. 문제는 그 안에 있는 게 문제다. 만약 안에 아내가 없다면 앞으로 계속 이런 의심암귀에 걸려 그와 아내의 사이를 알아보는 것도, 냉철하게 바라보는 것도 힘들지도 모른다.

‘그냥 스스로에게 하는 변명인가?’

안정수는 사실을 아는 것이 두려운 걸지도 모른다. 안에 아내가 있다면 그거야 말로 더욱 어떻게 해야 할이지 갈피가 안 잡힌다. 만약 아내가 정말 원해서 바람을 피우고 있는 거라면? 자신은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에 정리를 끝마치지 못했다.

‘하지만 만약…….’

안정수는 한 가지 사실을 더 떠올린다. 강제적으로 이뤄진 관계라면? 소용돌이치는 수많은 감정을 느끼며 안정수는 화장실 문에 손을 댄 채 고민에 빠진다. 화장실 문 너머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안에 만약 아내가…….

“…….”

안정수는 가슴이 다시 한 번 크게 뛰는 걸 느끼며 눈을 꼭 감는다. 문 너머 자신의 사랑스런 아내가 그 도도하고 콧대 높은 자존심 덩어리의 여왕님이 여자라면 환장하는 중년 남자에게 깔려 더럽혀져 있을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질투심이 폭발할 것 같다.

“꿀꺽…….”

안정수는 얇디얇은 화장실 문에 손을 댄 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고요하기 그지없는 차가운 화장실에서 안정수는 타들어가는 목구멍에 마른 침을 삼킨 뒤 화장실 문에서 손을 뗀다.

‘확실하게 알아보자. 원해서 이뤄진 관계인지, 아니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한다고 해도 자신이 상처 입는 게 두려울 뿐이다. 아직 진실을 마주할 자신이 없는 안정수는 터질 것 같은 질투심을 가슴에 품고 그 안에서 작게 피어난 배덕감을 애써 외면한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아내를 상처 입혀도 더럽혀도 되는 건 오로지 나뿐이야.’

자신의 몸을 휘젓고 다니는 뜨거운 질투심과 대리기사에게 취한 아내를 희롱하게 했을 때의 묘하게 끓어오르는 가슴 속 배덕감을 또다시 느끼며 안정수는 화장실을 나섰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안정수의 모습에선 남자다운 기세가 뿜어져 나온다. 덜렁거리고 자존심 강한 아내를 배려하느라 유해진 그의 성격은 본래 젊었을 때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자존심 강하고 도도한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때로…….

“흐음…….”

멀어져가는 안정수를 숨어서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곤란한 목소리를 낸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사람을 한눈에 볼 수 있지만 영업부 사무실과는 정 반대편에 숨어있던 김우영은 화장실을 나서는 안정수의 모습에서 그가 드디어 어느 정도 눈치를 챈 걸 깨달았다.

“이거 암고양이의 남편도 고양이인줄 알았더니…….”

김우영은 곤란한 듯 말하면서도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떠오른다. 김우영은 주머니 속에 찔러 넣었던 손에서 무언가를 움켜쥐곤 꺼내든다. 손에 쥔 무언가를 펼쳐들며 그 안에 잔뜩 배인 체취를 탐닉하듯 들이마신다.

“하지만 말이지……끌끌끌.”

김우영의 손에 움켜쥔 것은 여성용 팬티였다. 이미 누군가가 입었다는 걸 증명하듯 그 팬티에선 진한 여인의 체취가 배어들어 있었으며, 그녀 특유의 체취 속에 수컷의 본능을 자극하는 질척한 액체는 팬티에 잔뜩 스며들어 야릇한 향기를 풍기며 김우영의 손아귀에서 지금도 질척거리고 있다. 전체적으로 검은색 바탕의 망사로 되어 있으며 귀여운 붉은 색 프릴이 달려 강렬하면서도 섹시한 팬티는 야릇한 향기까지 더해져 더 할 나위 없이 수컷의 본능을 자극하고 있었다.
두 남자가 떠난 화장실.
화장실 내에는 환기를 위해 작은 창문이 달려있다. 방금 김우영과 안정수가 사용한 회사 내 화장실에도 당연히 작은 창문이 달려있는데, 그 역할을 하기 위해 창문에서 새어 들어온 깨끗한 공기는 화장실 안의 찌든 냄새를 빼내자 그 사이를 채우듯 어떠한 향기가 솔솔 피어오른다. 그 어떠한 향기는 김우영이 나온 화장실 칸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큰일을 봤다는 김우영이 화장실에서 나오며 물을 내리는 소리가 나질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물을 내리지 않았다면 고약한 냄새가 나야 할 화장실 칸 안에선 전혀 다른 향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그 향기는 남자 화장실에서 날 리 없는 수컷을 자극하는 야릇한 체취와 비릿한 밤꽃 냄새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야릇한 향기는 김우영이 손에 쥐고 있는 팬티와 똑같은 냄새를 품고 있었는데, 그가 나갔음에도 더욱 강렬하게 피어오르는 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물줄기가 쏟아지는 소리와 자욱한 수증기가 가득 찬 화장실엔 그 물줄기를 머리부터 뒤집어쓰고 있는 한 여인이 있다. 어젯밤 딱 한 번이었지만 결국 그 한 번뿐인 정사에도 만족해버린 그녀는 정나은이다.

‘……피곤하다.’

머리부터 끼얹어지는 뜨거운 물줄기가 피곤한 몸을 노곤하게 풀어준다. 어젯밤 샤워를 하고 잠들었음에도 남편보다 빨리 일어나 또 다시 씻는 이유는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그의 체취를 떨어트리기 위해서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서서히 농익어가는 유부녀의 여체를 꼼꼼히 스쳐지나가며 혹시 남아있을 그의 체취를 깨끗하게 씻어낸다.
찌릿!
정나은은 아랫배에서 올라온 찌릿한 자극에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수중기로 자욱해 잘 보이진 않지만 물기를 머금은 자신의 몸이 어쩐지 점점 색기가 풍겨져 나오는 건 자신의 착각일까? 얼마 전 모텔에서 강제로 엉덩이를 개통당한 이후로 때때로 찌릿하고 올라오는 이 감각은 무엇일까?
피로감을 풀기 위해 평소보다 더욱 뜨거운 물로 샤워를 끝마친 정나은은 달아오른 몸을 닦아내며 자욱하게 흐려진 거울을 손으로 쓱 닦아낸다. 혹여라도 그가 자신의 몸에 남긴 흔적을 놓친 게 없을까? 꼼꼼히 살펴본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흑단같이 흘러내린 머리카락이나 탐스럽게 부푼 젖가슴, 매끄러운 복부 라인에 이어진 탄력적인 엉덩이, 돌아다니는 일이 많다보니 관리해도 육덕지지만 건강미가 느껴지는 다리를 꼼꼼히 살펴본 후 정나은은 혹시 몰라 온 몸을 수건으로 꽁꽁 싸매고 화장실을 나선다.

“일어났어?”

화장실을 나오자 안방 침대에서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 괴로워하는 남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다시 한 번 몸에 두른 수건을 꽉 움켜쥐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속옷 서랍을 연다.
서랍 가득 하얗고 자극적이지 않은 색의 속옷들의 향연. 평소라면 별 생각없이 하나의 속옷을 집어들 그녀지만 어째서인지 서랍 한 편에 곱게 개어진 속옷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거……예전에 승부속옷으로 사놓았던 것들이네.’

20대에 남편과 연애 할 때도 종종 입었던 속옷들. 결혼하고선 잠자리의 작은 향신료로써 사둔 속옷들이지만, 사회 생활하다보니 점점 입을 일이 없어져 사놓고 입지도 못한 속옷도 있다. 그것들 중 슬슬 아이를 만들 때 남편의 눈을 호강시켜주기 위해 산 노출도가 높은 전체적으로 검은색 바탕의 망사재질이며 붉은 프릴이 잔뜩 들어가 자신의 취향인 속옷들 집어 든다.

‘…….’

정나은은 손에서 느껴지는 망사의 부드러우면서도 까슬까슬한 그 감각을 느끼며 이걸 입은 자신을 상상해본다. 최근 들어 어쩐지 더욱 유부녀로써 농염함이나 색기를 품게 된 자신의 몸과 이 강렬하면서도 섹시한 속옷을 입은 걸 멍하니 상상한다.

‘헉! 이, 이럴 때가 아니지.’

정나은은 화들짝 놀라며 등 뒤에서 전해지는 남편의 시선을 깨닫곤 손에 쥔 속옷을 서랍에 쑤셔 넣으며 평소처럼 하얀 속옷을 재빨리 입는다. 당황한 정나은은 이젠 익숙해진 아랫배가 찌릿하고 올라오는 감각을 외면하고 서둘러 남편을 출근시킨다.

“오늘따라 화장까지 잘 먹네…….”

남편을 출근 시키고,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한 정나은은 지난주와 달리 화장이 잘 먹은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다. 지난주의 자신은 뭘 해도 눈을 찌푸리고 있었고, 욕구불만으로 화장도 붕 떴었는데 그게 해소된 탓일까? 지금 거울에 비춰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잘 나가는 도도한 커리어 우먼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 꼴을 하고 또 그 남자를 만나러 가야하니…….”

내기를 시작한 지 2주차에 들어서는 그녀로썬 일주일이 1년 같다고 느끼며 창문너머로 스며드는 화사한 아침햇살을 보곤 한숨 쉰다.

“오늘은 날까지 화창하고…….”

햇살까지 화창하고, 솔솔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공기마저 청량하다. 욕구불만으로 찌푸려졌던 얼굴도 그 욕구가 해소되자 활짝 만개한 얼굴이나 화장까지 잘 먹어 완전 빛나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남편이 아닌 그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한숨 쉬며 옷을 입기 위해 일어난다.

“……안 그래도 우울한데, 옷까지 검은색 정장은 좀 그런가?”

장롱 안에 가득 찬 정장을 바라보던 정나은은 안 그래도 가라앉은 기분을 업 시키기 위해 흰색 정장을 꺼내들었다. 흰색 정장과 대비되는 검은색 스타킹을 신은 그녀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복장을 살펴본다.
깔끔하게 틀어 올린 머리나, 반무테 안경이 지적인 이미지를 주고, 평소보다 단연 잘 먹은 화장이나 붉게 칠해진 두툼한 입술, 살짝 엿보이는 가느다란 목선과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순백의 하얀색 일색의 정장. 그 정장의 맵시를 살려주는 탐스러운 여체와 일 잘하게 생긴 도도한 커리어 우먼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묘하게 본능을 자극하는 농염함과 색기. 포인트를 주기 위해 스타킹은 검은색을 신었더니 화사한 아침햇살에 반사되며 그 반짝반짝한 스타킹의 질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오, 오랜만에 예쁘다.”

정나은도 여자다. 지난주의 우중충했던 자신과 저절로 비교되다보니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하지만 곧이어 이 모습도 잔뜩 흐트러지고 더럽혀질 거라 생각하면 쓴 웃음이 나온다.

“아무리 잘 꾸미면 뭐해…….”

푹하고 한숨 쉰 정나은은 속옷 서랍을 열어 예비 속옷을 챙긴다. 지난주와 같이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괴롭힌다면 속옷이 남아나질 않는다.

“흐음……그냥 하나 더 챙길까?”

정나은은 입고 있는 속옷 한 벌, 예비로 챙긴 속옷 한 벌로 끝낼까 했지만 만약에라도 또다시 자신을 모텔로 끌고 들어간다면 갈아입을 속옷이 또 필요하다.

“자, 잠깐 왜 스스로 그런 걱정을 하는 거야?”

모텔까지 갈지도 모른다는 걸 스스로 가정하고 그에 따른 대비를 하는 자신이 부끄럽다.

“……하지만 필요하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네.”

지난번처럼 잔뜩 더럽혀진 자신의 속옷을 입고 새벽귀가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반쯤 자의반 타의반 속옷을 한 세트 더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준비한 예비속옷처럼 하얀색 일색의 속옷들로 손을 뻗던 그녀의 시야에 문득 아침에 본 망사재질의 섹시한 속옷이 그들 사이에 아무렇게나 쑤셔 박혀있는 걸 발견했다.

“……너희는 빛도 못보고 참 고달프겠다.”

정나은은 문득 이 강렬한 색깔의 속옷을 이 하얀 정장에 입은 걸 상상해본다. 와이셔츠마저 하얗고, 더위를 많이 타기에 와이셔츠 안에 티 하나정도 덧대 입을 만도 하건만 속옷만을 입은 그녀는 이 속옷을 입는다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

어쩐지 입안이 바싹 마르는 걸 느끼며 이 속옷을 입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자신을 상상해본다. 옷맵시도, 화장도 더 할 나위 없이 깔끔하고 예쁜 직장인 여성이 뜬금없이 강렬한 색의 속옷이 비춰 보인다?

“내, 내가 미쳤나봐.”

붉게 달아오른 뺨을 인식 못하고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당황한 정나은은 손에 쥔 속옷을 무의식적으로 서랍이 아닌 미리 넣어둔 예비 속옷들이 들어있는 가방에 집어넣어버렸다. 정나은은 뒤늦게 확 달아오른 자신의 몸과 살포시 연분홍빛으로 달아오르는 뺨을 느끼곤 더욱 당황해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서둘러 집을 나섰다.
가방 속에 든 예비용 속옷이 2벌이나 들어갔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화사한 햇빛이 부드럽게 내리쬐고 있다. 청량한 바람이 시원하게 불며, 나무에 돋아난 파릇한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는 이곳은 공원이다. 도심에서 꽤나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이 공원은 유동 인구보다 주거 인구가 많은 지역이며, 평일 오전이라는 점까지 더해져서 사람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요새 미시들은 참 먹음직스럽단 말이야.”

평화로운 분위기의 공원에서 터무니없는 소릴 내뱉는 그는 아니나 다를까 김우영 부장이다. 흡연이 가능한 구역의 벤치에 자리 잡은 그는 저 멀리서 유모차를 끌고 오가는 젊은 유부녀를 곁눈질로 훔쳐보며 한 아이의 엄마라곤 믿어지지 않는 여인들의 몸매를 감상하고 있다.

“후우~”

입에 문 담배에서 연기를 훅 뿜으며, 유모차를 끌고 산책 나왔음에도 끼리끼리 모여 조잘조잘 수다 삼매경에 빠진 젊은 유부녀들을 그윽한 눈으로 훔쳐보던 그는 곧이어 신경이 다른 곳으로 쏠린다.

‘흠. 한 명 들어가는군.’

김우영의 시선이 닿은 곳은 아름다운 여인이 있는 곳도 아닌 공원이라면 응당 있는 공중화장실이다. 그가 앉아있는 벤치에서 고개만 살짝 돌려도 보이는 그 공중화장실에 평일 오전부터 할 일이 없어 운동 나온듯한 추리닝 차림의 뚱뚱한 청년이 화장실에 들어가는 걸 눈으로 확인한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가 어째서 공중화장실에 신경을 쓰는 걸까?

“잠시 기다려 볼까나?”

김우영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수다 떠는데 정신이 팔린 젊은 유부녀들의 몸매를 끈적끈적한 눈으로 감상하며 조금 전 일을 회상해본다.
아무리 관리가 잘된 공중화장실이여도 많은 사람이 이용하다보면 자연스레 악취가 나고 더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어지간히 볼일이 급하지 않는 한 공중화장실은 잘 이용하지 않는데, 굳게 닫힌 한 화장실 문 안에는 무언가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가 남자 화장실 안을 울린다.

“……자! 이걸로 끝!”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가 한참동안 들려온 그 화장실 안은 놀랍게도 두 사람이나 들어가 있었다. 바로 김우영과 정나은이었다.
그리고 한 건 해냈다는 보람찬 얼굴로 고개를 든 김우영은 장난기 어린 미소로 눈앞에 있는 정나은을 내려다보고 있다. 놀랍게도 눈앞에 있는 정나은은 더러운 공중화장실의 변기에 묶여있다.

“하우응! 아아!”

정나은의 항의하는 목소리는 말이 되지 못하고 원초적인 동물의 목소리 같다. 그 이유는 그녀의 입에 독특한 재갈이 물려있기 때문이다.

“거참 내기에 위배되는 건 하나도 없는데도 그렇게 항의하는 건 왜지? 그냥 묶어둔 것뿐인데. 우리 암고양이도 암묵적으로 동의했잖아? 그렇기에 결국 이렇게 묶인 거고.”

내기에서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할 사항들을 몇 개 꼽자면 제 3자의 개입은 금물과 바로 폭력 같은 강제적인 행위다. 정나은은 김우영이 가능한 원하는 데로 가랑이를 벌릴 의무가 있기 때문에 그가 원하는 걸 가급적 들어줘야 한다. 그렇기에 이런 것도 규칙에서 아슬아슬하지만 그녀가 암묵적이지만 동의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제 3자의 개입은 이뤄졌다는 건 끝까지 비밀로 붙여야 할 텐데 가능하려나?’

얼마 전에 최 사장의 도움을 받아 안정수를 끌어들인 일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결국 그녀만 모르면 되는 것이다.

‘뭐……솔직히 이 꼴을 보면 항의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무리인가?’

김우영은 내려다보이는 그녀의 꼴을 눈으로 새긴다. 얼마 전 김수진과 안정수를 엮을 때 쓴 장난감 수갑에 양손을 구속된 그녀는 머리 위쪽으로 모아 변기에 묶여있으며, 눈에는 커다란 눈가리개가 덮여 있어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항의하려는 그녀의 입에는 김수진이 썼던 공 모양의 재갈과는 다른 링 모양의 재갈이 물려있다.

‘저걸 물고 있으면 입을 다물 수가 없지.’

재갈이라는 것은 입을 틀어막기 위한 도구임에도 링 모양의 재갈은 입 안에 물린 작은 링 때문에 오히려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그렇기에 새어나오는 목소리를 참는 것도 힘들며, 무엇보다 지금 정나은이 내는 원초적인 목소리처럼 사람의 말을 앗아간다. 입을 다물 수 없기에 조금씩 흘러나오는 침은 이미 그녀의 턱을 타고 조금씩 흘러내려 가느다란 목선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다.
그녀의 정장 상의의 단추는 풀어헤쳤으며 하얀 와이셔츠 단추도 위에서 몇 개 풀러 가슴골까지 노출되어 있다. 변기 위에 들어 눕다시피 된 그녀는 다리를 완전히 접어 무릎 아래를 단단히 묶어 다리를 피지 못하게 고정시켰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한 치의 빈틈없이 맞닿아 고정되다보니 자연스레 가랑이 사이는 M자로 벌어져 여자로써 너무나도 치욕스런 모습이다.

‘하필 오늘따라 하얀 정장을 입고 와서 그런지 더 눈에 띄는군.’

햇빛조차 잘 스며들지 않는 남자 화장실 안에 하얀 정장차림의 커리어 우먼이 터무니없는 몰골로 묶여있다. 김우영은 마지막으로 준비해온 성인의 장난감인 딜도를 꺼내든다. 치욕적으로 벌어진 그녀의 가랑이 사이의 검은 스타킹을 손으로 찢는다.

“하으우! 햐응!”

정나은이 항의어린 목소리를 내며 발버둥 쳐보지만 그 움직임은 미약하다. 검은 스타킹과는 대비되는 하얀 팬티를 옆으로 재낀 뒤 손에 쥔 딜도에 평범한 젤을 골고루 바르곤 남은 젤을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꼼꼼히 바른다.

“햐응?!”

차가운 젤의 감각에 정나은은 화들짝 놀랐는지 귀여운 목소리를 낸다. 김우영은 그런 정나은의 귀여운 반응을 느끼며 마치 느껴보라는 듯이 서서히 딜도를 밀어 넣는다. 그러자 정나은의 하이힐이 신겨진 발이 버둥거리며 자신의 몸을 꿰뚫는 감각에 어쩔 줄 몰라 한다. 완전히 밀어 넣은 김우영은 빠지지 않게 잘 고정시킨 후 품에서 하나의 딜도를 더 꺼내든다.

‘개통도 했는데, 개발도 해줘야 도리지.’

앞전의 것과는 달리 길고 중간에 구슬 같은 둥근 것이 드문드문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딜도에도 젤을 골고루 바른 뒤 바들바들 떨고 있는 정나은의 엉덩이 사이로 밀어 넣는다.

“……햐, 아으응?!”

정나은은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심정이 절절이 묻어나는 목소리를 냈지만 김우영은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서서히 밀어 넣자 아까와는 그녀의 몸에 다르게 힘이 잔뜩 들어가는 걸 느끼며 아주 천천히 끝까지 밀어 넣곤 고정시켰다.

“절경인데? 끌끌끌.”

김우영은 정나은에게 들으란 듯이 목소리 높여 비웃는다. 커다란 눈가리개 너머로 자신을 쏘아보고 있을 물기어린 정나은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다. 김우영은 스마트폰을 꺼내 일부러 셔터음을 내며 사진을 찍자 그 셔터음이 울릴 때마다 정나은의 몸이 움찔거린다. 그녀의 치욕스런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스마트폰을 품에 잘 갈무리하고 몸을 굽혀 그녀의 귓가에 속삭인다.

“아무쪼록 소리 내지 않게 노력해보라고? 난 한 바퀴 돌고 올 테니깐.”
“……헤?”

김우영의 말이 이해를 못 한 것인지, 하기 싫은 건인지 모를 얼빠진 소리가 정나은의 링 모양의 재갈이 물린 입에서 튀어나온다. 김우영은 그런 그녀의 얼빠진 목소리를 외면하고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고정된 딜도 2개를 가장 약한 진동으로 맞춰둔 뒤 문을 나섰다.

“……에, 에! 에에!!!”

다급함이 묻어나는 정나은의 목소리가 화장실을 울렸지만 그녀를 반겨준 건 멀어져가는 발소리였다.

정나은이 들어가 있는 화장실 문을 나설 때 고리를 만들어 밖에서 문을 잘 잠갔다. 심지어 문 밖에 수리중이라는 작은 안내문도 걸고 나왔으니 누군가가 안에 들어갈 일은 없다. 딜도의 진동 역시 가장 약한 걸로 해놨으니 집중해서 듣지 않는 한은 들릴 리 없다. 그녀가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한.

‘그래도 누군가는 계속 오가겠지.’

눈을 가렸기에 더욱 집중해야 하고, 예민한 감각에 기댈 수밖에 없다. 긴장 속에서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녀의 몸은 더욱 긴장함과 동시에 예민해질 것이고, 예민해질수록 가장 약하다고 해도 계속되는 딜도의 자극은 그녀의 몸을 달아오르게 해 몇 번이나 절정에 오르게 할 것이다. 그 때마다 새어나오려는 신음소리를 틀어막고 싶어도 손발은 묶여있고, 입조차 링 모양의 재갈 때문에 다물 수도 없다.
사면초가.

‘뭐……수갑이나 다리를 묶은 끈은 여자라도 쉽게 끊을 수 있는 장난감이지만.’

묶여있는 정나은 당사자는 모르지만 김우영은 그녀를 구속하는 물건을 고름에 있어 일부러 장난감을 골랐다. 자신이 이렇게 감시를 하고 있긴 해도 혹시 모를 불상사에 그녀가 얼마든지 구속을 뜯고 나올 수 있도록.

“내가 들인 공이 얼마인데 이제 와서 누군지도 모를 놈한테 줄 순 없지.”

장난정도는 치게 할 생각은 있지만…….
또 한 가지는 그녀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다. 정말로 그녀가 싫다면 자신이 나갔을 때 발버둥을 쳤을 것이고, 그렇다면 살짝 자국은 남아도 분명 끊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자국도 하루면 충분히 사라질 정도의 미약한 구속.
그렇기에 그녀의 반응을 알 수 있다. 진정 싫다면 끊고 나올 것이고, 아니라면 그녀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점점 수렁에 발을 집어넣는 것이다. 이 사실을 그녀가 알았을 때 그녀가 보일 반응을 생각하면 아래쪽에 피가 쏠린다.

“그리고 반쯤 성공했군.”

김우영이 시계를 들여다보자 벌써 점심때가 다되어 간다. 화장실에서 나온 지 몇 시간이나 지난 것이다. 그리고 화장실에는 지금까지 몇 명이나 들락날락했다. 그 때마다 그녀는 긴장했을 것이고, 예민해져가는 몸을 주체 못하고 몇 번이나 절정에 올랐을지 궁금하지만 아직 확인할 때는 아니다.

“저번 주는 욕구불만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야한 여자인지 깨닫게 하는 것과 개통 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번 주는 철저하게 성감대 개발과 절정 지옥이다.”

지금 그녀가 느끼고 있을 긴장과 쾌락을 일주일 내내 줄 것이다. 동시에 미약한 자극이 흐르는 딜도 덕에 무리하지 않고 이제 막 뚫린 그녀의 엉덩이도 덩달아 개발도 가능하다.

“흐음~들어가 봐야하나?”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있던 김우영은 입에 문 담배를 끄곤 자리에서 일어선다. 아까 화장실에 들어간 추리닝 차림의 뚱뚱한 청년이 화장실에 들어간 후 충분히 볼일을 끝마치고 나왔을 시간이 지났음에도 나오질 않는다.

“가 볼까나?”

눈치 채도 그만. 눈치 못 챘어도 그만. 김우영은 어떤 상황이 기다릴지 상상하며 콧노래까지 부르며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화장실 앞에 당도한 김우영은 가장 먼저 안에 기척을 살폈다. 한 눈에 보이는 화장실 내부에는 뚱뚱한 청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김우영이 발소리를 죽이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고요하지만 어쩐지 긴장감이 느껴지는 공기를 느꼈다.

‘암고양이도 참 대단하군. 헐떡이는 숨소리조차 억누르고 있다니.’

딜도의 미약한 진동소리조차 잔뜩 몸에 힘이라도 주고 있는지 전혀 들리지 않는다. 헐떡이는 숨소리 정도는 들릴 줄 알았건만 지독하다 할 정도로 고요하다. 수리중이란 팻말이 붙은 화장실 문 안에 느껴지는 인기척은 분명 하나다. 문도 잘 잠겨있는 걸 보면 안에 있는 건 분명 정나은 뿐이다.

‘어디 갔지?’

김우영은 정나은이 있는 화장실의 바로 옆 칸을 살펴본다. 예상대로 잠겨있다. 김우영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발소리를 죽여 잠겨 있는 그 옆 칸에 들어가 기척과 소리를 최대한 죽이며 변기통 위에 올라서서 칸막이 위로 고개를 내민다.
가장 먼저 보인 건 동영상 녹화중인 스마트 폰이었다. 작은 스마트 폰 화면에는 정나은으로 보이는 여성이 묶여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녹화 중이었고, 추리닝 차림의 뚱뚱한 청년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변기통 위에 올라서서 숨죽인 채 칸막이 너머를 훔쳐보고 있었다.

‘나름 기척을 죽인다고 죽인 것 같은데…….’

김우영의 눈앞의 청년이 나름 숨소리도 죽인다고 꾹 참고 있는 게 뒷모습으로도 느껴지지만, 그녀의 모습을 훔쳐보며 흥분을 참을 수 없었는지 추리닝 바지를 반쯤 벗어 자위라도 하고 있는 것인지 하반신 쪽에서 격렬히 움직이는 한 손 때문에 옷깃 스치는 소리라든지, 육중한 몸에서 나오는 출렁거리는 기척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어쩐지……저렇게 대놓고 훔쳐보고 있다고 기척을 내니 그녀가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김우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 소리 안 나게끔 뚱뚱한 청년이 자위하고 있는 영상을 찍는다. 어느 정도 찍은 김우영은 청년이 자신을 스스로 알아차리게끔 기척을 낸다. 한참을 자위하던 청년은 이상한 시선이나 느낌을 받은 것인지 살며시 고개를 돌려 자신과 눈이 마주친다. 튀어나올 것 같은 눈과 당황한 얼굴이 고스란히 김우영의 폰에 담기지만 김우영은 그런 것보다 서둘러 청년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당황한 청년이 굳은 채 얼어붙어 있자 손짓으로 화장실 밖에서 보자는 신호를 보내곤 조용히 화장실 밖으로 나선다. 화장실 밖에서 잠시 청년을 기다리고 있자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죽을상을 하고 화장실을 나온다.

‘헤에? 꽤나 키 크잖아? 아까 슬쩍 봤던 물건도 실하니 괜찮던데…….’

자신보다 큰 키를 가지고 있어, 비만이라 툭 튀어나온 배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뚱뚱하다는 인상을 한눈에 봐도 받을 정도로 살이 붙어있으며, 아까 자신과 눈이 마주쳤을 때 슬쩍 봤던 물건도 꽤나 실했다.

‘다만 운동 직후라 그런지 땀 냄새가 좀 나는군.’

살집이 많아 신진대사 또한 활발한지 운동한 직후인 그는 한 걸음정도 거리가 있음에도 땀 냄새가 좀 난다. 김우영이 뚱뚱한 청년을 이리저리 살펴보자 청년의 얼굴은 더 죽을상이 된다. 김우영은 그제야 끌끌 웃으며 긴장 풀라고 어깨를 두드리며 말한다.

“거참 사내놈이 뭘 그렇게 죽을상이야. 어때? 볼만했어?”
“……예?”

청년은 김우영의 태도가 당황스러워 말을 잇지 못하자 김우영은 아랑곳 않고 그의 스마트 폰을 가리키며 제안한다.

“거기에 찍힌 동영상 지운다면 네가 찍힌 동영상도 지워주고 즐거운 경험 하나 시켜주지 어때?”

얼굴을 가리고 있어 알아볼 리 없지만, 그래도 유비무환이다. 협박 겸 교환조건으로 찍어둔 청년의 자위 영상과 그녀의 치태 영상을 서로 지우게 할 것이다. 더불어 청년에게도 좋은 경험을 하나 시켜줄 생각이다.

‘나에게도 즐거움이지만.’

김우영은 이름 모를 뚱뚱한 청년을 능글맞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세한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눈다.

멀어져가는 발소리를 들으며, 정나은은 꾹 참았던 숨을 단번에 토해낸다.

“하악! 하악! 하악!”

스스로 놀랄 정도로 미친 듯이 헐떡거리는 거친 숨소리가 단번에 터져 나온다. 그녀는 자신의 헐떡거림을 억누를 여유조차 없다. 긴장 때문에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경직되어있던 자신의 몸은 옆 칸에서 느껴지던 기척이 멀어져가는 걸 느낌과 동시에 화살을 쏘아낸 후 탁 풀린 활시위처럼 축 처진다.
그제야 자신의 귓가에 지이잉 하는 미약한 진동소리와 함께 울컥하고 자신의 하반신에서 끈적하고 따뜻한 액체가 토해져 나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필요이상으로 잔뜩 힘을 줘 딜도의 진동조차 억누른 그녀의 몸은 더 이상 짜낼 힘이 남아있지 않다.

‘하아! 하아! 대,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정나은은 벌써 몇 번이나 절정을 맞아 파르르 떨리는 자신의 몸을 주체할 자신이 없다. 처음에 김우영이 자신을 이렇게 방치하고 나갔을 때만 하더라도 장난인 줄 알았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고,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다른 감각에 의지하는 것뿐이었다.
자신의 몸을 꿰뚫은 어른의 장난감의 미약한 진동을 가장 먼저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그 미약한 진동을 느끼기 시작하자 쿵쿵 거칠게 뛰는 자신의 심장소리가 몸 안을 울리기 시작했다.

‘시, 심장소리란 게 이렇게 큰 거였나?’

심장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지이잉 하는 미약한 진동소리와 그 진동을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자 정나은의 몸은 확하고 달아올랐다. 미약하지만 너무나도 크게 다가오는 진동소리와 그 진동은 그녀 스스로에겐 너무나 크게 다가왔다.

‘왜, 왜 이렇게 소리가 크지?! 설마 밖……밖에도 들리는 건 아니지?!’

실제로는 거의 들릴 리 없는 미약한 소리와 진동이지만 점점 예민해져 가는 그녀의 감각 때문에 그녀는 그렇게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당황한 그녀는 자연스레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게 되었고, 드디어 누군가의 발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통해 전해졌을 땐 숨 쉬는 것조차 잊고 얼어붙었다.
입을 다물고 싶었지만 입에 물린 링 모양의 재갈이 그걸 막았고, 미약한 소리와 진동을 억누르고 싶었지만 손발이 묶여있는 그녀는 그저 기척을 죽이고, 몸에 힘을 잔뜩 준 채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소리와 문밖에서 느껴지는 기척과 발소리에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
그렇게 첫 번째 방문자가 화장실을 나서는 걸 느끼고 정나은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순간 그녀의 몸에는 첫 번째 절정이 들이닥쳤다.

“하으……윽?!”

그녀 스스로 믿지 못 할 정도로 예민해진 그녀의 몸은 긴장의 끈을 푼 그 순간 사정없이 억눌렸던 쾌락이 그녀를 덮쳤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절정에 오른 그녀는 묶은 채 머리부터 발끝까지 요동치는 자신의 몸을 무의식적으로 억누르며 터져 나오려는 신음소리를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혓바닥을 이리저리 입 밖으로 내빼면서 겨우 참았다.
울컥하는 소리와 함께 하반신이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는 걸 느끼며 그녀는 하얗게 변한 머릿속에서 오로지 왜? 라는 의문만을 되새겼다.
미약하기 그지없는 자극.
하지만 그 작은 자극과 문밖의 상황을 알기 위해 스스로 예민하게 발달시킨 감각의 하모니를 이루었으며, 달아오른 몸을 억누른 채 긴장의 끈을 붙잡고 있던 그녀는 그 미약한 자극이 힘을 줌으로써 더욱 그녀의 몸을 달아오르게 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정나은에겐 선택의 방법이 없었다.

‘또 누군가가 온 건가?’

문밖에서 사람의 기척과 발걸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녀는 몸에 힘을 잔뜩 준 채 긴장 할 수밖에 없었기에…….
그렇게 몇 번이나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붙잡고 놓기를 반복하며, 달아오르고 예민해진 몸을 주체 못하고 몇 번이나 절정을 헤맬 무렵 더욱 육중한 기척이 문밖에 들려왔다. 기진맥진한 그녀였지만, 최대한 그 기척에 집중했고 그 기척이 자신이 있는 화장실 옆 칸에 들어왔을 땐 정말이지 숨 쉬는 것조차 잊었다.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사람의 기척에 정나은은 기진맥진 했던 자신의 몸이라곤 믿어지질 않을 정도로 긴장하며 모든 감각을 총동원했다. 곧이어 그 기척이 크게 움직인다 싶더니 이상하리만큼 조용해졌다.

‘나, 나간 건 아닌데?’

정나은은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는 눈가리개가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다. 동시에 고맙기도 하다. 만약, 만약이지만 자신의 이 묶여있는 꼴을 누군가가 보고 있다면? 그리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면?
정나은은 오싹한 감각이 자신의 척추를 타고 흐르는 걸 느끼며 동시에 자신의 하반신에서 울컥하는 따뜻한 감각과 요동치려는 몸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한참을 그렇게 어둠 속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코로 스며드는 공중화장실의 역한 냄새와 그 속에 섞여 있는 미묘한 땀 냄새를 맡았다.

‘땀 냄새? 내 몸에서 나는 건가?’

정나은은 실제로 지금 스스로 기분 나쁘다고 생각될 정도로 온 몸이 땀으로 푹 젖었다. 피부에 달라붙은 스타킹의 질감이나, 달라붙은 와이셔츠의 감각이 온 피부에서 느껴지니 틀림없다. 후각에서 전해지는 정보를 자각할 무렵 정나은의 귀는 다른 소리를 들었다.

‘……이, 있어!’

옷 스치는 소리와 무언가 육중한 기척.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옆 칸에서 전해지는 그 감각에 정나은은 제대로 된 사고조차 못하고 그저 움츠려들 뿐이었다. 계속해서 느껴지는 사람의 기척에 정나은이 한계에 다다를 무렵 그 기척이 멀어져가는 걸 느낀 그녀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절정에 올랐어도 토해내지 않았던 헐떡거림과 요동치는 자신의 몸을 한동안 놔뒀다. 도저히 억누를 기운이 없었기에…….

‘…….’

사지가 풀린 채 고개를 떨군 그녀는 자신의 벌어진 입에서 흘러내린 침이 옷을 더럽히는 것도 개의치 않고, 숨을 몰아쉬며 달아오른 몸을 주체 못하고 있자니, 또다시 사람의 발소리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처럼 큰소리를 내며 화장실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에?’

그리고 그 기척은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이 있는 문 앞에 멈췄다. 정나은이 그 사실에 의아함을 느낄 새도 없이 철컥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

정나은은 너무 놀라 아무런 반응을 못하고, 다시금 미친 듯이 뛰는 심장소리가 온 몸을 휘젓고 다니는 사이 문을 연 그 기척은 안으로 쏙 들어오더니 문을 닫곤 걸어 잠근다. 얼어붙어 있는 정나은의 곁에 당연하다는 듯이 자리 잡는 너무나 당당한 기척에 정나은은 김우영일 거라 생각했다.

‘자신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그렇게 큰 소릴 내며 들어 온 건가? 게다가 정말 공원을 계속 돌고 왔나?’

미묘하게 맡아지는 땀 냄새와 너무나 당당한 기척. 옆의 기척이 김우영이라고 확신한 그녀는 반가움까지 느끼며 긴장을 풀었다. 동시에 긴장이 풀리자 자신을 이렇게 방치하고 간 그에 대한 분노가 폭발해 항의어린 목소리를 냈다.

“에! 아으! 헤에엑!”

정나은의 항의 어린 목소리는 전혀 말이 되지 못해 그 의미조차 추측이 되질 않지만 그녀가 화를 내고 있다는 게 전해진다. 그러자 김우영의 끌끌거리는 특유의 비웃음 소리가 자신의 머리 위에서 들린다.

“몰골이 볼만하네. 생각보다 좋았나봐? 몇 번이나 갔어?”
“아에엣!”

김우영의 조롱에 정나은이 빽 하고 소리 지른다.

“어이쿠! 그러다 밖까지 들린다고?”
“……으으.”

김우영의 말에 정나은은 자신이 너무 큰 목소리를 냈다는 걸 자각한다. 정나은은 어서 풀라는 의미로 몸을 발버둥 치자 김우영은 아직 풀어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움직이는 기척이 들린다. 스륵하는 옷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옆에 서 있는 그의 기척이 자신에게 더욱 다가온 걸 느낀다. 다가옴에 따라 더욱 확실히 느껴지는 남자 특유의 땀 냄새가 확하고 그녀를 휘감자 그녀는 예감했다. 지금 그가 바지를 벗었다는 걸.

“입으로 만족 시켜주면 풀어주지.”
“…….”

정나은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한다. 정나은은 한 시라도 빨리 이 꼴을 면하기 위해 입에 물린 재갈을 풀어달라고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의사를 전한다.

“……응? 아아, 재갈 풀어달라고? 모처럼의 재미를 내가 포기 할리 없단 걸 알잖아? 혀 놔두고 뭐해?”

김우영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자, 정나은은 어이가 없다. 혀만으로 남자를 만족시키라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정나은이 또다시 항의어린 발버둥과 목소리를 내지만 김우영은 그저 묵묵히 더욱 그녀의 얼굴 쪽으로 다가서며 무언의 명령을 내린다.
정나은은 바로 곁에서 느껴지는 그의 기척에 고민을 한다.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몇 시간동안 화장실에 방치된 채 긴장어린 시간이 너무 길게 느꼈던 그녀의 몸과 정신은 한계에 달해 휴식을 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아~”

정나은이 고개를 들어 그가 있는 쪽으로 얼굴을 내밀며 어서 입 안에 집어넣으라는 목소리를 낸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입안을 밀고 들어올 줄 알았건만 아무리 기다려도 정나은의 입안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자 의아함을 느낄 무렵 김우영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온다.

“에이~모처럼의 재미라고 했잖아. 눈도 가렸으면 해야 할 일은 하나 아냐? 찾아서 물어봐.”

정나은 그의 말에 더할 나위 없는 굴욕을 느끼며, 자신의 입에 재갈이 물려있지 않았으면 살벌한 이가는 소리가 화장실을 울려 퍼졌을 것이 확실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가 원하는 대로 해줄 수밖에 없다.
정나은은 마음을 굳게 먹고 그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길게 내뺐다. 조심스레 자신의 뺨을 그의 몸에 가져다대자 뭉클하는 살이 느껴진다. 더욱 강렬해진 땀 냄새를 외면하며 자신의 뺨이 닿은 곳이 그의 배인지, 허벅지 쪽인지 가늠한다.

‘배? 허벅지? 의외로 통통한데?’

정나은은 통통한 살집에 어느 부위인지 가늠이 안가 어쩔 수 없이 더욱 뺨을 위, 아래로 부비며 촉감을 총동원한다. 땀이 채 마르지 않은 통통한 피부를 느끼던 정나은은 돌연 자신의 코에 닿는 딱딱한 걸 느꼈다.

‘…….’

정나은은 코에 닿은 이 딱딱한 것의 정체를 단번에 깨달았고, 그것을 다물어지지 않는 자신의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눈을 가려서일까? 평소보다 예민해진 입안 촉각과 강렬한 남자의 냄새에 순간 아찔해졌지만 입안으로 들어온 것을 자신의 혓바닥으로 휘감기 시작했다.

김우영은 내려다보이는 장면을 고스란히 스마트 폰으로 찍고 있다. 잔뜩 땀을 머금은 흑단 같은 머리카락이나 뽀얀 피부에 달라붙어 그 속살을 어렴풋이 비추는 와이셔츠. 그 와이셔츠가 드러낸 정나은의 매끄러운 상체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말려 올라간 흰색의 정장 치마와 그 아래 대비되는 검은 스타킹은 그녀가 흘린 땀과 애액으로 푹 젖어 어스름한 화장실에 스며드는 햇빛을 받아 이따금 빛이 난다. 지이잉 하는 작은 진동 소리와 무언가를 머금은 채 우물거리는 끈적한 소리는 조금씩 그녀의 차오르는 헐떡임과 함께 작은 화장실 안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렇다. 이 모든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끌끌끌 경치 멋지군 그래.’

김우영은 정나은이 있는 화장실 옆 칸에서 정나은과 이름 모를 뚱뚱한 청년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스마트 폰에 찍고 있는 것이다. 자신 바로 아래 청년이 황홀감에 몸서리치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자신도 꽤나 만족스럽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른 채 열심히 입을 놀리고 있는 정나은 몰래 청년에게 신호를 줘 그에게 작은 카드를 건네곤 그녀 머리맡을 가리킨다. 청년은 건네받은 카드를 그녀의 머리맡 변기 위에 떨어지지 않게 잘 내려놓는다.
그 카드는 바로 정나은의 신분증이었다. 당연히 그녀의 귀중품을 보관하고 있던 김우영은 이 모습을 찍기 위해 따로 챙겨둔 것이다.

‘나중에 이 영상을 보여줄 때가 기대되는군.’

누군지도 모를 뚱뚱한 청년의 욕망을 더러운 남자화장실 칸에서 받아내는 유부녀. 도망칠 수도 없게 묶여진 채 마치 물건처럼 그녀의 정보를 변기 위에 내려놓은 모습은 도도했던 커리어 우먼의 모습은 한 조각도 남아있지 않다.
누군지도 모를 남자의 욕망을 받아내기 위해 열심히 우물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퇴폐적이어서 김우영도 참기가 힘들다. 뚱뚱한 청년도 새어나오려는 신음소리를 참아내느라 고역인지, 아니면 쾌락 때문인지 그 육중한 몸이 덜덜덜 떨리는 모습은 꽤나 우스꽝스럽다.

‘그냥 만지는 것도 허락할 걸. 그랬나?’

툭 튀어나온 청년의 배에 가려 앞뒤로 흔들리는 정나은의 고개를 위에서 찍고 있자니 모습을 고스란히 담는 것도 고역이지만 상당히 심심한 모습이다.

‘뭐 이것만으로도 충분하긴 하지만.’

침이 줄줄 흐르는 것도 개의치 않고, 붉은 입술과 선명히 대비되는 육봉이 그녀의 입속으로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것도 모자라 때때로 그녀의 입속의 핑크빛 혓바닥이 붉은 입술 밖으로 튀어나와 끈적하게 휘감는 모습이 짜릿하기까지 하다. 이따금 괴로운지 새어나오는 그녀의 미약한 신음소리와 유일하게 발버둥 칠 수 있는 검은 하이힐이 신긴 발이 까딱, 까딱 움직이는 모습이 어린아이처럼 보여 우스꽝스럽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두 사람의 몸은 잔뜩 달아올라 그 열기가 김우영에게 전해질 무렵 화장실 안을 울리는 발걸음 소리에 김우영은 화들짝 놀라 칸막이 위로 내밀고 있던 몸을 내렸다.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들렀는지, 그 기척은 소변기 쪽에서 멈추자 김우영은 옆 칸의 상황이 궁금해 조심스레 아래쪽으로 옆 칸을 들여다봤다.

‘……엥?!’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뚱뚱한 청년의 뒷모습이었다. 하지만 김우영이 놀란 건 그의 뒷모습 때문이 아닌 그의 행동 때문이었다. 만지는 걸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감시의 눈이 잠시 벗어난 지금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의 손은 그녀의 하반신에 고정되어 진동하고 있는 딜도에게 가 있었다. 그리고 가장 약하게 세팅 되어 있던 그 어른의 장난감의 진동을 단번에 최대로 올린 것이었다. 예기치 못한 강렬한 자극에 정나은은 유일하게 발버둥 칠 수 있는 발을 미친 듯이 까딱거리며 버둥거려보지만 청년은 최대로 올린 진동을 낮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

파르르 떨리는 정나은의 하반신.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그녀의 육덕진 허벅지가 물결치며 버둥댄다. 아래에서 보이는 좁은 시야와 뚱뚱한 청년의 체격 때문에 그녀의 상체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곧이어 청년의 손이 그녀의 상체로 이동하더니 무언가를 움켜쥔 것처럼 꾸물거린다. 그리곤 쾌락을 억누르기 위해 파르르 떨기만 하던 그의 육중한 몸이 거세게 앞뒤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끄!……웁!”

최대한 억누른 정나은의 목소리가 흔들리는 뚱뚱한 청년의 몸에 가로막힌 채 김우영의 귀를 파고든다. 밖에 사람이 있어 제지하기 위해 소리 내기에도 애매한 상황. 하지만 이미 그 육중한 거체가 흔들리기 시작하니, 덜컥덜컥하는 소음이 밖까지 고스란히 들린다.

‘제지해? 아니면…….’

김우영은 청년의 대담한 행동에 순간 고민했지만, 이대로 놔두기로 했다. 위에서 찍고 싶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 눈에 띄면서까지 찍을 순 없기에 좁디좁은 틈 사이로 최대한 스마트 폰을 집어넣어 그 모습을 찍는다.
덜컥덜컥하는 소리와 한층 강해진 진동소리. 때때로 들리는 정나은의 억눌린 목소리와 미약하게 흘러나오는 깊은 청년의 숨결. 시야가 좁아 단편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경련하듯 파르르 떨리던 그녀의 허벅지는 이젠 허리와 함께 들썩거리고, 하이힐에 감싸인 그녀의 발은 까닥이며 발버둥 치더니 결국엔 한쪽 발에서 하이힐이 벗겨지며 화장실 바닥에 툭하고 떨어진다. 하이힐이 벗겨지고 나타난 그녀의 앙증맞은 발은 스타킹에 감싸인 채 힘이 잔뜩 들어가 오므려져 있다.

“…….”

밖에서 들리던 사람의 기척은 화장실에서 갑작스레 터져 나오는 기척과 소음에 당황했는지, 화장실 문 밖까지 다가왔지만 두들겨볼 용기는 없나보다.
뚱뚱한 청년은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허벅지에 잔뜩 힘을 주며 더욱 격렬하게 그 육중한 몸을 앞뒤로 흔든다. 확하고 피어오르는 청년의 땀 냄새와 그 속에 섞인 야릇한 여인의 향취.

“……크, 우우웁?!”
“끄윽?!”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청년의 다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가 싶더니 앞으로 무너질 듯 그의 거체가 앞으로 쏠린다. 마지막엔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는지, 정나은의 억눌린 비음과 청년이 욕망을 터트리는 신음소리가 고스란히 울려 퍼지자 문 밖에 있던 기척이 멀어져가며 한마디 한다.

“쯧쯧.”

세상이 흉흉하니 얽히는 게 싫었던 것일까? 아니면 자리를 피해주는 것일까? 세 사람의 신경은 멀어져가는 기척 따윈 신경도 안 쓰고 온통 한곳에 쏠려있을 뿐이다.
발버둥 치던 정나은의 발은 얼어붙은 것처럼 뻣뻣하게 굳어있고, 들썩이던 허리는 청년의 무게 때문인지, 그저 파르르 애처롭게 경련할 뿐이다. 정나은의 하반신에 고정되어있던 딜도는 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세차게 진동하며 정나은의 몸에 쾌락을 차곡차곡 전해준다.
그리고 그것이 성공이라도 했는지, 그녀의 하반신에서 갑작스레 울컥하고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가 쏟아진다.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통통한 엉덩이를 타고 주르르 흘러내리는 그 액체는 야릇한 향기를 풍기며 김우영의 눈앞을 지나 화장실 바닥에 뚝뚝 떨어진다.
김우영이 찍고 있는 스마트 폰 앵글에는 뚱뚱한 청년의 뒷모습이 숨 막히게 찍히고 있는데, 힘이 잔뜩 들어간 허벅지가 이따금 움찔거릴 때마다 그의 탁한 욕망이 정나은의 몸속으로 토해지고 있다는 걸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일단 자리를…….’

김우영은 재빨리 옆 칸에서 나와 조심스럽게 정나은이 있는 화장실 칸을 연다. 두 사람만으로도 숨 막히게 꽉 차 있는 화장실 칸. 그 안에 핀 욕정의 공기는 너무나 퇴폐적이다. 짓누르듯 엉켜있던 두 사람. 곧이어 뚱뚱한 청년이 그녀의 몸에서 상체를 일으키더니 바지도 추켜올리지 않고 후다닥 도망가 버린다.

‘……? 뭐라고 할 줄 알았나?’

김우영은 이미 사라져버린 청년 대신 화장실 안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다.

“하아! 끄읍……꿀꺽! 하아! 하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정나은은 방금 전 자신의 몸을 짓누르고 있던 사내가 누구였는지도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것인지 그저 부족한 공기를 급하게 탐한다. 그녀의 입가에 주르륵 흘러내리는 탁하고 하얀 액체. 입안에 남아있던 건 숨 쉬는데 방해된다고 여겼는지, 자신도 모르게 급하게 삼켜버린 것 같다.
번들거리는 붉은 입술과 그 아래 흘러내리는 밤꽃 액체. 다물지도 못하게 고정되어 있는 그녀의 입안을 세세하게 찍는다. 핑크빛 혓바닥이나 입안에 살짝 남아있는 선명한 하얀 액체가 뜨거운 숨결이 토해져 나오는 것과는 반대로 서서히 그녀의 목구멍 너머로 사라진다. 또다시 울컥하고 토해져 나오는 질척한 소리에 김우영은 아차하며 서둘러 딜도를 꺼버린다.

“……하아……하아.”

그제야 건전지가 다 된 장난감처럼 정나은의 푹 젖은 몸은 완전히 퍼져버린다. 김우영은 절정에 헐떡이며 조금의 여유도 없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아무래도 눈치 못 챈 것 같군.’

화장실에 방치 한 지 몇 시간이나 지났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한계에 다다른 상태에서 마지막엔 그렇게 격렬하게 가버렸으니 자신의 몸을 유린하고 있던 남자에 대한 의심보단 몸을 강타하는 쾌락에 발버둥치는 것만으로도 한계였던 것 같다.

‘의심정도야 하겠지만 어쩌겠어? 목소리도 나였고, 보이질 않으니.’

더러운 화장실 칸 위에 흐트러지게 핀 유부녀라는 이름의 도도한 꽃은 잔뜩 유린당한 채 야릇한 여인의 체취와 함께 비릿한 밤꽃 향기를 품고 지친 몸을 달래고 있다.
그리고 그 곁에는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김우영이 그 적나라하면서도 퇴폐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담으며 끝까지 끊어지지 않은 장난감 수갑이 주는 의미에 미소 짓는다.

나뭇잎이 시원한 바람에 흔들리며 바스러지는 소리.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따뜻하게 내려쬐는 햇빛이 지친 몸을 흔들어 깨운다.

‘……음, 어라?’

무거운 몸을 의식하며 강렬한 햇빛에 적응 안 되는 눈을 억지로 뜨며, 돌아가지 않는 머리에서 가늘게 뜬 눈동자가 인식한 풍경을 필사적으로 해석한다.

‘공원?’

정나은은 축 처진 몸과 공원의 풍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자니 곁에 앉아있는 사람의 존재를 그제야 알아챈다.

“……어? 어, 언제? 어떻게?!”

정나은은 곁에 앉아있는 김우영의 얼굴을 보자 그제야 화장실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며 화들짝 놀란다. 정나은의 새된 목소리에 그제야 일어났냐는 표정으로 혀를 끌끌 찬다.

“마지막엔 아주 화려하게 가버리던데? 화장실 안에서 실신할 정도로 기분 좋았나 봐?”

김우영의 조롱에 정나은은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있는 힘껏 그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퍽 하는 여자치곤 둔탁한 소리가 울리자 김우영이 끄응하는 괴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서로 폭력을 쓰면 안 되지만 이번만큼은 정나은의 화풀이를 고스란히 받아주는 걸 보니 김우영 스스로도 너무 했다고 생각하나보다.

“아, 아주 잘나셨어?! 응?!”
“아이고~화풀이 하는 건 좋은데. 이목을 끄는 건 스스로에게도 안 좋을 걸?”
“이목?”

김우영의 얼굴에는 어느새 능글맞은 미소가 떠오르며 그녀의 가슴 언저리를 노골적으로 바라본다. 그제야 정나은은 자신이 어떻게 화장실에서 나왔는지 기억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자, 잠깐?! 나 지금 무슨 꼴이지?’

정나은이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자 하얀 정장 마이 덕에 거의 보이진 않지만 와이셔츠 아래에 보이는 선명한 색깔에 정나은의 눈빛은 의아함을 머금는다.

‘뭐, 뭐지? 왜 옷 속에서 검고, 붉은 것이 보이는 거야? 이거 속옷이지?’

그래도 김우영이 화장실에서 널브러져 지저분했던 자신의 꼴 그대로 끌고 나온 건 아닌 모양이다. 땀으로 축축하게 젖었던 옷은 충분히 마른 상태였고, 기분 나쁠 정도로 달라붙어있던 스타킹 같은 소모품은 버려버렸는지 어느 샌가 벗겨져 맨 다리가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질척거릴 정도로 푹 젖었던 자신의 속옷마저도 그가 갈아입힌 모양인데, 대체 이 강렬한 색의 속옷이 무엇이란 말인가?

“밋밋하고 심심한 색깔의 속옷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주 좋은 것도 있더군?”
“그게 무슨?”
“가방 안에 예비 속옷을 준비해놨더군? 하얀색과 그 강렬한 색의 속옷 두 종류가 있기에 내 취향에 맞게 입혀놨지.”

김우영의 말에 정나은은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렸다. 그리곤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빛도 못 본 채 서랍 속에서 자리만 차지하던 승부 속옷을 든 채 온갖 상상을 하다 불에 댄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손에 든 속옷을 가방에 쑤셔 넣으며 허둥지둥 집을 나선 게 떠오른다.

‘으음? 이거 스스로도 몰랐단 표정인 걸?’

김우영은 하얗게 탈색되어가는 정나은의 황망한 표정을 바라보며 재미있어 한다. 김우영이 재미있건 말건 정나은은 그에게 빽 소리 지른다.

“가방 줘! 갈아입고 오겠어!”
“끌끌끌 그럴 줄 알고, 미리 다른 속옷은 다 버려놨지.”

김우영에게서 가방을 가로채 안을 뒤지던 정나은은 그의 말에 날카로운 눈초리로 노려본다. 화장실 안에서 탈진해 황홀감 어린 물기 머금은 눈망울과 지금의 고양이 같은 적의 어린 눈동자가 대비되며 자신을 바라보는 건 언제 봐도 정복욕을 들끓게 한다.

“잘 가리면 안 들킬 거야. 오늘은 그 상태로 돌아다니자고.”

김우영은 통보에 가까운 말을 하며, 의견은 듣지 않겠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슬금슬금 걸어간다. 그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는 정나은은 그의 뒷모습을 한층 치켜 올라간 눈매로 날카롭게 노려보다가 옷맵시를 더욱 가다듬으며 그의 뒤를 따라간다.

‘……보이겠지?’

최대한 정장 마이로 화려한 속옷 색깔을 가려보지만, 오늘따라 하얀색 정장 일색인지라 가슴 언저리에 보이는 이 강렬한 속옷 색깔은 너무나 눈에 띈다. 오늘 아침에 부끄러운 상상을 한 벌일까? 아니면 사랑하는 남편 외의 남자에게 서서히 익숙해져 가는 자신의 대한 벌일까?
이 감정의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정나은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정장 앞섬을 최대한 여미는 것뿐이다. 보통 여자라면 부끄러워 할 그 상황에도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시원시원한 걸음걸이로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그의 뒤를 뒤따라 걸었다.

“……꿀꺽.”

정나은은 주위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에 절로 입안이 바싹바싹 마른다. 자꾸 움츠려드려는 자신의 몸에 억지로 힘을 불어넣는다. 동시에 자신의 뺨에 살짝 열기가 올라오는 걸 느끼며 찌릿하는 아랫배의 감각을 무시한 채 오후 내내 김우영과 함께 길거리를 배회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도시의 전경. 도시에는 고층 빌딩들에 석양이 가려져 더욱 빨리 밤이 찾아온다. 야근을 하는 직장인들은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빌딩에서 빠져나오는 모습과 퇴근시간을 앞둔 직장인들이 들썩이는 엉덩이를 주체 못할 그런 시각.
오히려 빌딩 안으로 들어서려는 두 명의 인영이 있다. 외근에서 돌아왔다고 하기엔 애매모호한 시각. 이제 한 부서의 부장의 직위를 가지고 있는 중년 남성과 일 똑 부러지게 잘 할 것 같은 온통 흰색 일색의 정장을 입은 여직원이 빌딩 앞에서 최대한 이목을 피하며 실랑이를 벌인다.
하지만 곧이어 그 실랑이는 끝이 나고 빌딩 안으로 들어서는 중년 남성의 뒤를 따라 터덜터덜 힘없는 발걸음을 옮기는 여직원.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이 빌딩 내에 속해있는 영업부였다.
퇴근시간이 다가왔기에 묘한 분위기에 휩싸여있는 영업부가 속한 층에는 오가는 사람도 많지만, 정시에 퇴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 직장인들은 꿋꿋하게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중년 남성과 여직원은 복도에 선 채 한참을 주위를 경계하더니, 곧이어 인적이 끊기는 그 순간 중년 남성은 여직원의 손을 잡고 놀랍게도 남자 화장실 안으로 사라져버린다.
두 사람이 남자 화장실 안으로 사라진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곧이어 화장실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이상하게도 중년 남성 혼자뿐이었다. 그 남성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긴 곳은 놀랍게도 그 층에 있는 영업부였다.

“다들 퇴근 준비해?”

영업부에 들어서며 인사를 한 그는 바로 김우영이었다. 김우영은 퇴근 준비를 하는 부하 직원들을 훑어보면서 한 사람을 스쳐지나갈 때에는 그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자신의 자리에 돌아와 실망하는 기색이 가득한 부하직원들에게 퇴근하라고 종용한다.

‘그래야 내가 움직이기 편하지.’

김우영의 말에 하나, 둘 눈치를 보면서도 퇴근을 하는 직원들을 보는 척하며 자신에게 있어 특별한 부하직원 안정수의 모습을 살핀다.

‘흐음? 남아있을 생각인가?’

안정수는 전혀 퇴근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어쩐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이 묘하다. 김우영은 그런 안정수의 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일단은 시간을 죽이기로 했다.

‘나도 시간 좀 죽여야 하는데 잘됐군. 그래야 알맞게 달아오르지 않겠어?’

김우영은 남자 화장실에서 서서히 달아오를 꽃이 꿀을 머금기를 천천히 기다린다. 동시에 김우영과 안정수 사이에 시선조차 오가지 않지만 어쩐지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걸 두 사람 모두 몸으로써 느끼고 있었다.

두 남자가 묘한 신경전을 펼치건 말건 정나은은 또 다시 찾아온 긴장감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 예상대로 김우영과 함께 남자 화장실로 들어간 하얀 정장이 눈에 띄는 그 여직원은 정나은이었다. 두 번째로 느끼는 몸의 부자유.
오전에도 느꼈던 부자유지만 그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가는 사람이 적었던 공원의 화장실과는 달리 퇴근시간이 가까워져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이 드나드는 기척에 정나은은 미칠 것만 같다. 손목에서 철컥거리는 수갑의 감촉, 한 치 앞도 안 보이기에 더욱 예민해지는 수많은 감각은 끊임없이 정나은을 자극하고 있다.

‘으으……한 가지 위안이라면 다리는 자유롭다는 건가?’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는 어른의 장난감은 오전과 똑같지만, 다른 점을 하나 꼽자면 이유는 몰라도 다리를 풀어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좁은 화장실 칸에서 다리만이 자유로워봤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다리가 자유로움으로써 쓸데없는 소리가 난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버둥거릴 수 있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부위라는 것은 매력적이다.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나서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걸 알아도 자꾸 움직이고 싶은 충동과 욕구에 휩싸인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사람들의 기척에 도저히 진정할 수 없는 그녀로써는 다리를 모아 가랑이 사이에서 진동하는 장난감이 날뛰지 못하게 막는 등 끊임없이 다리를 버둥거린다.

“후우…….”

정나은은 입에 물린 링 모양의 재갈에서 새어나오려는 뜨거운 숨결을 억누르고, 완전히 풀어헤쳐진 와이셔츠와 탐스럽게 부푼 젖가슴을 감싸고 있는 너무나도 강렬하고 고혹적인 빛깔의 브래지어는 뽀얗고 매끄러운 복부와 대비되며 너무나도 눈에 띈다.
말려 올라간 하얀 정장치마와 잘 발달된 골반을 감싸고 있는 브래지어와 세트인 팬티는 브래지어와 같이 그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브래지어와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어른의 장난감이 주는 자극 때문에 서서히 흐르는 여인의 달콤한 꿀물 때문에 상당히 축축하게 젖었다는 것이다.
속이 꽉 찬 육덕진 허벅지는 가랑이 사이를 비비며, 끊임없이 마찰음을 내며 움찔거리는 모습이 그녀가 서서히 쾌락이 쌓여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준다. 아랫배에서 시작된 뜨거운 열기는 서서히 그녀를 잠식해 들어가며 그녀가 내뿜는 열기는 서늘한 화장실 공기를 미묘한 열기로 바꿔간다.

“하아……후…….”

문밖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기척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틈이 없는 정나은은 뜨거워진 몸을 조금이라도 식히기 위해 조금씩 달콤한 숨결을 토해낸다. 송골송골 솟기 시작한 땀방울은 그녀의 뽀얗던 피부를 번들거리게 하고, 한층 강해진 그녀의 살내음과 끊임없이 움찔거리는 가랑이 사이에서 풍겨오는 야릇한 체취가 좁은 화장실 칸을 채워갈 무렵 변화가 일어났다.
똑똑!

“??!!”

정나은은 자신의 귀에 스며든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온 몸이 얼어붙었다. 분명한 노크소리.

‘여, 옆 칸인가? 옆 칸이지?! 아, 아닌가?! 뭐, 뭐뭐! 뭐야!’

두터운 안대로 가로막혀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걸 알고 있어도 정나은의 눈은 더 할 나위 없이 커져 안대를 뚫을 기세로 어둠을 노려보며, 검은 눈동자는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다.

‘기, 김우영인가?! 아, 아닌데?! 그 사람이라면 그냥 들어올 텐데?! 장난? 아, 아냐 그럼?’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굴리며 경직된 몸에 힘을 불어넣는다. 만약 김우영이라면 그냥 들어왔을 것이다. 장난이라면? 없는 척해야하나? 아니면 대답을?
만약……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두터운 안대에 반 이상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정나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걸 누구도 부정 할 수 없다. 파르르 떨리는 붉은 입술과 입가에서 침이 칠칠맞게 주르륵 흐르는 것도 신경도 쓰지 않고 정나은은 서서히 떨리려는 몸을 진정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한다.
똑똑!
그런 정나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 다시 들려온 노크소리가 정나은을 재촉한다. 입에 재갈이 물려 있어 사람이 있다고도 못한다. 하물며 남자 화장실에서 여자 목소리가 웬 말인가? 노크하려해도 묶여 있으니 사람이 있다는 신호도 못 보낸다. 정나은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자신도 모르게 유일하게 의사 표현이 가능한 다리를 버둥거린다.

‘응? 다리?’

정나은은 당황해 버둥거리던 다리를 허공에 딱 멈춘다. 정나은의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생각이 다 떠오르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 펄떡이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다리를 문 쪽으로 뻗는다.
좁디좁은 화장실 칸.
자신의 다리가 화장실 문에 닿을 때까지의 그 수초가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 지 정나은은 점점 거칠어지는 자신의 숨결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발끝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톡하는 작은 울림과 하이힐 너머로 전해지는 딱딱한 문의 감촉에 정나은은 잠시 모든 움직임을 멈추곤 숨을 고른다.

“스읍…….”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숨을 멈추고 온 몸에 힘을 꽉 줘 몸이 흔들리지 않게 고정한 뒤 모든 감각을 발에 집중해 살짝 움직인다.
톡톡! 결코 손으로 노크하는 것이 아닌 소리가 났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문 밖에서 전해지던 기척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발끝에서 전해지는 감각도 필사적으로 끌어 모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더 이상의 노크 소리가 안 들려오자 정나은은 조심스럽게 문에서 발을 뗀다. 행여라도 소리가 날까 온 몸에 힘을 주고 조심스레 다리를 회수한 정나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순간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의 끈이 살짝 풀리며, 긴장에 짓눌렸던 쾌감이 단번에 온 몸을 휘젓는 감각에 정나은의 몸은 요동친다.

“……끄으읏!”

도저히 억누르지 못한 작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요동치려는 자신의 허리를 짓누르느라 몸을 둥그렇게 말고 버틴다. 둥그렇게 만 몸과 튕겨져 나갈 것처럼 이따금 경련하는 다리가 들썩들썩 거리며 움찔거릴 때마다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는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는 야릇한 체취를 풍기며 그녀의 망사재질의 팬티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하악! 하악! 하악!’

지금 이 순간에도 문밖에서 느껴지는 기척들과 사람들의 대화소리에 정나은은 하얗게 변해가는 이성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견디고, 또 견딘다.
한 번 터져버린 쾌감은 도저히 억누를 기미가 안 보이고, 정나은을 미치게 한다. 예민해져 버린 몸에 끊임없는 자극을 주는 어른의 장난감은 자비 없이 그녀를 계속 유린하고, 이따금 찾아오는 절정마다 정나은의 의식은 계속해서 깎여나가 하얗게 변해버린 이성을 유지 못하고, 살짝 정신을 놓았다.
정나은은 무언가 기묘한 감각에 서서히 의식이 부상한다. 힘겹게 뜬 눈동자가 본 것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어둡네…….’

정나은은 멍한 상태에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한다. 묘하게 달아올라 있는 몸과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기묘한 감각에 정나은은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린다.

‘자, 잠깐?! 여, 여기 화장실이었던가?!’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달아오르게 했던 가랑이 사이에서 올라오던 진동도 느껴지지 않고, 다물어지지 않는 입에서 당황스런 목소리가 터져 나오려는 걸 자신이 있는 장소를 떠올리곤 놀라 도로 집어넣는다. 여전히 묶여있는 손목이나 가려진 시야. 하지만 절대 느껴지지 않아야 할 제 3의 감각.
그렇다. 지금 누군가가 정나은이 있는 이 화장실 칸 안에 들어와 자신의 몸을 만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다물어지지 않는 자신의 입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혓바닥을 길게 끄집어내 자신이 정신을 놓은 사이 신나게 만지고 있던 것이다.

“……에, 에에?”

정나은의 입에선 황당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두터운 손가락이 자신의 침으로 범벅된 질척한 혓바닥을 섬세하면서도 구석구석 집요하게 만지는 그 기묘한 감각에 정나은은 몸서리친다. 자신조차 만진 적 없는 혓바닥의 구석구석을 타인의 손가락이 자극하는 살아생전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그 감각에 묘한 쾌락이 솟는다.
그렇게 묘한 쾌락에 몸을 맡긴 채 또 다시 달아오르려는 몸을 의식하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이 눈앞에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어? 어라? 그, 그리고 보니 누구……?’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을 유린하는 그 감각에 당연히 김우영이겠거니 했지만 자신이 정신을 얼마나 놓고 있었는지 자신조차 모른다. 자신이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 억누르지 못한 목소리나 기묘한 진동소리를 듣고 누군가가 들어온 거라면?
정나은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리고 그걸 의식하자 점점 떨리기 자신의 몸이 떨리는 걸 느낀다. 자신의 혓바닥을 유린하던 그는 정나은의 몸이 잘게 떠는 걸 느꼈는지 그녀의 혓바닥을 놓곤 떨어진다.
화장실 칸 안에는 어쩐지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르고, 두려움에 떨던 정나은은 모든 감각을 총 동원해 눈앞에 기척에 집중한다. 자신의 곁에 서 있던 그 기척은 자신의 하반신 쪽으로 이동하자 정나은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움츠려 몸을 둥그렇게 만다.

“…….”

갑작스레 그의 것으로 느껴지는 손이 자신의 골반을 붙잡는다. 크게 움찔거리는 정나은을 신경 쓰지도 않고, 자신의 마지막 방어선인 푹 젖은 팬티를 벗기려는 감각에 정나은은 화들짝 놀라며 다리를 꽉 모은다. 그러자 그가 마음에 안 드는지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한 쪽 다리를 억지로 비집어 들 게 하더니 기어코 자신의 팬티를 훌렁 벗겨버린다.

“아!”

푹 젖었던 팬티가 벗겨지며 질척하게 젖은 자신의 맨 살이 서늘한 화장실 공기에 노출되자 그 괴리감에 정나은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내버렸다. 그 서늘한 감각에 정나은은 잘게 떨자, 탄력적인 엉덩이에 파문이 생긴다. 그걸 감상이라도 하고 있는 것인지, 조용한 그의 기척에 정나은은 터질 것 같은 심장소리를 들으며 결심했다.

‘누, 누구냐고 물어야 돼. 다, 당연히 그 인간이겠지만. 응. 그럴 거야.’

정나은은 파르르 떨리는 자신의 몸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다물어지지 않는 자신의 입을 최대한 발음하기 좋게 우물거리며, 준비를 끝낸 그녀의 입은 물음을 토해낸다.

“저허……뉴구우우우웃?!”

정나은의 입에서 어수룩한 발음으로 물음을 토해내려는 그 순간 기습적으로 자신의 하반신을 꿰뚫는 감각에 정나은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토해냈다. 퍽 하는 찰지면서도 질척한 소리가 상당히 크게 화장실 안을 울린다. 정나은은 자신의 하반신에서 울려 퍼진 소리와 자신이 토해낸 신음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화장실 안의 기척을 살핀다.

‘이, 이 인간 드, 들켜도 상관없다는 거야?!’

경악하는 정나은에게 그 답을 몸으로써 알려주듯 자신의 배 위에서 허리를 연신 내려찍으며 결코 작지 않은 둔탁한 소음을 만들어 낸다. 정나은은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배 위에 그를 자신의 몸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다리로 밀어내기 위해 버둥거려보지만 이미 배를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 그건 무리다. 할 수 없이 정나은이 어수룩한 발음으로 항의하려는 그 순간 자신의 엉덩이 사이를 단번에 꿰뚫는 감각에 정나은의 입에선 항의가 아닌 신음이 터져 나왔다.

“햐아아앙?!”

엉덩이를 꿰뚫은 것이 자신의 몸속에서 진동하기 시작하자 정나은은 자신의 엉덩이를 꿰뚫은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오늘 오전, 오후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어른의 장난감이다. 살아생전 처음 경험하는 상황과 강렬한 자극의 향연에 정나은의 이성은 단번에 날아가 버렸다.

“후욱! 후욱!”
“햐으!……아으읏!”

뜨거운 남성의 숨결이 자신의 귓가를 간질이고, 남성의 거체가 자신을 강하게 짓누를 때마다 터트릴 듯이 울려 퍼지는 찰진 타격음과 자신의 몸 안에서 울리는 진동소리가 정나은의 몸을 휘젓고 다닌다. 아랫배에서 샘솟는 뜨거운 쾌락은 자신의 몸을 또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서서히 피어오르는 남성의 체취와 야릇한 공기는 화장실 안을 서서히 채운다.

‘하아! 하아! 대, 대체 누구야! 왜 말을 안 하는 거지?!’

단번에 밀려든 쾌락에 허우적거리면서도 정나은의 머릿속 한 편에선 이 남자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이미 화장실 안에 누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따위는 그가 허리를 놀리기 시작할 때부터 사라져 버렸다.
정나은이 이성을 유지하려고 할수록 예민해진 몸이 전해주는 쾌락을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니 정나은의 입장으로썬 미칠 노릇이다. 쾌락에 몸을 맡기자니 자신을 찍어 누르고 있는 남자의 정체가 신경 쓰이고, 이성을 유지하자니 한층 강렬하게 쾌락이 느껴지니 어쩔 도리가 없다.

“하악! 하악! 하악!”

하지만 그녀는 조금이라도 끈질기게 이성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자연스레 한층 강렬하게 달아오른 몸 때문에 거친 숨소리가 더 이상 억눌리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토해져 나온다. 때마침 답답하게 가슴을 옥죄던 브래지어를 위로 재끼더니 자신의 가슴을 꽉 움켜쥔다.

“흐응!”

안 그래도 예민한 감각 때문에 작은 자극에도 정나은은 허리가 들썩이려는 걸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남자 덕에 자의반 타의반 억누른다.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그 부드러움을 탐하던 손길은 탐스럽게 부푼 능선 위에 솟은 작은 꼭지를 있는 힘껏 비튼다.

“하아악?!”

정나은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달콤함이 절절이 묻어나는 신음을 토해내며 자신의 다리를 미친 듯이 버둥댄다. 이따금 자신의 다리가 남성을 퍽퍽 때리는 소리가 나지만 정나은은 자신의 몸을 휘감은 절정에 온 몸이 들썩거리느라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다. 남성은 정나은이 절정에 허우적거리는 걸 기다려주지 않고, 다시금 허리를 내려찍기 시작한다.

“흐으음!”

절정을 맞이하고 있는 정나은의 뒤를 따르려는 걸까? 한층 욕정이 묻어나는 깊은 남성의 목소리가 정나은의 귓가에 스며든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거친 관계에 정나은의 의식이 드문드문 끊기려는 무렵 갑작스레 모든 움직임이 딱하고 멈춘다.

‘……?’

정나은은 끊어지려는 의식을 붙잡고, 감각을 총 동원해 갑작스런 변화에 정보를 긁어모은다. 그러자 자신의 귓가에 들려오는 작은 발걸음 소리에 끊어져가던 정나은의 의식을 단번에 정신 차리게 한다.

‘누, 누누, 누가 들어왔어!’

동시에 아직도 절정이 주는 쾌락의 파도 때문에 진정이 안 되는 자신의 몸이 들썩이는 걸 억지로 힘을 줘 버틴다. 그런 정나은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던 남성이 드디어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이런~이대로 끝까지 가려했는데 아쉽군.”

잊을 수 없는 능글거리는 목소리에 정나은은 속에서 열불이 터져 꽥 하고 항의 어린 목소리를 낼 뻔한 걸 억지로 집어넣는다. 역시나 김우영 그다.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김우영이 잠시 일어서는 게 느껴진다. 정나은은 이 틈에 한숨을 돌리며 절정으로 경련하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필사적이다.

‘흐음~누구지?’

잠시 정나은에게서 떨어진 김우영은 화장실 문 너머를 살펴본다. 놀랍게도 문 너머에는 자신이 한참 신나게 탐하고 있는 정나은의 남편 안정수가 있었다. 김우영은 혹여라도 들킬 새라 얼른 고개를 숙인다.

‘이것 참 딱 좋을 때 왔군.’

김우영은 평소보다 이상하리만치 흥분해 자신도 금세 절정을 맞이할 것 같은 그 순간 들려온 발걸음 소리에 억지로 끊긴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 김우영은 자신의 눈앞에서 달아오른 몸을 주체 못하고 헐떡이는 여인을 보자 이성보단 본능이 더 강하게 샘솟는다.

‘……일단은.’

김우영은 일단 다시 정나은과 배를 맞댄다. 정나은은 설마 이 상황에서 또 다시 자신이 꿰뚫릴 줄은 몰랐는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찔 떨었지만 필사적으로 소리를 억누르는 모습이다. 김우영은 절정까지 조금이 남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이 쾌락을 탐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응? 그리고 보니 이 진동은?’

그렇게 두 사람이 포개진 채 조용히 숨죽이고 있자 김우영도 정나은의 몸에서 발생하고 있는 미약한 진동을 느꼈다. 김우영은 정나은의 엉덩이 사이를 꿰뚫은 어른의 장난감을 발견하자 어린아이처럼 장난기 어린 얼굴로 바뀌며 장난감에 손을 댄다.

‘이러면 되겠지?’

김우영은 그 장난감의 강도를 단번에 최대로 올려버린다. 그러자 한층 강해진 조임과 허리를 들썩이는 정나은의 반응이 재미있다. 터져 나오려는 신음 때문인지 정나은의 입에선 긴 혓바닥이 애처롭게 부들부들 떨리는 걸 보고 있자니 김우영은 갈증을 느끼며 그녀와 입을 맞춘다.

“으으음…….”

다물어지지 않는 그녀의 입과 쾌락에 발버둥 치는 그녀의 혓바닥을 자신의 입으로 덮고 유린한다. 동시에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며 그녀를 자극하자 절정에 다다랐던 김우영의 쾌락은 다시금 쌓인다. 서로를 탐하는 질척한 키스 소리와 두 사람이 이어진 하반신에선 끈적한 마찰음과 진동이 들려온다.
딱 하나의 강한 자극이 부족한 김우영은 그 상태로 손을 아래로 내린다. 지이잉 하는 강렬한 진동이 김우영의 손아귀에서 느껴진다. 김우영은 속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셋을 샌다.

‘1,2……3!’
“??!!”

김우영이 단번에 정나은의 엉덩이를 꿰뚫고 있던 어른의 장난감을 빼버리자 정나은의 몸은 지금까지 그 어떤 때보다 격렬하게 들썩거린다.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며 자신을 튕겨버릴 것처럼 요동치는 것을 억지로 짓누른다. 그러자 그녀의 몸 안에서 요동치는 그 쾌락을 주체할 방법이 없는지 그녀의 다리가 허공을 휘젓는다. 하지만 그 버둥거림도 소음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허공에서 파르르 떨리던 그녀의 육덕진 다리가 덜덜 떨리며 내려오더니 그녀의 의지로 김우영의 몸을 강하게 휘감는다.
서로를 강하게 끌어안은 그 순간 김우영은 절정에 이르며, 자신의 욕망을 있는 힘껏 터트린다. 서로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고 한 사람이 된 것처럼 이어져 있다. 터져 나오려는 신음소리는 서로의 입이 서로를 틀어막고 억눌러준다.
정나은은 터질 듯이 뛰는 심장소리와 자신의 몸 안을 날뛰는 쾌락이라는 괴물을 더 이상 억누르지 못하고 풀어놓는다. 찌릿하는 아랫배의 기묘한 자극과 자신의 몸을 꿰뚫은 것이 맥동할 때마다 자신의 몸에 뜨거운 것이 쌓이는 게 느껴진다.
두 사람의 심장소리가 들릴 정도로 밀착한 채 서로의 뜨거운 몸을 얼마나 비비고 있었을까?
정나은의 육덕진 다리가 김우영을 휘감고 있는 것을 풀리길 기다렸다는 듯이 김우영이 떨어지며 주섬주섬 옷을 입는 소리가 들린다. 정나은은 기진맥진해 사지가 풀린 채 그저 귓가에 들리는 소리를 듣고 있을 뿐이다.
철컥하는 서둘러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와 김우영의 목소리.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정나은은 희미해져 가던 의식의 끈을 붙잡는다.

‘……이 목소리는?’

정나은은 파들파들 떨리는 자신의 몸을 내버려두고 마지막 의식을 쥐어짜내 귀에 집중한다. 그러자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자신의 귓가를 파고든다.
사랑하는 남편의 목소리가.

“?!”

정나은은 너무 당황해 눈을 동그랗게 떠보지만 보이는 건 어둠뿐이다. 완전히 풀려 경련하는 주체 안 되는 자신의 몸을 움직이려고 해보지만 움직여지질 않는다. 철컥하는 수갑의 차가운 소리가 정나은의 귓가를 파고들자 그녀는 얼어붙는다.
작디작은 소리. 작디작은 숨소리. 자신의 몸속에서 김우영의 하얗고 끈적한 욕망이 토해져 나오는 울컥거리는 소리조차 정나은에겐 너무나도 큰 소리로 들린다. 하지만 그녀의 의지와는 달리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다.
곧이어 김우영이 먼저 나간다는 말과 함께 발소리가 멀어진다. 화장실에 남겨진 하나의 기척. 그 기척이 이쪽으로 다가옴을 느끼며 정나은은 숨 쉬는 것조차 잊었다.

“…….”

그 기척이 얇디얇은 화장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 있다. 정나은은 숨 쉬는 것조차 잊고 모든 감각을 총동원한다. 쾌락에 푹 퍼져버린 자신의 몸. 그 몸에서 김우영의 욕망을 울컥울컥 토해내는 자신의 모습을 막을 도리가 없다.
야릇하게 피어나는 자신의 살내음 속 비릿한 밤꽃 향기가 피어오르려는 걸 필사적으로 막는다. 자신의 달아오른 몸의 열기를 조금이라도 새어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숨 쉬는 것조차 틀어막고 버틴다.
그 짧은 시간이 그렇게 길수가 없다. 그 작은 발버둥조차 못하는 자신이 싫다.
문 앞을 지키던 기척이 멀어지는 걸 느낀 그 순간 정나은은 뜨겁고 안도 섞인 한숨을 토해낼 그 작은 여유조차 없이, 의식의 끈을 놓아버렸다.

퇴근 시간이 지난 회사의 복도는 을씨년스럽다. 야근을 위해 회사에 남아있어야 할 직원들도 저녁을 먹으러 나간 적막하고 그 짧은 시간. 한참 에너지 절약을 외치는 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퇴근 시간이 지나 드문드문 불이 들어와 어두운 복도 구석에서 한손에는 전체적으로 검은색의 망사로 됐지만 귀여운 붉은 프릴이 잔뜩 달린 팬티를 든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누가 봐도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그 강렬하고 섹시미가 느껴지는 팬티는 누가 입고 있었다는 걸 증명하듯 아직 열기를 간직하고 있고, 그녀의 체취와 꿀이 잔뜩 배어있어 야릇한 향기를 잔뜩 머금고 있다. 그걸 탐하던 남자는 서서히 남자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는 김우영이다. 그의 머릿속엔 방금 화장실을 나선 한 남자를 떠올리고 있다. 하지만 김우영은 손아귀에 쥔 팬티를 내려다보며 작게 소리 내어 웃는다. 그리곤 이 팬티의 주인을 만나기 위해 수많은 남자 화장실 칸 중 하나를 연다.

“끌끌끌. 가관이구만.”

문을 열자 확하고 피어오르는 야릇하고 뜨거운 공기가 벌어진 문틈 사이로 빠져나간다. 가장 먼저 눈에 보인 건 검은 하이힐을 신고 있는 뽀얗고 육덕진 다리다. 힘없이 축 늘어진 다리와 그 다리사이에서 울컥, 울컥 비릿한 밤꽃 향기의 하얗고 질척한 액체가 토해져 나오며 화장실 바닥을 적시고 있고, 매끈한 복부에는 두 사람이 흘린 땀이 화장실 불빛을 받아 번들거리며 빛나고 있다.
헐떡이고 있어야 할 젖가슴은 실신했는지, 완만한 능선을 규칙적으로 오르내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위에서 칠칠맞게 흘러내리고 있는 그녀의 침이 강을 이루며 가냘픈 목을 타고 내려와 탐스런 두 골자기의 사이를 가로지르며 흘러내리고 있다. 링 모양의 재갈 때문에 다물어지지 않는 입과 살짝 상기된 양 뺨. 반 이상 덮여 있는 두터운 안대를 위로 풀어버린다.

“……큭.”

김우영의 작은 웃음소리. 실신했는지, 잠시 쉬고 있는 것인지 모를 굳게 닫힌 그녀의 눈동자. 물기를 머금은 그녀의 긴 속눈썹이 고혹적이기까지 하다.
두터운 안대에 가려 단편적이게만 보이던 그녀의 얼굴.
안대를 걷어낸 그곳에 보인 건 안도하고 편안하게 잠든 여인의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그녀를 마지막에 편안하게 한 걸까? 남편에게 들키지 않았다는 것? 아니면 터무니없는 쾌락이 주는 한 때의 감정?
김우영은 그녀가 느끼고 있을 기분을 모른다. 그녀 스스로도 모를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의 손목을 구속한 채 철컥거리며 결국엔 부서지지 않은 장난감 수갑이 주는 의미를…….

“만족스러웠는지 모르겠어? 우리 암고양이 양?”

들려오지 않을 물음이지만, 그녀는 이미 온 몸으로 그 대답을 해주는 것 같아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정리를 시작한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내기의 기간의 둘째 주는 그녀를 철저히 농락하고, 유린하는 것으로 순조롭게 넘어가는 것 같았다.
둘째 주 주말 밤.
편안하게 각자의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어야 할 세 사람은 어째서인지 안정수와 정나은의 집에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둘 사이에 앉아 태연한 척하지만 초조함이 배어나오는 정나은.
처음엔 당황했지만 곧이어 태연하게 이야기하며 술을 기울이는 김우영.
그리고 자신의 집에서 술 한 잔 기울이자고 이 자리를 만든 안정수.
안정수와 정나은의 두 부부의 보금자리에선 기묘한 공기가 흐르는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해가 떨어지고 어스름했던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진 시각. 어두워진 길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얼굴에선 평소보다 활기가 느껴진다. 오늘 밤을 꼴딱 지새워도 다음날은 쉴 수 있는 주말 저녁이기에.
오늘 밤을 길거리에서 하얗게 불태우는 사람도 있고, 집으로 돌아가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사람도 있다.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사람은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와 있는 걸 알려주듯 창문너머로 드문드문 새어나오는 불빛들. 그 불빛들 중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듯 불이 들어와 있는 한 집이 있다.

“후우우…….”

피곤함이 절절이 묻어나는 여성의 목소리. 거실에 놓여있는 TV에선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고, 그런 TV앞에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여인의 이름은 정나은이다.
스트레칭을 하는데 방해되는 긴 생머리는 한데 묶어 포니테일로 묶었고, 상의는 얇으면서도 가벼운 하얀 민소매를 입어 스트레칭 하느라 난 땀에 살짝 젖어 뽀얀 살갗이 비치는 모습이 선정적이라기 보단 청순미가 느껴진다. 하의도 스트레칭하기 편한 복장으로 갖춰 입었기에 짧으면서도 통풍이 잘되는 핫팬츠를 입고 지친 몸을 풀어주고 있다.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어.’

정나은은 긴장의 연속이었던 이번 주를 회상하며 몸서리친다. 저번 주와는 달리 이번 주는 한 주내내 자신을 괴롭히는 데 중점을 둔 것인지, 오전에는 공중 화장실을 전전했고, 오후에는 남편이 일하는 직장의 화장실에서 묶인 채 시간을 보냈다. 하루 종일 긴장의 연속에 싫어도 민감해지는 몸은 몇 번이나 절정을 맞이해 집에 오면 기절하듯이 잠드는 한 주였다.

‘몸도 아프고……무엇보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

하루 종일 묶여 있는 것도 문제였지만, 그 좁은 공간에서 반드시 한 번은 김우영의 욕망을 받아내야 했던 그녀로썬 정말로 고역이었다.

‘그래도 이제 화장실은 안 간다고 했으니…….’

참다 참다 결국 폭발한 정나은이 말 그대로 김우영을 죽도록 패며 받아낸 약속이 이번 주로 화장실에서 하는 건 끝이라고 했다. 못 미더웠지만 속는 셈치고 한 주를 묵묵히 버텨내 지금에 이르렀다.
여기저기 아픈 몸을 풀어주기 위해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는 그녀는 때때로 찌릿하고 올라오는 아랫배의 기묘한 감각에 눈살을 찌푸린다.

‘몸이 반응하는 건가? 아니겠지…….’

화장실에 있었던 일을 회상해서일까? 잊을만하면 올라오는 찌릿한 감각과 그 때를 연상케 하는 미묘한 열기가 정나은의 몸을 달군다. 간단하게 몸을 풀어주고 주말은 푹 쉴 생각이다.

‘아니면 남편과 어디 놀러가자고 할까?’

정나은은 그동안 남편과 너무 대화를 안 나눴다는 걸 문득 떠올린다. 흐지부지 된 부부싸움 이후 자신이 집에 돌아오기 무섭게 기절하듯 잠들어버리다 보니 서로의 안부를 묻는 등 평범한 대화밖에는 나누질 못했다.

“응. 그러자.”

서먹한 남편과의 관계도 개선할 겸 남편과 어디 놀러가기로 마음먹자 피곤했던 몸에 약간이나마 활기가 돌아오는 걸 느낀다. 사랑하는 남편과 어디 놀러갈 생각에 절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스트레칭에 집중해 몸에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노력한다.
인간은 적응하는 생물이라고 했던가? 아니면 정나은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어딘가가 망가진 걸까? 정나은은 이 비정상적인 생활을 무의식중에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걸 그녀는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 집에 오려나?”

사랑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게 느껴진다. 근래 자신에게 있었던 일이 너무나도 터무니없고 힘겨웠기 때문일까? 정나은은 본래 이런 작으면서도 소소한 행복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성격은 아니었다.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자신이 나서서 해결하고, 가로막고 있는 벽이 있으면 노력해서 뛰어넘는 그런 도도하고 자존심 강한 여자였다. 그런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계속해서 사랑하는 남편을 찾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마치 20대에 안정수와 연애할 때처럼 그에게 기대고, 그에게 편안함을 나눠받던 아직 미숙하고 약했던 그때로 조금씩 돌아가고 있다는 걸 그녀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몰랐다.

“하으윽…….”

마지막으로 허리를 가장 집중적으로 피로를 풀어주고, 정나은은 시원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를 내며 거실에 편안히 눕는다. 곱게 감긴 눈망울과 스트레칭으로 인해 연분홍빛으로 물든 양 뺨과 깊은 숨을 토해내는 두툼한 입술. 답답하게 가슴을 옥죄던 브래지어는 당연히 벗어버려 민소매에서 언뜻 엿보이는 탐스런 가슴 라인은 그녀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천천히 부풀고 내려가길 반복한다. 짧고 통풍이 잘되기에 품이 넉넉한 핫팬츠를 터트릴 듯이 꽉 채운 탄력적인 엉덩이 살이 엿보이고, 길게 뻗은 육덕진 다리는 기분 좋게 풀려 거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벌려진 채며 꼬물꼬물 귀엽게 움직이는 발가락이 그녀의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기분 좋은 피로감에 휩싸인 그녀는 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깜빡깜빡 쏟아지는 졸음에 몸을 맡겼다.

“……으음.”

그렇게 거실에서 잠시 선잠에 빠졌던 정나은의 귓가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기분 좋은 몽롱함에 휩싸여 잠에서 깬 그녀는 현관문 너머로 들어오는 이를 맞이하기 위해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에 힘을 주며 몇 번이나 눈꺼풀을 깜빡인다.

“아……어서 와. 늦었……네?”

정나은은 자신의 눈이 고장 난 건 아닐지 착각에 빠진다. 현관문 너머로 들어온 사람은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눈을 꼭 감았다가 뜬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두 사람이 비춰지고 있었다.

“어? 어라?”

사랑하는 남편 안정수와 그의 직장 상사 김우영 부장이었다. 이미 저녁을 먹으며 한 잔씩들 거하게 걸쳤는지, 얼굴이 붉고 술 냄새가 스멀스멀 집 안 공기를 바꾸지만 정나은은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대, 대체 왜 또 온 거야?!’

핏기가 가시려는 정나은은 최대한 평정을 가정해 남편과 손님을 맞이한다. 하지만 당황과 초조함이 뒤엉킨 정나은의 모습은 평소와 달리 어쩐지 어정쩡하다.

“아, 소, 손님이시네? 지난번에 뵈었었죠?”
“그러게 말입니다. 어쩌다보니 안 사원도 한 잔 걸쳤는데 자기 집에서 한 잔 걸치자고 하는 바람에 염치 불구하고 이곳까지 오게 되었네요.”

정나은과 김우영은 겉으론 통상적인 인사말을 건네면서도 그 말 속에 숨은 속뜻을 풀이하자면 서로에게 이렇게 들릴 것이다.

‘무슨 생각이야?!’
‘이번엔 내 탓이 아닌데……안 사원이 불러서 반쯤 강제로 끌려온 거라고!’

짧은 순간이지만 김우영은 자기 탓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강하게 당황스런 표정과 다급한 손짓으로 안정수를 가리키곤 서로 어색하게 하하호호 웃는다. 그런 둘 사이에 술이 거하게 취한 안정수가 끼어들며 말한다.

“어쩌다보니 한 잔 걸쳤는데. 내일 주말이기도 하고, 한 잔 더 걸치면서 이야기 좀 하고 싶어서 집으로 데려왔어. 안 될까?”
“으, 으응? 아, 아니 안 될 건 없지. 하지만 한 마디 언질정도는 해줬으면 좋았잖아.”
“……응. 그런 것 같네.”

안정수가 아내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는다. 그러자 정나은은 스트레칭 하느라 편안한 복장 그대로 서 있다는 걸 깨닫곤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 보니 속옷도 안 입었는데?!’

팬티정도야 입었지만 가슴을 옥죄는 브래지어는 여자라면 열이면 열 집에선 차지 않는다. 스트레칭하며 난 땀은 거의 식어 살갗이 비치진 않지만 땀이 마르며 달라붙은 민소매 티는 그녀의 매끄러운 허리 라인과 탐스런 가슴의 능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오, 옷 좀 갈아…….”
“여보. 술 뭐 있어?”

당황한 정나은이 옷을 갈아입고 온다는 말을 안정수가 중간에 뚝 끊으며 질문을 던지자 정나은은 손님 대접이 먼저라고 판단했는지 냉장고에서 술을 꺼내든다.

“큰일이네. 한 병 뿐인데…….”

직장생활을 하고 집에 돌아와 시원한 맥주를 한 잔씩 마시는 게 유일한 낙인 두 사람이기에 술이 항상 냉장고에 있지만 그렇다고 넉넉하게 있는 건 아니다. 맥주 한 병과 잔 2개를 가져온 그녀는 간단한 안주를 재빨리 만들어 거실에 자리 잡은 두 사람에게 가져다준다.

“이거 한 병으론 부족하겠죠? 일단 제가 옷 갈아입고 사오…….”
“에이~뭘 그렇게 내숭 떨어. 와서 같이 한 잔 해. 부족하면 그때 사오면 되고.”
“으, 으응? 아, 아니 그게…….”

평소와 달리 묘하게 적극적인 남편의 모습에 정나은이 당황하고 사이 얼른 자리에 앉혀버린다. 두 사람 사이에 앉게 된 정나은은 끊임없이 흔들리는 눈동자를 주체 못하고 지금 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대, 대체 뭐야 이게?!’

초조함이 묻어나는 정나은은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런 안정수의 영문 모를 행동에 김우영조차 황당함을 느꼈지만 곧 태연함이란 가면을 얼굴에 뒤집어쓴다.

‘이거……무슨 생각이지?’

김우영의 눈은 가늘어지며 곁눈질로 안정수의 속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해보지만 딱 오는 것이 없다.

‘삼자대면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화기애애한 분위기고……눈치는 챈 것 같은데.’

지난번에 화장실에서 나올 때의 그의 모습이나 이번 주 내내 자신에게 향하는 그의 시선과 마주친 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물며 이 자리는 정나은의 반응을 보아하니 그녀조차 몰랐던 것이 확실하다.

‘게다가 우리 암고양이는 남편이 어느 정도 눈치 챈 것조차 모르는 것 같군.’

김우영은 정말 모를 일이라고 생각하며, 일단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안정수에게 맞춰주며 그가 어떻게 나올지 보기로 결정했다.
태연함을 가장하는 김우영과 초조함이 묻어나는 정나은을 내버려 둔 채 안정수는 그녀의 술잔까지 손수 가져다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얼떨결에 합석하게 된 정나은은 둘 사이에서 요리조리 눈동자를 굴리며 가끔 어색하게 웃을 뿐 대화가 오가는 건 두 남자뿐이다. 하물며 두 사람의 대화는 묘하게 겉돈다고 해야 할 지 집에까지 와서 할 정도로 재미있는 것도 중요한 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대화다.
분위기가 무르익기도 전에 겨우 한 병뿐인 맥주는 세 사람이 마시기엔 턱 없이 부족한 양이다보니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바닥을 들어낸 맥주를 보곤 세 사람은 술이 떨어졌다는 말을 어색하게 고장 난 장난감처럼 되풀이 한다.

“아, 제가 사 올 테니 잠시 기다려 주시…….”

이때다 싶어 정나은은 이 숨 막히는 공간을 탈출할 유일한 동아줄을 냉큼 붙잡기 위해 말을 꺼냈지만 그 말을 하기 기다렸다는 듯이 안정수가 그녀의 말을 뚝 자르며 말한다.

“아냐. 아냐. 시간도 늦었는데, 집에 있어. 내가 사올게. 부장님 말벗이나 해드리고 있어.”
“어? 어어? 아니……당연히 내가…….”

술기운에 붉게 달아오른 안정수의 얼굴과 기분 좋은 미소와는 반대로 정나은의 어깨를 두 손으로 꾸욱 눌러 자신이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다. 손님의 입장인 김우영은 당연히 논외라 치더라도 밤 11시를 살짝 넘은 시간이 여자가 동네 편의점에서 술 사오는 게 문제가 될 시간도 아님에도 마치 여기 있으라는 강압적이기까지 한 남편의 행동에 들썩이는 엉덩이를 다시 내려놓는다.

“…….”

김우영은 그런 안정수의 이해 못할 행동에 눈이 가늘어지며 잔에 남은 맥주를 들이킨다. 마치 안정수가 자신의 아내와 내가 둘만 남는 상황을 억지로 만드는 것 같다.

‘무슨 생각이지? 현장을 덮치겠다는 건가? 이렇게 뻔히 보이는 걸?’

평소 유하고 덜렁거리는 그의 성격을 고려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아내가 바람피우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그 상황에 구태여 그 의심 가는 사람과 한 자리에 앉혀둔다? 마치 잡아먹으라고 눈앞에 들이미는 그의 행동에 김우영은 고민한다.

‘이거……받아줘야 해? 말아야 해?’

현장을 덮치겠다는 생각이라면 너무나도 허술하다. 하지만 지난 번 화장실 앞에서 본 그의 모습을 떠올리던 김우영은 이렇게 허술하게 작전을 짤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뭘 노리는 거지?’

당황해 엉덩이가 들썩이는 정나은을 자리에 앉혀두고 안정수는 기어코 술을 사러 나갔다. 철컥하는 문 닫히는 소리가 남아있는 두 사람의 몸을 강타하듯 울려 퍼진다.

안정수는 밤이 깊어 한층 차가워진 밤공기를 깊게 들이마신 뒤 부글부글 끓는 가슴 속 열기를 조금이라도 토해내듯 길게 내뱉는다.

“후우~”

차가운 밤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셔도 방망이질 치는 자신의 심장은 진정될 기미가 안 보인다. 기분 좋아야 할 알딸딸하게 올라온 취기는 그의 질척한 질투심과 뒤섞이자 더 할 나위 없이 기분 나쁘다.
안정수가 천천히 걸음을 옮긴 곳은 동네 편의점이 아닌 주차장이었다. 고요한 주차장에 들어선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차로 이동해 트렁크를 연다. 안정수는 트렁크에 미리 준비해둔 술을 꺼내들곤 또다시 느릿한 걸음으로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일단 한 대 필까?”

느릿한 발걸음으로 집에서 멀지 않지만 어두운 골목에 자리 잡고 잠시 담배 하나를 꼬나물곤 불을 붙인다. 조용한 골목길에 비닐봉지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한 남자의 깊은 탄식이 어우러진다.

“후우우…….”

밤하늘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하얀 담배 연기는 곧 공기 중으로 흩어져 사라지지만 안정수는 사라진 담배 연기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그가 이렇게 구태여 자리를 마련한 건 다름이 아니다.
바로 아내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다. 자신에겐 그것 하나면 족하다.

‘일주일 내내 고민해봤자. 결론이 안 나니깐…….’

자나 깨나 안정수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란 그 간단한 해답조차 끊어지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념이 끊이질 않았다. 학창시절에 머리 싸매고 고민했던 문제들이 그립다는 게 이런 걸까? 옳은 정답이 항상 우리의 눈앞에 들이밀어지지만……어른이 된 후로는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뿐이다.

‘어차피 후회할 거라면…….’

누구나 어른이 되어 가면서 후회하는 생물이 된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래도저래도 후회가 남을 수밖에 없는 선택이라면 한 가지 뿐이다. 다시 한 번 그 상황을 만들어 아내가 정말로 원해서 그런 관계를 이어가는 것인지, 아닌지를.

‘동시에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도 알 수 있겠지.’

차갑게 식은 이성은 그러지 말라고 외친다. 그것이 아내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르지 않냐고 외친다.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다. 자기 자신에게 하는 변명이다. 사람은 누구나 상처받고 싶지 않다. 안정수는 사랑하는 아내가 자신을 버릴까봐 무서운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 이 순간에도 부글부글 끓는 이 질척질척한 질투심과 아내를 향한 소유욕은 당장 집안에 뛰어 들어가 보라고 자신의 등을 떠민다.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던 무슨 상관이냐고 어차피 누구에게 줄 생각 따윈 없지 않냐고 심장이 외친다.

“하지만 나도 바람을 펴 버려서 말이지…….”

그것이 김우영이 준비한 무대일지라도, 달콤한 말로 자신을 꿰어낸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선택은 자신이 한 거다. 아내 역시 선택을 한 것이다. 자신과 달리 반 강제로 이뤄진 선택일지도 모르고, 그녀 스스로 선택했지만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있어선 그녀의 반응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자신도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핑계 삼아 스스로에게 하는 변명이지도 모르고, 아내의 선택을 존중해 기다려주는 걸지도 모른다.

“……응. 변명이지.”

차갑게 식은 이성도 아니다. 질척질척한 질투심과 소유욕도 아니다. 자신의 가슴 속 깊숙이 자리 잡은 다른 하나의 감정.
배덕감이다.
대리기사에게 잔뜩 취해 잠든 아내에게 장난질을 시킬 때에도, 김수진이라는 얼굴조차 모르는 여인과 잠자리를 가질 때에도, 아내를 향한 배덕감이란 씨앗은 뿌리 깊게 자신의 몸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씨앗은 얼마 전 현관문 아래에서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헐떡이는 걸 봤을 때 발아해버렸다.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가, 그 도도하고 자존심 강한 아내가, 똑 부러지고 자기관리 철저한 아내가…….
자신에게만 보여주던 여자의 얼굴로 헐떡이며 더럽혀진 채 다른 이의 품에 안겨있는 걸 보았을 때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를 향한 자신의 삐뚤어진 사랑을…….
그저 사랑하는 아내를 더럽혀 보고 싶다는 삐뚤어진 사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 삐뚤어진 사랑을 인식하자 다른 감정이 더욱 커졌다. 그럼에도 자신이 아내를 사랑한다는 것. 그녀의 행복을 바란다는 것. 그렇기에 그는 한 가지 걱정이 떠올랐다.
과연 김우영 그가 아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현관문 아래에서 보였던 아내의 모습에선 만족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육체적으로는 더 할 나위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은 그녀의 남편이기 알 수 있는 것도 있다.

“은근히 강한 척을 한 단말이지.”

안정수는 20대에 그녀와 연애할 때를 떠올리며 피식 웃는다. 20대의 그녀는 이정도로 콧대 높고 자기관리 철저히 하는 여자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 그런 싹이 보이긴 했다. 데이트 비용을 반드시 반씩 내는 거라든지, 여자로써 사랑하는 남자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게 몸짓으로 분위기로 표정으로 나타남에도 그걸 알려주기 싫어 강한 척하는 면이라든지 주위 사람에게 완곡한 배려어린 말이 아닌 날카로운 가시를 들이대곤 남모르게 미안함에 끙끙 앓는 점이라는지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누가 그녀를 데리고 살까 조롱어린 시선도 그녀에게 모일 때도 있었다.
지금에 이르러선 그 가면이 너무나 견고해져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지만 자신만은 알고 있다. 그녀가 얼마나 귀여운지, 얼마나 연약한지, 남모르게 속앓이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 이렇게 서투른 여자가 자신에겐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웠다. 자신이 아니면 누가 그녀를 데리고 살 수 있을까? 그렇기에 청혼했고, 다행스럽게도 자신의 사랑을 그녀가 받아주었다.

“그러니깐 앞으로 살아감에 있어 내가 널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려줘.”

차가운 이성도 질척질척한 질투심과 소유욕도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배덕감 때문이 아니다. 사랑하는 그녀를 향한 자신의 후회 어린 선택이 이것이다.
안정수는 이 잔인하기 그지없는 상냥함을 핑계 삼아 자신이 한 선택의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어느새 다 타들어간 담배를 짓눌러 잘 끈 뒤 터덜터덜 걸음을 옮긴다. 너무나도 익숙한 두 부부의 보금자리. 창문 너머로 새어나오는 불빛을 잠시 바라본다.

‘하지만……김우영은 아니야.’

안정수의 눈에는 그는 절대 자신의 아내를 행복하게 해줄 리 없다고 결론 내렸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질척한 질투심과 소유욕이 불러낸 결론일지도 모르지만……알게 뭔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그가 아니다. 아내다.
그리고 자신이다.

“가능하면 오늘로써 끝났으면 좋겠지만……그럴 린 없겠지.”

이렇게 뻔히 보이는 무대. 이렇게 뻔히 보이는 상황. 그의 여성편력을 생각한다면 이런 뻔 한 무대에 그가 올라올 리 없다.
현관문 앞에 선 안정수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문을 열고 들어간다. 철컥하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크게 울리며 두터운 문이 활짝 열린다. 그리고 보이는 거실의 전경.

‘그렇겠지.’

자신이 나갈 때와 하등 다를 것 없는 전경이다. 그럼에도 안정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두 사람의 모습을 시선으로 훑는다.

‘차라리 옷을 입으라고 할 걸 그랬나?’

아내의 편안하지만 노출도 높은 이 복장을 본 순간 그는 그냥 이대로 입혀두는 것이 나을 것이란 판단을 했다. 남자란 생물은 이성보단 본능에 더 충실한 생물이기에 눈앞에 먹잇감을 들이밀면 자신도 모르게 덥석 물지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오히려 너무 옷가지가 적다보니 흐트러진 복장이라든지, 변화 등을 눈치 채기 어렵다. 안정수는 쓴 입맛을 다시며 또 다시 태연하게 술잔을 기울이며 두런두런 아무래도 좋은 대화를 이어간다.
밤이 깊어감에 따라 잔뜩 취한 두 사람은 대화거리도 떨어져 드문드문 말이 끊기며 파장하는 분위기가 흘러나온다. 이미 저녁을 먹으며 술을 잔뜩 마신 것도 모자라 집에 와서 의미 없는 대화를 두런두런 나누다보니 자연스레 술이 잔뜩 들어가 한계치를 넘었다.

‘흐음……큰일이네. 오늘 밤새도록 그에게서 눈을 떼선 안 되는데.’

안 그러면 이런 자리를 만든 이유가 없다. 아내도 함께 술을 마셨지만 우리와 달리 아직은 쌩쌩한 분위기다.

“나은이는 이제 그만 들어가서 자. 우리가 정리하고 잘게.”
“응? 아니……남편 많이 취한 것 같은데 내가 할게.”
“아냐. 요새 피곤해 했잖아. 들어가 자.”

집에 오기만 하면 기절하듯 잠드는 아내였기에 그걸 핑계 삼아 어서 들어가라고 하자 정나은은 어색해하면서도 먼저 일어나겠다고 김우영 부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굳게 닫힌 안방 문을 주시한 뒤 안정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밤도 늦었으니 자고 가라고 권유한다.

“응? 그래도 되겠는가?”
“네. 작은 방이 있으니 거기에 이불을 펴드리죠.”
“아냐. 괜찮네. 그냥 덮을 것만 좀 가져다주겠나? 거실 소파에서 자도 돼.”

안정수의 권유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자연스레 숙박을 승낙한 김우영은 소파에 자리 잡는다. 안정수는 굳이 작은 방이 아닌 거실을 사용하겠다는 소리에 눈이 가늘어진다.

‘작은 방이라는 무대를 굳이 마련해 줬는데 왜 거실을…….’

역시나 너무 눈에 뻔 한 수였나 보다. 솔직히 그냥 살짝 찔러보는 수준이었기에 실망감도 없는 안정수는 자신이 덮을 이불과 그에게 덮을 이불을 가져다주고 거실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이어가며 술잔을 기울인다.
TV까지 끄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 드문드문 두 남자의 대화가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끊어졌다. 그리곤 곧이어 들려오는 김우영의 코고는 소리에 안정수는 쓴 미소를 짓는다.

“……쩝.”

아무래도 정말 오늘은 틀린 것 같다. 술자리를 정리한 그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다가가 그를 내려다본다. 자신과 다르게 걱정이라곤 엿보이지 않는 편안한 잠든 얼굴. 부글부글 끓는 이성과 본능이 한데 뒤섞여 수많은 감정이 지금 이 순간에도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동시에 그 수많은 감정 속에 숨어있는 배덕감이라는 감정은 그 어떤 감정보다 끈질기게 살아남아 안정수를 휘감는다. 안정수는 그런 수많은 감정을 느끼며 멀어지려는 그때 김우영의 바지 주머니에서 삐져나온 하얀 천을 발견했다.

“……?”

그가 손수건을 가지고 다닐 정도로 섬세한 성격이었나? 안정수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에게라면 막대해도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안정수는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을 했다. 그의 주머니에서 그 하얀 천을 끄집어낸 것이다.

“응?”

손수건의 질감이라기엔 너무나 부드럽고 꾸깃꾸깃한 천 조각. 조심스레 펼쳐든 하얀 천 조각은 손수건이 아니었다. 순백의 여성용 팬티였다. 자신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묘한 온기가 남아있는 그 팬티는 벗은 지 얼마 안 되는 것처럼 어떠한 체취마저 느껴진다.
안정수는 직감적으로 이 팬티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깨달았다. 굳게 닫혀있는 안방 문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안정수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

안정수는 다시금 조심스레 팬티를 그의 주머니에 쑤셔 넣은 뒤 조심스레 거실 한 편에 자리 잡고 이불을 두른다.
안정수와 김우영이 있는 거실에는 곧이어 고요한 정막이 조금씩 차오른다. 이미 밤이 깊어 베란다 너머로 들려올 도시의 소음마저 뚝 끊긴 지 오래다. 창문에는 커다란 커튼이 쳐져 있음에도 유난히 달이 밝은지 거실로 스며드는 달빛이 어스름한 거실 풍경을 비춰준다.

‘…….’

안정수의 눈은 어둠에 적응되고 달빛이 조금씩 스며들자 잠든 있는 김우영의 얼굴이 자세히 보인다. 요요한 달빛이 주는 거실의 묘한 분위기를 신경 쓰지도 않고 안정수는 오로지 한 사람에게 시선을 떼지 않는다.
째깍째깍 울리는 시계바늘 소리가 안정수의 귓가를 파고들며, 미친 듯이 뛰는 안정수의 심장을 조금씩 진정시킨다. 안정수의 가슴속에 휘몰아치는 감정 때문일까? 아니면 어색함을 이기기 위해 허용치를 훨씬 넘은 음주량 때문일까? 안정수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날카로운 눈매는 한참동안 미동도 않는다.
달콤한 술 향기가 진하게 진동하는 숨결이 안정수의 입에서 새어나오고, 날카로웠던 눈매는 서서히 술기운에 잠식당하며, 달빛을 타고 찾아온 수마라는 이름의 잠이 안정수를 짓누른다.

‘……흐음. 자면 안 되는데.’

적당히 술을 조절하면서 마신다고 해도 그의 얼굴만 보면 이 가슴 속에 휘몰아치는 수많은 감정들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술잔을 연거푸 들이키게 되며 자제가 안 됐다. 김우영 역시 술을 상당히 마셨다는 걸 증명하듯 코를 골며 잠들어 있지만 여기서 자신이 잠들어 버리면 이 무대를 기껏 마련한 이유가 없다.

‘그가 참가 할 생각도 없어 보였지만…….’

그의 주머니에서 나온 그 순백의 팬티 때문에 안정수는 결국 마음을 다잡고 수마와 싸우고 있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게 하나 있었으니, 그의 컨디션 상태였다.
일주일 내내 그를 괴롭혔던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민은 육체를 한계까지 몰아붙였고, 허용치를 훨씬 넘은 음주량은 불같이 뛰노는 그의 가슴을 수마라는 이름의 달콤한 꿀이 잠식해 들어가며, 그의 눈은 이따금 감기는 시간이 길어진다. 꾸벅꾸벅 흔들리던 안정수의 고개는 어느새 벽에 기대져 있고, 이따금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려 보지만 그 무게를 이길 자신이 없는지 감기는 시간이 더욱 길어져 갔다.

편안하고 고요한 어둠속에서 어째서인지 안정수는 퍼뜩 눈을 떴다. 김우영과 아내의 선택을 지켜봐야 한다는 강한 강박관념 때문이었을까?

‘……바람?’

안정수는 취기에 잔뜩 달아오른 자신의 뺨을 살랑살랑 스쳐지나가는 바람을 느꼈다. 집 안에서 불리 없는 바람. 게다가 밤공기임을 증명하듯 차가움을 내포하고 있다. 안정수는 잠시 취한 달콤한 휴식 때문에 더욱 몸이 처지는 걸 느끼며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베란다로 향하는 창문이 살짝 열려있기라도 한 것일까? 두꺼운 커튼이 그 밑자락을 살짝 흩날리는 것이 안정수의 눈에 들어온다. 워낙 정신이 없는 밤이었기에 베란다를 닫지 않았던 것일까? 안정수는 정신없는 밤이란 상념에서 퍼뜩 놀래 소파에 시선을 던진다.

‘없어?!’

잠들어 있어야 할 김우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안정수는 정신은 퍼뜩 깨어나며, 온 몸에 긴장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안정수는 재빨리 눈동자를 굴려 안방 문을 향하자 굳게 닫혀 있는 걸 발견했다. 역시 저곳 밖에 없다는 생각에 안정수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에 억지로 힘을 쥐어짜내 일어서려고 할 때였다.
잠들기 전과는 달리 어두웠던 거실. 하지만 유난히 달빛이 밝은 밤이었기에 그 달빛이 어디로 가진 않았는지, 다시금 요요한 달빛이 베란다 창문 너머로 두터운 커튼을 뚫고 스며들어온다. 동시에 어두웠던 거실에 달빛을 받아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

안정수는 베란다 너머에 누군가가 서 있다는 걸 깨달았다. 커튼 너머로 보이는 사람의 그림자는 우두커니 서있다. 건장하고 큰 그림자가 주는 느낌은 아무리 봐도 남성의 것이었으며, 지금 이 자리에 없는 김우영처럼 보인다.

‘착각 이었나…….’

안정수는 맥이 탁 풀리는 걸 느낀다. 팽팽하게 당겨졌던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며 긴장감이 스르르 풀려버린다. 아무래도 그는 잔뜩 취해 달아오른 몸을 식히기 위해 잠시 베란다로 나간 것 같다.

‘아니면 담배 피우러 나갔겠지.’

이 어둡고 어디 있을지도 모를 재떨이를 남의 집 거실에서 찾는 건 힘들었을 것이다. 자신도 종종 술을 먹고 잠에서 깰 때에는 저렇게 베란다에 나가 몸을 식히고 들어와 다시 잠든 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안정수는 잠시 몸을 일으켜 안방 문 쪽으로 다가선다. 굳게 닫혀 있는 안방 문 너머로 들려올 리 없는 기척에 집중해본다.

“…….”

시끄럽게 뛰는 자신의 심장소리가 방해될 정도로 고요한 집 안. 안정수는 자신이 하는 행동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며 다시 거실 한 구석으로 돌아온다.

‘어차피 그가 저기 있는데 뭘 의심하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은 정말 틀린 것 같다. 그가 깨어났을 때 자신이 이렇게 거실 한 편에 잠든 걸 발견했을 텐데 이렇게 뻔히 보이는 무대에 슬금슬금 올라가는 바보가 있을 리 없다.
잠시 휴식을 취한 그 반동과 김우영 그가 없다는 걸 깨닫곤 화들짝 놀라며 온 몸을 긴장시켰던 탓일까? 그 긴장이 풀리자 더 이상 저항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피로가 몰려온다. 안정수는 가물가물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그래도 그가 베란다 너머에서 들어오는 걸 봐야겠다는 일념 하에 커튼 너머로 보이는 그의 그림자를 주시한다.
흐릿해져 가는 시야 때문이었을까? 때때로 거실로 불어 들어오는 밤공기가 두터운 커튼을 흔들었기 때문이었을까? 흐릿한 안정수의 시야에는 김우영의 그림자가 때때로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안정수가 가엽기라도 했던 걸가? 헛된 노력이라고 달님이 배려라도 해준 것일까? 다시금 달빛이 사그라지며 커튼 너머로 보이던 김우영의 그림자도 밤이 깊어 짙은 어둠속에 숨어버렸다. 어둠이 주는 편안함과 고요한 분위기가 안정수에게 수마를 선물해줬고, 심심하기까지 한 그 어둠을 흐릿한 눈으로 바라보던 안정수는 조심스레 눈을 감았다.
살랑살랑 스며들어오는 차가운 밤공기가 커튼을 흔들고, 짙은 어둠이 잠든 안정수를 얼마나 휘감고 있었을까? 구름 너머로 숨었던 달빛이 또 다시 얼굴을 들이밀며 세상을 비추자 베란다 너머에 서 있던 김우영의 그림자가 다시금 거실에 드리운다.
안정수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걸 증명하듯 똑같은 자세로 서 있는 김우영의 그림자.
하지만 어째서일까? 잠에 취해 초점이 맞지 않는 안정수의 시선에서만 흔들려야 할 김우영의 그림자가 착각이 아니란 듯이 조금씩 흔들린다. 벌어진 창문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때문에 커튼이 흔들리기에 그렇게 보이는 걸까?
조금씩 흔들리던 김우영의 그림자가 한번 크게 흔들리더니 그의 그림자에 변화가 나타났다. 그의 어깨로 추정되는 곳 조금 아래에서 팔로 추정되는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응당 사람이라면 두 개 있어야 할 팔. 그림자라고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커튼 너머로 흔들리는 그림자에는 팔이 3개였다.

서서히 깊어가는 밤.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쓰던 소음이 더욱 크게 부각되는 마법의 시간. 안정수가 술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서며 두터운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어색한 거실의 공기를 한 번에 날려버리듯이 강타한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결코 작지 않음에도 정나은과 김우영은 각자의 생각에 빠져 있느라 입도 뻥긋 하지 않는다.

‘오늘따라 남편이 왜 그러지?’

술을 마셔서일까? 평소보다 묘하게 다른 그의 행동에 정나은은 혼란스러워 제대로 된 사고가 안 된다. 남편이 데려온 상대가 김우영이라는 것도 한 몫 단단히 했지만 그의 태도가 그녀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켜 이제는 곁에 앉아있는 김우영은 그녀의 신경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하여간 순해 빠져가지고, 어떻게 외간 남자랑 아내 둘만 남겨놓고 술을 사러 가.’

자신의 직장 상사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일까? 그녀로써는 그의 자신을 향한 믿음과 신뢰가 고맙기도 하면서도 밉다. 물론 보통 이 상황에 무슨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하긴 하다.
그녀는 평소 늦은 저녁에는 술을 즐겨하지 않음에도 오늘따라 묘하게 술이 고파 빈 잔을 많은 감정이 묻어나는 시선으로 내려다본다.
정나은이 그렇게 남편에 대한 혼란과 동시에 보내주는 믿음, 신뢰에 고마움과 씁쓸함을 느끼고 있을 때 김우영 역시 안주를 하나 집어먹으며 그녀와는 다른 고민에 빠져있다.

‘솔직히 남편이 눈치 채는 건 의도한 것 중 하나였는데 말이지.’

남편 안정수가 아내의 바람 아닌 바람을 눈치 채게 하는 게 의도중 하나긴 했었다. 그래야 남편과의 사이가 벌어지고 그 틈을 자신이 비집고 들어가 정나은을 취하려는 생각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안정수의 행동에 김우영은 고민된다.

‘……응? 그리고 보니 안 사원은 어떻게 정나은과 결혼한 거지?’

김우영이 지금 그가 보여주는 영문 모를 행동과 변화된 그의 심리를 고민하던 중 옛날엔 그는 어떤 성격이었을까 란 생각까지 도달하자 김우영의 머릿속 한 편에 자리 잡고 있던 의문이 톡하고 튀어나왔다.
서로 사랑했기에 결혼한 건 당연한 거다. 심지어 이 두 부부의 사랑은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묘하게 단단하다. 그렇기에 생긴 의문.
안정수의 어떤 점이 이 도도하고 콧대 높은 암고양이의 마음을 사로잡아 부부의 연을 맺었을까 란 점이다. 외간 남자에게 꿇리지 않는 사회능력이나 높은 자존심, 자신의 배아래 깔려 헐떡이면서도 지금까지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녀가 민감한 몸을 가지고 있다 해도 쾌락에 눈이 멀어 결혼할 타입은 아니고, 그렇다고 돈을 보고 결혼한 모습도 아니고……외모야 뭐…….’

안정수의 외모야 대부분의 회사원들이 그렇듯 평범하다. 물론 영업 사원인 만큼 호감 가는 인상이나 깔끔한 몸짓, 뚜렷한 이목구비 등 나름 준수하지만 외모에 홀려 결혼한 것 같진 않다. 김우영이 지금까지 겪은 그녀가 정확하다면 외모에 혹해 결혼할 여자도 아니다.

‘……설마 성격인가?’

회사에서 본 그의 모습은 순박하면서도 남들과 다툼이 없을 정도로 유하고, 때때로 덜렁거리는 모습까지 종종 보인다. 화장실 앞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상반되는 모습이지만 자신의 아내가 외간 남자랑 배를 맞대고 있다고 생각하면 누구라도 그렇게 변한다.

‘안 사원 20대 때에는 꽤 남성적이었나?’

사람의 성격이란 건 쉽게 변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평생 안 바뀌는 사람도 있다. 물론 정나은이라는 여자를 데리고 살려면 싫어도 그렇게 성격이 바뀔지 모르지만…….

‘이거……재미있어 보이는군.’

안정수의 심리변화나 그의 생각 어려운 건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온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흥미가 샘솟자 김우영의 고민은 쉽게 끝이 났다. 그가 준비한 무대에 올라가기로.

‘이거 갈수록 입맛만 높아져 큰일인데?’

평생을 생업을 겸해 여자를 후리고 다닌 그로써도 꽤나 큰 모험이다. 이미 그녀와 내기를 했을 때부터 둘 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에 올라탄 셈이니, 속도를 더 높인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진 않는다. 지금 느끼고 있는 이 스릴 때문에 김우영의 입맛은 높아져 버렸다. 일 때문에 계속 여자를 후리고 다닐 때에도 분명 정나은이 떠오를 거다.
곁에 앉아 점점 농익은 유부녀의 자태를 뽐내기 시작하는 정나은을 보기만 해도 욕정이 끓어오르니 참 곤란할 따름이다. 그녀는 김우영이 자신의 곁에서 하반신에 피가 몰리고 걸 그녀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윽한 눈길로 빈 잔을 내려다보고 있다.
수컷을 유혹하는 달콤한 과즙을 잔뜩 품은 과실에 모습에 김우영은 갈증을 느끼며 한층 그녀에게 다가간다. 빈 잔을 내려다보던 정나은은 김우영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순간 그녀의 입은 무언가로 가로막혔다.

“으읍?!”

김우영은 말캉한 그녀의 입술을 감촉을 더 길게 느끼고 싶었지만, 그녀가 당황해 지금 상황에 반응하지 못하는 이 틈 놓치지 않고 재빨리 자신의 혀를 그녀의 입속으로 집어넣어버렸다. 갑작스레 자신의 입속에 혓바닥이 들어오자 정나은의 몸이 움찔하며 그녀의 날카로운 눈매는 당황으로 물들어 찢어질 듯 커진다.

“웁!”

김우영의 혀가 갈등을 풀 듯 그녀의 입속을 유린하기 시작하자 그제야 정나은은 뛰어오를 듯이 움찔하며 그를 밀어내기 위해 몸에 힘을 넣는 순간 김우영의 굳건한 팔이 그녀의 어깨 언저리를 확 끌어안으며 쓰러질 듯 체중으로 눌러버린다.
정나은은 무거운 남자의 체중과 굳건한 팔의 힘으로 저항도 못하고 바닥에 쓰러질 듯이 기울어진다. 재빨리 고개를 뒤로 빼 키스를 피하려 하자 그걸 예상했다는 듯이 다른 한 손으론 그녀의 뒷머리를 감싸 안으며 더욱 밀착한다. 유일하게 버둥거릴 수 있는 그녀의 뽀얀 다리가 그녀의 놀란 심정을 대변하듯 버둥거려 보지만 이미 남성의 체중으로 짓눌러버린 상태에선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바닥을 치고, 때때로 김우영의 몸에도 부딪히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그녀의 입술을 탐한다.

“으, 으음, 하읍……흐으음…….”

강압적이었던 처음과 달리 갑작스레 김우영의 키스는 마치 연인이나 나눌 법한 진하지만 배려가 느껴지는 키스로 변화한다. 정나은은 갑작스런 키스에 당황해 여전히 버둥거리느라 그런 걸 느낄 새가 없었지만 1분이 지나고, 2분이 지나고 점점 길어지는 키스 시간에 숨이 모자란 그녀로써는 버둥거리는 것보단 차오르는 숨을 조금씩 탐하는 쪽으로 변한다.
김우영 그로써는 드물게 키스를 나누면서도 일체 그녀의 몸에는 손대지 않고, 키스로써 사랑을 확인하는 것처럼 길고, 진하지만 서로를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게 천천히 진득하게 그녀를 탐한다.
거실에는 한데 엉킨 두 남녀가 키스를 나누는 질척한 소리가 TV소음과 함께 곁들여지기 시작한다. 이따금 정나은의 다리가 버둥대는 모습이 보이지만 점점 그녀의 다리가 잠잠해질 무렵. 달콤한 유부녀라는 과실을 잡아먹을 듯 덮쳤던 김우영이 그녀의 위에서 입을 떼며 일어난다.

“……지, 지금 뭘?!”

정나은은 그가 떨어지자 부족한 숨을 몰아쉬며 서둘러 상체를 일으킨다. 서로의 입술은 길고 긴 키스 때문에 침으로 번들거리고, 당황하고 모자란 숨 때문에 양 뺨이 복숭아 빛으로 물들기 시작할 무렵에 떨어졌기에 금세 가라앉을 정도의 열기.

“끌끌끌. 귀여운데?”
“자, 자, 장난치지 말고!”

평소 붉은 립스틱을 바른 입술도 매력적이지만 완전히 화장을 지워 풋풋한 연분홍빛의 입술이 빛을 받아 빛나고, 살짝 달아오른 복숭아 빛 뺨은 그녀의 풋풋함을 한층 끌어올려 준다. 그런 끈적한 시선을 의식한 것인지 정나은의 눈매는 한껏 치켜 올라가며 날카로움을 품는다.

“그야~남편도 없겠다. 술도 떨어졌겠다. 잠시 갈증이 나서 말이지?”
“그게 무슨! 그러다가 남편이 돌아오면 어쩌려고!”
“그건 알 바 아니지. 나야 한 달 동안 이 맛있는 과실을 탐하는 게 목적인데.”

김우영의 질척한 시선이 노골적으로 그녀의 몸을 훑고 지나간다. 정나은은 그런 시선에 몸서리를 치며 일어서려고 하자 김우영이 그런 그녀에게 지나가는 투로 말한다.

“이거~맛있는 과즙을 잠시 탐했더니 한 발 빼고 싶은데……어떻게 하지? 이대로 두면 분명 오늘 저녁에 그 과즙을 탐하기 위해 침대로 숨어들지도 모르겠는데?”

김우영이 빙 돌려서 침대에 숨어들 거라는 이야기를 하자, 정나은은 화가 나 격하게 숨을 헐떡이며 말한다.

“그 날처럼은 절대 안 될 줄 알아!”

얼마 전 현관문에서 이뤄진 정사를 떠올리기라도 하는 지 그녀의 얼굴은 진정될 기미가 없이 오히려 더욱 붉어진다. 김우영은 그녀가 흥분해 소리치건 말건 자신의 부풀어 오른 바지 앞섬을 손으로 툭툭 두들기기만 할 뿐 별 다른 말을 안 한다.

“이, 이이익!”

그런 김우영의 태도가 더 열 받는 정나은은 감정을 주체 못하고 터질 것 같은 분노어린 소리만 내뱉는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박차고 안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싶지만 그의 성격이라면 정말 할지도 모른다. 물론 오늘 그가 안자고 갈지도 모르지만 남편이 또 술을 사러 갔으니 술자리가 길어지는 건 당연하고, 그 날처럼 잠시 자신의 배 위에 올라탈 시간은 충분할 지도 모를 일이다.

‘어떻게 하지?’

정나은은 급하게 머릴 굴린다. 그라면 정말 숨어들 거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어떻게든 그의 욕구를 풀어줘야 한 단 소리다. 그걸 알고 있기에 그도 저렇게 능글맞은 미소를 지은 채 그저 자신이 어떻게 나올지 보고 있는 거다.

“……어, 어떻게 해주길 원하는데.”
“응? 안 들리는데?”

정나은은 수치심으로 물든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 고개를 숙인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김우영은 능글맞은 태도로 되묻는다.

“좀 있으면 남편이 돌아올 지도 모른다고! 절대 안 돼!”

수치심을 이기고 자신이 먼저 말을 꺼냈지만 김우영이 못들은 척하자 정나은은 참지 못하고 꽥 소릴 질러버린다. 김우영은 수치심에 떠는 그녀의 모습을 즐기면서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뭐 당연하지. 남편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한 발 빼달라는 건 말이 안 되지.’

이건 저런 그녀의 태도를 즐기기 위한 장난일 뿐이다. 설령 진짜 지금 이 짧은 순간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켜 준다 해도 그로써는 오늘 밤 그녀의 침대에 숨어들 생각이다. 남편이 준비해준 무대에 올라가기로 마음먹었으니깐.

“끌끌끌 그럼 이렇게 하지. 오늘 밤 내가 즐길 거리를 하나 줘. 그걸로 물러나지.”
“즐길 거리라니?”

김우영의 영문 모를 소리에 정나은이 되묻자, 김우영은 장난기 어린 태도로 그녀의 핫팬츠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정나은은 그의 손가락이 자신의 핫팬츠를 가리키고 있자 더욱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지금 입고 있는 속옷. 이 자리에서 벗어서 줘.”
“……뭐?”

정나은은 그의 말에 살짝 얼이 빠진다. 둘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정나은의 머리가 김우영의 말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건지 그녀의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분노일지 수치심일지 모를 감정으로 그녀의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 그건…….”

그를 만나기 전의 정나은이었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소리치고 단칼에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농락당하고 있다는 걸 알아도 지금 이 제안을 거절할 처지가 아니다. 실제로 정나은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김우영은 보란 듯이 바지 벨트에 손을 가져가며 빨리 결정하라고 그녀를 채근한다.

“아, 알았어. 그런데 꼭 이 자리…….”
“여기서 당장.”

정나은이 떨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김우영은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단칼에 끊어먹으며 강하게 말한다. 김우영의 강한 어조에 정나은은 더 이상 그가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걸 깨닫곤 아랫입술을 꽉 깨문다.
TV소리만 흘러나오는 거실에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 얽히며 불꽃을 튀긴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선 김우영이 포식자인만큼 정나은은 더 이상 시간을 끌어봐야 좋을 게 없다고 결단하고 목울대를 울리며 마른 침을 삼킨다. 정나은은 어차피 벗을 것이라면 차라리 빨리 벗어서 줘버리잔 생각에 몸을 휙 돌리자 김우영이 다급하게 말한다.

“그건 안 되지. 이쪽 보고 벗어.”
“아니, 그런!”

항의하는 정나은의 말을 김우영은 바지 앞섬을 손으로 두들기는 것으로 일축한다. 정나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를 까드득 갈며 활활 타오르는 적의어린 눈빛으로 그를 태워죽일 듯이 노려본다.

“뭘 그리 비싸게 구나? 못 볼 꼴 다 본 사이인데. 응?”

능글맞은 김우영의 웃음소리가 정나은의 불난 가슴에 기름을 붓는다. 정나은은 열이 뻗쳐 이성이 끊어지기 직전임에도 언뜻 시야 한 구석을 스쳐지나간 시계를 보자 결심을 굳힌다. 꽤 시간이 지체된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나은은 터질 것처럼 붉어진 얼굴을 의식하자 수치심으로 물든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 고개를 숙이려하자 김우영의 안 된다는 어조 한마디에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든다. 그의 끈적한 눈과 자신의 떨리는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 고개를 들며, 빤히 바라본 채 자신의 핫팬츠에 손을 가져간다.
정나은은 심장이 미칠 듯이 뛰기 시작하는 걸 느낀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배를 맞대고 더한 꼴도 보여줬는데도 이게 뭐라고 이렇게 부끄러운 건지 모르겠다. 자신의 집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남편이 곧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일까?
정나은은 사랑하는 남편과의 보금자리에서 외간 남자에게 값싼 여자처럼 스스로 옷을 벗어야 된다는 사실에 굴욕감을 느끼며 떨리는 손으로 핫팬츠를 서서히 내린다. 김우영은 마치 재미있는 쇼를 감상하는 것처럼 안주를 우물거리며 불룩해진 바지 앞섬을 보란 듯이 매만진다. 그의 시선이 마치 뱀처럼 자신의 피부에 달라붙는 것 같다.

‘사, 사람의 시선이란 게 이렇게 느껴지는 거였나?’

이번 주 내내 화장실에서 부자유한 상태로 감각에 극도로 집중한 탓일까? 그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있게 된 그녀는 그의 시선이 자신의 몸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욕망의 불길에 댄 것처럼 몸이 절로 움츠려든다. 정나은은 시선을 둘 곳이 없어 데굴데굴 굴리던 그녀의 눈동자가 그의 시선과 딱 마주치자 쩍하고 몸이 굳는다.
사람의 욕망이라는 것이 시선으로 느껴진다면 이런 시선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시선. 정나은이 그 시선이 몸이 굳자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팬티 하나 벗는데 하루 종일 걸리겠어. 좋아. 뒤 돌아서 벗어도 되지만 이거 찍어도 되겠지? 반찬으로 쓰고 싶거든.”

김우영은 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 눈앞에서 흔든다. 정나은은 자신의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찍힌다는 것보다 그의 끈적한 시선에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나은은 반쯤 혼비백산 한 채로 재빨리 뒤를 돌자 뒤에서 녹화를 시작하는 알림 음이 천둥처럼 울려 퍼진다.

‘이, 이건 이거대로 부끄럽잖아!’

그 욕망이 묻어나는 시선이 어딜 향하는지 모르니 정나은은 미칠 듯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긴장으로 굳으려는 몸에 억지로 힘을 불어넣는다. 확실히 그의 눈앞에서 벗는 것 보단 나은지 미동도 않던 손이 조금씩 움직이며, 떨리는 손으로 핫팬츠를 천천히 내리기 시작한다.
강렬한 형광등 불빛 아래 이 집의 안주인이 외간 남자 앞에서 스스로 옷을 벗고 있는 이 상황에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감상한다. 필요 이상으로 힘이 들어가 딱 달라붙은 육덕진 허벅지가 핫팬츠를 벗는 걸 방해하는 걸 그녀는 아는지 모르는지 힘으로 벗고 있다. 탄력적이고 부드러울 것 같은 두 개의 뽀얀 찹쌀떡이 천천히 김우영의 눈앞에 드러난다.

“휘익~”

김우영은 일부러 조롱하듯 휘파람을 불자 정나은의 몸이 크게 움찔한다. 곧이어 살짝 돌아본 그녀의 옆얼굴에선 활활 타오르는 시선이 그를 태워죽일 듯이 쏘아져오고 있다.

‘그렇게 수치심으로 물든 얼굴로 쏘아봐도 말이지.’

오히려 수컷의 욕망을 부추기는 몸짓이라는 걸 그녀는 아는지 모르는지……김우영은 그녀의 시선에 화답하듯 노골적으로 자신의 바지 앞섬을 매만지자 그녀가 휙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러자 아까보다 한층 빨라진 속도로 핫팬츠 째 팬티를 벗어재낀다.
완전히 들어난 엉덩이 골. 이제 허벅지에 걸쳐진 하의는 그냥 그대로 손만 놔도 알아서 흘러내린 터인데, 묘하게 긴장한 탓일까? 그녀는 필요이상으로 힘이 들어간 손에서 하의를 놔줄 생각을 않고 중간에 딱 멈춘다.

‘응? 왜 저래?’

김우영은 이제 손만 놔도 다 벗을 수 있는 데 갑작스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멈춘 그녀의 모습에 의아해 한다. 그리고 곧이어 그 이유를 깨달았다.

‘풋! 이게 뭐라고 저렇게 긴장해서는 스스로 수치스러움을 늘리나 몰라?’

그녀가 필요 이상으로 긴장했기에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팬티 째로 벗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을 것이다. 그 생각은 손으로 하의를 잡은 채 발 아래까지 벗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자신의 쪽으로 그 탐스런 엉덩이를 스스로 들이밀어야 가능한 것이다.
한 마디로 그녀는 어서 빨리 그에게 팬티를 벗어 줘야한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사고가 마비되어 버린 것이다.

‘똑똑한 것 같으면서도 묘한 곳에서 바보 같아서 귀엽단 말이야?’

김우영은 안정수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20대가 궁금해지지만 곧이어 이어진 장면에 그런 생각 따위는 저편으로 날려버렸다. 하의를 움켜쥐고 있는 그녀의 손이 결심한 듯 꽉 움켜쥔 채 부들부들 떨리며 벗으려는 것 같다. 김우영은 장난기가 솟아 그녀의 손의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상체를 최대한 내민다.
그녀의 떨리던 손이 결심한 듯 필요 이상으로 힘이 잔뜩 들어가는 걸 김우영이 확인한 순간 그는 그녀의 탐스런 엉덩이를 향해 자신의 입김을 강하게 불었다.

“꺄아아악?!”

갑작스런 자극에 정나은은 귀여운 비명과 함께 꼴사납게 앞으로 넘어진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 싫었던 그녀는 오히려 앞으로 넘어짐으로써 엉덩이를 뒤로 뺀 채 넘어져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활짝 그의 앞에 드러내 버렸다. 이 와중에도 그녀가 얼마나 긴장했는지를 알려주듯 하의를 붙잡은 손은 여전히 핫팬츠를 쥔 채였다.

“절경인데?”

김우영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에 정나은이 헐레벌떡 일어난다.

“다, 다, 당신 지금 뭐하는?!”

조금이라도 빨리 몸을 일으키기 위해 놓아버린 핫팬츠가 바닥에 굴러다니고, 그녀의 하반신은 완전히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정나은은 뒤늦게 자신의 꼴을 인식하고 중요부위를 손으로 가린다. 당황과 치욕으로 물든 그녀의 자태를 잘 찍은 뒤 김우영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나뒹구는 그녀의 핫팬츠에서 하얀 팬티를 끄집어 낸 뒤 핫팬츠를 그녀 쪽에 휙 던진다.
굴욕적인 취급에도 신경 쓸 여유조차 없는 정나은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재빨리 핫팬츠를 입곤 씩씩 거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우영은 손에 쥔 순백의 팬티를 보란 듯이 손에서 굴리고 있다. 막 벗어 그녀의 체온까지 느껴지는 팬티를 매만지고, 눈앞에서 흔들기도 하는 둥 하는 짓은 어린아이 같아도 그 속에 담겨있는 의미는 더 할 나위 없이 그녀를 부끄럽게 한다.

‘그, 그냥 팬티일 뿐인데……그런데 내, 냄새 같은 건 안 나겠지?’

정나은은 그의 모습에서 터질 것처럼 달아오른 자신의 얼굴을 의식도 못하고 그의 손아귀에서 매만져 지는 자신의 팬티를 바라보고 있다. 지금까지 더한 꼴도 얼마든지 당했음에도 어째서일까? 겨우 속옷일 뿐인데…….

‘아, 오늘 스트레칭 했는데!’

평소보다 힘든 일주일이었기에 몸의 피로를 풀기위해 한 스트레칭이 떠올라 정나은은 자신의 체취가 잔뜩 머금었을 거란 생각에 이젠 몸까지 덜덜 떨린다. 김우영은 그녀가 수치심으로 떠는 모습을 보며 더 장난기가 샘솟아 손에서 매만지던 그녀의 팬티의 냄새를 맡을 것처럼 자신의 얼굴 앞으로 가져다 대자 그녀가 폭발해 버렸다.

“아, 안 돼!”

한 마리의 암 표범처럼 허공을 날 듯 김우영을 덮쳐 그의 손에서 자신의 팬티를 뺏으려는 순간 현관문 쪽에서 철컥하는 금속음에 두 사람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사람의 고개는 동시에 현관문 쪽으로 향하곤 지금까지의 그 어떤 행동보다 빠르게 두 사람은 떨어진다.
김우영 역시 손에 쥐고 있던 그녀의 팬티를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다시피 아무렇게나 집어넣는다. 주머니에서 살짝 흘러나온 팬티가 주머니 속에 잘 들어갔는지 안 들어갔는지를 확인할 여유도 없는 두 사람은 재빨리 자리에 앉으며 크게 숨을 들이쉬며 몸을 진정시킨다.
곧이어 현관문이 열리며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두 사람은 안정수를 맞이했다. 세 사람은 다시 이어진 술자리에서 각자의 심정을 달래듯 술을 마신다.
한 사람은 열불이 난 속을 진화하듯, 한 사람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듯, 한 사람은 즐거운 밤이 되길 빌 듯…….

정나은은 알딸딸하게 올라오는 취기를 느끼며 한 발 먼저 안방으로 들어왔다. 철컥하고 닫히는 안방 문에 기대자 긴장으로 팽팽히 당겨졌던 자신의 몸이 흐물흐물하게 풀리는 걸 느낀다.

‘피곤하다…….’

기분 좋게 내려앉은 어둠 속 안방을 바라보던 그녀는 통풍이 잘 되는 핫팬츠 때문에 갑작스레 하반신이 서늘해지는 걸 느낀다. 찌릿하고 울리는 아랫배의 야릇한 감각과 긴장이 풀리자 술기운이 본격적으로 몸을 돌기 시작하는 걸 느낀다.

‘생각보다 마셨나 보네.’

자신의 거실에서 수치스럽게 팬티를 벗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듯 들이킨 술을 그 짧은 시간동안 꽤 마셨는지, 생각보다 몸이 무겁다.

‘……그래도 오늘은 별 일 없겠지. 설마 안방까지 들어오겠어?’

이를 위해서 그 수모를 참아내며 그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해 주지 않았는가? 정나은은 스스로를 칭찬하며 침대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곧이어 기분 좋은 수마가 그녀 위에 내려앉는 걸 느끼며, 그녀는 금세 꿈의 나라로 떠나버렸다.
얼마 전의 자신이라면 이런 걸가지고 자신을 칭찬할 여자가 아니었다는 걸 그녀는 자각하지 못 한 채 행복한 꿈의 나라로 도망가 버렸다…….
밤이 깊어감에 따라 짙은 어둠은 더욱 깊어지고, 안방 침대에 잠든 정나은이 내쉬는 숨소리만이 조용하게 새어나온다. 안방 문 밖에서 들려오던 작은 코고는 소리가 어느 순간 들리지 않게 되자 굳게 닫혀있던 안방 문이 철컥 소리를 내며 조심스레 열린다. 거실 창문 너머로 스며들던 달빛이 안방으로 스며들며 안방에 들어선 사람의 모습을 뒤에서부터 비춘다. 뒤에서부터 달빛이 비춰 안방에 들어선 사람의 얼굴에는 짙은 그림자가 내려와 얼굴이 보이질 않는다.
두 부부만이 드나들 수 있는 안방. 이미 안방에는 아내가 잠들어 있으니 이제 안방에 들어올 수 있는 건 남편뿐이다. 하지만 안정수라고 하기엔 다른 체격의 그림자가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겨 침대로 다가선다. 그 그림자는 침대 곁에 선 채 잠들어 있는 정나은을 잠시 내려다보더니 그녀가 덮고 있는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비정상적으로 불룩하게 솟은 이불. 이불속으로 사라진 그림자가 이불 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하자 이불이 출렁이며 너풀거린다.

“으음…….”

벌어진 이불 틈새로 사락거리는 옷과 이불이 스치는 소리와 더불어 무언가를 핥는 듯 끈적한 소리가 어울어 진다. 편안히 잠들었던 정나은의 얼굴은 기분 나쁜 감각에 찌푸려지며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할짝거리던 소리가 무언가를 빠는 소리로 바뀌자 술에 취해 깊이 잠들었던 정나은은 힘겹게 눈을 뜬다.

“……?”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로 정나은은 들썩이는 이불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며 새된 소리를 내려는 순간 벌어진 이불 틈새에서 손이 불쑥 올라와 그녀의 입을 막는다. 그리곤 동시에 이불 속으로 숨어들었던 그림자가 쑥 튀어나오자 정나은도 아는 얼굴인지 안도감과 함께 화가 끓어오르는 표정이다.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는 오늘 밤 안정수가 마련한 무대 위로 올라가기로 한 김우영이었다. 조용히 하라는 신호와 함께 닫지 않은 안방 문을 손으로 가리킨다. 김우영이 그녀의 입에서 손을 떼자 최대한 목소리를 죽인 정나은이 그에게 분노 어린 말을 속삭인다. 한참을 그렇게 침대 위에서 소리를 죽인 채 실랑이하던 그들은 타협을 봤는지, 조심스레 침대에서 벗어나 안방 문 밖을 살핀다.

“…….”

김우영이 거실의 상태를 살피곤 조심스레 베란다 쪽으로 나간다. 곧이어 안방에서 정나은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조심스레 따라 나오더니 안방 문을 꽉 닫곤 베란다 쪽으로 향한다. 살짝 열린 베란다 문을 보고 있자니 울화통이 터진 정나은은 재빨리 베란다 문을 닫곤 잠가버린다.

“……?!”

김우영이 베란다 문으로 와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 항의하지만 정나은은 오랜만에 속 시원한 표정을 지으며 혓바닥을 내밀어 메롱 거리며 그를 조롱한다. 이에 김우영은 그녀의 작은 도발에 재미있다는 듯이 웃더니 그 자리에서 옷을 전부 벗어버린다.

“?!”

갑작스레 김우영이 옷을 전부 벗어던져 버리자 되려 정나은이 당황한다. 늦은 밤이기에 누가 볼 염려는 없지만 그래도 그의 대담한 행동이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다. 그리곤 유리창 너머로 김우영이 그녀를 향해 작게 속삭이더니 장난스런 미소와 함께 다리를 살짝 구른다.
쿵! 하는 작지만 묵직한 진동과 소음이 유리창 너머로 스며든다.

“……!!!”

정나은이 당황해 유리창에 달라붙어 다급하게 말하지만 김우영은 들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녀를 재촉하듯, 조롱하듯 다시 한 번 발을 구르자 한층 강해진 진동과 소음이 베란다를 통해 거실로 스며들자 정나은은 당황하며 재빨리 잠근 베란다 문을 열곤 밖으로 나선다. 문이 열리며 스며든 차가운 밤공기가 두터운 커튼을 휘날리게 하며 거실을 일주한다. 드르륵 하는 베란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지만 완전히 닫히진 않았는지, 커튼 밑자락이 살살 흔들리는 모습이 그 사실을 알려준다.

“미, 미쳤어?!”

작고 가냘픈 정나은의 그림자가 김우영의 그림자에게 다가가며 짜증 어린 말을 외친다. 하지만 김우영의 그림자는 그런 정나은의 항의를 들어줄 생각이 없는지 팔을 뻗더니 확 당기며 그녀의 그림자가 김우영의 그림자와 마치 하나처럼 겹쳐진다.
쿵하는 소리와 유리창에 무언가가 부딪힌 것 같은 작은 진동이 퍼져나가더니 곧이어 머리 쪽에서 끈적하면서도 서로를 탐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걸로 보아 키스를 나누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때로는 탐욕스럽게 빠는 소리나 핥는 소리가 나는 것 같으면 한참을 키스만을 진득하게 나누는지 숨소리조차 나지 않는 고요함과 일체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베란다가 고요함에 휩싸이길 기다렸다는 듯 거실에선 안정수가 눈을 뜨곤 안방 문에 다가서서 안의 기척에 귀를 기울이는 등 거실을 오간다. 곧이어 맥이 풀린 표정으로 거실 한 편에 자리 잡은 안정수는 커튼 너머로 보이는 김우영의 그림자를 피곤한 눈으로 노려본다.

“…….”

하지만 안정수의 피로감은 장난이 아닌지. 아니면 맥이 풀리며 긴장의 끈을 놓은 탓인지 그의 눈은 서서히 초점이 풀리고 눈꺼풀이 자꾸만 감긴다. 이윽고 눈꺼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안정수가 잠에 빠져들며 거실 한 편에서 고개를 떨군다.
그리고 그가 잠에 빠지길 기다렸다는 듯이 베란다에 겹쳐져 있는 하나의 그림자에선 욕정이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처럼 그림자가 일렁이며 춤추기 시작한다.

요요하게 달빛이 내리쬐고 밤이 깊어 고요함까지 내려앉는다. 평소와 다르게 세차게 부는 바람 때문에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는 구름은 재빠르게 흘러가고, 차디찬 밤공기에 열기를 실어 날려 보내는 이곳. 바로 베란다다.
김우영의 품에 안겨 옴짝달싹도 못하고 유리창 쪽에 밀어붙여진 채 키스를 나누던 정나은과 그녀를 짓누르듯 품에 가두었던 김우영은 한참을 농밀한 키스를 나누다가 떨어진다.

“하아, 하아, 하아…….”

길고 길었던 키스가 끝나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급하게 뜨거운 숨을 몰아쉰다. 달빛 아래에서 두 사람이 내뿜는 뜨거운 숨결이 하얀 입김이 되어 허공에 흩어져 부서져간다.
김우영은 달빛에 드러난 그녀를 내려다본다. 흘러내린 흑단 같은 머리는 달빛에 반사되며 밤하늘과 같은 빛을 머금고 있고, 매섭게 치켜 올라간 눈매는 평소와 달리 부드러움이 엿보인다. 살짝 감긴 눈꺼풀하며 몽롱한 눈동자. 번들거리는 두툼한 입술은 뜨거운 숨결을 내뱉을 때마다 그 달콤한 향기를 토해내며 하얀 입김이라는 형태로써 허공에서 흩어진다.
가냘픈 목선과 노출도가 높은 얇은 민소매 티는 달빛을 받아 그녀의 뽀얀 피부가 비치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위에서 내려다보기에 벌어진 민소매 티 틈으로 탐스럽게 부푼 가슴의 아름다운 골짜기가 엿보이고, 핫팬츠를 입고 있기에 그녀의 육덕지지만 아름답게 뻗은 두 다리는 달빛을 받아 요요하게 빛이 난다.
달빛이 주는 매력 때문일까? 김우영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핫팬츠를 단번에 내려버린다. 차가운 밤공기가 갑작스럽게 느껴진 탓인지 정나은이 움찔해보지만 이미 불붙은 김우영은 그녀의 모습을 아랑곳 않고 한쪽 다리를 잡아 올려 떨어지지 않게 자신의 팔에 걸친다. 그제야 숨이 좀 진정된 정나은이 김우영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가 내렸던 허리를 올려치는 게 한발 더 빨랐다.

“읏!”

평소보다 작은 힘으로 올려쳤음에도 늦은 밤이라는 점과 진득하게 깔린 고요함 때문일까? 두 사람의 하반신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멀리멀리 울려 퍼진다. 정나은은 한 쪽 발로 균형을 잡기 힘들어 한 손으론 그의 어깨를 붙잡고 한 손으론 유리창에 기대듯 쭉 뻗어 균형을 잡는다.

“후으음…….”

김우영의 입에선 깊은 숨이 토해져 나오며 평소와 다르게 느긋하게 움직이며 마치 애태우듯 허리를 놀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정나은에겐 큰 자극이 되는지 아랫입술을 악물며 혹여라도 새어나올 신음을 참는 모습이다. 그녀의 눈길이 때때로 등 뒤 창문 너머로 향하는 걸 김우영은 놓치지 않았다.

‘보이려나?’

김우영은 정나은의 얇은 민소매 티를 확 끌러내려 탐스런 두 개의 과실을 달빛 아래에 드러낸다. 그녀의 정신을 산만하게 하기 위함이다.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탐스런 과실의 부드러움을 마음껏 탐닉하며 허리를 느긋하게 놀리며 그녀를 짓누르듯 유리창에 몸을 기댄다.

“자, 잠깐…….”
숨 막히게 다가오는 김우영의 몸 때문에 정나은이 당황하지만 김우영은 그런 정나은을 내버려둔 채 시선을 두터운 커튼 너머로 던진다.

‘안 보이는데.’

김우영은 생각보다 커튼이 두텁다고 생각하며 틈이 없나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자 커튼과 커튼 사이에 살짝 벌려진 틈을 발견하곤 개구쟁이처럼 웃는다.

‘과연 어떻게 나오려나?’

분명 자신과 정나은이 베란다로 나오기 전에 본 그는 잠들어 있었다. 그로써는 일주일 내내 수많은 고민과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으니 피곤해 잠든 것도 이해가 되지만…….

‘나로서는 일어나 주는 게 좋지.’

김우영은 안정수를 향한 도전장을 던진다. 느긋하게 애태우듯 정나은을 탐하던 그는 젖가슴을 매만지던 손을 내려 가슴과는 또 다른 과실인 탄력적인 엉덩이를 꽉 붙잡곤 그녀의 몸을 고정시킨다.
그리곤 전야제가 끝났다는 걸 알리기 위해 퍼레이드를 시작한다.

“하으윽?! 자, 잠깐! 드, 들려! 들린다니……크읏!”

두 사람의 하반신이 맞부딪히는 찰진 소리가 정적을 깨고 길거리를 내달린다. 동시에 덜컹덜컹 유리창이 흔들리는 소리가 노골적으로 울려 퍼지기 시작하자 정나은은 당황해 최대한 유리창으로 향하는 힘을 줄이기 위해 한 쪽 다리에 힘을 줘 힘겹게 버틴다.

“아으?! 아, 안에 남편! 하악! 남편이 있……!”

정나은의 다급한 항의를 듣기 싫다는 듯 김우영은 고개를 내려 자신의 입으로 그녀의 입을 막아버린다. 김우영의 팔에 걸쳐진 정나은의 다리에 힘이 뻣뻣하게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고, 유리창에 가해지는 힘을 줄이기 위해 힘겹게 버티던 힘이 줄었는지, 유리창의 흔들림은 한층 강해진다.
두 사람의 부끄러운 모습을 내려다보던 달빛이 잠시 자리를 피해주기라도 한 것일까? 흘러가던 검은 구름에 가려져 달빛이 숨으며 짙은 어둠이 내려앉는다.
짙은 어둠 속 둔탁하고 찰진 소리가 한층 강렬하게 울려 퍼지고 덜컹거리는 유리창과 진동. 커튼 너머로 일렁이던 그림자는 달빛이 숨음과 동시에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살짝 열린 베란다 문을 통해 질척함이 묻어나는 끈적한 소리와 헐떡이는 두 사람의 숨소리가 두터운 커튼을 뚫고 스멀스멀 기어들어온다.
거실 한 편에 잠들어 있는 안정수를 깨우듯 울려 퍼지는 소음과 차가운 밤공기 속에 숨은 야릇한 체취가 거실에 들어오지만 아직 그를 깨우기엔 역부족인 모양이다. 그런 그를 깨우듯 점점 격렬해지는 소음과 헐떡임 속에 숨은 가냘픈 여인의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

안정수는 눈썹을 잠깐 꿈틀했을 뿐 깨어날 기미가 없자, 누군가가 화라도 난 것일까? 세차게 밤공기가 문 틈사이로 세차게 불어 들어오며 두터운 커튼을 반쯤 휘날린다. 동시에 구름 속에 숨었던 달빛이 비추며 베란다 전경을 훤히 비춘다.
굳건하게 버티고 선 남성의 두 다리와 애처롭게 떨리며 버티고 있는 여성의 다리. 여성의 몸은 유리창에 짓눌리듯 달라붙어 있다. 특히 탄력적인 엉덩이는 두툼하게 퍼진 떡처럼 유리창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관능적이다.
동시에 두 사람의 하반신이 맞부딪힐 때마다 아까와는 달리 끈적한 소리가 더해져 한층 질척한 소리를 자아내고, 깨끗했던 유리창에 투명하고 끈적한 물방울이 튀며 달빛을 받아 조금씩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다.
이 관능적인 모습을 더 보여줄 용의는 없는지 세차가 불어왔던 바람은 흩어져 사라지며 두터운 커튼자락을 다시금 내려놓는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하나의 그림자. 그 그림자는 3개의 다리와 3개의 손이라는 기이한 모습을 커튼 너머로 보여주고 있다.

“하악! 하악! 하악!”

어느 순간 머리 쪽에서 들려오던 질척하고 농밀한 키스 소리가 그치자 거친 여인의 숨소리가 다급하게 토해진다. 흔들리는 그림자와 유리창에 잠시 정적이 내려앉는다. 그와 동시에 베란다로 스며들던 달빛도 잠시 흐려지며 그림자의 음영도 흐려진다.

“…….”

지금까지 폭풍 같았던 소음의 향연이 거짓말처럼 고요함이 찾아오고, 베란다 너머에선 무언가 움직이는 기척만이 조용히 들려온다.

“기껏 뚫었으니 이쪽도 써줘야겠지?”
“자, 잠깐 거긴?! 하으읏……!”

그 조용한 정적 속에서 정나은의 달콤한 목소리가 살짝 스며든다. 무언가 깊고, 깊은 곳을 단번에 꿰뚫린 듯 가슴속에서 토해져 나온 야릇한 비음.
동시에 흐려졌던 달빛이 다시 강렬해지며 베란다에 선 두 남녀의 그림자를 비춰준다. 짙은 어둠을 틈 타 그들의 그림자는 아까 있던 곳에서 옆으로 이동했다.
바로 커튼과 커튼 사이 손가락 한 마디정도의 작은 틈 앞으로…….
그 좁은 커튼과 커튼 사이의 틈으로 요염함을 품은 야릇한 살색을 엿볼 수 있다. 그 틈 사이에 정확하게 정나은을 세웠는지, 얇은 민소매 티는 젖은 채 반 이상 흘러내려 그녀의 매끄러운 복부 라인을 엿볼 수 있게 해주고, 유리창에 짓눌려 형태가 일그러진 젖가슴은 그 부드러움을 상상하게 해준다. 그 한없는 부드러운 젖가슴 위에 딱딱하게 솟은 작은 과실 역시 숨 막히도록 유리창에 짓눌린 채다. 탐스러웠던 두 개의 과실이 짓눌려서 일까? 가슴의 골짜기 속에 흐르던 깨끗한 땀 한 방울이 천천히 흘러내리는 게 언뜻 보인다.

“아, 아아……흐으읏…….”

정나은의 억눌린 신음이 새어나옴과 동시에 자신을 꿰뚫은 그 감각을 줄이기 위해 거친 숨을 토해내며 그녀의 얼굴 앞의 유리창을 입김으로 잔뜩 흐리게 해 그녀의 얼굴은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커튼 너머로 보이는 그림자가 눈에 띌 정도로 애처롭게 떨리고 있어 그녀가 느끼고 있을 어떠한 감각을 예상케 해준다.
그렇게 커튼 너머로 그녀의 그림자가 애처롭게 얼마나 떨었을까? 어느 정도 익숙해질 시간이 지나자 그녀 뒤에 서 있던 큰 그림자가 크게 일렁인다. 퍼억! 하는 지금까지의 어떤 소리보다 찰지고 둔탁한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정나은의 그림자가 놀란 듯 튀어 오른다.

“크윽!”
“하으으윽!”

쾌락이 절절이 묻어나는 깊은 남자의 탄식과 애처로운 여인의 신음이 하모니를 이룬다. 뒤에선 큰 그림자가 조금이라도 쾌락을 탐하기 위해 더욱 작은 그림자를 유리창으로 밀어붙이며 달라붙는다.
커튼의 틈으로 욕정이 뚝뚝 흐르는 김우영의 눈이 살짝 거실 안을 엿보았지만 금세 그가 토해낸 뜨거운 숨결로 유리창이 흐려지며 그의 얼굴도 보이질 않는다. 유리창에 짓눌려 터질 듯 달라붙은 두 개의 그림자는 마치 하나처럼 겹치더니 강하고 강하게 부딪히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크흑! 햐으으……끄흐읏!”
“후우! 후욱! 후욱!”

두터운 커튼을 뚫고 울려 퍼지는 두 사람의 깊고 낮은 신음과 헐떡임이 거실 안을 휘젓고 다닌다. 베란다를 터트릴 듯 울려 퍼지는 찰진 소리와 덜컹거리는 유리창의 진동이 절묘한 합주를 시작한다.
작은 그림자는 애처롭게 덜덜 떨리더니 곧이어 큰 그림자 속에 완전히 파묻혀버린다. 하지만 뒤에서 가해지는 힘을 버텨내기 위해 어깨 위로 올라온 그녀의 양 팔의 그림자는 유리창에 달라붙어 계속해서 흔들린다.
커튼의 틈 사이로 보이는 살색은 유리창과 조금의 틈도 없이 밀착해 점점 열기를 띄어가는 그녀의 몸 때문에 살짝 뿌옇게 변하고 깨끗해지길 반복한다. 그녀의 몸이 열기를 더해감에 따라 샘솟는 땀방울은 유리창과 맞물리며 새로운 소리를 자아낸다.
뽀드득, 뽀드득하는 피부와 유리창이 자아내는 새로운 이중주.
베란다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두 사람이 자아내는 오케스트라는 절정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간다.

“끄흐응! 하악! 하악! 하으으윽!”

억누르고 억누르던 욕망이 터져 나온 것처럼 정나은의 헐떡이는 소리가 높아져간다. 이에 호응하듯 베란다에서 울려 퍼지는 오케스트라는 더욱 빨라지고, 격동적으로 흐른다. 절정을 향해 치닫는 야릇한 향연을 더 이상 보기 힘들었는지 달빛이 구름 뒤로 숨으며 그들의 모습을 잠시 흐릿하게 어둠 속으로 숨겨준다.
어두워졌기에 더욱 선명하게 들리는 찰지면서도 질척한 타격음. 덜컹거리는 유리창의 진동과 피부가 맞닿으며 자아내는 뽀드득거리는 소리. 가슴 속 열기를 토해내듯 터져 나오는 두 남녀의 헐떡임은 베란다를 넘어 두터운 커튼마저 뚫고 거실에 잠든 안정수를 농락하듯 휘감는다.

“하아악! 아, 아아앗?!”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오케스트라는 소리 높여 절정에 오른다. 정나은의 달콤하면서도 애처로운 신음소리를 끝으로 격동적으로 연주되던 베란다의 오케스트라는 대단원을 맞이한 것처럼 크게 단 한 번 소리 높여 울려 퍼지곤 고요해진다.
어둠 속에서 커튼의 틈 사이로 엿보이는 짓눌린 살색만이 유일하게 빛나고 있다. 그리고 이 장면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구름 속에 숨었던 요요한 달빛이 베란다로 내려온다. 달빛을 가린 구름을 치우기 위해 세찬 바람이 세상을 휘감고, 남은 바람은 벌어진 베란다 문틈을 통해 거실로 강하게 들이닥친다.
세찬 바람 속에는 두 남녀가 뿜어낸 뜨거운 열기와 함께 야릇한 체취를 실고 거실 안으로 스며든다. 그리고 그 세찬 바람은 관능적인 향기를 전해주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두터운 커튼을 있는 힘껏 나풀거리게 하며 누군가에게 보여주듯 부풀어 올라간다.
요요한 달빛과 두터운 커튼 뒤에 숨었던 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난다.

“…….”

정나은은 뒤에서 가해지는 압박 때문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유리창에 짓눌리듯 그녀의 매끄럽고 탐스런 라인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꿰뚫리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함이었을까? 커튼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그녀의 발은 까치발이 된 채 애처롭게 버티고 서 있고, 육덕지지만 잘빠진 다리 사이에는 땀일지, 그녀가 가랑이 사이에서 흘린 쾌락의 눈물일지 모를 깨끗하고 투명한 액체가 달빛을 받아 빛나며 유리창에서 서서히 흘러내리고 있다.
곧이어 숨 막히게 유리창에 짓눌린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한 눈에 봐도 지금까지 흘린 액체와는 다른 탁하고 점성 강해 보이는 하얀 액체가 번지며 서서히 유리창 아래로 흘러내린다. 땀으로 번들거리는 매끄러운 복부를 따라 올라가니 부드러움을 연상시키는 찹쌀떡 같은 두 개의 젖가슴 사이에는 열기를 품은 모양인지, 나가지 못하는 열기에 의해 살짝 김이 서려있고, 뒤에서 가해지는 힘을 버티기 위해 스스로 밀착한 두 양팔과 쫙 펴진 손가락은 그녀가 느끼고 있을 쾌락의 파도에 맞춰 이따금 크게 떨린다.

“……하아, 하아, 하아.”

두 사람의 작지만 뜨겁기 그지없는 숨결은 계속해서 유리창에 내뿜어지고 있어 목 위로 보이는 두 사람의 얼굴은 흐려진 유리창 때문에 보이지 않아, 어떤 표정으로 물들어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정나은이 유리창에 붙어 애처롭게 몸을 떨 때마다 작은 뽀드득거림이 들리고, 힘차게 너풀거리던 커튼은 바람의 세기가 약해짐에 따라 서서히 그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다시 가려준다. 다시금 작디작은 커튼의 틈 사이로 엿보여지는 야릇한 살색.
미동도 않던 두 사람의 그림자가 떨어진다. 그러자 커튼의 틈 사이로 엿볼 수 있던 투명하고, 깨끗했던 액체와 탁하고 점성 강한 액체의 양이 마치 막아둔 댐을 터트린 것처럼 왈칵 쏟아지며 유리창을 타고 서서히 흘러내린다.
곧이어 주르륵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유리창에 달라붙어 있던 작은 그림자는 밑으로, 밑으로 주저앉듯 천천히 쓰러진다. 작은 그림자가 주저앉음에 따라 보이지 않았던 정나은의 얼굴이 단편적으로 엿보여진다.
열기로 달아오른 뺨과 두툼한 입술은 헐떡임을 간직한 채 여자의 얼굴이 된 그녀는 몽롱하게 눈을 감고 유리창이 주는 차가움을 느끼듯 달라붙은 채 주저앉는다. 그녀가 쓰러짐에 따라 그녀 뒤에 있던 남성의 몸이 커튼의 틈 사이로 단편적으로 나타난다. 김이 서린 유리창 때문에 김우영은 살짝 허리를 숙여 커튼의 틈 사이로 얼굴을 들이민다.
비릿한 미소가 걸린 입과 아직도 욕정이 묻어나는 눈빛이 커튼의 틈 사이로 반짝인다. 거실 안을 엿본 그 눈빛은 곧이어 사라지고 유리창에 기댄 채 주저앉은 정나은의 곁에 김우영의 그림자가 자리 잡는다.
김우영의 그림자는 그녀의 머리 쪽으로 손을 뻗더니 정나은의 고개만을 자신의 쪽으로 당긴다. 커튼의 틈 사이로 보이던 정나은의 단편적인 얼굴은 또다시 두터운 커튼 속으로 숨으며 그녀의 그림자가 커튼 너머로 비춰진다.
힘없이 커튼 너머로 당겨진 작은 그림자는 큰 그림자가 시키는 대로 고개를 쭉 뻗더니 큰 그림자의 하반신과 겹쳐진다. 갑작스레 크게 떨린 작은 그림자는 작은 반항을 하듯 버둥거렸지만 큰 그림자가 양 손으로 작은 그림자의 고개를 짓누르자 힘없이 큰 그림자 속으로 파묻힐 뿐이었다.

밤이 깊어감에 따라 짙게 내려앉은 어둠의 음영은 더욱 진해지고, 세상이 잠든 것처럼 고요함이 감돈다. 동이 트기 전 가장 어두운 새벽녘. 뜨겁게 공기를 달궜던 어떤 베란다에는 그 자취조차 남아있지 않다.
다만 깨끗했던 유리창에는 질척한 액체가 흐른 자국만이 메마른 채 남아있다. 살짝 열려있던 베란다 문은 굳게 닫혀 있고, 거실 한 편에 자리 잡고 잠든 안정수의 고른 숨소리만이 공기 중으로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고요한 거실에 때때로 귀를 간지럽힐 정도로 작은 소음이 이따금 들려온다. 작은 소음이 흘러나오는 곳은 다름 아닌 굳게 닫혀있는 안방 문 안쪽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안방 문에 다가갈수록 선명하게 들려오는 소음.
일정하게 들려오는 삐걱거리는 소리와 둔탁한 타격음. 그 속에 섞여있는 지쳤지만 어쩐지 달콤함이 묻어나는 여인의 신음소리는 듣는 이의 가슴을 방망이질 시킨다. 싸늘한 거실의 공기와는 달리 어쩐지 안방 문은 열기를 품은 것처럼 보이고 스멀스멀 피어나는 묘한 분위기는 남녀 할 것 없이 본능적인 두근거림을 선사한다.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음은 밤새도록 이어졌으며, 어둠이 가장 짙게 깔린 새벽녘이나 돼서야 조용해졌다.
드디어 찾아온 정적.
묘하게 숨 막히는 정적이 깔린 거실에 안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진다. 문이 열리며 안방 속 뜨겁고 야릇한 공기가 서늘한 거실의 공기와 섞임과 동시에 어두운 거실에 불쑥 한 그림자가 안방에서 나온다. 달빛조차 숨은 새벽녘의 어둠은 그의 모습을 완전히 가려주지만 그 그림자의 얼굴에는 개운할 정도로 활짝 핀 미소가 걸려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준다.
안방 밖으로 나온 그림자가 문을 닫는 소리가 어쩐지 스산하다. 문이 닫히기 직전 문틈 사이로 엿보인 안방의 전경. 거실과 마찬가지로 어둠이 짙게 내려있기에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안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큰 침대 위에는 노곤하게 풀린 여인의 여체가 야릇하게 퍼진 채 비릿한 밤꽃 향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안방 문을 닫은 그림자는 거실 한 편에 잠든 다른 안정수를 바라보는 것처럼 잠시 우두커니 서있더니 끌끌끌 하는 능글맞은 웃음소리를 낸 후 소파에 눕는다. 곧이어 지친 그림자의 주인은 작은 코고는 소리와 함께 금세 꿈의 나라로 떠나버린다.
서서히 동이 떠오르고, 짙게 깔린 어둠을 몰아내기 시작하는 아침.
동이 높이 떠오르지만 주말이기에 평일과 같은 활기참은 느껴지지 않는다. 안정수와 정나은의 보금자리도 비슷한 풍경이다. 두터운 커튼 너머로 부드러운 햇살이 스며들어도 거실에 잠든 두 사람은 미동도 않고 잠들어 있다.
하지만 곧이어 굳게 닫혀 있는 안방 문 안에서 무언가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동이 완전히 떠오를 시간이 지나고 부산스럽던 안방 안에서 곧이어 정나은이 문을 열고 안방을 나선다. 그녀가 나서며 열린 안방 문 사이로 보이는 안방의 전경은 어젯밤에 살짝 엿보였던 퇴폐적인 향기는 일체 남아있지 않고 깔끔하다.
그녀 역시 언뜻 보기엔 어젯밤 자러 들어갈 때와 별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잔뜩 흐트러진 머리칼하며 어쩐지 나른함이 그녀의 온 몸에서 물씬 풍겨 나온다. 살짝 몽롱하게 풀린 눈동자가 어쩐지 야릇함을 품고 있는 건 착각일까?

“…….”

정나은은 씻고 싶은 눈치로 화장실 쪽을 바라봤지만 소파에 누워있는 어떤 인간을 먼저 내보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고 간단한 세면만 한 채 아침을 차린다. 거실에는 그녀가 아침상을 차리는 부산스러움이 퍼졌음에도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 두 남자는 잠에서 깨어난다.

“…….”

굉장히 피곤하지만 어쩐지 즐거움이 가득한 김우영과 잠을 푹 잤기에 얼굴이 잔뜩 찌푸려지는 안정수. 두 남자의 표정이 어쩐지 대비된다.
두 남자는 거실에 앉은 채 멍하니 기다린다. 둘 사이에는 잠시 묘한 정적이 흐르는 가 싶더니 김우영이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서며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표한다.

“이거 어젯밤에는 신세 많이 졌습니다. 극진한 대접 감사합니다.”

뭔가 찝찝함이 잔뜩 묻어나는 안정수의 얼굴이지만 일이 있어서 돌아가겠다는 손님을 잡을 수 없는지 현관문에 선 채 두 부부를 바라보며 감사를 전하는 김우영을 배웅한다. 안정수의 곁에는 노곤함이랄지, 피로감이 온 몸과 분위기에서 잔뜩 묻어나는 정나은이 반쯤 멍한 채로 김우영을 배웅한다.

‘하여간 자존심은 쎄다니깐…….’

김우영은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도 손님이자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원수를 배웅한다는 겉치레를 마다하지 않는 정나은의 모습에 속으로 헛웃음을 친다. 동시에 곁에 선 안정수의 찝찝함이 묻어나는 얼굴에 작은 미소를 지은 채 현관문을 나선다.
철컥하고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정나은은 피로한 미소를 지은 채 남편에게 아침 먹자는 이야기를 하며 부엌으로 향한다. 안정수는 그녀가 머물렀던 자리에 은은하게 남아있는 비릿한 밤꽃 향을 깨닫곤 핫팬츠를 입은 그녀의 다리에 안정수의 시선이 집중된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곧이어 묘한 걸 발견한다.

“……?”

집중하느라 가늘어진 안정수의 시선이 그녀의 허벅지 안쪽으로 향한다. 무언가가 잔뜩 메말라 붙은 하얀 자국과 그 자국의 정체로 보이는 탁한 액체 한줄기가 주륵하고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서 흘러내리는 것을.
하지만 정나은은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임에도 노곤함과 피로감이 그녀를 지배하고 있는지 모르는 눈치다.

“…….”

안정수는 아내가 차려준 아침상을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피곤함이 묻어나는 아내는 어딘가 놀러가자는 이야기를 하며 꿈꾸는 소녀처럼 즐거워한다. 안정수는 아내와 함께 즐거워하며 놀러갈 곳을 입으로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식탁 아래 굳게 쥔 그의 주먹은 어쩐지 펴질 줄 몰랐다.

둥실둥실 떠가는 뭉게구름. 도시 어딜 가나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콘크리트 건물은 푸른 하늘을 가리고, 사람들의 답답한 마음을 더욱 옥죈다.

“……하늘은 참 평화롭네.”

건물 사이로 보이는 작은 하늘에 위안을 얻기 위해 올려다보며 그 하늘에 닿길 바라는 듯이 뿌연 담배연기를 훅 내뿜어보는 이가 있다. 이 수많은 건물들에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각자의 일에 종사하며 드문드문 일에 지친 직장인들이 잠시 야외 휴게실로 나와 담배를 뻐금뻐금 피우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풍경 속의 직장인.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전쟁터에서 잠시 피신 나온 그의 이름은 안정수다.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지치는 요일이 찾아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주말에 푹 쉬지 못했던 것일까? 안정수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짙게 깔려있다.

“후우~정말이지. 일도 손에 안 잡히네.”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 담배를 의무적으로 태우고 있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자꾸만 주말에 있었던 일에 정신이 팔리기 때문이다. 안정수는 주말을 계속해서 돌이켜 보며 결국 잠들어 버린 자신을 탓한다.

‘그것도 문제지만…….’

안정수는 그날 밤 잠들어버린 자신보다는 다음 날 아내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려 한심한 자신을 탓하는 일보단 아내가 신경 쓰여서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묘하단 말이야…….”

그날 밤 아내와 김우영 부장이 몸을 섞은 건 확실하다. 그것도 상당히 진하게…….
그 때문인지 아침에 본 아내의 모습은 상당히 피곤함이 배어나왔다. 어색한 자신의 태도와 가랑이 사이에 하얗게 말라붙은 진한 정사의 흔적을 스스로 눈치 못 챌 정도로 피곤해 보이는 아내였다. 그럼에도 자신과 어디론가 놀러가고 싶어 했고, 결국에는 당일치기로 외출을 강행했다.
여기서 떠오르는 의문.
왜 아내는 굳이 자신과 외출을 하고 싶어 했을까? 물론 서먹하고 어색해진 부부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덜렁이인 자신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녀는 그 사실을 어필하며 힘껏 즐겼다.

‘…….’

굳이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 다음 날 부부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피곤함을 무릅쓰고 외출했다는 점이 안정수의 신경을 계속해서 건드렸다. 자신을 놀리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정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아내가 자신과 외출해서 거짓으로 즐거워했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분명 굉장히 즐거워했지.’

오랜만에 보는 정말로 즐거운 아내의 미소.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며 점점 높아지는 자존심 때문인지, 그렇게 순수하게 즐기는 아내의 모습은 20대 이후 거의 보지 못했는데 마치 자신과 연애할 때의 그때처럼 그녀는 순수하게 즐거워했다.

“……후우우우.”

담배 연기를 토해낸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긴 숨을 토해내며 안정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답답한 의문을 토해낸다. 살을 부비고 살아도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알 도리가 없으니 안정수로써는 그녀의 이중된 모습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우영의 품에 안겨 쾌락에 헐떡이는 아내의 미소와 자신의 품에 안겨 즐겁고 순수한 아내의 미소.
두 미소의 의미를 모르겠다.
그 미소의 의미를 아는 건 간단하다. 그냥 아내를 붙잡고 왜 그랬냐는 말 한마디.
딱 한 마디면 된다.
하지만 그 한 마디를 건넬 용기가 나질 않기에 몰래 지켜보기로 했거늘…….

“두 번째는 힘들겠지.”

김우영 부장의 대담함을 생각 못 한 게 안정수의 패착이다. 아무리 대담한 그여도 또 다시 집으로 초대하는 건 너무나 수상쩍어 할 것이다. 게다가 설마하니 남편이 있는 집에서 정말로 남의 아내를 탐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말도 안 된다고 결론내고 마음 한 편으론 아내를 향한 맹목적인 믿음이나 안도감을 느끼자 팽팽하게 유지되던 긴장감의 끈을 잠시 놓았더니 물밀 듯이 몰려오는 피로감에 컨디션을 조절 못 한 게 또 다른 가장 큰 패착이기도 하다.

“……쯧.”

사랑하는 아내가 다른 남자 아래 깔려 헐떡이는 모습을 기습적으로 들이밀어진 상태에서 본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쉬울 리 없다. 하지만 한 번 실패했기 때문일까? 마음 속 부글부글 끓던 질투심과 같은 뜨거운 감정은 많이 가라앉고 두 번의 실패를 막기 위해 한층 차분히 가라앉은 자신을 느끼고 있다.

“…….”

두 번의 실패를 없애기 위해 냉정해져야 한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주말에 아내와 외출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강하게 머릿속 한 편에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그 방법을 써야하나?”

안정수는 이 방법만은 쓰기 싫었는데, 어떤 의미론 이 방법이 아내의 의도를 알아보는 것엔 틀림없다. 오히려 집에서 확인하는 방법보다 더욱 적합하다.
바로 김우영 부장과의 불장난.
자신이 아내에게 한 가장 큰 잘못인 하룻밤의 불장난.
분명 김우영 부장은 자신에게 그런 자리를 꼭 만들어주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한 번으로 족할 그런 자리를 종종 이런 자리를 가지자고 구태여 말했다. 그때를 생각해보면 그냥 상투적인 누구나가 하는 언제 한 번 저녁 먹자는 직장인들의 겉치레 같은 말. 물론 저녁 한 번 먹자는 말과는 괴를 달리하는 터무니없는 말이었지만 묘할 정도로 안정수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
마치 이런 자리가 한 번 더 있을 것이란 걸 확신하는 것 같은 말투였다.
이 약속 아닌 약속이 왜 가장 이 상황에 적합하냐고 하면……바로 그 하룻밤의 불장난의 대상이 아내가 될 수도 있다.
상대도 모르고, 그녀를 안는 자신도 상대방의 정체를 모르는 말도 안 되는 하룻밤의 불장난.

“하지만 그걸 가능케 한단 말이지…….”

지금 돌이켜보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여자와는 미리 말을 맞춰놨을지도 모르지만 정말로 여자도 상대방이 바뀌는 걸 모를 수 있는 상황.
그렇기에 안정수는 이 생각을 머릿속 한 편에 밀어놓고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날 밤 아내의 의도를 확인하지 못했기에 이젠 아내 몰래 그녀의 의도를 확인하기엔 이것 밖에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아니, 이 방법이 좋다고 그의 가슴 속 작지만 깊게 뿌리내린 배덕감이 자신에게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처럼 자신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만약 그런 자리에 아내가 나온다면? 그 자리에 나오기 위해 아내는 김우영 부장과 미리 말을 맞췄을까? 아니면 자신이 믿고 싶은 것처럼 사랑하는 아내는 그 자리에 억지로 불려나온 것일까?

“꿀꺽…….”

안정수는 손에 쥔 담배가 서서히 타들어가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머릿속에 떠오른 아내의 모습에 입 안이 바짝 마르는 걸 느끼며 마른침을 삼켜보지만 갈증은 더해져만 간다.

“동시에 아내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겠지.”

아내가 그런 자리에 안 나온다는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얼마 전 자신이 마련한 무대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올라가는 김우영의 모습에서 확신을 했다. 그라면 당연하다는 듯이 마치 자기 물건을 과시하듯이 자신이 제안한 무대에 아내를 끌고 나올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확인하고 싶은 아내의 의도는 그때 확실히 밝혀질 것이다.
미리 말을 맞추고 나왔을 것이냐, 모르고 나왔을 것이냐…….
자신은 아내의 반응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모르겠다. 쿵쾅거리는 심장의 두근거림과 긴장으로 인해 몸이 뻣뻣하게 굳는 걸 보면 아직도 자신은 망설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다시 한 번 그 자리에 자신이 선다면 억눌렀던, 외면했던 감정이 봇물 터지듯 넘쳐흐를 건 확실하다.

“하지만 김우영 부장은…….”

다 타들어간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그를 떠올린다. 야외 휴게실로 나오며 스쳐지나가듯 보았던 그의 텅 빈 부장 자리.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자리를 비웠다. 평소와 별 다를 바 없는 그의 행동이지만 텅 빈 그 자리를 볼 때마다 아내를 만나러 간 건 아닐까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다.

“후우…….”

안정수는 작은 한숨을 쉬며 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 연락처를 뒤적인다. 수많은 연락처 중 가장 위에 올라와 있는 메롱이라고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
아내의 전화번호다.
눈매 사나운 마귀할멈이라고 저장해둔 걸 아내에게 들켜 등짝을 시원하게 얻어맞은 뒤 그녀가 바꿔준 이름이다. 서로 사람 만나는 일을 하기에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연락하는 걸 자제하는 게 암묵적인 룰이 되어버렸다. 지금에 이르러선 이 암묵적인 룰 때문에 연락하는 것에도 작은 용기가 필요할 정도다. 메롱이라 적혀있는 연락처에 통화 버튼을 누르는 게 왜 이렇게 힘든 걸까?

“…….”

겨우 전화 한 통. 이런 것에 망설이고 있는 걸 보면 자신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서로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에 너무 기대고 있었던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안정수는 자꾸만 마르는 입 때문에 갈증을 해소하듯 마른침을 꿀꺽꿀꺽 삼키며 절전 기능 때문에 자꾸만 꺼지는 스마트 폰 액정을 하염없이 내려다본다. 액정 위에 굳은 것처럼 영원히 움직이지 않던 손가락이 파란 전화 표시를 꾹 누른다.

“…….”

경쾌한 효과음과 동시에 통화가 연결되는 연결음이 스마트 폰에서 흘러나온다. 짧은 연결음이 한 번 울릴 때마다 안정수의 가슴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려는 자신의 손가락을 말리느라 고역이다. 연결되지 않는 스마트 폰 액정을 외면하듯이 그는 푸른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려버린다.
안정수의 손아귀에 쥔 스마트 폰에서 흘러나오는 통화 연결음이 고통이라도 주는 것처럼 그의 손은 움찔거리며 통화 종료 버튼 위에서 까딱거린다.
10초가 이렇게 길었던가? 지금 통화를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난거지?
안정수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도 귓가에 울리는 통화 연결음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흘러가는 시간에 압사 당할 것처럼 긴장이 고조된다. 뻣뻣하게 굳은 손가락은 이 긴장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고 주장하듯 스마트 폰 액정 위에서 다른 생물처럼 움찔거린다.

“…….”

통화를 시작한 지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이제 곧 부재중일 때 흘러나오는 안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건 아닐까? 역시 일이 바쁜 걸까? 주말이 아니어도 근래 굉장히 일이 피곤해 보이긴 했는데…….
온갖 추측과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귓가에 울리는 통화 연결음을 더 이상 참기 힘든 것처럼 경련하듯 움찔거리던 그의 손가락은 계속되는 통화 연결음이 끝나는 순간에 맞춰 통화 종료 버튼을 꾹 눌러버린다.

“하아…….”

자신의 의지였을까? 아니면 자신을 옥죄는 통화 연결음을 견디기 힘든 손가락이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자기 멋대로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것일까?
안정수는 혼란스런 머리와 아직도 진정이 안 되는 가슴을 부여잡고 올려다보고 있던 푸른 하늘을 향해 길고 긴 한숨을 다시 한 번 토해내곤 일터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갔다. 그의 주미니 속에 들어 있는 스마트 폰.
그가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기까지의 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외면하듯 하늘을 올려다보았기에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직전에 스마트 폰 액정이 순간적으로 초록색으로 변하며 통화 연결이 되었다는 사실을 끝까지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그에게 있어선 어떤 의미론 행운이었다.
아무런 특색이 없는 작은 방. 마치 묵고 가는 것만이 목적으로 만든 상업용 시설처럼 보인다. 한 사람이 앉을 정도의 작은 소파와 탁자. 간단한 샤워시설은 방금 전까지 누군가가 이용한 것처럼 아직 수증기가 자욱하고 바닥에는 물이 고여 있다.
방구석에는 침대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고, 그 위에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듯 때때로 침대보가 흔들리고 있는데, 그 아래에는 침대 위에 있는 사람이 벗어 둔 것으로 보이는 정장 옷가지가 흩어져 있다.
침대 아래 수많은 옷가지들 중 여성용 검은 정장 치마 주머니에 들어있는 스마트 폰은 시끄러운 벨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침대 위에서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왼손이 힘겹게 침대 아래로 향한다.
여성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때때로 경련하듯 움찔거리고 있었으며, 약지에는 심플한 디자인의 은색 반지가 끼워져 있어 결혼했다는 걸 알려준다. 여성의 왼손은 어떠한 힘을 받고 있기라도 한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기묘하다.
힘겹게 정장 치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낸 여성의 손은 액정 위에 뜬 덜렁이라는 연락처 저장 이름에 크게 움찔거린다.
곧이어 여성의 손에선 어쩐지 다급함이 묻어나며 자신의 몸을 흔들리게 하는 무언가에 말을 건다. 시끄러운 벨소리에 다급한 여성의 목소리가 묻혀 잘 들리진 않았지만 벨소리 속에 숨어있던 찰진 타격음이 잠시 멈추는 건 알 수 있었다.
여성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통화 연결 버튼을 누르며 액정의 화면이 초록색으로 바뀌며 연결됐음을 알리는 순간 여성의 왼손은 큰 힘이라도 받은 듯 튕겨져 나갈 듯 흔들린다. 여성의 왼손을 벗어난 스마트 폰은 침대 아래 옷가지에 툭하고 떨어진다.

“……아!”

시끄러웠던 벨소리가 멈추자 격렬히 흔들리는 침대보와 찰진 타격음은 조금 전처럼 작은 방 안을 터트릴 듯이 울려 퍼진다. 이젠 다급함과 초조함까지 묻어나는 여성의 왼손은 재빠르게 침대 아래로 향하지만 무언가에 붙잡힌 것처럼 그녀의 왼손은 스마트 폰과의 거리를 조금 남겨두고 좁혀지질 않는다.
초록색이던 스마트 폰 액정이 금세 붉게 변하며 전화가 끊어진 걸 알리는 걸 확인한 것일까? 아니면 침대 위에서 그 아래로 향하는 그녀를 막는 무언가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일까? 그녀의 가느다란 왼손은 허공에서 쫙 펴져 부들부들 떨리더니 곧이어 축하고 늘어진다.
이제는 검게 변한 스마트 폰 액정. 그 위에 축 늘어진 여성의 왼손과 약지에 끼워진 은색의 반지는 은은한 방의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다. 마치 도움을 청하는 것 같은 그녀의 손을 스마트 폰과 떨어트리기라도 하듯 축 늘어진 그녀의 손은 무언가의 힘에 의해 잡아당겨진 것처럼 스르륵 침대 위로 사라진다.

스멀스멀 땅거미가 지는 시각. 영업팀 직장인들은 김우영 부장이 온 뒤로는 칼 퇴근이라는 꿀 맛 같은 행복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행복을 깨부수려는 것처럼 김우영 부장은 저번 주부터 퇴근시간 1시간 전에 슬금슬금 사무실로 돌아와 일을 처리한다.
당연한 직장인의 모습이 어색한 김우영 부장.
오늘도 어김없이 오렌지 빛 황혼이 세상을 뒤덮기 시작하자 사무실로 돌아와 자신의 자리에서 일을 보고 있다. 처음에는 영업팀 사원들도 상사의 눈치를 살폈지만 곧이어 그 눈치 보는 일도 얼마 가지 않고, 보란 듯이 퇴근 시간에 초침이 가는 순간 쏜살같이 사라진다.
퇴근 시간 후의 영업팀 풍경은 비슷하다.
일이 남아있어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하는 몇몇 사원들과 김우영 부장과 어째서인지 항상 남는 안정수 사원. 이것이 이 회사의 영업팀 야근 풍경이다.

“…….”

안정수는 오늘도 어김없이 퇴근 시간에 돌아온 김우영 부장에게 곁눈질을 한다. 마치 자신에게 할 말 없냐는 둥 일부러 돌아와는 자신의 노고를 알아달라는 것처럼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자리에 앉아 싱글벙글 웃고만 있다.
조용히 흘러가는 시간. 황혼 빛으로 물들었던 사무실도 어느새 적적한 어둠이 깔린다. 강렬한 형광등 불빛 때문에 시간 감각이 마비되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안정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딴 짓 하던 김우영 부장이 다가오는 자신을 보곤 의문과 흥미가 섞인 얼굴로 바라본다.

“음? 안 사원 할 말 있나?”
“……흠. 오늘 저녁 한 끼 어떠신가요?”

순간적으로 김우영 부장의 눈에 빛이 스쳐지나간 것처럼 보인 건 자신의 착각일까? 김우영 부장은 자신이 이런 제안을 하길 기다렸다는 듯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김우영의 뒷모습을 가느다란 눈으로 바라보던 안정수는 외투를 챙겨 그의 뒤를 따라갔다.
저녁 시간이 살짝 지난 음식점은 적당한 열기에 휩싸여있다. 술이 들어가 기분이 고조된 사람들의 웃음소리, 음식이 내뿜는 맛있는 향기와 열기는 하루의 피곤을 싹 날려주는 것 같다. 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묘하게 붕 뜬 하나의 테이블이 있다.

“…….”
“흐음~술이 맛있네.”

안정수와 김우영이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곳. 흔하디흔한 광경이지만 어쩐지 둘 사이에 흐르는 기류 때문인지 다른 테이블들과는 주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쳐져 있는 느낌이다.
또한 그 둘의 태도도 묘하기 그지없다. 경계심이 서린 안정수와 그의 태도를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은 김우영의 모습이지만 묘하게 그를 의식하고 있다는 걸 옆에서 다른 사람이 본다면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도 경직되어 있다.
두런두런 이야기가 오간다 싶으면 어느새 정적이 흐르고, 기울여져 가는 술잔과 지글지글 익고 있는 고기만을 의무적으로 입으로 가져가 우물우물 씹는 두 사람의 모습은 정신없는 음식점 풍경 속에서도 시선을 모은다.

“……그나저나 안 사원이 먼저 저녁을 먹자고 하자니 무슨 일일까?”

술이 잔뜩 들어간 두 남자. 그 숨 막히는 저녁 자리에서 가장 먼저 패를 꺼내든 건 김우영이었다.
명백히 위에서 보는 시선과 태도.
운을 떼 줬으니 자기가 가진 패를 꺼내보라는 상급자의 시선에 안정수의 얼굴에 살짝 인상이 써졌지만 곧이어 짐짓 모른 척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흐음……아무래도 일이 힘들어서인지 스트레스가 상당히 쌓인 것 같습니다. 아내와의 사이도 그렇고…….”

짐짓 일상에 치이고, 가정에 치이는 것처럼 이야기를 조금씩 전개해 나간다. 빙 돌려 말하는 그의 말과 모습에선 마치 꺼내기 어려운 말을 꺼내며 부탁하는 입장을 연기한다.

‘순진하고 덜렁거리는 모습만을 보여줘야 하는데……늦었나?’

아직 품 속에 숨긴 이빨을 들이밀 때가 아닌데도 자꾸만 튀어나오려는 뜨거운 본심 때문에 표정 관리가 잘 안 된다. 김우영 부장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이며 마치 더 해보라는 듯 그 역시 모른 채하며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

“허허~요새 일이 그렇지 뭐…….”

주거니 받거니.
의미 없는 대화가 오간다. 단 한 가지 주제로 넘어가는 것이 어찌나 힘든지, 김우영 부장의 시치미 어린 모습도 한 몫 하지만 자꾸만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본심 때문에 먼저 그 날의 약속을 언급하는 게 그렇게 어려울 수 없다. 테이블 아래로 꼭 쥔 주먹은 펴질 줄 모르며 쓰디쓴 술만 물처럼 들이부으며 결심을 굳힌다.

‘후우……한심한 놈아 언제까지 고민만 할 거냐.’

한 번 실패했다는 것 때문일까? 차갑게 식은 가슴에 억지로 불을 지피며 굳은 가슴을 억지로 두들겨 패 말을 꺼낸다.

“그래서 말인데……지난번에 있었던 하룻밤의 불장난을 또 할 수 있을까요?”

안정수는 사늘하게 식으려는 가슴을 억지로 두들겨 움직이게 하며 태도는 최대한 약자를 얼굴은 너무나도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연기다.
사랑하는 아내를 향한, 소중한 자신을 향한, 가슴 속 작은 배덕감을 향한 연기를 쥐어짜낸다.
그리고 김우영 부장은 자신의 연기 따위 신경도 쓰지 않는 다는 듯, 그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모습은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멈춘다. 술잔을 기울이던 그는 조용히 빈 술잔을 내려놓곤 자신에게 시선을 던진다.

“…….”

두 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히며 두 남자는 서로의 마음을 읽으려는 듯 그 시선에 담긴 감정을 훔쳐본다. 두 남자는 얼마나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최초의 변화는 김우영 쪽에서 먼저 흘러나왔다.

‘……?!’

안정수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언제나 봐오던 김우영이란 남자의 얼굴에는 처음 보는 가면이 떠올라 있었다. 껄렁껄렁하던 태도도, 능글맞으면서 비릿한 미소도, 여직원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혐오어린 시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넘기는 사람 좋은 얼굴도 아니었다.
그저 김우영 부장의 입은 길고 긴 초승달 같은 호를 그렸다.
조용한 미소.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그의 진정한 미소를 엿본 것 같다. 사람의 웃는 얼굴이란 건 이렇게 소름끼치는 것이었던가? 음식점의 시끌벅적하고 뜨거운 열기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정적어린 그 작은 미소를 보자 안정수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으려는 걸 겨우 참아냈다.

“……좋지. 응. 그럼 시간과 장소는 그때처럼 따로 알려주도록 하겠네. 언제가 좋을까……그래 가능하면 이번 주 금요일이 좋겠군……다음날이 주말이니 좋지 않겠는가?”
“……그러도록 하죠.”
“그럼 오늘은 이만 일어나기로 할까?”

그 말을 끝으로 김우영 부장은 냉큼 일어서서 저녁 값을 계산하곤 먼저 자리를 떠버렸다. 안정수는 다시금 타들어가는 속을 달래려는 듯 남아 있는 술을 자신의 술잔에 털어 넣곤 단번에 들이키곤 자리에서 일어선다.

“…….”

술 취한 사람들이 가득한 아름다운 밤의 거리. 음식점에서 나온 안정수는 기분 좋게 취해 집으로 걸음을 옮기는 행복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가는 김우영 부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방금 전 보았던 그의 미소를 몇 번이고 되새겨 본다.
결국 주사위는 던져졌다.

시간이라는 것은 각각 상대적으로 느낀다. 어떤 이는 굉장히 빠르게, 어떤 이는 굉장히 느리게. 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괴로운 시간은 느리게. 그렇기에 약속한 날까지의 시간은 각 3명에게 있어 서로 다르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누가 어떻게 느끼고 있던 시간은 착실히 흘러 약속한 날이 되었다.
금요일.
다음날 출근하는 사람들도, 주말을 잊고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도, 오히려 주말이기에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은 일주일간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려는 듯 길거리는 활기로 넘치고 있다.
부드러운 황혼 빛이 조금씩 사라져가며 스멀스멀 어두운 밤의 장막이 하늘에 드리우기 시작하는 아직 이른 시각. 활기찬 길거리를 거니는 사람들 속 다른 사람들과 별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정장 차림의 두 직장인 남녀도 길거리를 거닐고 있다.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능글맞은 미소가 입가에 드리운 중년 남성은 사람들이 넘치는 길거리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뒤 따라오고 있는 여성을 힐끔 곁눈질한다.

‘드디어 오늘이군.’

능글맞은 미소가 특징인 김우영은 오늘 밤을 생각하면 밤잠까지 설칠 정도였다.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는 그녀는 시원시원한 걸음걸이에서 자신감이 절로 뿜어져 나오는 커리어우먼이며,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는 그녀는 다른 남자의 아내이자 유부녀인 정나은이다.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사나운 눈매가 그녀의 자존심 강한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정갈하게 틀어 올린 머리하며, 한 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는 깔끔한 옷맵시를 자랑하는 검은색 정장은 그녀의 사회생활 됨됨이를 상상케 한다.
검은 정장에 이어 검은 스타킹에 검은 하이힐까지 신어서인지, 상의 마이 안으로 보이는 티 하나 없는 순백의 하얀 와이셔츠가 유독 시선을 모은다. 그 외에도 붉은 립스틱으로 칠해진 두툼한 입술에는 오랜만에 기분 좋은 미소가 걸려 있다.

‘이제 일주일 정도만 참으면 돼.’

정나은은 흘러내린 반무테 안경을 손으로 추켜올리며, 자신의 앞을 걸어가고 있는 남자와의 내기를 떠올린다.
오기와 치기 어린 자존심으로 시작된 한 달간의 내기.
1, 2째 주가 너무나 힘들었던 것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지난 주말 사랑하는 남편과 기분 전환으로 외출을 다녀온 것 때문이었을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몰려있던 그녀는 일주일 새에 몰라보게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아마도 이번 주를 편하게 보냈기 때문이겠지.’

자신을 함락시키기 위해 하루, 하루가 아쉬울 그는 이상하리만치 이번 주는 자신을 불러내지 않았다. 그 덕에 충분한 휴식을 취한 그녀로써는 그동안 빛을 잃어가던 여성으로써의 매력을 다시금 활짝 피워내고 있다.
아니, 김우영과의 잦은 잠자리 탓이었을까? 여성으로써 아직 풋풋함이 남아있던 그녀는 이젠 농익은 색기까지 한층 진해져 뭇 남성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짙은 분위기까지 두르고 있다.
그렇게 여성으로써의 매력이 물씬 풍겨져 오는 정나은의 입가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떠올라 있다가 무언가를 불안해하는 것처럼 일자를 그리며 굳어진다.

‘오늘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불러낸 거지?’

속셈이야 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저녁 무렵이 다되어서야 자신을 불러냈다. 이번 주 내내 조용했던 것도 그녀를 묘한 의심과 불안을 샘솟게 하는데 충분한 변화다.
마치 폭풍 전의 고요처럼 조용하고 순탄했던 세 번째 주.
묘한 불안감이 그녀를 지배하고 있지만 이제 내기도 일주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절로 힘이 솟는다.

‘이제 조금만 더 참으면…….’

1, 2주에 터무니없이 시달려 한계에 다다랐던 정나은은 짧지만 소중한 휴식을 통해 본래 컨디션을 되찾았다. 무너져가던 그녀는 지금에 이르러선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양되어 마치 김우영과의 내기를 하기 전 도도하고, 콧대 높았던 정나은을 떠올리게 한다.

“…….”

다시금 높은 절벽 위의 꽃처럼 정복할 욕구가 샘솟게 하는 정나은의 모습을 곁눈질로 훔쳐보던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와 함께 어둑어둑해지는 스산한 바람이 부는 밤거리로 모습을 감췄다.
시가지에 살짝 벗어난 곳에 자리 잡은 전경과 시설 좋은 호텔은 상당히 많다. 적당한 자연과 적당한 도시의 야경이 조화를 이룬 이곳은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머물게 한다. 정나은이 창문 너머로 바라보고 있는 이 호텔 방도 그런 분류인지, 적당히 우거진 자연과 인공적인 도시의 야경이 적절히 배합되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어째서 이런 곳으로 온 거지?’

시가지에서 살짝 벗어났다곤 해도 시설도 상당하고 내려다보이는 전경마저 아름다운 이런 호텔은 구태여 한 번의 쾌락을 만족시키기 위해 찾아오기에는 상당히 비싼 값임에 틀림없다.
명백하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김우영의 행동에 정나은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의 의중을 짐작해 보지만 딱 이렇다 할 정답이 나오지 않아 가슴 속 작게 피어났던 불안감과 의심은 더욱 그 몸집을 불리고 있다.

‘상관없으려나?’

힘겨운 1, 2주를 보낸 그녀는 그 시간보다 더 힘든 건 없을 거라 여기고 있다. 지난번처럼 화장실이나 집 같은 장소에서 조마조마한 상태로 관계를 갖는 것보단 단연 이 편이 좋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최고조인 그녀로써는 가슴 속에 피어난 불안이나 의심을 지워버리기로 했다.
평소의 그녀라면, 아니 지칠 때로 지쳤던 그 때의 그녀만 하더라도 한 번 피어난 의심과 불안을 계속 쥐고 그의 의중을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냈을 것이다. 하지만 일주일간의 휴식은 그녀에게 본래의 좋은 상태를 만들어 주었고, 잃어가던 자존심과 자신감을 되찾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이제 내기가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도 겹쳐지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긴장의 끈을 완전히 풀어버렸다.
사랑하는 남편이 올 리도 없는 떨어진 시가지. 이젠 익숙해져 버린 김우영과의 육체적 관계. 여러 가지 요인이 절묘하게 맞물리며 경계가 옅어지고, 긴장의 끈이 풀려버렸다. 그저 오늘밤도 똑같이 그의 상대를 해주고 돌아가면 된다고…….

“일단 함께 목욕부터 할까?”

그렇기에 그녀는 그가 하자는 대로 몸을 편히 맡겼다. 김우영과의 목욕도, 그의 절묘한 마사지로 인해 노곤해지는 자신의 육체도, 아름다운 절경을 내려다보며 마시는 달달한 와인도…….
정나은은 전부 그저 받아들였다. 지금까지 겪었던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슬슬 놀아보자고.”

김우영은 능글맞은 미소와 함께 정나은을 침대에 눕혀 더욱 긴장을 풀게끔 마사지와 절묘한 손놀림으로 그녀의 몸을 달아오르게 했다. 적당히 오른 취기, 싸구려 여관이 아닌 좋은 시설과 아름다운 전경이 주는 묘한 분위기. 정나은은 이런 것에 약하다는 걸 김우영은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 암고양이는 여자로써 처음 만족했을 때를 기억하려나?’

김우영은 그녀와의 수많은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그녀를 관찰했고, 여자로써 처음으로 만족해버렸던 것을 잊지 않았다. 아무리 억지로 쾌락을 때려 넣어도, 반쯤 자발적으로 가랑이를 벌리게 해도 그녀는 결코 여자로써 만족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결국 만족하기 시작한 때가 있었으니, 바로 처음 엉덩이를 뚫었을 때였다. 다른 쪽 처녀를 가져갔기에 그녀가 마음의 문을 열고 만족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진정으로 만족한 그 때는 김우영이 마치 사랑하는 연인처럼 그녀를 배려하며 간지러운 곳을 살살 긁어주듯 조심스럽게 안았을 때였다.
강압적이었던 예전과의 관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녀의 반응. 오히려 엉덩이 쪽으로의 관계는 여자로썬 쾌락을 느끼기 힘들고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만족하기 힘듦에도 그녀는 만족한 이유를 김우영은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현관문에서의 진득한 키스로 시작한 단 한 번의 조심스러운 관계에서도 그녀는 만족했다. 안정수가 마련한 무대, 즉 얼마 전 요요한 달빛 아래 분위기 좋은 베란다에서의 관계도, 안방에서의 정사에서도 그녀는 결국 만족한 것처럼 보였다.
그녀도 어쩔 수 없는 여자였던 것이다.

‘게다가 이번 주는 일부러 푹 쉬게 해줬지. 짧은 휴가는 즐거우셨나?’

김우영은 그녀의 몸을 이리저리 마사지하며 그녀의 긴장의 끈을 더욱 가늘어지게 한다. 때때로 진한 키스를 나누고, 달콤한 와인을 자신의 입에서 그녀의 입으로 넘겨주는 등 분위기에, 술에, 열기에, 몸에서 피어나는 작은 쾌락에 취하게 한다.

“으음…….”

점점 몽롱하게 풀려가는 정나은의 흑요석 같은 눈동자는 그 반짝임이 살짝 줄어들었다. 김우영은 첫 번째 주 그녀의 몸을 끊임없이 괴롭힌 건 그녀의 약한 부분, 잘 느끼는 부분, 피곤이 잘 쌓이는 부분 등을 철저하게 외워 놨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만족스럽다. 마사지를 하며 피곤이 쌓인 부분을 풀어주고, 잘 느끼는 부분이나 약한 부분을 절묘한 손놀림으로 계속해서 자극하자 차근차근 기분 좋게 몸이 달아오르는 정나은은 자신이 조금씩 달콤한 비음을 내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눈치다.

“만족스러운가봐? 이제 나도 좀 즐겨보자고?”
“…….”

침대 위에 노곤하게 풀린 유부녀의 여체는 적절한 열기를 담고 있어, 흐트러지게 핀 요염한 꽃의 자태는 달콤한 체취를 양껏 피워내며 수컷을 유혹하는 금단의 과실처럼 달콤한 과즙을 잔뜩 머금고 있다.
아직 물기를 머금고 있는 흑단 같은 머리카락은 흰 시트 위에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고, 살짝 풀린 흑요석 같은 눈동자는 허공을 헤맨다. 복숭아 빛으로 물든 양 뺨은 새색시처럼 귀여움을 뿜어내고, 화장을 지워 뺨처럼 연분홍빛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은 열기가 담긴 숨결을 조금씩 토해낸다.
가느다란 목선과 전체적으로 기분 좋은 열기를 머금은 뽀얀 살결은 그 열기를 배출하듯 땀방울이 한, 두 방울 맺혀있어 그녀의 체취를 더욱 농밀하게 해준다.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탐스러운 가슴은 부드러움을 증명하듯 가슴이 오르내릴 때마다 작은 출렁임을 간직하고 있고, 부드러운 가슴 능선 위에 작게 핀 꽃은 달아오른 그녀의 기분을 증명하듯 조금씩 솟아오르고 있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만큼 매끄러운 복부라인과 여성임을 증명하는 잘 발달된 골반과 정면으로 누워있어 아쉽게도 보이지 않지만 탄력적인 엉덩이는 새하얀 시트 속에 파묻혀있다. 걸어 다니는 일이 많은 만큼 육덕지지만 건강미가 돋보이는 양 허벅지와 가랑이 사이의 계곡은 묘한 열기를 내뿜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갈증을 불러일으킨다. 매끄럽게 뻗은 다리라인과 깨끗하고 앙증맞은 발은 꼼지락거리며 기분 좋게 풀려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김우영은 그런 정나은의 몸을 끈적한 눈으로 감상한 뒤 그녀의 얼굴에 커다란 안대를 씌운다. 몽롱한 정나은의 눈빛에 살짝 빛이 돌아오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기분 좋은 열기에 취한 것처럼 그저 저항도 않고 받아들였다. 그녀의 양 팔목을 머리 위로 올린 뒤 장난감 수갑으로 침대에 구속하는 것도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역시 별다른 저항감은 없군.’

두 번째 주 공중 화장실이나 남편이 있는 회사 화장실에서의 일을 떠올리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도 자연스럽게 그저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김우영은 그녀에게 이정도 일은 별 것 아니라는 것처럼 받아들이게끔 하는 게 그의 목적이었다.

“재미있는 장치를 더 해볼까?”

김우영은 그녀가 벗어둔 검은 스타킹 한 짝을 가져와 그녀의 한 쪽다리에 쓱 씌운다.

“……?”

앞이 보이지 않고, 손이 구속된 정나은은 갑작스레 자신의 다리에 스타킹이 신겨지자 의아해 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그냥 기분 좋은 열기에 푹 퍼진다. 김우영은 의아해하는 정나은의 모습을 아랑곳 않고, 스타킹 밴드부분 바로 아래를 의도적으로 찢는다.

“……뭘.”

정나은의 입에선 뭘 하는 거냐는 의문이 새어나왔지만 자신의 입만 아플 뿐이라고 결론짓곤 자신의 입술을 혀로 핥으며 기분 좋은 열기 때문에 갈증어린 입술에 수분을 보충해준다. 김우영은 검은 스타킹의 밴드 바로 아랫부분을 쭉쭉 찢곤 만족스런 얼굴을 한다.

‘이걸로 ‘끼워 넣을 곳’은 다 됐고.’

김우영은 마지막으로 조심스레 그녀의 왼쪽 손에 손을 뻗는다. 푹 퍼진 몸처럼 가느다란 손가락이 힘없이 처져있는 걸 놓치지 않고 김우영은 재빨리 그녀의 왼손 약지의 끼워져 있던 심플한 디자인의 은색 결혼반지를 빼앗아 버렸다.

“……응?! 자, 잠깐! 뭐 하는?!”

기분 좋은 열기에 휩싸여 있던 그녀는 한 박자 늦게 화들짝 놀라며, 빼앗긴 반지를 되찾기 위해 손을 뻗어보지만 침대에 고정된 차가운 장난감 수갑의 소리만이 허무하게 들려오며 그녀의 손을 구속한다. 이 와중에도 끊어지지 않은 장난감 수갑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던 김우영은 특유의 능글맞은 말투로 그녀를 안심시킨다.

“자자, 누가 뺏어간대? 꼭 돌려줄 테니 걱정 말라고. 옆에 두지.”

김우영은 마치 들으라는 듯이 빼앗은 결혼반지를 침대 곁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 소리를 낸다. 정나은은 반지가 놓이는 듯 탁 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녀의 몸에선 항의 어린 분위기가 풍겨져 나온다. 김우영은 그녀의 항의를 무시하고, 테이블 위에 두는 척 한 빼앗은 그녀의 결혼반지를 ‘준비해둔 물건’과 함께 보이지 않는 곳에 잘 놔둔다.

‘자 이제 다시금 날 선 암고양이의 기분을 풀어줄까?’

김우영은 다시금 날 선 그녀의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타며 그녀를 애무하기 시작한다. 이로써 그가 준비한 것은 끝이다.
첫 번째 주를 이용해 그녀의 몸을 양껏 탐닉하며 철저하게 조사했고.
두 번째 주를 이용해 그녀는 이런 취급이 아무렇지도 않게끔 의식을 바꿔 놨다.
세 번째 주를 이용해 그녀의 팽팽하게 당겨진 의심과 경계의 끈을 느슨하게 했다.
그리고 오늘.
이제 마지막 퍼즐 조각만이 남았다. 김우영은 그 마지막 퍼즐 조각이 도착하길 기다리며 그녀의 몸을 탐닉하며, 그녀를 더욱 깊고 깊숙한 쾌락의 늪으로 조금씩 끌어내린다.
그녀가 마지막 퍼즐 조각의 존재를 끝까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안정수는 인생을 살아가며 이렇게 초조하게 지낸 적이 있을까?
일주일이란 시간이 그렇게 피 말리는 줄 몰랐다. 현관문 앞에서 김우영 부장과 아내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헐떡이는 걸 본 이후보다 더욱 힘든 한 주였다. 안 그래도 심란한 상황에서 피 말리게 하는 당사자인 아내가 의외로 집에 일찍 들어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보니 안정수는 눈치껏 그녀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지쳤다.

‘결국 아내의 의도는 못 알아챘지만…….’

굉장히 지쳐보였던 아내는 시간 나는 대로 휴식을 취하고,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서인지 오히려 점점 활기차졌다. 바람을 피우고 있다면 외출이 잦고, 늦은 귀가가 당연해야 할 터인데 자신이 눈치 챈 걸 알기라도 하듯 마치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때맞춰 자신과 시간을 보내고 귀가가 빨라지니 오히려 안정수는 더욱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렀다.
한 시간 전쯤 스마트 폰으로 온 김우영 부장의 문자에 안정수는 시가지에서 살짝 벗어난 호텔 앞에 당도해 심란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시간을 죽이고 있다.

‘……전화 해볼까?’

안정수의 초조함 마음이 드러나기라도 한 듯 그의 손은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가 집어넣기를 반복하며, 아내의 연락처에 연락을 걸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느라 고생이다. 만약 지금 전화를 걸어서 아내가 받는다면 그녀는 이곳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연결이 안 된다면?

“후우…….”

온갖 상상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동시에 이 호텔 안에 아내가 있을 거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미친 듯이 뛰는 것도 사실이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담배를 피우느라 가지 않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자위하며 담배를 태우고, 또 태운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이 피를 돌게 하고, 그 어느 때보다 피로에 지친 그의 몸에 아드레날린을 돌게 해 억지로 두들겨 깨우고 그의 몸을 움직이게 시킨다. 쾌쾌한 담배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의 머릿속에 펼쳐지는 아내의 관능적인 모습 때문일까?
안정수는 바짝바짝 마르는 입안 때문에 강한 갈증을 느끼며, 지친 몸과는 달리 그 어느 때보다 피가 쏠려 껄떡이려고 하는 하반신을 외면하고 천천히 호텔 안으로 들어섰다.
안정수는 하룻밤을 불태우기 위해 찾는 모텔과는 달리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의 복도를 거닌다. 다행스럽게도 주위에 유명한 관광지는 없는 모양인지, 가족단위로 여행 온 이들은 보이지 않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하룻밤을 불태우고 싶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모양인지 묘하게 달콤함이 느껴지는 공기가 안정수를 반긴다.

“…….”

문자로 온 호텔 방에 다가갈수록 갈증은 더욱 심해지고, 귓가에 울리는 시끄러운 자신의 고동소리는 짜증이 날 정도다. 자신이 바람 피웠을 때 모텔 복도를 거닐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긴장감이 안정수를 짓누른다. 자꾸만 자신의 의지를 배반하고 돌아가려는 다리를 억지로 놀려 문자에 쓰인 호텔 방 앞에 도달했다.

“후우우~”

깊게 숨을 들이쉬고 안정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켜 목울대를 크게 울리며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게 방문을 연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며 안정수의 시야에 호텔 방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남성용 구두와 검은 하이힐이었다.

“……꿀꺽.”

안정수는 떨어지지 않는 발을 떼 방 안으로 들어선다. 조심스럽게 문을 닫곤 그는 못 박힌 듯 검은 하이힐을 내려다본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그 검은 하이힐은 신는 사람의 깔끔한 성격을 나타내듯 먼지 하나 묻어있지 않다.
숨이 가빠지려는 걸 참곤 자신도 신발을 벗고 발소리를 죽이며 방 안쪽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뗀다. 모텔과는 다르게 부드러운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눈을 사로잡고, 탁 트인 창문 너머로는 아름다운 도시의 야경이 눈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안정수에겐 그런 좋은 시설을 감상할 여유 따위는 티끌만큼도 남아있지 않다.
방 안쪽으로 들어서자 이 방의 주된 가구인 커다란 침대 위로 모든 신경이 단숨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느낀 건 얼굴에 닿는 묘한 열기였다. 그 열기 속에 담긴 은은한 체취에 이끌리듯 안정수의 시선은 침대 위로 향했고, 가장 먼저 본 것은 나른하게 풀린 여인의 두 다리였다. 하지만 특이하게 한쪽 다리에만 잔뜩 찢어진 검은 스타킹이 신겨져 있었다.

“…….”

잘빠진 다리 라인을 타고 올라간 곳에는 옅은 열기를 머금은 여인의 알몸이 은은한 조명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매력적인 매끄러운 복부 라인은 둘째 치고 탐스럽게 부풀어 있어야 할 가슴은 터무니없는 것에 짓눌려 있었다.
바로 김우영 부장이었다.
그는 여성의 위에 앉아 다리를 넓게 벌리고 자신의 가랑이 안으로 두 손을 내려 무언가를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자신이 선 위치에선 김우영 부장의 큰 몸 때문에 가랑이 사이에서 오가는 무언가가 절묘하게 가려져 있었다.

“……읍, 흐웁.”

김우영 부장의 가랑이 사이에선 무언가를 입 안 가득 머금은 것처럼 억눌린 여성의 신음이 작게 들려오고 있었다. 안정수는 보이진 않지만 단번에 알아차렸다. 지금 그의 아래 깔린 여성의 입속에는 김우영 부장의 욕망의 결정체가 입 안 가득 쑤셔 넣어져 있다는 걸.

“…….”

안정수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발자국도 못 움직인 채 점점 거칠어지려는 숨을 진정시키느라 정신이 없다. 김우영 부장은 자신의 양 손을 열심히 흔들며 쾌락을 탐하는 데 열중이라 자신이 들어온 것도 모르는 눈치다.

“웁, 하웁! 으으읍…….”

김우영 부장의 가랑이 사이에선 질척거리는 소리가 한층 짙어질 무렵 김우영 부장은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조용히 뒤를 돌아봤다. 못 박힌 듯 서 있던 안정수와 욕망으로 물든 김우영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

김우영 부장은 비릿한 미소를 지은 뒤 다시금 고개를 돌려 더욱 거칠게 자신의 양 손에 붙들린 여성의 머리를 앞뒤로 흔든다.

“크웁!”

놀란 여성의 억눌린 목소리가 그의 가랑이 사이에서 흘러나옴과 동시에 한층 거칠고 질척한 소리가 마치 안정수에게 들려주듯 흘러나온다. 이젠 허리까지 써가며 거칠게 쾌락을 탐하는 김우영의 행동에 침대는 미미한 출렁임을 보인다. 안정수는 그 장면을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잊고 정신없이 바라본다.
하지만 한 장면이라도 더욱 자세히 보고 싶은 안정수를 놀리듯 김우영은 자신의 몸을 이용해 여성의 얼굴을 더욱 가랑이 사이로 파묻으며 보여주지 않는다. 김우영 부장 아래 깔려 얼굴도 모르는 그 여인도 김우영 부장의 행동이 괴로운지 나른하게 풀렸던 몸이 살짝 버둥거려보지만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남성의 무게 때문인지, 그것마저 개의치 않다.

“웁! 크훕, 하음, 후우웁?!”

김우영 부장의 가랑이 사이에선 억눌린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더니 김우영 부장의 거친 행동이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멈춤과 동시에 그녀의 목소리도 더 이상 새어나오질 않는다. 다만 나른하게 풀렸던 여성의 아름다운 몸은 살짝 경련하듯 움찔거린 것이 당황한 그녀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김우영 부장은 여성의 머리를 더욱 가랑이 사이로 강하게 파묻으며, 마치 자신에게 보여주기라도 하듯 허리를 과장되게 움찔댄다. 그렇게 김우영 부장의 허리가 움찔거림에 따라 그의 가랑이 사이에 파묻힌 여성은 무언가를 꿀꺽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아, 아아…….’

안정수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동시에 조금 전 마주쳤던 욕망으로 물든 김우영 부장의 시선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지금 그의 아래 깔린 여성의 입 안으로 하얗고 끈적한 그의 욕망이 그녀에게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반쯤 넋이 나가려는 안정수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가 누구냐에 모든 신경이 집중된다. 동시에 자신의 바지 앞섬이 터질 듯이 부푼 것 때문에 짜증이 마구 솟구침과 동시에 타오르는 갈증과 두근거리는 심장은 이젠 자신이 제어 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자리에 뿌리내린 듯 움직이지 않던 그의 다리에 조금씩 힘이 돌아온다. 힘겹게 발걸음을 떼려는 안정수였지만, 자신이 못 박힌 듯 서있던 시간이 더욱 길었던 탓일까? 김우영 부장이 욕구를 해소하고 여성의 몸 위에서 일어서는 게 먼저였다.

“……콜록!”

지금까지 억눌렸던 숨이 단번에 터져 나오듯 여성의 콜록거림과 동시에 그녀의 머리는 김우영 부장의 가랑이 사이에서 자유로워진다. 김우영 부장이 그녀의 위에서 일어섬에 따라 그의 다리 사이로 엿보여지는 여성의 얼굴.
안정수는 1초가 영원처럼 느껴지며 지저분한 김우영의 다리사이로 핏대라도 설 것 같은 눈으로 여성의 얼굴을 노려본다.

“……아.”

하지만 안정수의 입에선 실망어린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연분홍빛 두툼한 입술 위로는 커다란 검은 안대가 씌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의 양 팔은 머리 위쪽으로 모여져 침대 맡에 수갑으로 묶여있었다. 마치 자신이 김수진이란 여인을 안았을 때와 별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입에 재갈은 안 물려져 있네?’

김우영 부장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터벅터벅 자신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를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안정수는 그녀의 입에 재갈이 물리지 않았단 사실에 아내의 이름이 목구멍 아래까지 올라와 제멋대로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한 걸 깨닫곤 황급히 입을 다문다.

“잠시 재미 좀 보고 있었네. 이쪽으로…….”

김우영 부장이 최대한 목소리를 죽인 채 실망감에 휩싸인 안정수를 데리고 호텔 방 구석으로 데리고 간다. 능글맞은 미소가 떠나지 않는 김우영은 안정수가 듣건 말건 이야기를 시작한다.

“조건은 지난번과 같네. 목소리를 내지 말고, 말도 걸으면 안 되는 걸 알 테고……콘돔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지난번과 다르게 한 가지 재미있는 걸 하려고 하네.”

안정수는 그제야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는 걸 느끼며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다 쓴 콘돔은 그녀의 스타킹 밴드에 끼워 놓게나. 몇 번 했는지 알 수 있게끔. 이번엔 지난번과 다르게 번갈아가면서 하도록 하지. 재미있지 않겠나?”

안정수는 그의 말에서 숨겨진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지금 침대 위의 여성을 마치 물건처럼 취급하자는 소리다. 서로 모른 채로 하룻밤의 불장난을 하는 것과는 취지가 먼 그의 제안에 안정수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저 침대 위의 여인은……이야기가 끝났단 소린가?’

저 여인이 아내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지난번처럼 한사람이 계속해서 여자를 안은 뒤 후에 다른 사람이 여자를 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여자가 눈치 챌 수밖에 없는 그런 말에 의아함이 샘솟는다.

‘의아하겠지. 하지만 이건 몰랐을 걸?’

김우영과 정나은이 이 호텔 방에 들어온 지는 벌써 2시간이 훌쩍 넘었다. 안정수가 도착하는 시간을 일부러 늦춘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김우영은 천천히 시간을 들여 그녀의 몸을 푹 퍼지게 하고, 나른함에 취하게 했다.
달달한 와인도 한 몫 단단히 했다. 달달하기에 끊임없이 들어가는 와인. 동시에 그녀의 몸을 애무하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입에서 입으로 와인을 넘겨줬기에 그녀는 자신이 취하는 것도 모른 채 꼴딱꼴딱 다 받아먹었다. 알맞게 달아오른 열기 때문에 갈증이 심해진 그녀는 그가 넘겨주는 와인이 갈증 해소에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몸을 달아오르게만 했지 끌끌끌.’

첫 번째 주에 그녀를 괴롭혔던 것처럼 김우영은 계속 그녀를 달아오르게만 했기에 이젠 쾌락을 만족시켜주는 일만 남았다. 그녀는 뜨거운 물속에서 함께 목욕하며 마사지를 받았고, 분위기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나른함에 취하고, 쾌락에 잔뜩 취해 그녀는 지금 비몽사몽이다. 달아오른 몸을 달래주면 달래줄수록 그녀는 더욱 체력을 소모할 것이고 누군지도 모른 채 그저 쾌락에 취해 행복에 겨워할 것이다.
그것이 남편의 품이건, 자신의 품이건…….
김우영은 사악한 뱀처럼 안정수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속삭인다.

“예전과 같이 이 여인 역시 양 쪽 다 가능하다네.”

김우영의 말에 안정수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쩍하고 굳으며 기름칠 안 된 기계처럼 삐걱거리는 목을 돌려 자신과 침대 위를 번갈아 바라본다.

‘야, 양 쪽 다라니?’

안정수는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만약 저 여인이 아내라면……정말 아내라면…….
자존심 강하고 도도한 아내는 자신에게도 절대 엉덩이를 내준 적이 없다. 아니 용납 안 할 것이다. 그런 아내가 양 쪽 다라고? 저 여인은 아내가 아니란 말인가?
안정수는 혼란스러움에 목이 바짝바짝 마르는 걸 느끼며, 숨이 거칠어진다. 이건 흥분일까? 아님 분노? 모르겠다. 저 침대 위의 여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 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른 욕정은 안정수의 이성을 끊어버리기엔 충분했다.

‘확인해주겠어.’

피가 쏠려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 때문에 이성이 제 역할을 못한다. 그렇기에 온 몸을 휩쓸고 다니는 욕망과 가슴 속에 피어난 배덕감을 더 이상 짓누르지 않고 만개시킨다. 아내의 의도를 알아본 다는 본래 목적이 단번에 날아가는 걸 느꼈지만 이 괴로운 욕망을 토해내지 않고는 아무런 생각을 못할 것 같다.
거친 분위기가 샘솟는 안정수에게 김우영은 씩 웃으며 콘돔을 건넨다.

“한 번씩 명심하게.”
“…….”

그의 손에서 콘돔을 낚아채듯 받은 안정수는 옷을 뜯어내듯 벗어버린다. 정말 아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희미하게 남은 이성이 그의 머릿속에서 그에게 필사적으로 외쳐 콘돔을 하게 하는 것을 끝으로 이성은 사라져버렸다.
마치 한 마리의 짐승처럼 거침없이 침대로 올라선 안정수는 침대 위의 여인의 양 다리를 잡곤 크게 벌린다. 자신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음에도 몽롱함에 취한 그녀는 큰 반응이 없다. 안정수는 눈앞에 펼쳐진 여인의 자태에 더욱 타들어가는 열기에 휩싸인다.

“……꿀꺽.”

마른침을 꿀꺽 삼켜 타들어가는 갈증을 줄여보지만 바닷물을 마신 것 마냥 갈증은 더욱 심해진다. 손을 통해 전해지는 건강미 넘치는 다리의 감촉. 적당한 열기를 머금은 여체는 안정수의 욕정을 더욱 부채질한다. 안정수는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밀착하며 허리를 천천히 내린다. 무언가 잘 안 들어가는 듯 잠시 멈춘 안정수는 여인의 다리를 더욱 안쪽으로 밀어 둥그렇게 만들자 여인의 허리가 침대에서 살짝 떠오른다.
그리곤 단번에 허리를 내려찍는다.

“……흣?!”

나른한 숨결만 토해내던 여인의 입에선 깜짝 놀라 숨이 턱 막히는 소릴 낸다. 나른함만이 느껴지던 여인의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온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며 부들부들 떨며 자신의 몸을 꿰뚫은 그 감각에 숨이 막히는 지 끊어지는 숨을 힘겹게 토해낸다.

“아, 흐으……후으음…….”

여인이 그렇게 놀란 이유는 갑작스런 삽입도 주된 이유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엉덩이 쪽을 단번에 꿰뚫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안정수는 고통인지, 희열인지 모를 감정으로 후들후들 떠는 여인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아랫입술을 깨문다.

‘약간 힘들었지만 들어갔어.’

안정수는 그녀의 몸이 주는 쾌락보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보다 약간 힘들었지만 자신의 욕망을 그녀가 뿌리까지 집어삼킨 것이 분한 모습이다. 안정수의 눈동자는 하염없이 흔들리며 자신 아래 깔린 여인을 관찰한다.
자신이 바람피울 때 안았던 육감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던 김수진이라는 여인과는 정반대의 여인. 마치 자신의 아내처럼 자기관리가 철저하지 않는 한 이렇게 매끄러운 몸매 라인을 자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걸 알 수 있다.

‘그렇다고 20대 정도의 어린 여인도 아닌 것 같으니.’

비록 얼굴은 안대에 가려 볼 수 없지만, 은연중에 풍겨져오는 성숙함과 농익은 여인의 매력은 절대 20대의 여인에게서 볼 수 있는 자태가 아니다. 남편이 있는 유부녀가 풍기는 페로몬 같은 체취도 안정수의 가슴을 쉴 세 없이 두들긴다.

“…….”

살짝 벌어져 드문드문 숨결을 토해내는 연분홍빛 번들거리는 입술을 보자 방금 전까지 저 입속에 김우영 부장의 하얀 욕망이 잔뜩 쏟아져 들어간 걸 생각하자 안정수는 생각이란 걸 그만뒀다. 허리를 한계까지 들어 올려 마치 잘못한 아이를 벌주는 것처럼 강하게 허리를 내려찍는다.

“하읏!”

힘이 잔뜩 들어간 자신의 다리와 여인의 탄력적인 엉덩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둔기처럼 강렬하게 울려 퍼진다. 살짝 벌어져 있던 여인의 입은 찢어질 듯 벌어지며 그녀가 느낀 쾌락을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탄 수컷에게 전해주듯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것이 아닌 쾌락이 묻어나는 목소리와 표정.

‘……제길.’

안정수는 검은 안대 너머를 뚫어버릴 듯 내려다보며 다시금 허리를 내려친다. 파르르 떨리는 다리의 반응은 그에게 자신이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 같고, 출렁이는 탐스런 가슴은 수컷이 더욱 힘을 낼 수 있도록 그에게 눈요기를 시켜준다.
그리고 결국엔 검은 안대가 씌워진 여인의 얼굴에는 침대 위에서 수없이 보았던 사랑하는 아내의 얼굴이 겹쳐져 보이기 시작했다.

“웁! 후웁! 으음…….”

안정수가 흡사 초식동물을 덮치는 육식동물처럼 재빠르게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포개며 키스를 나눈다. 그가 잡고 있던 여인의 두 다리는 자신의 몸으로 짓뭉개듯 자신의 양 팔 안쪽에 가둔 뒤 힘을 줘 그녀의 몸을 더욱 둥그렇게 말아 그녀를 자신의 품에 가둔다. 동시에 뒤를 생각하지 않는 듯한, 여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듯 마치 동물의 교미를 연상케 하는 기세로 강렬하게 허리를 연신 내려찍는다.
침대 위의 여인은 완전히 둥그렇게 말려 안정수 밑에 깔린 채 버둥거리는 것마저 허락되지 못하고 짓눌린 채 애처롭게 떨리고 있다. 침대에서 반 정도 뜬 그녀의 허리는 강렬한 안정수의 허리의 힘을 받아들이느라 애처롭게 떨리고 있고, 버둥대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은 두 다리는 힘이 바짝 들어가 뻣뻣하게 선 채 침대 시트에 닿을 듯 덜덜 떨리고 있다.
흡사 좁은 통 안에 우겨넣은 모양새에 호텔 방의 소파에 앉아 지켜보고 있던 김우영의 눈이 반짝인다.

‘이거 참…….’

김우영은 미칠 듯이 흔들리기 시작하며 삐걱대는 침대와 달리 침대를 흔들리게 하는 주범들은 오히려 움직임이 거의 없다는 게 신기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안정수가 내려찍는 강하고 빠른 허리놀림 외에는 그걸 받아들이고 있는 정나은은 버둥거리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아 움직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부서질 듯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침대의 비명 소리를 시작으로 광란의 밤은 시작되었다.

“읍! 하음, 하악! 하악! 후웁!”

두 사람이 나누는 키스는 이젠 키스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농밀하다.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질 때마다 서로의 입 안을 오가는 뱀과 같은 혓바닥이 서로를 유린하며, 침으로 범벅된 두 사람의 입가는 질척거리는 소리와 입이 잠시 떨어질 때마다 부족한 숨을 탐닉하는 달콤한 헐떡임으로 가득하다.
이와 같은 모든 소리를 압도하는 강렬하면서도 둔탁한 소리는 두 사람의 하반신에서 울려 퍼지고 있으며, 그 소리에 맞춰 밑에 깔린 여인의 몸은 애처롭게 떨리며 쌓이기 시작하는 쾌락을 열기로써 분출하듯 점점 달궈지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몸이 뜨거운 쇠처럼 달궈져 감에 따라 샘솟기 시작하는 투명한 땀방울은 살갗에 송골송골 맺히며, 서로의 몸이 부딪힐 때마다 허공으로 흩날리는 모습이 은은한 조명 빛 아래에 아련히 빛난다.

“하아! 하아! 하아! 웁!”

잠시 두 사람의 입이 떨어지기 무섭게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두 사람의 숨결은 허공에서 얽히며 은은한 체취를 더욱 짙게 만들어준다. 남녀가 살을 섞을 때만 풍기는 그 아련하고 야릇한 체취가 뜨거운 공기와 섞이며 하얗던 침대 시트에 잔뜩 배어드는 것도 모자라 서서히 호텔 방 안을 채우기 시작한다. 안정수는 그 야릇한 공기에 취한 것처럼 조금이라도 여인의 체취를 취하려는 것처럼 또 다시 그녀의 입을 틀어막으며 그녀를 빨아들일 듯 탐닉한다.
두 번째는 없다고 선언하기라도 하는 것 같은 안정수의 거친 행위는 어떤 의미일까?
아내에 대한 분노? 자신에 대한 분노?
아니면 끊어진 이성이 있던 자리를 차지한 원초적인 본능?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내의 의도를 파악한다는 그런 시시한 자기를 위한 변명은 깡그리 날아가고, 그저 한 결 같이 욕망을 터트리며, 쾌락을 탐한다.
가슴 속에 뿌리 내린 채 숨어있던 배덕감이 활짝 만개한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침대 위의 여인이 누구든지 간에 상관없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인 정나은이다.

“크흑! 후욱! 후우!”

그렇기에 안정수는 그동안 쌓였던 모든 감정을 토해내듯 격렬하게 그 감정을 침대 위의 여인에게 부딪히고, 또 부딪힌다. 꼴사나운 헐떡거림도, 붉게 달아오른 얼굴도 상관없다.

“하악! 으읏?! 햐으으!”

안정수는 그저 자신의 배아래 깔려 자신이 토해내는 울분을 사랑스럽기라도 하듯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감정에 헐떡여 주는 여인의 모습에 아내를 겹쳐보고 있다. 아니 아내이길 바라며, 사랑하는 아내에게 자신의 이런 마음이 닿기를 바라며 가슴 속 더러운 배덕감도 아내를 사랑하는 이 감정도 마음껏 호소한다.
짧은 시간에 모든 걸 토해내는 안정수와 그 모든 걸 받아내며 쾌락으로 환원해 헐떡여주는 정나은의 모습을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바라보고 있다.

‘좋아. 첫 번째 고비는 넘길 수 있을 것 같군.’

김우영은 자신이 생각한 고비가 몇 개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안정수가 정나은과 관계를 나누지도 않고, 이 관계가 파토 나는 것. 그걸 막기 위해 그녀의 입에 재갈을 물릴까도 싶었지만 도박을 할 거면 철저하게 크게 하자고 결심하고 모든 판돈을 걸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행히 첫 번째 고비를 넘겼다. 마치 말을 걸어보란 듯 열어둔 정나은의 입에선 달콤하기 그지없는 신음소리가 새어나오며 안정수의 호소를 그저 쾌락으로, 욕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그 강렬하고, 거칠었던 안정수의 호소는 모든 감정을 단번에 쏟아내는 만큼 금세 파국을 맞이했다. 짐승처럼 낮은 목소리를 내며 허리를 강하게 내려찍은 안정수는 정나은과 깊고, 깊게 이어진 채 그의 욕망을 마음껏 그녀에게 토해낸다.
하지만 그의 간절하면서도 수많은 울분은 콘돔이라는 막에 가로막혀 그녀에게 전해지지 못하고, 그의 뜨거운 마음을 받아들인 그녀는 남편이 보내는 간절함도 모른 채 쾌락이라는 감정으로 바꾸어 헐떡거리고 있을 뿐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고 깊게 연결된 두 부부였지만, 둘 사이를 막고 있는 얇디얇은 벽은 너무나도 견고해 그 어떤 것도 서로에게 전해지지 못했다.
그저 질척하고, 끈적한 욕망과 쾌락이라는 감정만이 둘 사이에 남았을 뿐이다.

“…….”
“하아, 하아, 하아…….”

짧디짧고 한 번뿐인 관계였지만, 그동안 가슴 속 응어리 져 있던 음습하면서도 아름다운 감정을 모두 토해낸 안정수는 힘겹게 그녀의 위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가 몸을 일으키자 마치 작은 통 안에 우겨넣어진 것처럼 짓눌려있던 정나은은 자유로움을 느끼며 뜨거운 몸을 주체 못하고 헐떡이며 침대 위에 널브러진다.

“…….”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안정수의 얼굴은 그림자가 져 보이지 않는다. 이제야 침대 위의 여인의 정체를 알아보려는 생각이 든 것일까? 아니면 이미 알아차리곤 저렇게 있는 것일까?
그의 의도가 어떤 것이던 김우영으로썬 아무래도 좋다. 그저 오늘 밤만 무사히 넘어간다면 닿지 않던 높은 절벽 위의 꽃은 자신의 손에 꺾일 것이 틀림없다.
김우영은 안정수에게 다가가 그가 딴 생각을 못하도록 자신과 바꾸도록 시킨다. 그가 쓴 콘돔을 찢어진 검은 스타킹 밴드에 끼워 넣으라는 눈치를 주자 안정수의 눈빛은 상당히 살벌했지만 지금은 자신이 하란대로 해주겠다는 표정으로 쓴 콘돔을 그녀의 검은 스타킹 밴드에 끼워 넣는다.

‘이로써 1회…….’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콘돔을 하며 침대를 내려오는 그와 자리를 바꾸듯 올라간다. 푹 퍼진 그녀의 몸을 안정수에게 보란 듯이 징그러운 손길로 쓰다듬는다.

‘아까의 모습을 보니……아내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 같은데……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하나지.’

그녀가 더욱 쾌락에 헐떡이며 정신 못 차리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안정수는 자신과 번갈아가며 그녀를 안을 것이고, 그렇게 쾌락에 헐떡이는 정나은을 번갈아 안을수록 자신이 준비한 덫은 더욱 견고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남편이 이성적인 생각을 못하도록 놀려볼까?’

김우영은 어차피 그와 번갈아가며 그녀를 안을 때 그처럼 모든 걸 토해내듯 안을 생각이 없었다. 남편 앞에서 아내를 탐한다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자신에겐 그런 쾌락보단 이 도도한 고양이를 굴복시키는 것이 더욱 선결 과제이기에…….
그렇기에 김우영은 마치 안정수에게 그녀의 모습을, 그녀의 작은 반응을, 헐떡임조차 쾌락에 떠는 모습조차 보여주지 않겠다고 놀리듯 자신의 품에 그의 아내를 가둔다.
그리곤 남편 앞에서 그의 아내를 천천히, 천천히 침식해 들어가듯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한다.

밤이 깊어감에 따라 화려하던 도시의 야경도 조금씩 사그라지기 시작한다. 아름다웠던 자연 풍경은 진즉에 어둠 속에 숨어 시원한 고요함만이 깔려있고, 고요한 자연 속에 우뚝 솟은 멋들어진 호텔에도 드문드문 불이 꺼지기 시작한다.
어느 호텔 방은 불이 꺼진 뒤에야 이 긴 밤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하는 곳도 있고, 어느 방은 하루를 조용히 마무리하며 꿈의 나라로 떠난 방도 있다. 그 수많은 방들 중 밤이 깊도록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방도 있었으니…….
사우나처럼 숨 막히는 열기가 아닌, 아무리 뜨겁고, 더워도 기분 좋은 그런 열기로 가득 차 있는 방. 그 방의 침대의 삐걱거리는 소리는 밤이 깊어도 멈출 줄 모른다.

“후욱! 후욱! 후욱!”
“흐으……으응, 하으…….”

깊고 거친 남성의 숨소리와 지친 여인의 신음소리가 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울려 퍼지고 있다. 방 안 가득 숨 막히는 열기는 더 이상 들어찰 곳도 없는지, 방 밖으로 새어나가는 기분이 들고, 그 열기 속에는 비릿함과 야릇한 향기가 진하게 숨어있어 방 문 밖을 지나만 가도 안에선 남녀가 살을 섞고 있다는 걸 눈치 챌 수 있을 정도이다.
침대를 삐걱거리게 하는 둔탁한 타격음은 처음과 달리 많이 지쳤는지, 속도나 힘이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이 둔탁한 타격음을 연주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안정수였다. 처음부터 힘을 뺄 생각이 전혀 없던 김우영과 달리 안정수는 침대 위의 여인에게 자신의 모든 감정을 쏟아 붓듯 한 번, 한 번의 관계를 철저하고 강렬하게 쏟아냈기에 많이 지친 모습이다.

‘흐음 슬슬 때인가?’

안정수의 얼굴에는 많은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침대 위의 여인을 아무리 봐도 자신의 아내라고 확신하는 것 같은데, 아내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함인지, 자신의 이런 감정의 호소를 그녀 스스로 깨달아 주길 바라는 걸로 마음을 바꾼 것인지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김우영으로썬 모를 일이다.

‘사람이란 건 필사적으로 말로써 자신의 감정을 전해도 자신의 감정이 제대로 전해질지 모르는 것인데, 두 부부가 참 답답하군. 아니 오히려 어리석을 정도로 닮았기에 부부가 된 건가?’

안정수가 정나은을 몇 번이나 탐하며, 문득 그녀의 왼손 약지에 결혼반지가 없다는 걸 눈치 채곤 굉장히 놀란 눈치였지만, 이내 속으로 삭히는 것인지 그가 아랫입술을 꽉 깨무는 모습은 김우영에게 굉장한 즐거움을 줬다.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는 것과 아내가 남편을 사랑하는 것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두 부부 모두 기묘할 정도로 똑같다. 보는 사람이 답답할 정도로…….

‘끌끌끌 그 덕에 내가 저 자존심 쎈 년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내의 이름을 부르고 싶은 것일까? 안정수의 입은 거친 숨을 토해내는 것 외에도 때때로 벌어지며 입안에서 어떤 말을 우물거리더니 결국 삼키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그는 애끓는 눈빛으로 여인을 내려다보지만 그녀는 오랜 정사로 지칠 때로 지쳐, 자신의 배 위에 올라탄 사람이 누군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우리 암고양이도 술도 많이 깬 것 같고.’

그녀 한 쪽 다리에 신겨진 검은 스타킹 밴드에는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사용한 콘돔이 걸려 있다. 그리고 그 숫자만큼 정나은은 쉬지 않고 그들의 욕망을 받아낸 셈이니 정신이 들만도 하다. 그녀의 푹 퍼진 모습은 지금에 이르러선 소모된 체력 때문에 보이는 것이다.

“큭!”
“……흐읏.”

안정수가 많이 지친 목소리를 내며, 다시금 그녀 위에서 일어선다. 안정수는 묘하게도 엉덩이 쪽만을 고집했다. 아내이길 확신한 모습인데, 그는 어떤 마음으로 엉덩이 구멍만을 고집한 것일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내의 두 번째 처녀가 범해진 것에 대한 울분일까?

‘그가 어떤 생각을 하던 상관없지만.’

김우영은 이제 시작될 자신의 무대를 그녀가 어떤 반응으로 받아줄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지금 이때를 위해서 체력을 온존한 것이다. 안정수와 번갈아가며 정나은을 탐할 때에도 그녀가 절정에 오르기만 하면 미련 없이 일어서서 자신도 사정한 것처럼 그녀의 스타킹 밴드에 콘돔을 끼워 넣었을 뿐 그가 정말로 절정을 맞이한 건 안정수가 처음 들어왔을 때 그녀의 입안에 싸지른 것 한 번 뿐이다.

‘미리 준비 해둔 게……여깄군.’

김우영은 안정수가 아직 침대 위에서 축 처져 늘어진 아내를 내려다보는 사이 미리 정나은에게서 뺏어둔 결혼반지와 콘돔을 보이지 않게 손에 쥐고 안정수에게 내려오라고 눈치 준다. 안정수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침대에서 내려와 소파에 쓰러지듯 앉는다.

“자, 그럼…….”

안정수에겐 안 보이게끔 자신의 몸을 이용해 그에게 보이지 않게끔 준비한 것이 들키기 않게 한다. 그녀를 무너뜨릴 마지막 수단으로 결혼반지와 콘돔을 택했다. 이래도 안 된다면 자신은 깔끔하게 물러날 생각이다.
김우영은 이제까지와 똑같지만 그녀의 얼굴을 안정수에게 절대 안 보이도록 자세를 틀며 그녀의 몸 위로 자신을 포갠다. 그리곤 마치 정나은에게 느끼라는 듯이 천천히 허리를 내리며 그녀를 꿰뚫는다.

“하아…….”

지칠 때로 지친 그녀의 신음소리. 하지만 아직도 그 신음소리 속에 열기가 묻어나는 걸 보면 쾌락이란 감정은 어처구니없는 녀석이다. 김우영은 그런 그녀의 달콤한 신음소리에 보답하듯 천천히 그녀를 탐닉한다.
찌걱찌걱 거리는 이젠 너무 익숙한 질척한 물소리를 들으며, 김우영은 그녀의 탐스런 젖가슴을 움켜쥐며 살살 애무해준다.

“흐으응, 흐음…….”

섬세한 손놀림으로 지친 몸에 다시금 쾌락이라는 열기를 불어넣는다. 김우영이 허리를 잠시 멈추고, 고개를 내려 그녀의 탐스런 능선 위에 우뚝 솟은 작은 과실을 살짝 머금자 그녀의 허리가 움찔거리며 들썩거린다.

“쩝, 쩝, 쭈웁!”
“햐아앗?!”

게걸스럽다 할 정도의 빠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그녀의 젖가슴에서 들리자 그녀는 허리를 튕기며 작은 비음을 내지른다. 까슬까슬한 혓바닥으로 그 작은 과실을 입 안 가득 머금고 그녀의 체취가 잔뜩 밴 땀방울을 갈증어린 목구멍으로 꿀꺽꿀꺽 삼키며 가슴 가득 그녀의 향기로 채우려는 듯 탐닉한다. 그리곤 그 작은 과실을 이빨을 세워 살짝 자극하는 그 순간 그녀의 온 몸은 뻣뻣하게 힘이 들어가며 떨리기 시작한다.

“…….”

김우영은 그런 그녀의 반응이 만족스럽다는 듯 부드러운 가슴에서 입을 떼고, 가냘픈 목선에 이를 세워 살짝 깨물어 자극을 줌과 동시에 다시금 허리를 놀리기 시작한다. 김우영의 귓가에 지쳤지만 절대 멈추지 않는 달콤한 유부녀의 헐떡임이 김우영을 즐겁게 한다. 그녀의 몸이 주는 열기나 이젠 너무나도 익숙해진 그녀 특유의 체취를 피부로 느끼며 그녀의 몸이 주는 쾌락을 척추를 통해 머릿속에 새기듯 느끼고 있다.
매끄러운 복부를 매만지는 그의 손길에선 잘게 떠는 그녀의 움찔거림도, 허리를 내려찍을 때마다 자신의 허벅지에 부딪히는 그녀의 육덕지지만 건강미 넘치는 잘 빠진 다리의 감각도, 남자와는 차원이 다른 뽀얗고 부드러운 그 여인의 살결도 다 그녀의 남편인 안정수라는 남자의 것이지만.

‘지금만큼은 아니, 앞으로는 내 것이 되겠지.’

김우영의 입가에는 그 어떤 때보다 비릿한 미소가 떠오르며 그녀의 몸과 하나라도 되려는 마냥 강하게 짓누르며 몸을 겹친다. 안정수가 보고 있는 시야에선 두 사람이 이어진 하반신만이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을 것이고, 이렇게 몸을 강하게 짓누르며 포갠다면 자신의 몸에 가려 그녀의 몸은 일절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애처롭게 허공에서 흔들리는 아내의 다리나 보면서 아내의 몸에 내 욕망이 울컥울컥 쏟아지는 걸 손가락 빨면서 보고 있으라고.’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의 귓가에 울리는 정나은의 달콤한 숨결과는 정반대의 잔인한 이야기를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우리 암고양이 많이 만족스러운가봐?”
“하아, 하아, 하아…….”

안정수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이기에 그에겐 들리지 않는다. 김우영이 갑작스레 말을 걸어오자 정나은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한 박자 늦게 의아해하는 것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비몽사몽간에 시작된 관계였고, 오랜 정사로 인해 체력이 확 떨어진 그녀는 아직 제대로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 그녀의 의식을 때려 깨우듯 김우영이 강하게 허리를 내려찍기 시작하자 정나은의 신음소리는 한층 높아지며 헐떡거림이 심해진다. 그렇게 일정하게 허리를 내려찍으며 그녀의 귓가에서 김우영이 자꾸만 말을 걸자 드디어 그녀가 지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하아……대, 대체 얼마나 한 거야?”

김우영은 그녀의 첫 마디에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역시나 시야를 가린 상태로 시간을 잊을 만큼 오랜 정사를 나눴더니 첫 마디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를 물어왔다. 안정수가 들어오기 전부터 그녀의 의식을 흐리게 하는데 주력한 보람이 있었다.

“후욱! 후욱!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지.”
“……?”

연신 그녀 위에서 허리를 놀리며 대화를 시작하자 정나은은 그가 주는 쾌락에 헐떡이면서도 그의 영문 모를 말에 몸으로써 의아함을 표한다. 김우영은 아랑곳 않고 허리를 연신 찍어 내리며 속에 담아둔 잔인한 말을 조용히 토해낸다.

“끌끌끌 지금 이 자리에 남편이 있는 건 알고 있어?”
“…………뭐?”

달콤한 신음소리와 힘겨운 헐떡임만을 토해내던 그녀의 입에선 너무나 늦게 의문어린 말이 토해져 나왔다. 파르르 떨리던 허리도, 허공에서 애처롭게 흔들리던 그녀의 두 다리도 마치 정지버튼을 누른 것 마냥 뚝하고 멈춘다. 하지만 그녀의 이상한 반응을 개의치 않고 김우영은 더욱 강하게 허리를 내려찍을 뿐이다.

“…….”

안정수의 눈에는 기묘할 정도로 이상한 광경에 비춰지고 있다. 김우영이 더욱 강하게 허리를 내려찍는 것과는 달리 침대 위의 여인은 마치 굳기라도 한 것 마냥 그의 허리의 힘이 주는 반동을 제외하곤 쩍하고 얼어붙은 것이 안정수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인다.

“……큭!”

김우영의 억눌렸지만 즐거운 목소리가 새어나옴과 동시에 얼어붙은 것 마냥 멈춰있던 정나은의 몸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힘이 들어가며 경련하듯 떨린다. 갑자기 그녀가 몸에 강하게 힘을 주자 그녀의 몸이 주는 쾌락이 터무니없이 강해진 것에 김우영은 더욱 즐거워하며 미친 듯이 허리를 놀린다.

“……무, 무슨 소리를!”
“쉬이잇!”

초조함이 절절이 묻어나는 그녀의 목소리. 당황해 목소리가 높아지려는 걸 김우영이 조용히 하라는 소릴 급하게 하자 정나은은 입을 앙 다물며 두툼한 입술을 파르르 떤다. 김우영이 힐끗 돌아본 안정수의 모습에선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당황한 목소리를 들은 기색은 아니다. 다만 그녀의 변화를 눈치 챈 모양이다.
생기를 잃어가던 그의 눈빛이 강한 빛이 스며든 것이 보인다. 그 강렬한 눈빛과 자신의 눈이 마주치며 잠시 허공에 맞부딪힌 순간 그 속에 숨은 강한 의지를 엿보았다.

‘두 번째 고비군.’

자신이 준비한 덫이 그녀를 덮치기 전 남편이 난입해 와도 끝. 정나은이 참지 못하고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끝. 그렇기에 김우영은 대화소리가 들리지 않게끔 정나은의 몸에 계속해서 쾌락을 때려 박으며 속삭인다.

“남편은 지금 내 밑에 깔려 있는 여인이 자신의 아내인지 추호도 모르고 있으니 들키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해.”
“그, 그게 무슨…….”

검은 안대 너머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초조한 눈빛이 느껴지는 기분이다. 김우영은 남편과 하룻밤의 불장난을 하는 사이라는 것과 오늘 이것도 그 중 하나라는 걸 간략하게 설명한다.

“하아, 하아, 하아…….”

정나은은 자신의 설명을 들으며, 충격적인 사실에서 오는 괴로움에 의한 헐떡임인지, 자신의 심리와는 다르게 계속해서 몸속에 퍼지는 쾌락이 주는 달콤한 헐떡임인지 모를 숨을 토해내며 귓가에 울리는 악마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딱딱하게 굳은 모습과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쾌락이 아닌 두려움에 떠는 것 같은 정나은의 다리를 안정수는 빼놓지 않고 살피고 있다. 다만 자신이 있는 자리에선 그녀의 다리나 두 사람이 이어진 하반신만이 보일 뿐이라 더욱 자세한 반응을 보기 위해선 다가갈 수밖에 없지만…….

‘하지만 아까 그의 눈빛은.’

잠시 허공에서 마주쳤던 김우영의 욕망이 꿈틀거리는 눈빛은 아내의 의도를 알고 싶으면 끝까지 지켜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안정수는 그의 눈빛 때문이 아닌, 아내의 의도를 알고 싶다는 절절하기 까지 한 맨 처음 자신의 심정을 따르기로 했다.

“……해서 지금에 이르렀지. 어떤가? 남편과 원수의 품에 번갈아 안긴 기분은?”
“……하아! 하아! 하아!”

김우영의 설명을 전부 들은 정나은은 아무런 말도 안하고 한층 거칠어진 숨결만을 토해내고 있다.

“아, 아냐. 그럴 리 없…….”
“아니긴. 우리 암고양이 스타킹에 끼워져 흔들리는 게 뭔지 알아?”

정나은은 그제야 정신이 몽롱할 때 신겨졌던 스타킹에 무언가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미묘한 열기가 느껴지는 부드러우면서도 매끄러운 재질의 작은……그렇다 주머니?

‘이, 이게 뭐지?’

정나은은 눈이 보이지 않아 다리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최대한 집중한다. 그럴수록 김우영이 자신의 몸을 꿰뚫는 감각도 선명해져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몸은 쾌락에 헐떡이는 것이 슬플 뿐이다.

“이, 이거……콘돔?”
“한 번에 맞추는군. 그래. 남편과 내가 우리 암고양이를 안을 때마다 쓴 콘돔을 끼워 넣은 거지. 끌끌끌 몇 번이나 번갈아가며 안은 것 같아?”

정나은은 다리에서 느껴지는 저 작은 주머니가 전부 콘돔이라는 것에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정확한 개수는 모르겠지만 절대 김우영 혼자서 쓴 양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사랑하는 남편이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그 사실만으로도 정나은은 온 몸이 오그라드는 기분을 느끼며 가빠지는 숨을 주체할 수 없다.

‘아, 아냐. 아닐 거야. 그, 그럼 남편이 아니라면…….’

정나은은 남편이 아니라면 설마 김우영 외의 다른 남자가 자신을 안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뜨거운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감각을 느낀다. 그렇다면 명백하게 그는 제3자의 개입이라는 조항을 어긴 셈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말하려는 걸, 자신의 속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김우영은 차갑게 속삭인다.

“아니, 절대로 이 방에 있는 건 나와 남편과 당신뿐이야.”
“아, 아냐. 절대…….”
“그래서 우리 암고양이는 우리 사랑하는 남편의 품과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내 품의 구분이 가능했나?”

정나은은 그의 차가운 말이 비수가 되어 자신의 몸을 관통한 것 마냥 아프게 들린다. 정나은은 머릿속으로 필사적으로 비몽사몽 했던 방금 전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 그럴 리……아, 아냐. 아닐…….’

정나은의 필사적인 감정과는 다르게 몸이 기억하는 건 오로지 환희와 쾌락뿐이었다. 그 대상이 누구였는지, 다른 사람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오로지 뜨거웠던 열기와 헐떡임. 절절한 쾌락과 달콤한 환희.
그리고 머릿속을 새하얗게 불태운 절정.
익숙해져버린 김우영의 품.
더욱 익숙한 사랑하는 남편의 품.
정나은은 그 둘의 품의 감각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새기고, 떠올리고, 비교하려고 노력할수록 감각은 예민해져가고 예민해져가는 몸은 끊임없이 쾌락을 때려 넣는 김우영 때문에 반 강제적으로 몸은 달아오른다.
엄밀히 말하자면 구분할 수 있다. 사랑하는 남편의 품과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남자의 품을 비교하지 못할 리 없다.
하지만……오늘 밤만큼은 아무리 되새겨도, 떠올려도, 비교해도 모르겠다. 너무 들떴던 자신에 대한 벌일까? 이젠 다른 남자의 품이 익숙해져 버렸다는 사실에 실의에 잠기려는 정나은에게 김우영의 차가우면서도 잔인한 말은 쐐기를 박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남편은 외간 남자의 품에 안겨 사랑하는 아내가 짓눌려 헐떡이는 걸 지켜보고 있지.”
“…………하악! 하악! 하악!”

정나은은 그의 말을 끝으로 터져 나오는 숨을 주체할 수 없다. 고개를 들어 방 안을 둘러보고 싶지만 안대로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지칠 때로 지친 몸에 그녀는 힘을 불어넣어 모든 감각을 예민하게 세워 방 안의 다른 기척을 느끼려고 노력한다.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귓가에 울리는 김우영의 욕망어린 숨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고, 그의 열기, 그의 체취, 그의 품, 자신을 꿰뚫으며 서로에게 달콤한 쾌락을 끊임없이 쑤셔 넣는 걸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느끼고 있다.
정나은은 아무리 감각을 날카롭게 세워도, 기척에 귀를 기울여도, 울리는 건 둔탁한 타격음과 강렬한 힘이 자신의 몸을 관통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달아오른 몸만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질 뿐이다.
마치 이 세상에 둘만 남아있는 것처럼…….

“푸, 풀어줘. 아, 안대하고 수, 수갑.”

정나은은 이 숨 막히는 감각이 무섭다. 세상이 둘 밖에 없는 것 같은 강렬한 감각과 그럼에도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자신이 무섭다. 남편이 이 모습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김우영은 그 어느 때보다 약해진 정나은의 모습에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약해진 그녀의 모습과는 반대로 그녀의 몸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힘이 들어가 비록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의해 경련하고 있지만 차곡차곡 쌓이는 쾌락과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정나은의 두툼한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걸 내려다보며 잠시 허리를 멈추고 그녀의 말을 들어주기 위해 두터운 안대에 손을 뻗는다.

“그러도록 하지.”

김우영은 그녀에게 이 짧은 시간을 느끼라는 듯 의도적으로 아주 천천히 안대를 벗긴다. 두터운 검은 안대 아래로 빛이 살짝 새어 들어가기 시작하고, 그 빛에 움찔거리는 정나은의 반응을 즐기던 김우영은 정나은의 다급한 목소리에 손을 멈춘다.

“아, 아니, 자, 잠깐만.”
“……끌끌끌 이제 와서 무서운가 보지? 안대를 벗는 순간 남편의 얼굴이 보일까봐?”
“…….”

김우영은 다시금 허리를 놀리며 그녀에게 제대로 된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정나은은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마지막 반항어린 말을 토해낸다.

“이, 이게 다 안대를 하고 수갑을 채워서야. 저, 절대 내가…….”
“끌끌끌 아니. 안대를 했다고 해도 사랑하는 남편의 품과 외간 남자의 품을 구분 못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그건 네가 쾌락에 미쳐 스스로 외면한 것뿐이야.”

김우영은 일부러 도발하는 말을 해 그녀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전부 끄집어낸다. 그리고 그건 먹혔는지 그녀의 목소리에 살짝 오기가 실린다.

“어서 수갑 풀어. 이제 이 내기는 끝이야.”
“……사랑하는 남편에게 돌아가는 걸 그 수갑이 막고 있는 것 같아?”

김우영은 침대에 구속된 장난감 수갑에 손을 뻗어 살짝 힘을 줘 당긴다. 그러자 곧이어 뚝 하는 사슬 끊어지는 소리가 맥없이 들리며 순식간에 정나은의 두 손은 자유를 되찾는다.

“…………어?”

안대를 쓰고 있어도 그녀가 얼마나 황당한 얼굴을 하고 있을지 상상이 간다. 김우영은 그녀의 몸에 사라지지 않을 쐐기를 깊고, 깊게 박듯 강하게 내려찍으며 그녀의 얼굴 앞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고 선언하듯 조롱한다.

“사랑하는 남편의 품도 구분 못하고, 이런 싸구려 장난감 수갑에 묶여 스스로를 구속한 건 결국 네 년이야. 네가 남편에게 느끼고 있는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주는 이 쾌락과 똑같을 뿐이지. 안 그래? ‘우리’의 아내 씨?”
“…….”

정나은의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힘이 들어가 파르르 떨리던 정나은의 몸이 서서히 힘이 빠지는 걸 느낀다. 김우영은 이걸 노린 것이다.
안정수와 정나은.
두 부부는 서로 기묘하리만치 서로에 대한 사랑이 깊고, 의심이 없다. 그렇다면 그 사랑을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 절대적인 사랑이 결국 자신이 주는 ‘사랑’과 별 다를 것이 없다는 것만 깨닫게 해주면 되는 것이다.
밖에서 공격해서 안 된다면, 안쪽부터 스스로 무너지게 하면 되는 것이다. 그 어떤 것보다 든든하고 듬직하던 남편을 향한 절대적인 사랑이 지금에 이르러선 그 어떤 것보다 무겁게 그녀를 짓누르고 그녀를 무너뜨릴 것이다.
김우영은 그 어느 때보다 짜릿한 쾌감을 느끼며 그녀 얼굴에 씌워져 있던 검은 안대를 벗긴다. 천천히 드러나는 정나은의 얼굴. 물기를 잔뜩 머금은 검은 머리카락이 어지럽게 달아오른 뺨에 붙어있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여자로써의 진정한 얼굴이 거기에 숨어 있었다. 두꺼운 자존심이란 가면 속에 숨어있던 그녀의 연약하고, 물기 어린 흑요석 같은 눈동자를 본 순간 김우영은 그 어떤 때보다 강렬한 쾌락을 느끼며 쐐기를 내리 꽂듯 허리를 힘껏 내리찍으며 그동안 참고, 참은 하얀 욕망을 힘껏 그녀 안에 쏟아낸다.

“…….”
“…….”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힌다. 그 어느 때보다 짜릿함을 느끼며 자신의 욕망을 토해내고 있는 김우영의 질척한 눈동자와 가면이 완전히 벗겨져 여자로써 연약하고, 물기를 잔뜩 머금어 아름답게 빛나던 정나은의 눈에서 그 빛이 사라지는 것이 대조된다.
김우영은 한 방울의 욕망이라도 더 토해내려는 듯 허리를 움찔움찔 떨며, 온 몸에 힘을 잔뜩 줘 하얗고 끈적한 욕망을 강하게 쥐어짜내며 맥동하는 욕망의 창을 통해 그녀의 몸속으로, 몸속으로 울컥울컥 쏟아낸다.
그리고 자신의 몸 안에서 그 맥동을 느끼기라도 하는 듯 정나은의 몸은 일정하게 움찔움찔 떨더니 모든 체력을 소진한 듯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그저 김우영 아래 짓눌린 채 실 끊어진 인형마냥 그 사지를 침대 위에 파묻는다.
그리고 그 장면을 고스란히 보고 있는 안정수의 눈은 튀어나올 듯이 커다래져 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지쳤지만 안정수의 눈에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함이 서려있다. 곧이어 그의 얼굴은 마치 원하는 대답을 찾은 것 마냥 점점 편안하게 풀어진다.

‘……그랬구나. 넌 지금까지 참았던 거구나.’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힘이 들어간 모습이나 쾌락이 아닌 두려움에 떠는 작은 떨림을 안정수는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끈덕지게 버텨왔던 사랑하는 아내가 모든 걸 포기했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 때문이구나…….’

그녀 혼자였다면 끝까지 버텼을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는 그런 여자다. 하지만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에 사랑하는 아내를 믿지 못하고 의도를 확인하고 싶다는 그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확인하려고 한 결과. 결국 그녀가 자신 때문에 무너져 내렸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지…….’

안정수는 외간 남자에게 짓눌려 그의 욕망을 받아내고 있는 모습을 흐려져 가는 시야로 지켜보고 있다. 너무나 지쳤다. 거진 2주를 잠시도 쉬지 않고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마지막에 이르러선 자신의 이런 마음을 알아달라고 아내에게 격렬하게 호소한 것도 모자라 자신 때문에 그녀가 힘겹게 버티던 걸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어 무너져 내린 모습이 마음이 찢어지게 아프다. 그건 그녀에게 뿐만 아니라 지칠 때로 지친 자신에게도 마지막 쐐기가 되어 힘겹게 붙잡고 있던 정신을 놓게 만든다.

‘조금만 기다려 줘 곧…….’

사랑하는 아내의 의도를 알아낸 것은 좋았으나 그녀에게도 자신에게도 독 밖에 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그 책임은 자신이 지고 갈 뿐이다. 안정수는 흐려져 가는 시야 속 짓눌린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해둔 걸 실행으로 옮기자고 결심하곤 실신하듯 잠에 빠져들었다.

몇 시간이고 울려 퍼지던 수많은 소음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고, 방 안을 지배하고 있는 건 은은한 열기와 야릇하고 비릿한 향기뿐이다. 기분 나쁜 정적이 지배하는 방 안에 삐걱거리는 소리가 은연중 들린다.

“……후우~”

김우영은 많은 게 담긴 한숨을 토해내며 그녀의 몸을 느끼듯 몸을 포갠 채 자신의 몸을 비빈다. 아직까지 이어져 있는 두 사람의 하반신. 사지가 풀린 정나은의 가랑이에선 어느새 하얗고 끈적한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김우영은 분명 콘돔을 했음에도 어떻게 된 일일까?

‘흠~아쉽군. 우리 남편에게도 이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살짝 뒤를 돌아보자 안정수는 모든 걸 불태운 듯이 너무나도 지친 모습으로 조용하게 잠들어 있었다. 김우영이 준비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예전 사내 부부 모임에서 정나은을 탐할 때 사용했던 구멍 난 콘돔. 이번에도 의도적으로 구멍 낸 콘돔 덕에 그녀가 가장 약해진 이 순간에 하얀 욕망의 쇄기를 그녀의 몸속 가장 깊은 곳에 꽂아 넣은 것이다.

“…….”

빛을 잃은 정나은의 텅 빈 눈동자가 허공을 바라본 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고개를 옆으로 돌린 그녀는 텅 빈 테이블을 멍하니 바라보던 중 아무런 감정이 묻어나지 않는 목소리로 말한다.

“……바, 반지.”
“응?”
“내, 내 결혼반지…….”

마지막 구원의 실을 찾기라도 하는 듯 간절한 목소리. 김우영은 그런 정나은의 간절함에 간결하게 답해준다.

“이미 돌려줬는데?”
“…….”

영문 모를 소리에 정나은은 텅 빈 눈동자로 하염없이 김우영을 올려다본다. 그러자 김우영은 그녀의 시선에 답해주듯 몸을 일으킨다.
이어져 있던 두 사람의 하반신이 떨어지자 왈칵하고 더욱 하얗고 진득한 욕망이 정나은의 가랑이 사이에서 쏟아져 나온다. 그리곤 김우영은 보란 듯이 그녀의 앞에서 다 쓴 콘돔을 벗겨낸다. 그리곤 그 콘돔을 거꾸로 뒤집더니 질척한 하얀 액체와 더불어 안에서 툭하고 질량 있는 것이 정나은의 배 위에 떨어진다.

“아까부터 돌려줬었어.”

정나은은 무언가가 자신의 배 위로 떨어지는 감각에 힘겹게 고개를 들어 떨어진 물건을 내려다본다. 미미한 열기를 지닌 심플한 디자인의 은색 반지가 하얗고 질척한 액체에 더럽혀진 채 자신의 배 위에 놓여 있다.

“……아, 아아.”

정나은은 떨리는 손으로 배 위에 떨어진 자신의 반지를 주워든다. 찬란하게 빛나던 은색의 반지는 더러운 액체로 침식당한 것 때문인지, 아름답던 반지의 빛이 어쩐지 퇴색되어 보인다. 하지만 정나은은 그런 결혼반지라도 소중하다는 듯 왼손 약지에 떨리는 손으로 끼우려고 하는데, 운명의 장난처럼 은색의 결혼반지는 떨리고 힘없는 그녀의 손아귀를 벗어나 침대 저 편으로 데구르르 굴러간다.
정나은은 침대 끝자락까지 굴러간 결혼반지를 힘겹게 몸을 일으켜 엉금엉금 기어가며 그 반지를 잡기 위해 손을 뻗는다. 그리고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 반지에 닿는 순간 그녀의 몸은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튕겨져 나갈 듯 앞으로 쏠린다. 그 덕에 정나은의 소중한 결혼반지는 그녀의 손에 의해 침대 밖으로 튕겨져 나가 바닥을 데구르르 구른다. 그리고 그 반지가 떨어진 곳에는 죽은 듯이 잠든 한 남자가 있었다.

“…….”

정나은의 눈은 더 할 나위 없이 커진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사랑하는 남자의 모습. 지금만큼은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남자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남편에게 ‘우리’의 사랑도 보여주자고.”

김우영의 장난기 어린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섬뜩하다. 정나은이 반지를 잡기 직전을 노리고 김우영은 그녀의 몸 안에 자신의 욕망의 창을 박아 넣었다. 그렇기에 이젠 허리만 놀리면 정나은이 다른 남자 품에 안겨 쾌락으로 물드는 얼굴을 잠든 남편에게 보여줄 수 있다.
그렇기에 김우영은 지체 없이 허리를 놀리며 둘의 사랑의 형태를 안정수에게 보여준다. 그런 둘의 사랑을 정나은은 보여줄 수 없다는 듯 무너지듯 침대 시트에 상체를 숙인다. 하지만 김우영이 그녀의 양 팔을 잡아 당겨 상체를 억지로 들게 해 더욱 깊이 허리를 쳐 올리기 시작하자 정나은의 모습은 더 이상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게 되었다.
흔들리는 침대시트. 울려 퍼지는 둔탁한 타격음. 괴로움에 헐떡이던 여인의 목소리는 점점 열기를 더하게 되고, 바닥에 떨어진 타액으로 더럽혀진 은색의 결혼반지에는 정나은의 표정이 단편적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점점 쾌락으로 물들며 초승달 같은 호를 그리는 연분홍빛 미소를…….
깊은 어둠이 가장 진해지는 새벽녘.
아름다운 자연 경관에 감싸인 멋들어진 호텔은 어둠에 잠겨있다. 한 호텔 방에는 아직도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방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광란의 밤이 끝을 고하고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삐걱거리는 침대의 비명은 아직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밤새 울려 퍼졌던 둔탁한 타격음은 묘한 찰진 타격음으로 바뀌어있다. 철썩, 철썩하는 무언가가 올라타 엉덩이를 내려찍는 소리.
찰진 타격음이 울릴 때마다 흩날리는 아름다운 흑단 같은 머리카락은 올려다보고 있는 김우영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땀으로 번들거리는 뽀얀 피부에 달라붙은 머리칼과 아름다운 상체 라인이 주는 뒷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탄력적인 엉덩이를 들썩일 때마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김우영의 허벅지와 부딪히며 찰진 소릴 낸다.

‘끌끌 장관이군. 이런 걸 원했지.’

몽롱하게 풀린 흑요석 같은 눈동자, 달콤한 여인의 숨결, 흩날리는 흑단 같은 머리카락,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을 자아내는 탐스런 두 젖가슴은 그녀가 자신의 몸 위에서 허리를 놀릴 때마다 김우영을 즐겁게 해준다.
그 아름답고, 풋풋한 싱그러움과 정복욕을 자극하는 농익은 자태를 자랑하는 도도한 절벽 위의 꽃은 스스로 자신의 몸 위에서 그 허리를 놀리고 있다. 시야 한 편에 보이는 그녀의 남편만 보면 없던 힘도 생기는 걸 느끼며 그에게 과시하듯 상체를 일으켜 그녀를 껴안곤 남의 꽃에 자신의 하얀 씨앗을 마음껏 토해낸다.

“꺄흐으으응!”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정나은의 귀여운 신음소리와 함께 얽혀오는 그녀. 마치 사랑하는 이의 품에 안기듯 부드럽게 팔과 다리를 사용해 김우영을 휘감는다. 듬직한 이의 품에 의지하듯 정나은의 고개는 그의 어깨를 파고들며 달콤하고 지친 숨을 토해낸다. 김우영은 자신의 어깨에 기댄 정나은의 고개를 들게 해 그녀의 두툼한 입술에 자신의 입을 포갠다. 얽혀오는 그녀의 혀와 달콤한 숨결을 느끼며, 자신의 품에 안긴 금단의 과실을 독식하려는 것처럼 더욱 자신의 품 안에 가둔다.
한참을 이어진 채 움찔거리던 두 남녀는 곧이어 떨어진다. 김우영 역시 더 이상의 힘은 남아있지 않다는 듯 침대 위에 쓰러진다. 그리고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는 듯 상체를 일으켜 침대 위에 널브러진 정나은에게 말한다.

“더럽힌 건 스스로 닦아야지?”
“……네.”

김우영의 말을 단번에 이해한 정나은은 공손한 대답과 함께 힘겹게 몸을 일으켜 그의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파묻는다. 곧이어 그의 가랑이 사이에선 핥는 질척한 소리와 함께 정나은의 고개가 조금씩 흔들리며 무언가를 소중하게 머금는 뒷모습이 보인다. 그녀의 고개는 김우영의 가랑이 깊은 곳에 파묻혀 언제까지고 벗어날 줄 모른다.
결국 절벽 위에 핀 도도한 꽃은 꺾여버렸다.

화창하게 내려쬐는 햇살이 눈부신 오후.
도심지에 보는 이가 지겨울 정도로 많이 늘어선 커피 전문점에는 오늘도 사람이 북적이고 있다. 커피 전문점은 만남의 장소로도 유용하기에 사람 만나는 일이 잦은 사람들 사이에선 길 찾기가 쉽고, 상대방과 바로 대화 나누기에도 좋은 장소이다.

“……쪽쪽.”

은은한 커피 향이 가득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이 커피 전문점은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고, 삼삼오오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도 있는 가하면 명백히 사람을 기다리는 눈치의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 속에서 커피를 즐기는 것이 아닌 마치 피로한 몸에 당분을 억지로 밀어 넣어주듯 마시는 피곤한 분위기를 가진 남자가 앉아있다.
입구 쪽을 살피는 기색이 명백한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자신이 세운 계획을 실행에 옮기느라 정신이 없는 안정수이다.
그 날 이후로도 상당히 바쁘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 나름 숨기려고 옷도 신경 쓰고, 외모에도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게끔 한 듯싶지만 그럼에도 그를 둘러싼 분위기는 상당히 피폐해 보인다.
북적이는 커피 전문점 안을 둘러보는 그의 눈에선 별 다른 감흥이 없어 보인다. 마치 눈앞에 드리워진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런 모습이다. 사람들의 대화소리, 행복한 웃음소리 속에 파묻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커피 전문점 입구를 바라보던 안정수의 눈에 만나려는 사람을 발견했는지, 잠시 이체가 감돈다.

“아, 여기입니다.”

입구에 선 채 이리저리 카페 안을 둘러보던 여성을 향해 안정수는 소리 높여 그녀를 부른다. 안정수의 목소리를 들은 여성은 별다른 감정이 묻어나지 않는 표정으로 다가온다. 안정수 역시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성을 재빨리 눈으로 살펴본다.

‘……힘들겠군.’

안정수는 자신의 계획에 필요한 여성을 찾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눈앞의 여성은 무리처럼 보인다. 그녀의 모습 중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우아한 걸음걸이와 정숙하면서도 고급스런 분위기의 옷차림이었다. 주기적으로 관리 받는 것 같은 단정한 헤어스타일이나 부드러운 인상. 사람을 대함에 있어 호감을 주는 여유 있는 미소는 현재 그녀는 아무런 부족함도 없다는 걸 절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안녕하세요. 그쪽이 말씀하신…….”
“아, 예. 안녕하신가요? 안정수라 합니다.”

안정수는 간단하게 인사를 하며 맞은편에 앉는 그녀의 외모를 더욱 뜯어봤다. 윤기가 도는 머릿결, 향기로운 여성용 화장품의 냄새, 작지만 여유 있는 미소가 걸린 입술, 어두운 톤의 고급스러워 보이는 일체형 원피스는 그녀의 정숙한 이미지를 더욱 끌어올려 준다. 그럼에도 완곡하게 드러난 가슴 라인이나 의자에 앉을 때 살짝 엿보인 부드러울 것 같은 엉덩이 라인은 과연 김우영의 입맛을 자극하는 여인임에 틀림없다.

‘그와 엮었던 적이 있는 여성이지만 이 사람도 틀렸군…….’

안정수가 찾고 있는 여인의 절대조건 중 하나가 바로 과거에 김우영과 관계를 가졌던 여인이다. 그리고 믿기 힘들지만 눈앞에 있는 이 여성도 김우영과 자의든 타의든 관계를 가졌던 여성인 셈이다.
첫 번째 조건을 만족했지만 그녀의 분위기나 눈빛, 김우영을 향한 감정 등을 비록 이야기 나누지 않았어도 느낄 수 있다. 결코 김우영에 대해 적대적으로 끝난 것은 아니란 것을.

‘김우영 그도 어떤 의미론 정말 대단하군.’

안정수는 커피를 한 모금 머금으며, 눈앞에 있는 여성과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이 여인은 틀렸다고 결론 내렸기에 안정수는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김우영에 대한 생각만이 머릿속에서 감돌고 있다.
안정수가 그 날 이후로 자신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그와 관계를 가졌던 여성을 찾아 다녔다. 그리고 의외로 그와 엮였던 여성을 찾는 건 쉬웠다.
너무 많았으니깐…….
하지만 더 의외인 건 지금까지 그와 엮였던 여성들은 의외로 그에게 크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 없다는 점이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과정이 어떻든 지금에 이르러선 그와 엮인 걸 크게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하긴 안 그랬으면 이렇게 자신을 만나러 나올 리 없으려나?’

그와 엮였던 여성들의 소재를 알아낸 뒤 여성들을 만나기 위해, 그의 화제를 꺼내기도 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용하기도 하고, 만남을 종용하는 등 갖은 노력이 뒷받침되긴 했지만 대부분의 여성이 이렇듯 자리에 나왔다.
당연하지만 처음에는 모든 여성들이 경계하고, 꺼려했지만 안정수 역시 폼으로 영업사원을 하는 건 아니다. 화려한 언변이나, 설득 등은 그도 상당한 수준이기에 이렇게 단순 만남까지 이끌어 내는 건 쉬웠다.

‘하지만 조건에 부합하는 여성을 찾기 힘들군.’

안정수는 눈앞의 정숙한 분위기의 아름다운 여성과의 대화를 재빨리 마무리 짓고 다음 여성을 만나기 위해 이동했다.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사람의 왕래가 많고, 만남에 있어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 좋은 만남의 광장처럼 쓰이는 오픈 형태의 카페였다. 안정수가 사람을 만남에 있어 굳이 이런 장소를 택하는 이유는 역시나 경계심을 누그러트리기 위함이다.

‘이번에 만나는 여성은 꽤나 만남까지 이끌어 내는 데 힘들었지.’

안정수는 간단하게 요기를 채울 음식을 주문하고 상념에 잠긴다. 지금 만날 여성은 경계심이 상당했다. 그리고 그 경계심이 높은 것 때문에 안정수는 더욱 물고 늘어졌다. 경계심이 높을수록 그가 원하는 여성일 확률이 높기에.

“주문하신 음식입니다.”

때마침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 준 종업원에게 작게 감사를 표하고 요기를 채울 음식을 입안에 밀어 넣는다. 그렇다. 밀어 넣는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그 날 이후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에 있어 스스로도 힘겨웠기 때문이다.

“…….”

안정수는 입안의 음식을 살기 위해 먹는 것처럼 의무적으로 섭취하며 아내를 떠올린다. 그 날 이후 아내와의 관계는 아슬아슬하기 그지없다. 둘 사이에 커다란 벽이 생긴 것처럼 묘한 거리감도 느껴진다. 아니, 그런 거리감이 없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빨리 그를 떼어내야 하는데.’

안정수는 아내와 자신 사이에 흐르는 숨 막히고, 어색한 분위기보단 아내의 상태가 신경 쓰인다. 그 날 이후로 그녀는 아내가 해야 할 일을 마치 의무적으로 행하고 있다. 자신을 향한 사랑이 식은 것처럼 냉정하고 무덤덤하게 자신을 대한다.

‘하여간 사회생활이 익숙해지며 어른이라는 가면을 뒤집어쓰는 게 더 능숙해졌단 말이야.’

두꺼운 가면을 뒤집어쓰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데 한층 익숙해진 아내. 그 날 이후로 그녀는 더욱 가면을 뒤집어쓰는 것에 더욱 필사적으로 변했다. 마치 무너지기 직전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보호본능처럼 가면을 뒤집어 쓴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가면을 쓰고 자신을 대하는 게 오히려 감정을 더 알기 쉽다는 걸 모르는 걸까?’

아니면 그런 걸 생각하지 못 할 정도로 궁지에 몰렸다는 뜻일까…….
자신이 아무리 덜렁거리고 어리숙하다 해도 그렇게까지 얼굴에서, 몸짓에서, 분위기에서 위태위태한 분위기가 흘러나오면 모를 리 없지 않은가.
자신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몰려있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아내를 감싸고 있던 껍질이 깨지고 결국 본능에 몸을 맡겨 버린 것일까?
모를 일이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전부 틀렸을 수도 있고, 둘 다 맞을 수도 있다. 자신의 감정도 잘 모르는 게 사람인데 타인에 대한 생각과 마음이란 건 더욱 모를 일이다.

“……이야기를 나누면 될 일인데 말이지.”

안정수는 음식을 의무적으로 먹으면서도 자괴감에 빠진다. 서로 소통이 부족해서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아니, 이 지경에 이르렀기에 더욱 이야기를 나누는 게 힘든 걸지도 모르겠다. 문득 안정수는 피식하고 자조 섞인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나도 그런 말 할 자격이 없지만.”

안정수는 계획을 실행함에 있어서 많은 걸 조사했고, 아내와 김우영 사이에 있었던 일도 어느 정도 알아냈다. 그렇기에 화가 났고, 그렇기에 미안했다. 수많은 상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놓아주지 않던 도중 안정수의 우물거리던 입이 갑작스럽게 멈추며 더불어 다른 움직임도 함께 멈춘다.

‘…….’

아내에 대한 걱정에서 이어진 상념. 그러자 지금 아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란 생각에 이르자 안정수의 가슴은 크게 뛴다. 이제는 가슴 속 깊이 뿌리내렸던 배덕감이라는 감정은 그 날 활짝 만개한 이후로 그 아름다운 자태를 마음껏 뽐내곤 하얗게 불타 사라졌다.
하지만 꽃이 시들 때에는 반드시 씨앗을 남긴다.
그리고 그 씨앗은 아직도 자신의 가슴 속에 남아 이렇게 때때로 싹을 틔우려고 발악하는 걸 종종 느낀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되지.”

배덕감이라는 감정에 몸을 맡겨 행동한 결과가 이 꼴이다. 이 상황에서도 아내를 향한 사랑이 식지 않는 자신을 보며 스스로도 무섭다. 가슴속에 소용돌이치는 이 감정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맞을까?
답이 나오지 않는 무의미한 고민 끝에 얻은 건 단 하나다. 자신이 배덕감이라는 감정이 가슴 속 깊이 자리 잡은 것처럼 그녀 역시 가슴 속 깊이 자신을 향한 사랑 외에 어떠한 감정이 싹텄을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그렇게 차가우면서도 위태로워 보이는 분위기를 가지고 자신을 대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 그녀의 가슴속에서 끊임없이 부딪히고 싸우고 있기에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이미 결론이 났다면 그렇게 힘겨워 할 리 없다.
그러길 바라는 것은 자신의 이기심일까?
나오지 않는 답을 찾아 헤매듯 끊이지 않는 상념 속에 어느 새 약속 시간이 다됐다. 때마침 멀리서 걸어오는 한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잘하면 될 지도.”

메마른 안정수의 눈에 이채가 감돈다.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 여성을 찾은 걸지도 모른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웨이브를 넣은 푸석푸석한 머리에 거칠지만 과거 뽀얗고 윤기 있었을 것 같은 피부, 전체적으로 작은 키지만 헐렁하고 전혀 신경 쓰지 않은 평범한 옷차림 위로도 알 수 있는 탐스런 과실 같은 몸매. 동시에 피로해 보이고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위태로운 분위기를 두른 그녀를 본 순간 안정수는 확신했다.
지금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그녀는 과거에 상당히 귀엽고, 애교 넘치는 여성이었을 것이라고. 그리고 지금의 그녀의 모습은 분명 김우영과 엮이며 많은 게 바뀐 게 확실한 여성이라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성이라고!

‘그렇다면…….’

안정수는 다가온 여성과 인사를 나누며 눈을 빛냈다. 자신의 계획에 필요한 여성임에 틀림없기에…….
고요하고 부드러운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길거리. 회식을 끝내고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이들도 있고, 2차를 외치며 화려한 길거리로 사라지는 이들도 있을 아직은 이른 시간. 길거리에 늘어선 수많은 모텔 중 한 곳에는 이른 시각부터 이미 손님을 받은 방이 있다.

“색-색-.”

어두운 방 안에 떠도는 여인의 고른 숨소리. 그리고 그 여인의 숨소리가 흘러나오는 침대에선 부스럭 소리가 나며 한 사람이 몸을 일으킨다.

“…….”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사람이 곁에 잠든 여인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자 고른 숨소리를 내던 여인은 그 온기에서 안심을 얻은 듯 살짝 미소가 떠오른다. 사랑스런 미소가 떠오른 그 여인은 다름 아닌 안정수가 낮에 만났던 위태로운 분위기의 여인이었다.
그리고 그 여인을 쓰다듬던 사람은 놀랍게도 안정수였다.
침대에 잠든 여인은 그 동안 부족했던 사랑을 채운 것처럼 갈구하던 온기를 받은 것처럼 편안해 보인다. 어딘가 피로하고 위태로운 분위기는 사라지고 부드러운 얼굴로 잠든 여인을 내려다보던 안정수는 조심스레 침대에서 빠져나온다.
침대에서 빠져나온 안정수의 모습은 놀랍게도 알몸이었다. 동시에 그가 빠져나오면 흘러내린 침대 시트는 침대 위에 편안히 잠들어 있는 여인의 적나라한 모습을 들춰냈다. 그녀 역시도 알몸으로 잠들어 있던 것이다. 어렴풋이 방 안에 떠도는 야릇한 체취와 어쩐지 은은하게 남아있는 온기는 둘이 나눈 뜨거운 사랑을 짐작케 해준다.

“…….”

하지만 어쩐 일일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안정수는 방금 전까지 사랑하는 여인을 쓰다듬던 조심스런 손길과 온기를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차가운 표정이 그의 얼굴에 떠올라 있다. 옷을 주섬주섬 입으며 돌아갈 준비를 하자 침대 위에 잠들어있던 여성이 몸을 일으킨다. 알몸인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운 듯 침대 시트를 탐스런 과실처럼 부푼 가슴까지 끌어올리며 조심스레 물어온다.

“가는 건가요?”
“예. 다음에 또 연락드릴게요.”

차가웠던 그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상냥한 미소가 걸려 있어, 불안해하는 여인을 안심시키듯 살짝 키스를 나누곤 먼저 방을 나선다. 떠나기 직전 온기를 갈구하는 처절하기까지 한 애절한 여인의 감정어린 눈동자가 그를 붙잡았지만 그는 외면한 채, 아니 모른 채 하며 걸음을 옮겼다.

“……후우~”

모텔을 먼저 빠져나온 안정수는 어딘가 힘겨운 표정으로 담배를 입에 물곤 불을 붙인다. 안정수의 모습은 어쩐지 위태로워 보인다. 마치 무너질 것 같은 자신을 다잡는 그런 정나은과 비슷한 위태로워 보이는 모습이다.

“이로써 계획에 필요한 것은 전부 모았네.”

온기를 갈구하는 김우영에게 상처받은 여인. 김우영에게 받은 그런 사랑이 아닌 순수한 사랑을 원하는 그런 여인을 이용해야하는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끼며 무너질 것 같은 자신에게 채찍질을 한다. 어쩐지 사랑하는 아내의 얼굴이 떠오른다.

‘보고 싶네. 뭘 하고 있을까?’

안정수는 어두운 도시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보일 듯 안 보이는 희미한 별빛을 찾아 헤맨다. 끝없이 펼쳐진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그는 희미하게 보이는 너무나도 먼 별빛을 이정표 삼아 터덜터덜 걸음을 다시금 옮겼다.

안정수가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훨씬 전. 정확히는 안정수가 계획에 필요한 여인을 만나며 메말랐던 마음에 다시금 불을 지피던 그 시각. 부드러운 황혼 빛이 은은하게 내려쬐는 저녁이라기엔 이른 오후 무렵.
두터운 커튼 너머로 은은한 황혼 빛이 스며드는 거실. 거실에 놓인 TV 옆에는 장식용 귀여운 토끼 인형이 놓여 있는 절제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그곳은 안정수와 정나은의 보금자리다.
TV 옆에 놓인 토끼 인형의 눈에는 거실의 전경과 열려있는 안방 문을 통해 보이는 단편적인 모습, 거실과 이어진 부엌에선 정나은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또한 토끼 인형의 눈에 비춰지고 있다.
달그락, 달그락.
음식을 만드는 식기의 소리와 열기가 은은하게 부엌을 통해 집안에 퍼진다. 오늘은 쉬는 날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퇴근이 빨랐던 것일까? 아직 저녁이라기엔 이른 오후임에도 정나은은 이미 편안한 평상복을 입고 저녁 준비에 한창이다.
틀어 올렸던 머리는 편하게 풀었고, 콧잔등 위에 걸쳐진 반무테 안경의 헐렁하게 흘러내린 모습은 평소 똑 소리 나는 그녀에게서 보기 힘든 멍한 분위기가 엿보여진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싸늘한 집안. 그런 싸늘함을 이기기 위해 그녀는 부드러운 크림색의 스웨터와 빛바래고 헐렁해져 입기 편안한 청바지를 입고 있다.

“…….”

싸늘한 집안 공기와 그녀의 딱딱한 무표정, 저녁상을 차리기 위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은 어쩐지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나, 둘 저녁상에 오를 음식이 만들어져 감에 따라 때때로 이 음식을 먹어줄 이를 떠올리는 지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지만 곧이어 그래선 안 된다는 듯이 차가운 무표정으로 돌아간다. 마치 자기 자신을 향해 자책하듯, 벌을 주듯 말이다.
얼마나 그렇게 부엌에 서서 기계적으로 저녁상을 차리고 있었을까? 정나은은 시계를 엿보곤 따뜻할 때 먹으면 맛있을 계란말이를 가장 마지막으로 만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계란말이의 조리가 끝나갈 무렵 갑작스레 경쾌한 차임벨이 집안에 울려 퍼진다.

“……?”

정나은은 차갑던 무표정에서 살짝 의문이 떠오르며 조리하던 계란말이를 재빨리 마무리 짓고 불을 황급히 조절한 뒤 현관문으로 나선다. 곧이어 철컥하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현관문으로 나간 정나은의 뒷모습에선 움찔하는 기색이 느껴진다.
토끼 인형은 마치 예상치 못한 손님이 온 것처럼 움찔거리는 정나은이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떤 손님이 왔을지 궁금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은 마음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그런 토끼 인형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듯 곧이어 방문한 손님이 현관문을 통해 들어선다. 근래 들어 자주 들락날락 거리는 능글맞은 미소가 특징인 중년 남성이다. 토끼 인형은 순해 보이는 인상의 남성과 함께 그녀가 가게에 찾아와 진열되어 있던 수많은 인형 중 자신을 선택해 주었던 것이 문득 떠올랐다. 그녀와 함께 가게를 방문해 자신을 데려왔던 순해 보이는 남자 외에 다른 남자가 이렇게 자주 들락거리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

현관문에서 부엌으로 향하는 정나은의 모습에선 아무런 감정이 묻어나오지 않는다. 마치 자신의 가슴속에 소용돌이치는 두 개의 상반된 감정을 드러내기 싫은 것처럼, 인정하기 싫은 것처럼 가면을 뒤집어 써보지만 그녀의 입가에 떠오른 비틀린 미소는 존재하지 않을 토끼 인형의 가슴을 뛰게 하는 기묘한 열기가 담겨 있다.
부엌에서 음식을 조리하며 때때로 떠오른 부드러운 미소와는 전혀 상반된 미소.
토끼 인형은 그녀의 입가에 떠오른 두 개의 미소가 똑같은 여인의 것이라곤 믿어지지 않는다. 그런 토끼 인형의 의문에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채 제집인양 성큼성큼 들어서는 능글맞은 중년과 방문한 손님을 내버려둔 채 부엌으로 가 조절했던 가스 불을 완전히 끄는 정나은의 모습을 감기지 않는 인형의 눈으로 바라본다.
저녁 준비가 한창이던 정나은은 한동안은 가스 불을 쓸 일이 없다고 말하듯 가스 밸브까지 착실히 잠그는 모습에 토끼 인형은 의아해한다. 하지만 토끼 인형의 의문점의 해답은 고민에 이르기 전에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거리낌 없이 거실을 활보하던 중년 남성이 외투와 가방을 소파에 휙 던지곤 정나은이 있는 부엌으로 다가간다.
중년 남성은 가스 밸브를 잠근 정나은을 뒤에서 껴안는다. 예상한 일인 듯 놀란 기색도 없이 받아들인 그녀의 반응에 중년 남성은 실소를 하며 부드러운 크림색 스웨터 위로 부풀어 오른 그녀의 가슴을 한 치의 거리낌도 없이 움켜쥔다. 크림색 스웨터 때문일까? 달콤한 마시멜로를 연상케 하는 속이 꽉 찬 그녀의 마시멜로는 중년 남성의 손을 통해 그 촉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지 그의 입가에는 만족스런 미소가 떠오른다.

“…….”

고개 숙인 채 덤덤히 그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던 정나은의 귓가에 중년 남성은 무언가를 속삭인다. 대화 내용이 궁금한 토끼 인형이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눈조차 감을 수 없는 토끼 인형은 그저 묵묵히 바라볼 뿐이다.
그녀는 숙였던 고개를 들어 자신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는 중년 남성 쪽으로 고개를 향한다. 머리카락에 가려졌던 그녀의 얼굴 표정이 토끼 인형의 눈에 보이는 가 싶었더니 금세 중년 남성의 얼굴이 그녀와 겹쳐진다.
남성이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라고 말했던 것일까? 아니면 그녀의 의지일까?
토끼 인형은 알 도리가 없지만 두 사람의 얼굴은 한동안 겹쳐진 채 질척한 소리를 자아낸다. 그 와중에도 중년 남성의 두 손은 끊임없이 그녀의 몸을 맛보듯이 더듬는다. 스웨터 위로 그녀의 가슴을 더듬고 있던 그의 손은 어느새 스웨터 안으로 들어가 꾸물꾸물 징그럽게 움직이는 것이 옷 위로 알 수 있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하반신을 더듬고 있었는데 헐렁해진 청바지여도 그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 건 쉬운 일이 아닌지 한동안 청바지 위로만 더듬던 그의 손길이 결국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청바지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하읍!”

두터운 커튼 너머로 거실로 스며드는 오렌지 빛이 조금씩 사그라지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어스름한 그림자가 부엌에 더욱 짙어지며 드리운다. 어스름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부엌에선 농밀한 키스를 나누는 질척한 소리가 새어나온다. 곧이어 마치 하나의 생물처럼 들러붙은 채 서로를 탐하던 두 남녀가 드디어 떨어진다.
그리곤 휙 하는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부엌에 비치되어 있는 식탁 위에 정나은이 털썩 쓰러진다. 중년 남성이 그녀와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를 잡아당겨 식탁 위에 엎드리게 한 것이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놀랄 만도 하건만 그녀는 그저 식탁 위에 엎드린 채 부족한 숨을 몰아쉴 뿐이다. 중년 남성은 정나은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씩 웃은 후 그녀의 청바지를 확 끌러 내린다. 중년 남성은 청바지를 완전히 벗겨버릴 생각이었나 보지만 탄력적인 엉덩이 바로 밑 건강미 넘치는 허벅지쯤에 청바지가 걸린 채 더 이상 내려가질 않는다. 빛바랠 정도로 오래입고 헐렁해졌다 해도 청바지의 버튼과 지퍼를 풀지 않고 완전히 벗겨버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중년 남성은 재미있다는 듯 입맛을 다시더니 그녀를 그대로 둔 채 자신의 바지를 완전히 벗어버린다.
중년 남성은 능글맞은 웃음소리를 내며 허벅지쯤에서 걸린 청바지 때문에 한층 업 된 그녀의 탄력적인 엉덩이를 손으로 한번 내려치자 찰진 소리가 집안을 울린다.

“읏?!”

움찔거리며 고통어린 신음을 내뱉는 정나은의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단번에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허리를 밀어 넣는다. 갑작스레 힘을 받아 덜컥거리는 식탁의 소리와 둔탁한 타격음이 화음을 이룬다. 중년 남성이 그녀의 허리를 양 손으로 붙잡아 고정시킨 뒤 허리를 천천히 놀리기 시작하자 덜컥덜컥 흔들리는 식탁과 그에 따라 정나은이 작게 헐떡이는 소리가 은은하게 섞이기 시작한다.

“……하아, 하아, 하아.”

덜컥덜컥 흔들리는 식탁, 부엌에선 절대 나지 않을 생소한 찰진 소리, 조금씩 커져가는 여인의 헐떡이는 숨소리. 은은하게 부엌에서 퍼지기 시작한 집의 안주인의 헐떡임은 점점 열기를 띄기 시작한다. 중년 남성은 식탁에 엎어져 있는 그녀가 서서히 달아오르는 걸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더욱 거칠게 허리를 놀리기 시작한다.
방금 전 서로 얽힌 채 키스를 나누던 때와는 달리 여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그런 의지가 느껴진다. 마치 자신의 성욕을 채우는 도구를 대하는 그런 느낌이 중년 남성의 눈빛에서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걸 행동으로써 보여주겠다는 듯 거칠고, 빨라진 허리놀림 외에 허리를 붙잡곤 고정시키던 한 손을 식탁 위에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던 흑단 같은 그녀의 머리칼을 움켜쥐곤 잡아당겨 고개를 억지로 들게 한다.

“아읏! 하으, 하윽! 하악! 하악!”

중년 남성의 한층 거칠어진 허리놀림과 그의 손에 의해 강제로 들려진 고개 때문인지, 정나은의 입에선 순간 고통어린 소리가 새어나왔지만 고통어린 신음소리는 금세 한층 깊고 야릇한 헐떡임으로 바뀌며 그녀가 느끼고 있는 쾌락을 부끄러움도 모르고 모조리 토해내고 있다.
여자에게 부엌이란 어떤 의미론 자신만의 성역이다.
현대에 이르러선 그런 의미가 소용없어졌지만, 그럼에도 부엌이란 곳은 안주인의 싸움터이자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그녀만의 장소이다. 조리기구의 배치도, 자주 쓰는 조미료의 위치도, 그릇의 취향이나 수납장소 등 모조리 그녀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이른바 여자의 작은 성인 셈이다.
남편도 들어오기 힘든 여자의 성역에 남편도 아닌 외간 남자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흙 묻은 발로 성큼성큼 들어와선 작은 성의 여왕을 자신의 배아래 깔아뭉개곤 능욕하고 있다. 부엌에서만큼은 그 어떤 존재보다 도도하고 강해야 할 여왕은 외간 남자 아래 깔려 부끄럽게도 야릇한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몸에서 터져 나오는 쾌락을 절절할 정도로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식탁이란 여왕이 갈고닦은 무기를 이용해 음식이라는 공격을 가족이나 손님 등에게 선보이는 자리임에도 그 위에 굴욕적으로 엎어진 채 오히려 자신이 도구 취급 받으며 자신의 성을 쳐들어온 외간 남자에게 성욕이란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

토끼 인형은 이 집의 안주인이 부엌에서만큼은 여왕으로 군림할 수 있는 여인이 너무나도 손쉽게 장악당한 것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정나은의 그런 처지를 누군가가 안타까워 해준 것일까? 아니면 두 사람의 일그러진 사랑의 형태를 응원하기 위함일까?
거실에 스며들어오던 오렌지 빛 황혼은 더욱 짧아지며 집안에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어스름하던 부엌에도 한층 어두워지며 거실로 스며들던 햇빛은 기껏해야 꽉 낀 청바지 때문에 버둥거리는 것도 못하고 애처롭게 흔들리고 있는 그녀의 다리와 힘이 잔뜩 들어가 근육이 터질 듯 솟은 중년 남성의 다리만을 비춰준다.

“하악! 하으읏! 하응! 으으응?! 햐으으으으으응!”

부엌에 짙게 깔린 어둠 속에 숨은 두 사람. 덜컥덜컥 거리는 식탁의 소음이 빨라짐에 따라 정나은의 야릇하고도 귀여운 신음소리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절정을 맞이한다. 부드러운 황혼 빛에 비춰지고 있던 두 사람의 다리. 꽉 끼는 청바지에 구속된 그녀의 두 다리는 부들부들 떨며 힘이 잔뜩 들어간다. 여인이 절정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년 남성의 다리는 아직도 힘이 들어간 채 허리를 계속해서 놀리자 정나은의 양 다리는 경련이라도 난 것처럼 주체할 수 없는 쾌락에 인해 버둥거린다.

“……아, 아아앗, 햐으응?!”

더 이상 신음이라고도 하기 힘든 원초적인 쾌락에 어쩔 줄 모르는 여인의 목소리가 어둠속을 울린다. 곧이어 중년 남성도 자신의 욕망의 종지부를 찍는 깊은 목소리를 토해내며 그의 다리도 움직임을 딱하고 멈춘다. 부들부들 쾌락에 떨리는 두 남녀의 다리는 아름다운 황혼 빛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퇴폐적인 느낌이다.
토끼 인형은 어두운 식탁 위에 몸을 포개듯 엎어진 두 남녀를 지긋이 바라보며 그리움에 휩싸인다. 토끼 인형이 느끼고 있는 그리움이란 그녀가 내뱉는 달콤한 목소리와 숨김없는 모습 때문이다. 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순한 인상의 남자와 그녀가 자신을 데려온 후에도 종종 안방에서 들리던 풋풋하고 행복어린 목소리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안방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는 변했다. 분명 안방에서 새어나오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쾌락이 묻어났지만 오늘처럼 솔직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하물며 최근에는 순한 인상의 남자와 사랑을 나누는 목소리마저 안방에서 흘러나오지 않은 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자신을 데려온 정나은이란 여인은 저렇게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여자가 아니었는데 어느새 저렇게 바뀌었던 것일까? 아니, 분명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지금처럼 달콤하게 사랑을 속삭이고, 자신의 감정에도 솔직했던 여자였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풋풋하고 모든 게 어른으로써 서툴렀던 그녀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있었다.
그래서일까?
토끼 인형은 부엌에서 요리를 하며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던 것과 저 중년 남성이 방문하고 그녀의 입가에 떠오른 일그러진 미소가 어째서 다시금 떠올랐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자신은 인형이다. 그저 지켜볼 뿐…….

“……하아, 하아.”

고요한 부엌에서 두 사람의 숨소리가 집안을 조금씩 잠식해 들어갈 무렵, 그녀 위에 포개져 있던 중년 남성이 몸을 일으키며 그녀에게서 떨어진다. 그러자 황혼 빛에 비춰지고 있던 그녀의 다리가 자신의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감각에 한차례 움찔거린다. 중년 남성은 그녀의 청바지에 손을 가져간다. 청바지의 버튼과 지퍼를 여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툭 하곤 청바지가 완전히 벗겨져 버린다.
바닥에 떨어진 청바지 속에는 정나은의 새하얀 속옷도 함께 들어있었는데, 속옷 한가운데 부분은 질척거리고 밤꽃 향기가 올라오는 하얀 욕망의 덩어리와 야릇한 향기를 풍기는 투명한 액체와 함께 섞여 오렌지색 황혼 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후우. 냅다 달린 것도 오랜만이군.”

중년 남성의 만족스런 말과 함께 식탁 위에 엎어져 있는 그녀를 바닥으로 내려 꿇어앉게 한다. 절정으로 사지에 힘이 안 들어가는지 정나은의 몸이 흐느적거리는 것이 황혼 빛에 단편적으로 보일뿐 그녀의 상반신 이상은 여전히 어스름한 어둠 속이다.

“알고 있지?”

중년 남성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있는 정나은에게 다가가자 힘없이 바닥에 늘어져 있던 정나은의 손이 그의 하반신 쪽으로 올라가며 힘없는 목소리로 고분고분 대답한다.

“……네. 알고 있어요.”

그녀의 얼굴 그림자가 남자의 하반신 그림자 쪽으로 다가가더니 무언가를 핥고, 빠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려온다. 동시에 그녀의 흐느적거리는 손은 그의 다리를 타고 올라가더니 어스름한 어둠 속으로 숨어버린다. 어렴풋이 보이는 그녀의 손은 상냥하게 그의 하반신을 감싸 안고 이리저리 부드러운 손길로 허벅지며 엉덩이 등을 매만져주고 있다.

“…….”

거실로 스며들고 있던 햇빛이 점점 짧아진다. 한동안 그렇게 들러붙어있던 두 사람은 곧이어 떨어지더니 흐느적거리는 정나은을 데리고 중년 남성은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문 닫는 시간도 아까웠는지 문도 닫지 않은 채 안방으로 들어간 두 사람. 곧이어 남은 옷이라도 벗는지 사락사락 옷깃 스치는 소리가 나더니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소리가 벌어진 문틈 사이로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아아! 하아! 하아! 흐으응!”

또다시 울려 퍼지기 시작한 그녀의 솔직하고 달콤한 신음소리를 토끼 인형은 들으며 그들이 머문 자리를 바라본다. 부엌에 떨어져 있는 중년 남자의 바지와 하얀 속옷이 들어있는 그녀의 청바지.
하얀 속옷을 적시고 있는 두 사람이 토해낸 욕망의 덩어리는 한데 섞여 야릇하고도 퇴폐적인 향기는 은은하게 부엌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잠시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곳에도 그녀의 새하얀 속옷을 적시고 있던 욕망의 덩어리와 똑같은 액체가 마치 함락당한 성의 잔해처럼 바닥에 남아있다. 점점 짧아지는 아름다운 황혼 빛. 두 사람이 머물렀던 자리는 그 아름다운 황혼 빛과는 달리 탁한 빛이 빛나고 있었다.
토끼 인형은 집안에 울려 퍼지는 둔탁하고 찰진 소리와 절절히 쾌락이 묻어나는 솔직한 정나은의 신음소리를 그저 묵묵히 들으며, 열린 안방 문틈 사이로 단편적으로 보이는 흔들리는 침대시트를 거실에 스며드는 황혼 빛이 완전히 사그라질 때까지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두터운 커튼 너머로 스며들던 황혼 빛도 완전히 사그라지고 거실에 깔렸던 어스름하던 어두운 분위기는 완전히 새까만 어둠으로 바뀔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안방에서 흘러나오던 둔탁한 살의 향연과 정나은의 달콤한 목소리도 곧이어 절정에 오른다. 해가 떨어짐에 따라 분명 집안의 공기도 더욱 차가워져야 정상이건만 안방에서 흘러나오는 뜨겁고, 야릇한 공기는 안방을 꽉 채우고도 거실 밖으로 흘러나와 온 집안을 조금씩 따뜻하고, 미묘한 공기로 바꾸고 있다.

“후우~.”

만족스럽고 열기가 느껴지는 남성의 깊은 한숨소리가 들리더니 안방에서 알몸의 중년 남성이 어두운 거실로 나온다. 두터운 커튼 너머로 새어 들어오는 인공적인 불빛이 중년 남성의 알몸을 어렴풋하게 비춰주자 그걸 본 토끼 인형은 눈살을 찌푸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 미약한 인공적인 불빛으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온 몸이 땀과 타액으로 번들거리고 있어 그의 몸이 내뿜는 열기가 눈에 보이는 착각이 들 정도다. 중년 남성은 자신의 몸에서 떨어지는 땀과 타액을 전혀 개의치 않고 부엌으로 걸어가 냉장고 문을 벌컥 열곤 제집인양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중년 남성은 갈증을 해소해 만족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마신 물을 싱크대에 올려두려고 걸음을 옮기는데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중간에 걸음이 멈춘다.

“오호? 마침 출출했는데 잘됐군.”

중년 남성은 즐거운 목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집어 든다. 그의 손에 잡힌 건 한 눈에 봐도 부드러울 것 같은 샛노란 색의 계란말이였다. 토끼 인형은 그 모습을 보자 화들짝 놀란다. 그 계란말이는 분명 중년 남성을 위해 만든 게 아니다.
이 집에 그녀와 함께 살고 있는 자신을 데려와준 그 남자의 것이 분명하다.
그녀가 계란말이를 만들며 이걸 먹어줄 이를 떠올렸을 때 지었던 부드러운 미소가 토끼 인형의 머릿속에 떠오르자 더욱 초조해진다. 자신이 중년 남성을 막을 수는 없기에 현재 이 집에서 그의 행동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정나은이 있을 안방에 시선을 돌린다.
아까와는 달리 중년 남성이 안방에서 나오며 안방 문을 활짝 열어둔 채라 안방의 전경이 제한적이긴 해도 아까보다 훨씬 자세히 보인다. 열린 문을 통해 토끼 인형은 금세 그녀를 발견했다.

‘…….’

단편적으로만 보이는 침대 위에 나른하게 풀린 그녀의 한쪽 다리. 중년 남성과 같이 보이는 그녀의 다리도 땀인지, 타액인지 모를 투명한 액체로 번들거리고 있었고 힘없이 침대 위에 늘어져 있는 모습에서 토끼 인형은 그녀가 지금 중년 남성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고 깨달았다.
토끼 인형은 안타까워하며 부엌으로 시선을 돌리자 중년 남성은 그런 토끼 인형의 마음도 몰라주고 금세 그녀가 만든 계란말이를 냉큼 집어먹었다. 계란말이 속에 담긴 그녀의 사랑도, 정성도 원하는 이에게 닿지 못하고 중년 남성의 뱃속으로 전부 사라져 버렸다. 계란말이를 다 먹은 중년 남성은 거실 벽에 놓인 시계를 한동안 바라보더니 알 게 뭐냐는 표정을 짓곤 다시금 성큼성큼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문 닫는 것도 귀찮은지 대충 휙 내두른 팔에 안방 문이 닫히려다가 제대로 닫히지 않고 살짝 틈이 벌어진다. 토끼 인형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안방에서 어두운 거실로 눈길을 돌린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그의 몸에서 떨어진 액체가 뚝뚝 떨어져 있었고, 어쩐지 투명하기만 해야 할 액체들 중에는 어둡기에 더욱 눈에 띄는 탁하면서도 새하얀 색의 액체도 극소량 떨어져 있었다.
더럽혀진 거실을 내려다보고 있던 토끼 인형의 귀에 철컥하는 차가운 쇳소리가 들린다. 이 쇳소리는 현관문이 열릴 때 나는 소리임을 알고 토끼 인형의 시선은 현관문을 향한다. 그리고 현관문을 통해 들어온 너무나도 익숙한 한 남자의 얼굴에 반가움을 느끼며 움직이지 않는 손을 흔들어 반겨준다.

“……?”

정나은과 함께 이 집에서 살고 있으며, 자신의 또 다른 주인의 남자의 이름은 안정수이다. 귀가한 안정수는 신발을 벗으려다 현관문에 놓인 신발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토끼 인형은 그가 저렇게 현관문에 선 채 신발을 바라보고 있자 그 의문에 대답해주듯 마음속으로 말을 건다.
‘손님이 와 있어요.’라고…….
안정수는 현관문에 놓인 신발을 잠시 내려다보더니 조심스레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선다. 마치 소리 나는 걸, 자신의 기척이 들리는 걸 극도로 조심하는 그의 기이한 행동에 토끼 인형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싶어진다.
안정수는 가장 먼저 작은 방을 확인하곤 긴장감이 묻어나는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거실에 들어선다. 거실에 들어선 안정수는 문득 무언가를 밟은 것인지, 발쪽에 위화감을 느껴 아래를 내려다보자 거실 바닥이 정체모를 액체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

무언가 공기도 끈적하면서도 후끈한 것을 눈치 챈 것인지 안정수는 마른침을 삼키곤 바닥에 떨어진 액체를 따라 안방과 부엌을 번갈아 바라본다. 무의식일까? 아니면 의도적인 것일까? 안정수의 발걸음은 안방을 피하듯 부엌으로 향하려는데 안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그의 발목을 붙잡듯 들려온다.
부엌으로 향하려던 안정수의 발걸음은 무언가에 홀린 듯이 조심스럽게 안방을 향해 다가선다. 안방 문 앞에 선 그는 문고리에 조심스레 손을 뻗는데 그는 무언가를 발견한 듯 움찔하며 문고리로 뻗던 손을 거둔다. 안방 문이 살짝 벌어져 틈이 있는 걸 깨달은 안정수는 잠시 그 자리에 선 채 망설이는 모습이다.
마치 마음을 다 잡을 시간을 가지는 것처럼 뜸을 들이는 안정수의 뒷모습을 토끼 인형은 그의 선택을 확인하려는 듯 눈을 떼지 않고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폭풍 전의 고요처럼 기분 나쁜 정적과 짙은 어둠이 깔린 거실에 점점 가빠져가는 안정수의 숨소리가 차갑게 식어가던 거실 공기에 두 사람이 만들어낸 열락과는 다른 여러 감정이 섞인 열기를 더해가며 그는 조심스레 벌어진 문틈 사이로 안방을 엿보기 시작했다.

김우영은 기분 좋은 피로감을 느끼며, 침대에서 일어섰다. 침대 위에 쓰러져 뜨거운 몸을 달래느라 헐떡이고 있는 알몸의 유부녀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능글맞은 미소가 입에 걸린다. 김우영은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아직은 낯선 남의 집 안방에서 빠져나와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

‘벌써 해가 저물었군.’

분명 이 집에 들어왔을 때만 하더라도 아직 노을이 지고 있을 시간이었건만 오랜만에 회포를 푸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정나은이라는 절벽 위의 꽃을 꺾은 뒤 한동안 연락도 하지 않고,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자신은 그동안 밀린 업무를 해결하느라 바빴고, 정나은에겐 마음의 정리를 할 시간을 줬다.

‘이미 잡은 물고기니깐.’

이미 잡아 언제든 요리 해먹을 수 있는 물고기인 만큼 천천히 음미하는 것만 남았다. 그렇게 서로 다른 시간을 지낸 뒤 갑작스럽게 오늘 이렇게 그녀의 집으로 방문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이 갑작스레 방문하자 그녀는 움찔하며 놀란 모습이었지만 결국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 자신을 받아들인 것인지 순순히 집안에 들여보내줬다.
오랜만에 보는 아름다운 그녀의 자태에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갈증을 느껴 자리에서 껍질을 벗겨 달콤한 과실을 마음껏 맛봤다. 마셔도, 마셔도 갈증이 해결되지 않는 바닷물처럼 오히려 심해진 갈증에 그대로 그녀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서 한차례 더 관계를 나눴다. 쉬지 않고 연달아 두 차례를 격정적으로 관계를 나눴으니 정말로 목이 탈만도 하다.

“꿀꺽, 꿀꺽…….”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땀만큼 다시 물을 보충한 그의 눈에는 샛노란 계란말이가 보였다. 성욕을 해결하고, 갈증을 해결한 후이기에 먹음직스런 계란말이를 보자 식욕이 솟구쳐 김우영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입으로 쏙쏙 집어넣었다.

‘만든 지 얼마 안 됐나보네. 맛있는데?’

제대로 맛도 느끼지 않고, 그저 식욕을 해결하기 위해 그녀가 정성스레 준비한 계란말이를 전부 먹어치운 김우영은 거실에 걸린 시계를 바라본다.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됐는데 어쩔까…….’

본래 그는 잠시 들러 그녀와의 회포를 푼 후 재빨리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맛본 달콤한 유부녀의 과즙은 그의 이성을 간단히 날려버렸고, 식욕마저 해결하자 다시금 성욕이 끓어오르는 걸 느끼고 있다.

‘……에라 모르겠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 날 이후 그가 잠잠한 것이 영 신경에 거슬리지만 현재 김우영은 눈앞에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다. 안방에 들어서며 손을 대충 휘둘러 문을 닫은 그는 침대 위에 쓰러져 있는 그녀 머리맡에 털썩 앉는다.

“…….”

침대 위에서 고른 숨을 내쉬고 있는 정나은의 모습을 조용히 내려다본다. 오랜만에 관계를 가진 탓일까? 아니면 그 날 이후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진 탓일까? 관계를 가진 횟수는 평소보다 적은데 흐트러진 그녀의 모습에서 흘러나오는 만족스럽고 지친 분위기는 한층 깊어 보인다. 침대 시트 위에 관능적으로 흐트러져있는 정나은의 검은 머리칼을 매만지자 그녀가 고개를 든다. 반쯤 감긴 몽롱한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절로 실소가 나온다.

‘큰일 났네……한동안은 웬만한 여자는 눈에 차지도 않겠어.’

일 관련으로도 여자를 상대할 일이 많은 그로써는 너무 높아져버린 눈 때문에 한동안 다른 여자는 눈에도 안 들어올 것 같다. 그녀의 머리칼을 상냥하게 매만지자 그녀도 나쁜 기분은 아닌지 조심스레 자신의 손에 기대는 느낌이다.

‘확실히 많이 솔직해졌군.’

역시 자존심 강한 여자들은 이렇게 제대로 꺾이고 나면 순종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녀 같은 경우 자포자기한 느낌이 강하지만…….

“……읏!”

정나은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던 김우영이 갑작스레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자신의 가랑이 쪽으로 당기자 그녀는 살짝 괴로운 목소리를 내며 고개를 김우영의 가랑이 사이에 파묻는다. 김우영이 그저 아무 말도 않고 정나은을 내려다보자 정나은은 한 박자 늦게 그의 뜻을 알아채곤 더욱 깊이 자신의 고개를 김우영의 가랑이 사이로 파묻는다.
곧이어 자신의 가랑이에서 질척하면서도 그 어떤 것보다 부드러운 그녀의 입과 혀의 감각이 느껴지자 만족스런 기분을 느끼며 편안하게 몸을 눕힌다.

“흐음~좋군.”

김우영은 세상에서 둘도 없는 봉사를 받으며 낯선 안방의 전경을 휙 둘러본다. 그녀의 깔끔한 성격이 묻어나는 깨끗하면서도 절제된 분위기가 지배적인 방. 필요 이상의 가구조차 없어 붙박이 옷장이나 속옷 같은 것을 넣을 작은 서랍, 화장대 역할을 같이 하는 커다란 거울이 놓인 책상이 끝이다.

‘응? 저건?’

전체적으로 방 안이 어두웠고, 지금까지는 그녀를 탐하느라 정신없어서 보지 못했던 한 가지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집안 어딘가에 하나쯤은 걸려있는 두 사람의 결혼사진.
벽 한 편에 자리 잡은 두 사람의 결혼사진에 김우영은 흥미가 솟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단연 순백의 신부다. 곱게 틀어 올린 머리, 검은 머리카락과 대비되는 아름다운 은색 티아라와 순백의 면사포, 그 어느 때보다 뽀얗고 빛나는 순백의 피부와 부끄러운 듯 홍조가 살짝 올라와 있는 뺨, 항상 매섭게 치켜 올라가 있던 눈매는 부드럽게 휘어있고, 검은 눈망울에선 행복의 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온통 새하얀 모습과 달리 붉디붉은 두툼한 입술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이란 감정이 걸려 부드럽게 휘어있고, 하늘하늘한 프릴이 많은 웨딩드레스 대신 그녀의 취향이 반영된 듯 심플하면서도 딱 달라붙어 몸매 라인이 아름답게 들어나는 순백의 상징은 그녀의 풋풋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려 한시라도 빨리 저 순백의 신부를 더럽히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끌끌끌 어떤 의미론 내가 여자라는 이름의 꽃을 만개시킨 셈 이구만.’

김우영은 풋풋하고 싱그러운 분위기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정나은의 모습과 관능적이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두른 정나은의 모습을 번갈아 바라본다. 처음 그녀를 만날 때만 하더라도 풋풋하고, 싱그럽던 모습이 어느 정도 남아있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선 여성으로써, 유부녀로써 활짝 만개해 수컷을 자극하는 향기마저 풍기고 있다.
행복하게 미소 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과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쾌락에 의해 몽롱하게 풀린 얼굴을 비교하니 다시금 성욕이 들불 번지듯 들끓기 시작한다.

“……으음.”

정나은은 입안에 머금고 있던 것이 더욱 커지자 놀란 목소리를 낸다. 들끓는 성욕에 당장 그녀를 침대에 밀쳐 배아래 깔아뭉개려고 손을 뻗는데 김우영의 시야 한 편에 무언가 이상한 게 걸렸다.

‘응? 뭐지?’

어둑어둑하기만 해야 할 안방 문에 하얀 점 같은 것이 보인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없었던 하얀 점. 집중해서 바라보자 안방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고 살짝 벌어진 걸 알아차렸다.

‘거실에서 흘러나오는 빛인가?’

그렇다고 하면 계속 보였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위치가 바뀌는 인공적인 불빛인가? 그럴 리 없다. 한밤중에 위치가 바뀌는 불빛이라고 해봐야 달빛정도 밖에 더 있겠는가?

‘……그럼 저건 뭐지?’

김우영이 하얀 점의 정체를 생각하는 순간 하얀 점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김우영은 화들짝 놀랐지만 곧이어 그 하얀 점과 자신의 눈이 마주치자 그 하얀 점의 정체를 단번에 깨달았다.
저건 사람의 눈이라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김우영의 머릿속엔 저 눈의 주인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벽에 걸려있는 결혼사진의 두 주인공 중 한사람. 지금보다 훨씬 젊고, 행복에 겨운 분위기를 몸에 두른 결혼사진 속 남자. 이 침대의 두 주인공 중 한명.
자신이 꺾어버린 도도한 꽃의 주인이다.
김우영의 입가에는 그 어떤 때보다 비릿한 미소가 걸린다.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정나은의 턱을 손으로 잡아 들어올린다. 김우영은 자신의 눈앞에 드리워진 그녀의 얼굴을 마치 물건 품평하듯이 이리저리 돌리며 장난친다. 하지만 문틈에선 절대 그녀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끔 한다.

‘속이 타겠지?’

김우영은 흥미로 개미를 눌러 죽이는 어린아이 같은 잔인한 미소를 짓곤 그녀의 두툼한 입술에 자신의 입을 겹친다. 그 어떤 때보다 질척하고 노골적인 키스 소리가 두 사람의 이어진 입에서 조금씩 흘러나온다. 그녀가 그 날 이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진 덕에 지금까지 일방적이었던 키스는 일방적인 것이 아닌 서로를 탐하는 것으로 바뀌어 어떤 때보다 달콤하면서 뜨거운 키스가 이어진다.

“으음! 하으, 으읍! 하아, 읍!”

이어진 두 사람의 입과 그 사이에선 뱀처럼 유연한 혀가 서로의 입안을 오간다. 농밀한 키스인 만큼 부족한 숨을 채우기 위해 헐떡이기 시작하는 소리까지 더해져 고요한 안방에 질척거리는 헐떡임이 조금씩 차오른다.
김우영은 손을 뻗어 그녀를 꽉 껴안으며 더욱 자신의 품에 가두자 정나은은 벗어나지 못하는 사슬에 묶인 것처럼 그의 구속을 받아들이며 머리가 하얗게 변할 때까지 길고 긴 키스를 나누었다.

“……하아, 하아.”

두 사람의 입이 떨어지자 어둠 속에서 거친 숨소리만이 조용히 퍼진다. 김우영은 그녀를 껴안은 채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인다.

“두 번 연속 내가 힘썼으니 이번엔 우리 암고양이가 힘 좀 써봐.”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던 그녀가 김우영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를 껴안은 팔을 풀고 침대에 벌러덩 눕자 잠시 숨을 고르던 정나은이 조심스레 허리를 들어 그의 배 위로 올라탄다.

“아, 천천히 해주겠어?”

김우영의 말에 정나은은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정나은은 그의 배 위에서 다리를 크게 벌린 뒤 한 쪽 손을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내려 김우영의 육봉을 움켜쥐곤 그의 요청대로 천천히 허리를 내린다. 김우영은 벌러덩 누운 채로 그 콧대 높았던 유부녀가 스스로 자신의 배 위에서 춤추기 위해 준비하는 너무나도 흥분되는 장면을 능글맞은 미소로 지켜보고 있다.

“……으응.”

천천히 허리를 내리는 탓일까? 평소보다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욕망의 열기와 형태에 정나은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비음을 내고 말았다. 정나은이 비음을 냄과 동시에 두 사람의 하반신은 완전히 밀착하자 김우영은 즐거워하며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에 손을 뻗어 움켜쥔다. 김우영은 손안 가득 전해지는 그녀의 체온과 세상 그 어떤 마시멜로보다 부드러운 감각에 즐거워하며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던 자신의 손길을 느껴보라는 듯 천천히 손을 내려 그녀의 옆구리나 배 등을 매만진다.
마치 하나의 예술품을 매만지는 듯 조심스러우면서도 피부를 자극하는 외간 남자의 손길을 그녀의 몸에 새기듯 구석구석을 매만진다. 정나은도 그런 김우영의 손길이 나쁜 것만은 아닌지, 이따금 몸을 움찔리며 허리를 귀엽게 비트는 반응을 즐기며 그녀 뒤에 보이는 안방 문에 눈길을 살짝 돌린다.

‘우리 남편 씨에겐 아내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긴 너~무 미안하지?’

김우영은 안정수를 조롱하듯 몽롱하게 풀려 그녀가 여자가 된 얼굴만은 보여주지 않을 셈이다. 다만 그녀가 쾌락에 몸부림치며, 열기에 흐트러진 모습만은 적나라하게 보여줄 생각이다.
하나의 예술품이라도 되는 양 조심스럽고 끈적거리는 손길로 매만지던 김우영은 정나은에게 시작하라는 신호라도 주듯 완전히 손을 떼곤 자신의 안방인양 편하게 눕는다. 김우영의 신호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정나은은 그의 배위에 양 손을 올려놓은 뒤 천천히 허리를 놀리기 시작한다.
딱 달라붙어있던 두 사람의 하반신이 서서히 떨어지고 맞붙기 시작한다. 정나은의 탄력적인 엉덩이와 김우영의 허벅지가 자아내는 작지만 찰진 타격음은 고요했던 안방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며, 금세 새어나오기 시작한 여인의 뜨겁고 달콤한 신음소리는 서서히 삐걱거리는 침대의 비명과 화음을 맞추며 살의 향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을 하나의 핏줄 선 눈동자가 모든 것을 눈에 새기듯 바라보고 있는 것을 쾌락에 헐떡이는 한 여인만이 모르고 있었다.

안정수는 두 사람이 연주하기 시작한 쾌락의 오케스트라를 한 장면이라도, 한 음색이라도 놓칠세라 눈을 부릅뜨고, 귀를 기울여 집중한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귀를 기울여 봐도 자신의 가슴속 고동소리가 너무나 커서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다.

“후우……후우…….”

안정수는 억누르고 싶어도 점점 거칠어지는 숨소리를 주체하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사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의 달뜬 숨소리와 안정수의 거친 숨소리가 묘하게 어우러지며 마치 세 사람이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점점 세 사람의 숨결에 열기가 더해간다.

‘예상은 했지만…….’

계획이 끝나기 전까지 몇 번 정도는 더 이런 관계가 있을 거란 생각을 했지만 막상 눈앞에 현실이 들이밀어지니 견디기 힘들다. 부글부글 끓는 가슴 속 분노가 자신의 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고 믿지만 자신의 몸을 뜨겁게 달군 이 감정 속 또다시 피어나려는 배덕감 때문에 고역이다.
처음 아내가 그의 가랑이 사이에 고개를 묻고 있는 걸 봤을 땐 그저 머리가 하얗게 변할 뿐이었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머릿속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런 느낌. 만족스런 표정으로 안방을 둘러보던 김우영의 눈과 마주쳤을 땐 등에 소름이 돋았다.
자신과 눈이 마주쳤음에도 오히려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아내의 고개를 붙잡아 자신의 물건을 품평하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문을 박차고 들어가려는 걸 겨우 참았다. 그렇게 겨우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는 몸을 진정시켰더니 두 사람이 나누는 진한 키스 소리에 안정수는 오히려 머릿속이 차갑게 식었다. 하지만 가슴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히 뛰기 시작했고, 시들었던 배덕의 꽃은 또다시 싹을 틔우기 위해 떨리는 걸 느꼈을 땐 머리를 둔기로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그런 건가.’

처음에는 그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 지금에 이르러서도 아내를 위해 그를 떨어트려놔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며 행동을 해왔다. 하지만 또다시 아내가 외간 남자의 품에 안겨 헐떡이는 모습을 보니 끝끝내 외면했던 자신의 감정이 자신을 봐달라고 고개를 들었다.

‘변한 건 아내만이 아닌 건가…….’

그녀가 벼랑 끝에 몰린 자기보호를 위해서일지도 모르고, 쾌락에 헐떡이는 자신을 솔직하게 받아들인 걸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아내가 그 날 이후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런 아내를 보면서 자신은 그저 아내를 위해 고뇌만 할 뿐이라 생각했거늘 가슴속에 깊이 자리 잡은 배덕감과 함께 그동안 외면했던 자신의 감정을 결국 깨달아 버렸다.
질투와 소유욕.
그동안 살아오면서 거리가 멀었던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저 감정들을 마주하자 이상할 정도로 가슴이 뛰고 동시에 자신에게 화가 났다. 이런 상황을 통해서가 아니어도 충분히 마주할 수 있는 감정이었다. 대리기사 때가 그랬고, 자존심 쎈 아내를 보며 그 콧대를 꺾어보고 싶다고도 생각하며 바람을 피웠을 때가 그랬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그렇다.
분노에 달아올랐던 자신의 몸은 어느새 다른 감정도 섞이며 더한 열기를 피워내기 시작한다. 아내가 그의 배 위에 올라타 스스로 허리를 놀리기 시작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안에 타는 갈증을 느낀다.

“으응, 흐읏! 하아! 하아악……!”
‘넌 그에 품에 안겨있을 땐 어떤 얼굴을 하고 있어?’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자신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을까? 타는 안정수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내는 그의 배위에서 헐떡이며 흑단 같은 머리칼을 흩날리며 춤추고 있다. 매끄러운 라인을 자랑하는 뒷모습은 어둠속에서 봐도 땀으로 번들거릴 정도로 쾌락을 느끼고 있고, 허리를 놀릴 때마다 춤추는 탄력적인 엉덩이 사이로는 두 사람이 이어진 모습이 자신의 눈에 비춰지고 있다.
안방에 울려 퍼지는 둔탁하고 찰진 소리는 어느새 질척거리고 끈적한 소리가 더욱 강해지며 아내의 엉덩이가 그의 허벅지와 맞닿을 때마다 투명한 액체가 어둠속에서 반짝반짝 흩날리며 침대 시트를 적시고 있다.

“……!”

자신이 그 모습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걸 알고 있는 김우영이 자신을 놀리듯 아내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쥐곤 두 사람이 이어진 모습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이게끔 한다. 아내는 자신이 이런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한층 강렬해진 쾌락을 발산하느라 더욱 힘겹게 헐떡인다.

“……손을……보자고.”
“……어요.”

둔탁한 타격음과 헐떡이는 아내의 신음소리 때문에 두 사람의 대화가 자세히 들리지 않는다. 시끄럽게 고동치는 자신의 가슴에 짜증이 나며, 힘이 잔뜩 들어간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어보지만 도저히 진정될 기미가 없다. 오히려 더욱 바쁘게 뛰며 온 몸에 피를 돌린다. 특히나 자신의 부풀어 오른 바지 앞섬에 집중적으로…….
안정수가 시끄러운 자신의 심장소리에 짜증을 느낄 무렵, 정나은과 김우영은 서로 손을 맞잡았다. 가느다란 그녀의 손가락과 두터운 그의 손가락이 서로 얽힌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처럼…….
맞잡은 손에 기대듯 정나은의 허리 놀림은 한층 강해진다. 아니, 그동안 그저 누워있기만 했던 김우영도 같이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하자 한층 거칠고 강한 소리가 울리며 안방의 공기를 순식간에 더욱 뜨겁게 달군다.

“하읏?! 크으응! 꺄으으으읏!”

한층 강해진 자극에 정나은은 쾌락에 버무려진 귀여운 목소리를 토해낸다. 몸을 부술 듯 쌓이기 시작한 쾌락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고개를 좌우로 격렬히 흔들며 앞으로 쓰러지려는 몸을 버티기 위해 맞잡은 김우영의 손에 힘을 꽉 준다.

“하아! 하아! 하아!”

안정수는 아내의 귀여운 신음소리와 환희에 몸부림치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며 숨을 죽여야 한다는 것도 잊고 거칠게 헐떡인다. 앞으로 몸이 쓰러지는 걸 막으려고 힘이 잔뜩 들어가 부들부들 떨리는 그녀의 팔. 무엇보다 사랑하는 연인처럼 얽히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맞잡은 두 사람의 손에서 안정수의 시선이 떨어질 줄 모른다.
얽힌 두 사람의 손.
그녀의 왼손 약지에는 빛바랜 결혼반지가 그의 두터운 손에 짓눌려 부서질 것처럼 압박당하고 있고, 그와는 반대로 김우영의 왼손 약지에는 아무것도 끼워져 있지 않다. 결혼반지를 통해 이어진 붉은 실이 김우영이라는 벽에 의해 가로막힌 기분이다.

“……보고 싶다.”

아내가 지금 이 순간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서 미칠 것만 같다. 그리고 그런 안정수의 간절한 바람을 이뤄주려는 것일까? 격렬하게 그의 배 위에서 춤을 추던 아내와 그가 잠시 멈춘다.
침대 위에 누워있던 김우영이 상체를 일으키더니 그녀를 껴안으며 또다시 키스를 나눈다. 자연스레 키스를 받아들인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두 사람과 자신의 사이에는 커다란 절벽이라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흐음, 읏.”

키스를 나누던 두 사람이었지만 금세 떨어지곤 아내의 입술을 탐하던 김우영의 입이 서서히 내려간다. 김우영의 입이 아내의 몸을 맛보듯 천천히 타고 내려간다. 아내의 몸을 애무하던 그가 아내의 어깨 너머로 완전히 숨어버리기 전 자신과 눈이 마주친 것처럼 보이는 건 착각이었을까?
그의 품에 안긴 아내의 등이 간지럽다는 듯 움찔거린다. 김우영의 입이 도착한 곳은 보이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아내의 탐스러운 가슴에 머물고 욕정이 묻어나는 눈길과 혓바닥으로 아내의 가슴을 유린하기 시작했을 게 틀림없다.

“……아, 으아아앗?! 꺄으으으!”

아내의 가슴 언저리에서 노골적이고 게걸스럽기까지 한 빠는 소리가 커지기 시작하자 아내가 익숙하지 못한 감각에 헐떡이며 당황스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안정수는 안방에 퍼지는 그 노골적인 소리에 얼이 빠졌다. 마치 자신에게 들려주듯 아내의 가슴에서 울려 퍼지는 퇴폐적이기까지 한 빠는 소리는 그의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 같다.
자존심 강한 아내는 자신과의 잠자리에서 갈수록 우위를 선점하는 걸 좋아했다. 자존심이 높기에 자신이 부끄러운 짓은 잘 못하게 하기도 했다. 그래서 저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가슴을 빨린 일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장담한다.
자신과는 다른 거칠고, 끈적한 욕정. 하물며 처음 겪는 당황스럽기까지 한 감각에 아내는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의 품을 벗어나기 위해 버둥거리지만 그의 두터운 팔이 그녀가 도망가는 걸 막고 있다.

“아, 아으으읏……하으응!”

아내의 팔, 다리가 뻣뻣하게 경직되는 게 보인다. 아기에게 모유를 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각과 행위에 아내는 몸을 뻣뻣하게 경직시키는 것도 힘든지 그의 품에 기대며 몸을 맡겨버린다. 아내의 뒷모습에서 한층 나른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헐떡임에 따라 높게 오르내리는 등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리는 것을 수많은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내 눈동자는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해 볼까?”

아내의 어깨 너머로 숨었던 김우영이 즐거운 목소리로 아내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인다. 아내는 자신의 귓가에 김우영이 뭐라고 속삭이건 몸에 소용돌이치는 환희라는 감정을 주체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김우영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아내의 풀린 양 다리 밑에 자신의 팔을 집어넣는다.

“……을 잘 두르라고.”

김우영이 들릴 듯 말 듯 자신을 놀리는 것처럼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아내에게 속삭이곤 아내를 번쩍 들어올린다. 그러자 사지가 나른하게 풀려있던 아내가 허공으로 떠오르는 부유감에 화들짝 놀라 그의 목에 자신의 팔을 두른다.

“자, 잠깐……이 자세는 너무……흐읏!”

아내의 입에서 부담어린 목소리가 다급하게 새어나오자 항의는 듣지 않겠다는 듯 김우영이 강하게 허리를 올려치자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억눌린 아내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며 의지할 곳이라곤 그의 품 속 뿐이라 더욱 그에게 의지하며 자신의 몸을 꿰뚫는 쾌락을 견디기 위해 부들부들 떤다.
김우영도 그런 아내의 상태를 눈치 챈 것인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더니 아내의 다리를 들어 올리고 있던 자신의 팔에 힘을 살짝 빼자 아내의 몸이 더욱 아래로 처진다.

“꺄으으윽?!”

정나은은 안 그래도 익숙지 않은 곳까지 체위라 생소한 감각에 경련하듯 버티고 있었거늘 자신의 무게 때문에 더
욱 깊숙이 파고들며 꿰뚫려버리자 숨이 턱턱 막혀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온 귀여운 신음소리 이후에는 입을 뻐금거리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주 단번에 갈 기세군.’

김우영은 입을 뻐금뻐금 거리며 헐떡이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정나은을 내려다보며 즐거워한다. 그 도도하던 년이 자신의 품에 안겨 신음조차 지르지 못하고 헐떡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없던 힘도 생겨난다.
김우영은 그런 정나은에게 정신 차릴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그 상태로 허리를 강하게 올려치기 시작한다. 허공에 들어 올려 진 채 강하게 힘을 받기 시작한 정나은은 침대라는 완충제가 사라져 김우영의 허리힘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자신의 무게라는 두 가지 올가미에 묶여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를 버티기 위해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덜덜 떨리는 자신의 다리를 조금이라도 그의 몸에 휘감아 보지만 이미 그녀의 몸에 퍼지기 시작한 쾌락은 그녀가 저항할 힘마저도 빼앗아 간다.

“아아앗?! 흐으으응! 크흑……하아! 하아! 하아악?!”

두 사람의 이어진 하반신에선 그 어떤 때보다 찰진 타격음이 터져 나온다. 하반신에서 생겨난 쾌락은 아내의 몸 구석구석 퍼지다 못해 온 몸 밖으로 터져 나오듯 그녀의 입을 통해 아찔한 신음소리가 비명처럼 안방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다 못해 벌어진 문틈 사이로 적나라하게 거실로 울려 퍼진다.
안정수의 눈에는 주체 못할 쾌락으로 인해 아내가 버둥거리는 걸 멍한 상태로 바라보고 있다. 자신과 결혼했을 때에도 부끄러워서 자신의 감정을 숨겼고, 자기관리가 철저해지고 자존심이 높아진 이후에는 당연히 더욱 저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물론 자신의 품에 안겨 행복에 겨워하긴 했지만……저렇게까지 쾌락에 버둥거리는 건 처음 본 것 같다.
서로 밤일이 불만족스러웠던 것도 아니다. 다만 자존심 강한 그녀가 우위를 선점하게 해줬고, 자신은 그에 맞춰주는 경우가 많았을 뿐이다.

‘…….’

지금 이 순간에도 주체 못할 쾌락에 버둥거리며 조금이라도 몸을 휘젓고 다니는 환희를 줄이기 위해서인지 그의 품에 쓰러지듯, 의지하듯 얽히는 아내의 뒷모습에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아내가 신음을 내지르며 고개를 도리질 칠 때마다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땀으로 푹 젖은 번들거리는 등은 관능적으로 꿈틀거리고, 그의 몸에 뱀처럼 얽힌 아내의 양 팔과 두 다리는 덜덜 떨리며 힘이 잔뜩 들어간 모습이 질투난다.
김우영이 허리를 강하게 올려 칠 때마다 파문이 이는 탄력적인 엉덩이와 아내의 엉덩이 사이를 김우영의 욕망이 끊임없이 드나들 때마다 어둠속에 흩날리는 투명한 액체는 야릇한 향기를 피워내며 아내의 쾌락의 눈물이 침대 시트에 뚝뚝 떨어진다. 안방 안을 가득 채운 뜨겁고 야릇한 공기는 자신을 휘감고 지나가며 자신이 마치 저 자리에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안정수를 참을 수 없게 하는 건 바로 김우영의 눈이다.
그는 자신의 품에서 헐떡이는 아내를 보지 않고, 오로지 이쪽을 향해 욕망어린 눈동자를 향한 채 점점 그 욕망이 해소되고 있는 걸 자신에게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품에 안겨 미칠 듯이 헐떡이는 아내따위 성욕을 해소하는 물건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사랑스런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저 자신의 욕망을 그녀에게 부딪히며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아악! 햐으으으윽! 흐으응, 크읏?! 자, 잠깐……하악! 하악! 아, 아아아! 꺄아아악!”

김우영의 욕망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던 아내가 가장 먼저 절정에 올라버렸다. 그의 몸을 으스러트릴 듯이 꽉 껴안는 아내의 팔과 다리. 그의 품에 동그랗게 안겨 헐떡이던 아내의 등은 튕겨져 나갈듯 활처럼 휘며 뒤로 확 재껴진다. 얼마나 격하게 등이 뒤로 재껴졌는지, 한순간 아내의 머리카락이 허공에 휘날리며 그녀의 체취가 진하게 안방 공기에 퍼지곤 아래로 늘어진 채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완전히 뒤로 재껴진 게 아닌지라 안정수의 눈에는 경련하듯 떨리는 아내의 얼굴이 아주 살짝 보일 뿐이다. 아내의 벌어진 입에선 억눌리지 않고 솔직하게 환희의 비명을 토해내고 있고, 김우영은 그런 아내를 내려다보며 자신도 절정에 오르기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하자 아내는 절정을 맞이한 상태로 온 몸에 터질 듯 밀려오는 쾌락에 사지가 점점 풀린다.

“아, 아아아……아흐으응, 하아악?!”
“후욱! 후욱! 후욱! 크, 크으으윽!”

아내의 사지가 풀려감에 따라 마치 고장난 것처럼 낮은 신음을 토해내던 아내의 목소리. 그리고 거기에 화음을 맞추듯 깊고, 뜨거운 김우영의 목소리가 일순 참았던 욕망을 토해내듯 가슴속 깊은 곳에서 담아둔 뜨거운 숨결을 토해냄과 동시에 강하게 허리를 한 번 올려치곤 서로를 으스러질 듯 껴안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다.

“…….”

침대 위에 선 채 이어져 있는 두 사람. 영원히 서로를 의지한 채 이어져 있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이었지만 정나은이 먼저 힘이 다했는지, 그의 몸에 얽혀있던 다리와 팔이 축 늘어진다.

“……아, 으응.”

그의 몸에서 팔과 다리가 떨어져나간 만큼 자신의 무게가 더욱 강하게 실리는지 한순간 달콤하면서도 숨이 턱 막히는 비음을 내며 크게 움찔했지만 또다시 그의 품에 안길 힘조차 없는지 아래로 고개가 뒤로 젖혀져 축 늘어진 검은 머리카락처럼 아내의 팔, 다리도 아래로 축 늘어져버린다.

“…….”

김우영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어깨 너머로 욕망을 터트린 만족스런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몸이 느끼고 있는 절정을 감출 기색도 없이 고스란히 들어낸 그의 몸은 힘이 잔뜩 들어가 아내의 몸을 향해 하얗고 질척한 욕망을 쏟아 붓고 있는 걸 자신에게 보여주고 있다.
아내의 엉덩이 사이로 보이는 그의 욕망의 창이 울컥거리고 꿈틀거릴 때마다 아내의 몸은 자신의 몸에 밀려들어오기 시작한 사내의 욕망에 밀려난 것처럼 투명한 쾌락의 눈물을 침대 시트 위로 뚝뚝 떨어트리는 모습이 어두운 안방이기에 더욱 아름답고 선명하게 보인다.

‘하아, 하아, 하아…….’

안정수는 그 장면을 보며 헐떡인다. 지금 머릿속을 울리는 자신의 헐떡임이 입 밖으로 새어나온 것인지 속으로만 들려오는 것인지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모든 신경이 두 사람에게 쏠려있다.
김우영은 안정수의 눈이 어디에 머물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만 안정수는 두 사람의 이어진 하반신에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아 김우영의 미소를 보지 못했다. 김우영은 그렇게 보고 싶다면 보여줘야지 라는 작은 혼잣말과 함께 아주 천천히 그녀를 꿰뚫고 있던 욕망의 창을 빼낸다.
곧이어 안정수의 눈에는 그의 욕망이 빠져나간 자리가 들어왔다. 아래로 축 처져 보이지 않는 아내의 비밀의 정원. 하지만 그녀가 흘리고 있는 쾌락의 눈물은 막고 있던 뚜껑이 빠져나가자 침대 시트에 야릇한 향기를 피워내며 후드득 빛나며 떨어진다.
깨끗하고 투명했던 아내의 눈물이 침대 시트 위에 쏟아지자 아내의 몸속에 때려 박은 김우영의 탁한 욕망이 뒤를 이어 울컥하며 쏟아지기 시작한다. 남자의 가슴을 방망이질 시키는 야릇한 향기는 비릿한 밤꽃 향기와 섞이며 형용할 수 없는 체취로 변한다.
안정수는 아내의 가랑이 사이에서 쏟아지는 김우영의 탁한 욕망을 수많은 감정이 묻어나는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 안정수에게 김우영은 마치 볼일 끝났다는 듯 자신의 품에 안겨 있던 아내를 침대 위에 떨어트린다.

“……?!”

아무리 침대 위여도 한 사람을 내동댕이치듯 떨어진 아내에 안정수는 깜짝 놀랐지만 곧이어 그의 머릿속은 그런 걱정은 싹 날아가 버렸다. 침대 위에 내동댕이치듯 떨어진 정나은은 놀랄 기운도 없는 것인지, 달아오른 몸을 주체 못하고 헐떡이고 있다. 하얀 침대 시트 위에 나른하게 널브러진 아내의 몸과 침대 아래로 거꾸로 늘어진 아내의 고개.
그리고 아내의 표정.
딱 부부가 잘 만큼의 아담한 침대 사이즈이기에 침대 중간쯤에서 선 채로 사랑을 나눴던 두 사람이기에 중간쯤에서 그녀를 떨어트리자 몸은 정확히 침대 위로 떨어졌지만 아내의 고개는 침대를 벗어나 아래로 거꾸로 늘어져 버렸다.
안정수가 바라보고 있는 정면으로.
열기가 느껴지는 나른한 분위기하며, 달아오른 몸을 식히기 위해 아내가 헐떡일 때마다 오르내리는 탐스런 가슴 능선이 눈을 어지럽히고, 아내의 가느다란 목에는 땀에 젖은 머리칼이 요염하게 달라붙어있다. 무엇보다 그렇게도 갈망하던 아내의 얼굴이 완전히 안정수의 면전에 드리워졌다.

“하아, 하아, 하아…….”

복숭아 빛으로 물든 두툼한 입술은 그녀가 흘린 침으로 번들거리고 앙증맞게 벌어진 입은 쉬지 않고 뜨거운 공기를 토해내고 차가운 공기를 마시느라 정신이 없다. 뽀얗던 양 뺨은 입술보다 붉게 달아올라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고, 무엇보다 쾌락에 절여져 몽롱하게 풀린 눈동자는 이쪽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아내의 눈에는 그저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일 뿐, 눈에 비춰지고 있는 풍경보단 몸속을 휘젓는 열기를 느끼는데 정신이 없어 보인다. 항상 치켜 올라가 쎈 자존심을 어필하던 날카로운 눈매는 부드럽게 내려와 있고, 잔소리를 토해내던 장난기 어린 아내의 얼굴은 자신에게만 보여주던 여자의 얼굴이 되어있었다.
몽롱하게 풀린 눈동자는 미동조차 않고는 나른하게 풀린 사지의 감각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은지 서서히 눈꺼풀이 닫히기 시작한다. 정나은은 그렇게 남편의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김우영에 의해 여자의 기쁨을 드러낸 얼굴을 그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눈꺼풀을 감았다.
김우영은 자신의 발치에 널브러진 도도했던 꽃의 자태를 비릿한 미소로 내려다보고 있다. 정복이 끝난 영토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듯 마음껏 자신의 탁하기 그지없는 욕망의 하얀색으로 물들인다.
쾌락으로 헐떡이는 꽃의 자태를 내려다보던 김우영은 침대에서 내려와 거꾸로 늘어진 정나은의 얼굴 곁에 선다. 그리곤 문틈 사이로 엿보이던 하얀 눈동자 하나를 곁눈질로 흘끔 보더니 더 이상 정나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듯 문 쪽으로 김우영이 돌아선다.

‘안 보여…….’

김우영의 몸에 가려 문틈 사이에선 더 이상 그녀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김우영은 그녀의 얼굴 쪽으로 허리를 천천히 허리를 내린다. 그러자 침대 위에 나른하게 퍼져있던 그녀의 몸에 힘이 들어가며 살짝 떨린다.

“……웁, 우읍.”

정나은이 무언가를 머금는 목소리가 그의 가랑이 사이에서 들려온다. 김우영이 마지막 욕망을 그녀 안에 토해내듯 허리를 몇 번 튕긴 후 그녀의 얼굴에 묻었던 몸을 일으킨다. 몸을 일으키자 이미 문틈 사이에 존재했던 하나의 눈동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

김우영은 자신의 모든 욕망을 토해낸 뒤이거늘 어쩐지 그의 표정에선 개운치 않는 맛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곧이어 흥미를 잃어버린 것처럼 또다시 침대 위로 올라선다. 아까보다 한층 타액으로 젖어 번들거리는 정나은의 입에서 또다시 달콤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하고, 텅 빈 거실을 향해 야릇한 체취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높다란 하늘이 청명함을 자랑하고 푸른 하늘을 유유히 흘러가는 한조각의 하얀 뭉게구름이 달콤한 솜사탕처럼 아름다운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 도시를 스쳐지나가고, 파랗게 올라온 나뭇잎들은 부드러운 햇살이 기쁜 듯이 춤을 춘다.
도시 전반에 깔린 평화로운 분위기나 좋은 날씨 때문인지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편안함이 떠올라 있고, 바쁜 발걸음도 잠시 멈추게 하는 1년에 몇 없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다.
얼마 전 안정수, 정나은 두 부부의 보금자리 휘몰아쳤던 퇴폐적인 욕망의 분위기는 집안 전체에 떠도는 평화로운 날씨 탓인지 그런 분위기는 일체 남아있지 않다. 살랑살랑 불어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두터운 커튼 자락을 간질이며 집안을 휘젓고 다니고, 바람에 실린 따스한 햇빛의 온기가 공기를 따스하게 바꿔준다.
따스하고 고요한 집안에 시끄러운 현관문 소리가 갑작스레 끼어든다.

“다녀왔어.”

돌아온 것은 이 집의 두 주인공 중 한 사람인 안정수이다. 평일이기에 퇴근했다고 하기엔 너무나 이른 시각. 잠시 물건을 가지러 돌아왔다고 하기에도 그가 입고 있는 복장은 정장이 아닌 평상복이다.
집안을 둘러보던 안정수는 부엌으로 향해 두 개의 컵을 준비하곤 커피를 타기 시작한다. 금세 부엌에는 향긋한 커피 향이 퍼지며 커피를 타는 그의 모습은 어쩐지 길고 긴 마라톤을 뛴 것처럼 지쳤지만 드디어 끝났다는 달성감이 느껴진다.
커피를 넣은 두 개의 컵을 양 손에 들고 당연하다는 듯이 베란다로 걸음을 옮긴다.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을 재끼고 살짝 열린 베란다 창문을 열고 나서자 그곳에는 그의 아내 정나은이 커다란 의자에 앉아 햇빛을 받고 있었다.

“자. 커피.”

안정수가 커피를 건네자 정나은은 어쩐지 몸을 움찔 떨며 고개를 숙인 채 그 커피를 받아든다. 조심스럽게 커피를 받아든 정나은의 모습은 어쩐지 이상해 보였다. 마치 죄를 지은 사람 마냥 안정수를 바라보지 못하고 커피 잔을 움켜쥔 그녀의 모습은 위축되어 보인다.
아래로 내리깔고 있는 고개, 펑퍼짐한 일체형 원피를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커피 잔을 쥐고 있는 그녀의 손아래 부분, 정확하게는 그녀의 배가 둥그렇게 부풀어 올라있다.

“의사 선생님이 하루 한 잔은 괜찮 댔지?”

안정수의 질문에도 정나은은 그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다. 안정수는 그런 그녀의 반응을 내버려 둔 채 베란다 난간에 몸을 기대며 스마트 폰을 꺼내 인터넷을 한다. 곧이어 원하는 인터넷 뉴스를 찾았는지 뉴스 링크를 클릭한 후 베란다 난간 위에 스마트 폰을 내려놓자 뉴스가 흘러나온다.

-다음 뉴스입니다. 영업 일을 하는 40대 중반의 김모씨가 치정 사건에 휘말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회사 내에선 부장이라는 직위를 가진 그는 평소 영업을 따내기 위해 난잡한 여성 관계를 가졌으며 때로는 강압적인 방법을 통해 여성을 취하는 등 수많은 여성을 손대온 것으로 밝혀졌으며, 과거 강제로 취한 한 여성 중 한명에게 어젯밤 흉기로 찔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김모씨가 그동안 강압적으로 이뤄진 난잡한 여성 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경찰이 여죄를 추궁…….

스마트 폰에서 흘러나오는 리포터의 담담한 목소리를 듣고 있던 정나은의 어깨가 눈에 띄게 움찔한다. 아래로 떨군 고개를 살짝 들어 아래로 늘어진 자신의 머리카락 사이로 남편의 옆모습을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

안정수는 그 뉴스를 들으며 커피를 홀짝일 뿐 아내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큰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편안할 뿐이다.

‘길었지…….’

벌써 몇 달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안정수는 자신의 집에서, 두 부부의 침실에서 김우영이 자신의 아내를 조롱하듯 품는 장면을 보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자신이 세운 계획은 아무리 빨라도 한 달, 늦어도 몇 달은 걸리는 일이기에 두 사람이 관계를 가지는 걸 각오하곤 있었지만 막상 눈앞에 드리워지니 견디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내가 그렇게 질투심과 소유욕이 강할 줄 몰랐지.’

가슴속 깊이 자리 잡은 배덕감 보단 마주하게 된 자신의 어두운 감정이 더욱 안정수를 부추겼고, 가슴속에 뜨겁게 들끓는 분노나 질투심이 커질수록 오히려 그는 더욱 냉정해져갔다. 그리고 한을 품었다.
남자가 한을 품는다면 어떻게 될까? 여자는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할 정도로 깊고 무섭다.
하지만 남자는? 남자의 한도 깊고 무섭지만 여자의 한보단 덜 한 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간단하지. 여자가 한을 품게 하면 되니깐.’

안정수는 여자가 품는 한이 더 무섭다는 걸 알고 있기에 과거 김우영이 품었던 여자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계획에 필요한 여인을 찾아냈다. 상냥함과 사랑을 갈구하는 불쌍한 여인을.
김우영과 안정수는 여자를 대하는 것도 다르지만 줄 수 있는 사랑의 형태도 완전히 달랐다. 김우영은 철저하게 벗어날 수 없는 육체적인 사랑을 준다면 안정수는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정신적인 사랑이 무기다.
김우영에 비해 보이지도 않고, 효과도 낮은 그의 무기가 과연 여자들에게 먹혀들까?
그의 무기도 김우영 못지않게 확실하게 여자를 사로잡는 다는 걸 알려주는 증거가 바로 자신의 아내 정나은이다.

‘아아, 정말 연애하기 힘들었지.’

안정수는 20대 그녀와 연애할 때를 떠올리곤 피식 웃는다. 20대 때 그의 성격은 젊음에서 오는 치기어린 도전정신이나 열정을 불태우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주위 사람이 부담스러울 정도의 상냥함이었다.
바보스러울 정도의 유한 성격. 주위에서 이용해 먹으려고 다가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소문난 집착이라고 할 정도로 이상한 성격이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는지는 몰라도 그의 주위에는 사람이 많았다.
도움을 받은 사람,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 진심으로 그의 곁에 붙어 그를 걱정해주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사람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아내는 그 사람들 중 하나였다.
자존심은 강한 주제에 마음이 묘하게 여려 혼자 끙끙 앓는 걸 눈치 채고 그녀를 보듬어 줬다. 당연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매몰차게 밀어냈고, 거절했다.

‘하여간 지금 생각해도 귀엽다니깐…….’

안정수의 그 끝 모를 상냥함으로 거절당하고, 거절당해도 그녀의 곁에 머물렀다. 처음엔 그저 흥미였고, 호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흥미나 호의가 사랑으로 바뀌었고 그녀 역시 아무리 거절하고 밀어내도 다가오는 자신에게 서서히 호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지금처럼 철저한 자기 관리나 강한 자존심을 세워야 할 능력이 받쳐주지 못했기에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녀의 성격에 지쳐 떨어져 나가기 일쑤였기에 귀찮은 자신을 전부 받아주는 유일한 남자인 안정수에게 호의를 느꼈고, 결국 서로 사랑하기에 이르렀다.
난공불락, 아니 어느 남자가 데려갈지 걱정할 정도로 뾰족한 가시덩굴에 감싸인 들꽃. 그런 그녀에게도 사랑을 얻어내는 상냥함. 돌이켜보면 가랑비에 옷 젖는 것처럼 서서히 파고드는 그의 사랑은 의외로 강력했다. 결혼한 이후에도 식지 않는 두 부부의 서로를 향한 이상할 정도로 강한 사랑은 이때 생겨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혼하고 나서 이놈의 성격 고친다고 얼마나 난리쳤는지.’

사회생활을 해나감에 따라 서툴렀던 20대의 모습을 벗어던진 아내는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기 시작했고, 강한 자존심을 뒷받침할 능력까지 손에 넣자 자신에게까지 손을 뻗쳐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그녀가 손 댄 건 당연히 바보스러울 정도로 부드러운 상냥함이었다. 그녀의 고된 노력으로 안정수는 어른이 되었고, 모든 걸 포용하는 상냥함은 어느 정도 수그러들어 매사 덜렁거리고 좋은 사람이라고 느낄 정도로 바뀌었다.

‘……지금에 이르러선 다 소용없는 짓이 되어버렸지만.’

아내가 힘겹게 고쳐준 이 상냥함을 결국 다시 끄집어내 다른 여자를 함락시키는데 사용해 버렸다. 김우영에게 상처받고 버림받아 온기를 갈구하는, 사랑에 헐떡이는 여자에게 원하는 따스한 상냥함과 사랑을 주는 건 너무나도 쉬웠다.
이미 분노와 질투심, 소유욕으로 차갑게 식은 그는 필사적으로 20대의 끝 모를 상냥함을 끄집어내, 그녀에게 원하는 만큼 자신에게 벗어나지 못할 만큼 진하고 깊은 사랑을 주며 부드럽게 그녀를 잠식해갔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에 대한 사랑 없이 살수 없을 정도로 잠식한 순간 안정수는 매몰차게 그녀를 내버렸다. 20대의 상냥한 성격을 억지로 끄집어내고, 자기최면을 스스로에게 걸 정도로 필사적이었던 그는 다른 사람의 사정을 봐줄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았다. 김우영에게 상처받았던 그녀에게 똑같은 상처를 주는 것이 참을 수 없이 힘들었지만 안정수는 그녀가 한을 품도록 그녀에게 주었던 사랑을 빼앗아 버렸다.

“하아…….”

안정수는 깊은 한숨을 토해낸다. 아직도 그녀가 자신을 향해 퍼붓던 저주어린 독설과 상처받은 그녀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그런 상처받은 여인을 향해 자신은 냉정하게도 그녀가 품은 지독한 한을 살짝 비틀었다.
안정수는 그녀에게 그 분노를 한을 왜 자신에게 보내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네 자신을 망친 건 내가 아니라 김우영 그 남자 아니냐고 그녀의 등을 아주 살짝 밀었다.
잔인하게도 민 것이다.
우리는 서로 그에게서 받은 상처를 핥은 것뿐이라고…….
안정수는 타들어가는 갈증에 떨리는 손으로 커피를 마신다. 향긋하고 뜨거운 커피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자 어느 정도 진정되는 느낌이다. 앞으로의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아내에게서 그를 결국 떼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정수는 곁에 앉아있는 아내의 부푼 배를 곁눈질로 바라본다. 산 너머 산이라고 했던가? 아내와 자신 사이에 큰 벽을 겨우 부쉈다고 생각했더니 또 다른 문제가 불쑥 튀어나왔다.

‘차라리 그의 아이라면 속 편할 텐데…….’

안정수는 떨리는 눈동자로 아내의 부푼 배를 바라보고 있다. 당연히 처음 아내의 임신 소식을 알았을 땐 머리가 하얗게 변했었다. 덜덜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고 힘겹게 아내와 마주 앉았을 땐 더욱 충격적인 소릴 들었다.

‘하필이면 그 때 임신한 거라니…….’

아내도 생리가 오지 않는 다는 걸 알고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한동안 멍하니 살았다고 한다. 자신도 그를 떼어낼 계획을 신경 쓰느라 그동안 아내를 외면하고 살았다.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기에 아내의 임신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고, 그녀가 자신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사실을 말할 때까지 전혀 몰랐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사실. 그녀 역시 남편이 아닌 김우영의 아이일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힘겨웠던 한 달 간의 내기 때문에 컨디션이 무너져 생리가 안온 걸지도 모른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현실을 외면했다고 한다.
하지만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할 수 없게 된 아내는 사실을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임신테스트기도 정확하지만 2번 확인해볼 용기가 나지 않아 바로 병원으로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고 한다. 그리고 의사의 입에서 전해진 임신 사실.
아내는 의사의 축하어린 말도, 설명도 한귀로 흘려버리며 헛구역질이 나오려는 자신을 겨우겨우 추스르고 있을 때 의사의 말 중 하나가 그녀의 정신을 차리게 했다고 한다.

-임신 시기는 정확하진 않지만……이때군요.

의사가 알려준 임신 시기.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김우영과 내기를 하기 바로 직전이었다. 그리고 잔뜩 취한 아내를 대리기사에게 희롱당하는 걸 보고 흥분한 자신이 집 주차장에서 아내와 격렬히 사랑을 나눴던 주. 그리고 같은 주 주말에 회사에서 간 부부동반 모임에서 돌아오며 수치스럽게 김우영의 배아래 깔려 그를 받아들인 일이 같은 주에 있었다고 털어놨다.
같은 주에 일주일이 안 되는 짧은 시간 사이에 그것도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두 사람의 씨앗을 받아들인 것이다. 아내는 그와 내기를 하면서 첫 번째 주에는 자신을 괴롭히는 데 열중했고, 반쯤 강제로 또 다른 처녀를 내줬기에 그의 씨앗이 자신의 몸에 흘러들어온 건 가임기간이 훨씬 지난 후라고 했다.

‘한마디로 50:50…….’

뱃속에 있는 아이가 누구의 아이일지 모르는 것이다. 장소도, 사랑을 나눈 횟수마저 똑같다. 다만 시기가 다를 뿐이다.
아내는 떨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모든 걸 털어놓으면서도 억눌렀던 심정을 고해성사하듯 토해냈다. 의사에게 임신시기를 들었을 땐 자기 스스로도 어이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기뻤다고 한다.
김우영의 품에 안겨 쾌락과 환희에 헐떡이는 자신을 받아들인 이후에는 자신을 향한 사랑에 확신이 없었다고 한다. 너무나도 미안하고, 동시에 미안할 자격도 없다고 여겨 자신을 차갑게 대했다고 한다. 자신을 내쳐주길 바라며…….
하지만 동시에 그래도 내 곁에 남아있고 싶은 마음이 존재했다고 한다. 그리고 끊어졌던 남편과의 사랑의 실이 힘겹게 이어진 것에 가슴이 미친 듯이 뛰며 기뻤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안정수의 아이일지도, 김우영의 아이일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그 작은 희망이 너무나도 기뻐서 울음이 새어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고 한다.
모든 걸 토해낸 아내는 사라질 것 같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아내는 이렇게 자신만보면 위축된 모습으로 눈도 못 마주치고 묵묵히 배를 끌어안고 있다. 마치 마지막 구원의 동아줄을 품듯.

“……후우.”

안정수는 작은 한숨을 쉬며 그녀의 머리에 손을 턱하곤 올린다. 정나은은 그런 자신의 손길에 화들짝 놀랐지만 어떤 짓을 해도 받아들일 것처럼 몸을 위축할 뿐 그저 이어질 자신의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
슥, 슥…….

“……?”

안정수는 그저 아내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자 정나은은 아까보다 더욱 놀라곤 한 박자 늦게 고개를 살짝 든다.

‘정말이지. 20대 때 성격을 억지로 끌어냈더니 그런 건가.’

아내의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땐 솔직히 기쁘다는 마음보단 자신의 무능함에 치를 떨었고, 더욱 현실을 외면하듯 계획을 서둘렀다. 그리고 겨우 모든 걸 마무리 짓고 이제야 아내를 마주보자 가장 먼저 든 마음은 미안함이었다.

“다음부터는 혼자 끌어안지 마.”

안정수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정나은은 어깨를 크게 움찔거리곤 서서히 몸을 떨기 시작한다. 떨리기 시작하는 자신의 몸을 진정시키려는 듯 힘이 잔뜩 들어가는 아내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그녀의 물기어리고 푹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난……그의 품에 안겨 있을 때도 행복했고, 당신의 품에 안겨있을 때도, 지금 이 순간에도 행복을 느낀다면 어떻게 할 거야? 난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겠어.”
“…….”

모든 걸 쥐어짜는 애처로운 아내의 말에 안정수의 가슴이 크게 뛴다. 가슴속 깊이 자리 잡은 하나의 씨앗이 그녀의 말에 싹을 틔우려는 걸 깨닫곤 재빨리 짓눌러버린다. 하지만 한번 마주하고 고개를 든 질투심과 소유욕은 이때다 싶어 자신의 몸을 휘젓고 돌아다니려고 한다.

‘아무래도 망가진 건 아내만이 아닌가 보네.’

안정수는 텅 빈 눈동자로 아내를 내려다보며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눈동자와는 전혀 다른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고 상냥한 말을 건넨다.

“……그래도 날 사랑하잖아?”

그리고 그런 아내를 사랑하는 자신. 자신의 말이 단단한 사슬처럼 그녀를 옭아매며 드리운다. 당장 눈앞에 드리워진 문제만 해도 산더미다. 하지만 그런 현실을 잠시 외면하기로 했다.
부드럽게 아내를 위로한 자신의 손길을 거두곤 베란다 난감에 몸을 기댄다. 안정수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지친 몸을 잠시 쉬게 해주며 피식 헛웃음을 짓는다. 고개 숙인 정나은의 입가에는 옅디옅은 미소가 떠오를 것처럼 힘겹게 걸려있다.

‘아……길었어.’

안정수는 부드러운 햇살이 내려쬐는 이 공간을 조용히 느낀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날려버리듯 바람이 시원하게 둘 사이를 휘젓고 날아간다. 높디높은 청명한 하늘, 푸르른 하늘에 두둥실 흘러가는 작은 조각구름은 평화롭게 쉬엄쉬엄 하늘을 헤엄친다.
특별할 것 없는 오후의 풍경이었다.